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화
승빈의 말에 크리드 멤버들의 분위기도 한결 활기차게 바뀌었다. 그런 분위기를 이어서 박선우가 자연스럽게 진행으로 넘어갔다.
“이번 앨범이 특별한 이유가 또 있죠?”
“맞아요. 저희가 이번에 처음으로 유닛으로 곡을 작업했잖아요.”
“승빈이랑 지운이 형이 그리고 재봉이, 유현이 형이 보컬곡을 하고 도현이랑 윤빈이랑 제가 힙합곡을 했죠.”
멤버들의 말을 듣고 셋은 곧장 볼륨 제어 어플을 확인했다. 여러 음원 사이트를 한 번에 스트리밍해야 하기 때문에 소리가 겹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볼륨 제어 어플을 사용하는데, 덕분에 아직도 수록곡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보컬곡 제목이 ‘굿바이 마이 유쓰’네. 나 벌써 눈물 날 거 같다면?”
“도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눈물이 날 거 같다는 거예요?”
“청춘아 안녕이라잖아-”
-유닛곡 너무 좋았어!!!
-불러줘어어어어ㅓ
“유닛곡을 우리가 오늘…….”
“승빈아, 도현이 입 좀.”
“아, 도현이 형-!”
강도현의 눈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옆에서 승빈이 부랴부랴 도현의 입을 막았지만, 이미 댓글창은 유닛 무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도배되고 있었다.
-유닛무대 가보자고
-우리도 빨리 콘서트하잨ㅋㅋ큐ㅠㅠㅠ 더 넓은 곳에서 우리애들 노래 듣고싶어
-강도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또스(도현이가 또 스포)
-우도또…
“유닛곡 설명을 짧게 해 볼까요? 먼저 굿바이 마이 유쓰 팀.”
“저랑 지운이 형이 같이 참여한 곡인데요. 저희가 이번에 하이틴 콘셉이잖아요?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곡입니다.”
-뭐야뭐야
-경험담은 아니지 승빈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험담 누구얔ㅋㅋㅋㅋ
-이 노래 첫사랑 생각나고 너무 풋풋하뮤ㅠㅠㅠ
“경험담이냐고요? 아쉽게도 저희가 작사에 참여하지 않아서-”
“저희 데뷔곡부터 참여해 주신 작사가님이 너무 좋은 가사를 선물해 주셔서 저희도 정말 영광이었어요.”
-작사 참여 안했단다 해산
-나 왜 안심하고있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봉과 유현이 참여한 [별자리]는 부드러운 유현의 음색과 상큼한 재봉의 매력이 돋보이는 신스 팝 장르의 곡이었다. 힙합 팀의 [High]는 윤빈이 작곡 및 프로듀싱을 하고, 박선우와 강도현이 작사한 곡으로 묵직한 비트와 트렌디한 멜로디가 특징인 곡이었다.
“맞다. 이건 비하인드인데, 굿바이 마이 유쓰가 승빈이 형 첫 자작곡이라면서요?”
“네… 쑥스럽지만 처음으로 작곡한 곡입니다. 제가 이전에 작사에는 참여해 봤어도 곡 자체를 만든 건 처음이어서, 처음 채택됐다는 말 듣고 엄청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도 진짜 놀랐어!”
“제가 작년부터 윤빈 형한테 기타를 배우고 있었거든요. 코드 다 배우고 이리저리 만져 보다가 형이 같이 완성해 보자고 제안했어요.”
“저는 전체적인 틀만 도와줬고, 세부적인 멜로디나 코드 진행은 거의 승빈이가 한 거죠.”
-ㅁㅊ
-삔이들 재능 도랐?
-둘이 음악 취향 비슷한거 알고는 있었지만 같이 작업까지 할줄은 몰랐넼ㅋㅋ
-삔이랑 지운이 조합이라는거잖아;;
-아니 작년에 기타배운 애가 올해 작곡하는게 말이 되냐고;;
└천재 강아지가 분명함
“말 나온 김에 한 소절 불러 봐-”
“‘풀버전 들려줘 애들아’라고 하셨는데 풀 버전은 곧 보실 수…….”
“도현이가 이제 아예 놨구나…….”
-컴백주에 하는구나 오케잌ㅋㅋㅋ
-도현이 폭주하넼ㅋㅋㅋㅋㅋ
“컴백 주 공방은 무조건 가야 해.”
문스트럭의 눈이 비장함으로 반짝였다. 벌써 공방 대리 신청을 알아보는 문스트럭이다.
“노래 속 청춘은 클로버라고 생각하면서 불렀어요. 그래서 가사도 보면 꼭 누군가를 특정하기보다는 정말 청춘의 한 페이지를 채워 준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맞아. 단순히 사랑 노래가 아니라 청춘에 대한 노래여서 더 좋았어.”
어느덧 에이앱을 시작한 지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크리드 멤버들도 훌쩍 지나 버린 시간에 아쉬워하면서 이번 활동도 많은 관심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방송이 종료됐다.
* * *
“첫 방송 때 만나요. 클로버, 안녕-!”
“안녕~”
에이앱이 끝나고, 멤버들은 다시 핸드폰으로 모였다. 진입 순위가 나오고 3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박이다…….”
“나 지금 꿈꾸고 있는 거 같아.”
“볼이라도 꼬집어 줄까?”
“됐어, 지난번에 너한테 꼬집혔다가 볼 터지는 줄 알았음.”
“승빈이 손힘이 세긴 하지?”
“말도 마요, 지운이 형. 쟤 손이 얼마나 매운데요!”
“지운이 형은 나한테 볼 잡히거나 맞을 일도 없는데 어떻게 알겠냐?”
“와…….”
강도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운이 형은 푸스스 웃었다.
“지난번에 병실에서 안겼을 때 숨 막혔던 거 생각하면 손힘도 대충 예상은 가네.”
“앞으로 까불지 마라, 도현아-”
“네네, 승빈 형님-”
회사 스태프분들도 한마음으로 음원 성적을 축하해 주셨다. 오해나 디렉터님에게서도 메시지가 와 있었다.
[이번에도 맞았네. 축하해요.]
[디렉터님 덕분입니다! 감사해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ㅎㅎ]
특히 매니저 형은 음원 1위를 확인하고 울기라도 했는지 눈가와 코끝이 붉어져 있었다.
“너희 라이브 중인데 난입할 뻔했잖아-”
“왜 형이 울어요~”
매니저 형은 한 명 한 명 안아 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내가 말했지? 너희는 충분히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정말 축하해!”
“고마워요, 형.”
회귀하고 놓친 인연도 있지만, 새롭게 얻은 좋은 인연이 더 많다. 단순히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라 정말 자신이 담당하는 연예인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매니저를 만나는 것도 엄청난 행운이라는 걸 이제는 아니까.
그리고 이날의 행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팬 미팅 해요?”
그저 환상여행 프로그램을 위해 철저하게 이용됐다 생각한 팬 미팅 확정 소식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두 달 뒤 진행되는데, 우리가 쇼케이스 했던 공연장보다 수용 인원이 2배가 되는 곳이었다. 멤버들 모두 연습생 때부터 꿈꿔 온 공연장에서 공연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희 벌써 거기서 공연이 가능해요?”
“미쳤다…….”
“벌써 설레요!”
나 역시 심장이 쿵쿵 날뛰고 있었다. 투샤인 시절 이 공연장에 공연하는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간 적이 있었다. 관객석에 있었음에도 무대의 에너지가 전부 전달되었고, 그 넓은 공간을 채우는 팬들의 함성 소리가 짜릿했었다. 기껏해야 버스킹, 이름도 모르는 지방 행사 무대가 전부였던 나에게는 끝도 없어 보이는 밤하늘과 같은 공간이었다. 관객석에서 콘서트 내내 생각했다. 저 무대 위에서 팬들을 바라보는 기분은 어떨까? 얼마나 행복할까?
“활동 준비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팬 미팅 준비해야 할 거야.”
“네!”
후회 없이 팬들에게 최상의 만족을 주는 팬 미팅을 꾸미리라- 다들 각오하는 듯했다.
* * *
[공지: 크리드 Ideal 뮤직 쇼 방청 당첨자 확인]
“으아… 너무 떨려”
“너, 대리 구했다고 했나?”
“아니… 그냥 내 손으로 했지, 뭐…….”
문스트럭은 이번 뮤직 쇼 첫 공방에 사활을 걸었다. 승빈의 유닛 무대 때문이었다.
“삼 초 세고 한 번에 확인해 보자.”
“하나, 둘, 셋!”
문스트럭과 K, 정연은 동시에 당첨 여부를 확인했다. 한 명은 절망했고, 둘은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난… 00초 아티스트야.”
“헐, 00초도 당첨이 안 돼?”
“그러게… 승빈이 좀 보겠다는데 세상이 안 도와주네…….”
정연은 망연자실하여 소파 위로 널브러졌고, 문스트럭과 K는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다가 멈췄다. 짹짹이에 들어가 보니 이미 많은 사람이 정연과 같은 상황이었다.
-하…
-크리드 왜 이렇게 큰거임
-저는 광탈이 아니라 00초 신청 아티스트예요
-아싸!!!!!
└차지운 딱 기다려
-00초도 안되면 누가 가는거임??
“내 몫까지 잘 보고 와…….”
그렇게 다 죽어 가던 정연의 얼굴과 목소리를 떠올리니, 오늘 더 열정적으로 응원하고 즐겨야겠다고 생각하는 문스트럭과 K였다.
입장하고 잠시 후 크리드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너드 콘셉은 사전 녹화를 미리 마쳤고, 프롬 킹 버전 사전 녹화부터 시작했다. 일곱 멤버 모두 피지컬이 좋아서 걸어오는 것만으로도 방송국 바닥을 런웨이로 바꿔 버렸다.
“X친, X친 포마드 머리했어…….”
“지운이 베이비 펌 X나 귀여워 미쳤나 봐-”
깔끔하게 넘긴 포마드 머리에 문스트럭은 하마터면 개인 멘트 금지라는 공방 규칙 따위는 잊고 승빈의 이름을 크게 외칠 뻔했다. 나비넥타이를 맨 승빈이 팬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스몰 토크를 이어 갔다.
“밥 먹고 왔어요?”
“아니-”
“배고프겠다!”
승빈이 장난스럽게 심통 난 듯이 입 꾹꾹이를 하며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그 모습에 클로버들의 앓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럴 줄 알고 오늘도 맛있는 거 준비했죠~”
“와아아아!”
“아침부터 피곤할 텐데 와 줘서 고마워요!”
“저희가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힘 나게 해 줄게요!”
재봉이 잔망스럽게 보디빌더 자세를 하자, 뒤에 있던 박선우가 장난스럽게 팔에 매달렸다.
“재봉이, 요즘 운동 열심히 하더니 키도 엄청 컸죠?”
“무거우니까 내려오시죠?”
얼굴이 토마토가 된 재봉에 팬들과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도 웃음이 터졌다.
“네네~ 알통이 멋있는 크리드,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난 저 피디님 멘트가 너무 웃겨.”
“그니까. 지난번에도 엄청 웃었잖아.”
녹화가 시작되고, 방금 전까지 팬들을 향해 눈을 접어 가며 웃던 승빈이 카메라 큐 사인이 들어가자마자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변했다.
‘갭 차이 미쳤다, 진짜…….’
[도무지 알 수 없어
네 머릿속 Ideal
오늘도 탐색해 A to Z
닿고 싶어 너의 Ideal]
칼 박자에 군무를 맞추면서도 숨소리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라이브였다. AR을 뚫고 나오는 생라이브가 역시 크리드다웠다. 너드 콘셉과는 달리 능숙하게 카메라를 바라보고, 여유롭게 미소를 짓기까지 하는데, 다시 한번 승빈은 연기를 해야 하는 인재라고 생각했다.
문스트럭과 K는 목이 터져라 응원법을 외쳤다. 아직 음원이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응원법이 잘 맞을까 걱정했지만 완벽한 응원법이었다. 첫 번째 녹화가 끝나고 멤버들도 감탄했다.
“뭐야, 응원법 왜 이렇게 잘해요?”
“나 랩 파트 응원법 딱 맞을 때 소름 돋았잖아!”
“클로버, 완전 명창이던데요?”
문스트럭은 조용히 생각했다.
‘너희는 처음이겠지만 여기 대부분은 1n번 째 응원법일 테니…….’
하지만 이번 노래는 그동안 수많은 아이돌을 좋아하고 응원법을 외친 둘에게도 난이도 있는 응원법이었다. 도현과 선우의 랩 부분은 박자를 잘 들어가야 소리가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남은 녹화도 지금처럼만 응원해 주면 최고로 좋을 거 같아요!”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요! 우리 이제 매일 봐야 하잖아요-”
“자~ 매일 봐도 또 보고 싶은 크리드, 2번째 녹화 시작하겠습니다~”
멘트를 했던 강도현이 놀란 듯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다른 멤버들은 그런 도현을 따라 하며 놀렸다. 그렇게 4번의 촬영 후 승빈과 지운의 유닛 무대 사전 녹화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