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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251화 (251/346)

251화

자극적인 내용으로 점철된 기사에 나온 트로피 엔터테인먼트의 주장은 간단히 말하면 ‘2년 반은 너무 길다’였다. 투마이월드 시작 전부터 씨넷에서 제안한 겸업 가능 시기는 5년 활동의 절반인 2년 반이었다. 이 시기 전까지는 소속사 개별적인 겸업은 불가능하단 것을 조건으로 프로그램에 연습생을 출연시킨 거였다.

[트로피 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2년 반이라는 겸업 금지 기간은 씨넷의 일방적인 통보였으며, 지금까지 소속 아티스트로 얻은 수익 역시 불공정한 비율로 정산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서바이벌로 데뷔한 그룹 활동이 우선인 게 너무 당연함에도 하루라도 빨리 선우 형의 인지도를 이용하고 싶은 소속사의 욕심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겸업 기간이 너무 길다는 노골적인 주장에 대부분 팬들은 반대 입장이라는 점이었다.

-겸업 가능하게 하면 그룹 활동 망하는거 한순간인데 벌써 겸업생각을 하낰ㅋㅋㅋ;;

└지난 시즌에 겸업 조건 없어서 단체 활동은 거의 절반도 못했잖아

└ㅅㅂ… 진심 완전체 보는게 하늘의 별따기였음

-트로피는 잘못 생각하고 있는게 지금 선프들은 모두 탈트로피 외치고있는뎈ㅋㅋㅋ

└ㅇㅇ미래도 발전도 없는 ㅈ로피에 있을바엔 계속 크리드하는게 낫지^^

└마음같아서는 겸업 계속 안했으면 좋겠는데

-트로피는 그냥 나가 죽어라ㅠㅠㅠㅠ

-진짜 눈치도 없고 욕심만 많은 최악의 회사 ㅅㅂ

-아니 선우같은애가 어쩌다 저런 ㅈ소를 들어간거야....

특히나 썬샤인 합류설이 돌자 너 나 할 거 없이 반응이 불타올랐다.

-겸업을 한다쳐, 그럼 선우 썬샤인에 집어넣으려고??????

└미친....... 차라리 솔로면 몰라 썬샤인???

└쟤네 썬샤인말고 없어서 그거 맞을 듯ㅎ

-와...... 썬샤인에 넣으려는 거부터 노답소속사 인증이다...

-넥스트레벨로 썬샤인 개망해서 선우로 심폐소생술하려나 보네

-선우와 아이들 될 듯............

-아니......... 진짜 선우야.... 어쩌다 저런 노답회사를......

연습하느라 뒤늦게 기사를 확인한 선우 형도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쩐지, 갑자기 대표랑 식사 자리를 만들어 오더니 썬샤인 합류에 대해 은근슬쩍 말을 꺼내더라고.”

“썬샤인이요?”

“응. 웃기지? 언제는 콘셉에 맞지 않는다고 떨어트리고, 내보내기에는 아까운지 서바이벌로 대충 인지도 높이다가 배우 쪽으로 돌릴 생각이나 하던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선우 형의 눈에는 허탈함이 가득했다. 하긴, 현재 크리드의 인지도로 겸업이 가능했다면 다들 개인 활동보다는 해당 소속사의 그룹 활동이 겸업의 중심이었을 거다. 그나마 소속사가 없는 나나 지운이 형은 개인 활동이 자유롭겠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그룹 인지도를 끌어올리느라 바빴겠지.

이런 대중의 반응을 의식했는지 곧 트로피 엔터테인먼트는 방향을 틀어 내 개인 활동을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트로피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스타 뉴스를 통해 또 다른 억울함을 호소했다. “겸업 금지에 대한 모호함도 가장 의문입니다. 크리드의 한 멤버는 음악 방송 MC도 합니다. 아무리 소속사가 없다지만 이거 역시 명백한 개인 활동 아닌가요? 다른 멤버들은 상품 가치가 떨어져서 본 소속사 그룹 활동이나 개인 활동을 못 하고 인지도도 못 올리고 있겠습니까? 씨넷과 코어의 애매한 겸업 금지 조항 하나 때문에 더 다양한 활동을 참여 못 하는 것도 부당하다는 겁니다.”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의문은 트로피 엔터뿐 아니라 다른 멤버의 소속사도 가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씨넷과 코어 엔터테인먼트의 명확한 답변이 없다면 기존의 계약을 파기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ㅁㅊ대놓고 승빈이 저격하는거임?

└저럴거면 걍 실명까지 찌질하겤ㅋㅋㅋ

-이러면 말이 달라지짘ㅋㅋㅋ솔직히 부당한거아닌가?

└솔직히 문승빈 개인활동만 너무 많긴했음ㅎ

└시크릿싱어에 플온아에 뮤직쇼 MC까지 심하긴 했지ㅋ

-어차피 문승빈은 정산도 다 자기가 받으면서 갠활 너무 많이 하긴했음

-나도 내새끼 개인활동 보고싶음ㅇㅇ

-계약파기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거 다 승빈이가 발로 뛰어서 만든 기회인데 다들 뭔소리임 ㅅㅂ

└다른애들은 발로 뛸 기회도 안주는게 문제 아니냐고;;

└ㅅㅂ소속사 없는것도 서러운데 이게 맞는거냐?

└누가보면 문승빈은 코어 소속 아닌줄 알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트로피 빡대가리인줄 알았는데 머리 좀 썼넼ㅋㅋㅋㅋㅋㅋ

씁쓸했다, 냉정히 말하면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만약 내가 대중의 입장이었다면 충분히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부 사정은 아무것도 모르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래 보일 수 있는 거니까.

‘머리 좀 썼네.’

순식간에 나와 여섯 멤버의 갈등 상황으로 여론이 흘러갔다. 올 팬 성향이 강한 팬덤 내부에서도 슬슬 분열이 일어나는 게 보였다. 추가로 나온 기사를 보던 선우 형이 코웃음을 쳤다.

“참 나… 나 이전에 예능 섭외 온 거 알고 있었지? 코어에서도 오케이 한 거 트로피에서 이미지 소비되는 거 원치 않는다고 반대해서 무산해 놓고 개인 활동 때문에 문제 제기한 걸로 거짓말을 하네?”

여행하며 맛집 탐방을 하는 내용이어서 선우 형이 특히 더 기대했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추후에 썬샤인에 투입할 것을 염두에 뒀는지, 식탐이 강한 이미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는 거다. 요정 같은 느낌의 팀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트로피 측에서 반대했고 결국 출연이 불발됐다는 얘기였다.

‘이미 넥스트 레벨로 이미지 다 버린 거 같은데.’

멍청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맛집 탐방 예능 프로그램만큼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예능이 어디 있겠는가? 또한, 선우 형은 맛집도 많이 알고, 맛있게 먹는 팁도 많이 알고 있다. 한동안 ‘선우 정식’이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걸 트로피만 몰랐나 보다.

이런 모습이 예능에서 공개됐다면 관련 예능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콘택이 들어왔을 텐데 굴러온 복을 스스로 찬 셈이었다.

“이런 걸로 이간질하려는 것도 너무 치졸해.”

“초반에 네가 이곳저곳에서 열심히 하고 눈도장 찍었으니까 우리도 최 피디님한테 잘 보일 수 있는 거고 대중들한테 더 알려질 수 있던 건데…….”

“맞아. 너 잠도 못 자고 연습하던 게 안쓰러울 정도였구만.”

“그때 얘 진짜 분신술 쓰나 했잖아.”

다들 한마디씩 위로의 말을 던지는 와중에 유현이 형이 단호하게 말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너 이런 걸로 미안해하거나, 기죽어 있을 필요 없어.”

“맞아요, 형. 형이 예능이나 MC 한다고 우리 활동에 피해 준 적 있어요? 더 열심히 하면 했지.”

“다들 개인 활동 콘택 들어온 것 있는데, 딱 맞는 프로가 없어서 신중했던 거지.”

순간 울컥했다. 회귀 전에는 무엇보다도 내 개인의 성공과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말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지. 그래서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크리드의 멤버인 것을 항상 잊지 않으려고 했다. 멤버들이 모두 생각이 깊고 착해서도 있겠지만 잠과 체력을 갈아 넣으며 그룹 활동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던 것이 이렇게 보상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

“그나저나 이를 어쩌지. 씨넷이나 코어에서도 빨리 대응해야 할 텐데.”

일단 코어와 씨넷은 트로피 엔터테인먼트와 오해를 풀고 추후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멤버들의 개인 활동에 대한 제약이나 차별은 일절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개인 활동 관련해서는 특히 원소속사와 멤버 모두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기사화했다.

그리고 마침내 씨넷과 코어, 트로피 엔터테인먼트의 삼자대면이 이루어졌다. 아티스트의 의견 존중을 명분으로 선우 형도 참석하게 되었다. 어떤 의견이건 우리는 선우 형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 행여 개인 활동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형을 탓할 마음은 없었다.

“회의가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그러게.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아직도 얘기가 남았나.”

기다리는 시간 동안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내내 긴장 상태였다. 선우 형의 소속사가 가장 먼저 계약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이미 회귀 전에도 발생한 일이었기 때문에,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형에게 급하게 알려 준 정보가 과연 이번 회의에서 빛을 발할지가 궁금할 따름이었다.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더 확실하게 계획을 세웠을 텐데.

“선우 형이 잘 말하고 있을까요?”

“그 형이 가끔 비상하게 머리가 돌아갈 때가 있잖아. 그게 이번이길 바라야지.”

사실 선우 형 자체는 걱정이 없었다. 속을 알 수 없다가도 제 밥그릇은 잘 챙기는 형이니까. 그저 멍청한 트로피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안타까움 정도?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코어와 씨넷을 더 자극한다면 어떤 결과가 돌아올지 뻔했으니까. 다만 그 과정에서 형이나 우리가 불필요한 상처를 받을까 그것만이 유일한 걱정이었다.

얼마나 더 기다렸을까, 단체 메시지 방에 선우 형이 메시지를 남겼다.

[얘들아, 좋은 소식과 더 좋은 소식이 있어.]

[뭐부터 들을래?]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좋은 소식과 더 좋은 소식을 가져온 걸 보면.

“일단 둘 다 나쁜 소식은 아니라는 건데…….”

“아냐, 선우 형 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 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형이잖아.”

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좋은 소식부터 들을게요.]

[겸업 기간에는 변동이 없게 됐어. 2년 반 동안은 크리드 단체 활동에 집중하는 걸로.]

“다행이다!”

“더 좋은 소식은 뭐지?”

[더 좋은 소식은요?]

[내일 기사 하나가 나갈 거야.]

[기사?]

[나 예능 프로그램 무산된 거 있지? 그 얘기 관련해서 기사 뜰 건데, 트로피 엔터테인먼트의 주장이 거짓된 주장이었음을 입증하는 기사일 거야.]

“이게 어떻게 더 좋은 소식이지?”

“지금 자기가 속한 소속사에 직격탄을 날리는 건데……?”

멤버들은 당황했지만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조금 놀랐다는 게 맞았다. 역시 마냥 허술한 형이 아니다. 내가 준 정보를 가지고 생각보다 더 치밀하게 일을 준비하고 있었구나. 이제야 좀 안심이 됐다.

[이제 더 이상 무리수 두는 일 없겠지.]

그걸 마지막으로 선우 형은 더 이상 답이 없었다. 멤버들은 갑자기 답이 없어진 선우 형에 걱정이 오갔다.

“선우 형, 소속사에 밉보이거나 한 건 아니겠죠?”

“걱정 마. 선우 형이 어디 가서 밉보일 사람은 아니잖아.”

“아무리 그래도…….”

어찌 된 일인지 메시지를 받기 전보다 더 초조한 마음으로 선우 형을 기다렸고, 더 설명되지 못한 사정은 선우 형의 입으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나, 사실 지금 소속사를 아예 옮기려고 하고 있어.”

“…네?”

물론 첫마디부터 상상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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