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화
대망의 뮤직비디오와 음원 공개 날, 문스트럭은 레빗드림과 그녀로부터 소개받은 윤빈 팬과 함께 집에 모였다. 이 셋이 한 집에 모인 것은 레빗드림의 힘이 컸다. 이번 활동은 역대급 콘셉이기 때문에 작은 노트북 화면으로 보는 것은 클로버 덕질 인생의 오점으로 남을 거라고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이다.
“언니, 저 너무 떨려요.”
“나도. 5분 남았는데 왜 이렇게 떨리지? 이거 보이지, 손 떨리는 거.”
“다들 왜 이렇게 아마추어처럼 굴어요? 전 하나도 안 떨려요-”
그렇게 말하는 윤프는 손을 들어 사시나무 떨듯 떠는 물컵을 보여 줬다.
“떴다!”
“일단 뮤직비디오 재생하고 얼른 음원 가이드 확인하러 가야겠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세 명의 클로버는 일사불란하게 자신들의 일을 척척 해냈다. 음원 서포트 계정에서 음원 스트리밍 권장 리스트를 확인하고는 누구보다 빠르게 결제와 다운로드를 완료했다.
“언니, 이번에 헬퍼 지원했어요?”
“아니. 시간이 영 안 될 거 같아서… 넌?”
“저는 아니고 이 친구는 해요.”
레빗드림의 친구를 보니 정말로 팬들이 보내 준 음원 아이디로 열심히 스트리밍을 돌리고 있었다.
“와, 저기에 내가 아이디 한 30개는 보낸 거 같은데.”
“제가 문스트럭 언니 아이디로 돌리고 있을 수도 있겠네요-”
“일단 스트리밍만 돌리고 뮤비부터 보자.”
셋은 그제야 뮤직비디오를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의 시작은 한 아지트와 같은 공간에 크리드 멤버들이 열심히 무언가 연구하는 모습이었다. 각자 레디 뮤직비디오에서 보여 줬던 능력을 보여 주는데, 아직 미숙했다. 경쾌한 기타 리프가 돋보이면서, 중독성 강한 멜로디에 벌써부터 노래가 귀에 익기 시작했다.
“너드 콘셉 너무 좋아요!”
“진짜. 저런 너드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볼 줄 알았지.”
“승빈이 안경… 후드…….”
골똘히 책을 넘기던 승빈이 안경 코를 들어 올리며 첫 파트를 시작했다. 뿔테 안경에 부스스한 흑발 머리, 회색 후드 집업까지. 완벽하게 잘생긴 환상 속 너드의 모습이었다. 문스트럭은 탄식과도 같은 숨을 내쉬었다.
[도무지 알 수 없어
네 머릿속 Ideal
오늘도 탐색해 A to Z
닿고 싶어 너의 Ideal]
멤버들 모두 자신이 지쳐 있을 때 누군가 내민 손을 떠올리며 볼을 붉히는 장면이 나왔고, 댓글창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ㅁㅊ!!!!!!!!!!!!!!!!!!!!!!!!!!!
-충격 인간 복숭아 실존
-으아아ㅣㅏ아아아아아ㅓㅏㅣㅏ
-자낮너드가 공식이라니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도리도리하는 승빈에 문스트럭은 비명을 멈출 수 없었다.
“X발… 승빈이 얼굴 미쳤다.”
“승빈이 갈수록 잘생겨지지 않아요?”
“사람들도 다 그 얘기 하더라, 댓글만 봐도.”
-도랐;;
-텍마머니!!!!!!!!!!!
-문승빈을 고소합니다…
-너드 승빈이 이거 된다
-목소리 미쳤네;;
└표정연기 귀여웤ㅋㅋ큐ㅠㅠㅠㅠㅠㅠ
-내 머릿속 이상형은 너다 승빈아
문스트럭은 홀린 듯이 방금 장면을 두어 번 리플레이했다가 둘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재생 바에서 손을 뗐다.
“언니, 지금 10분인데 아직도 승빈이 첫 파트에서 넘어가질 못했어요-”
“미안, 미안. 나중에 재봉이랑 윤빈이 파트에서 멈춰도 뭐라고 안 할게.”
바가지 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재봉과 후드 티를 입은 윤빈의 페어 파트에 둘은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뭐야? 저 말랑콩떡 같은 토끼는?”
“둘이 키 차이 미쳤네.”
[내 목표는 단 하나
네 Dream이 나로 인해
현실이 되길]
[매일 상상해
One Two 박자에 맞춰
우리가 함께 걷는 순간]
-같은 너드컨셉인데 애들끼리 디테일 다른거 너무 좋다
-제일 키 차이 큰애들 둘이 붙어있으니까 귀엽넼ㅋㅋㅋㅋ
-윤빈이 대형견같앜ㅋㅋ큐ㅠㅠㅠㅠ
-재봉이 뽀짝한거 봐ㅠㅠ
능력을 연습하면서 넘어지고 지쳐 하는 모습에 셋은 과몰입을 하며 안타까워했다.
“근데 와중에 애들 너무 귀여워요!”
“승빈이 지금 볼에 바람 넣은 거야? 잠깐만, 나 이 장면 두 번만 다시…….”
“이건 인정, 봐드릴게요.”
후렴구는 대중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코드 진행이지만, 중간중간 예측하지 못한 멜로디가 들어가면서 마냥 대중성만을 노린 노래는 아니었다.
[이제는 준비됐어 나만의 Ideal
보게 될 거야 완전히 달라진 나
우린 딱 맞는 퍼즐처럼
I’m your One&Only Ideal]
2절부터는 완벽한 프롬 킹이 되기 위한 크리드 멤버들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제일 먼저 안경을 벗고, 머리 스타일부터 옷 스타일까지 완벽하게 변신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능숙해진 능력으로 점점 학교에서 평판이 달라지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능력을 통해 이상형의 환심을 사려는 크리드의 에피소드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윤빈이 지난번에는 강아지랑 소통 오류 왔었는데, 이제는 찐친 됐네-”
“유현이는 10분이나 시간을 멈출 수 있게 된 거야?”
레디 뮤직비디오와 깨알같이 다른 포인트들을 찾는 것도 뮤직비디오의 묘미 중 하나였다.
-애들 성장했구낰ㅋㅋㅋㅋㅋ
-승빈이도 프롬킹이 되는 미래를 봤네 벌써
-멤버들의 이상향을 찾은거네
[함께하는 매 순간이
나에겐 Miracle
너와 함께라면 365
24/7 Birthday]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나의 Ideal
기대해도 좋아]
묵직한 박선우의 목소리와 라이트하게 치고 들어오는 강도현의 래핑 역시 노래의 맛을 살려 줬다.
그리고 대망의 프롬 파티 장면. 티저 때 이미 본 스타일링이지만 몇 번을 봐도 새롭게 멋있었다. 너드 콘셉과 교차 편집되는 장면에서는 이전의 뮤직비디오 내용이 떠오르면서 더 극적인 연출을 만들어 냈다.
[난 준비됐어 너만의 Ideal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나와 만들어 갈 Story
이젠 내가 네게 손 내밀게
Can I be your Ideal?]
-아 우리 승빈이가 이상형 되어달라는데 당연히 해주지!
-아들이 남자로 보입니다
└전 반려견이 남자로 보입니다
-문사연애 붐은 온다
킬링 파트를 맡은 승빈의 목소리는 솜사탕처럼 달콤한 음색이었다. 가사에 맞춰 조명이 멤버만을 비추고, 손을 내밀었다. 셋은 홀린 듯 닿을 리 없는 손을 뻗었다. 내민 손을 마침내 잡고, 폭죽 소리와 함께 클라이맥스에 도달했다. 폭죽과 함께 꽃가루가 터지고, 현장의 모두가 자유롭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제는 알 거 같아
너의 Ideal = 나의 Ideal
우린 서로의 이상형
I’m your One&Only Ideal]
You are my One&Only Ideal]
신사 인사와 함께 춤이 끝나고, 하늘 위로 쏘아 올린 폭죽은 ‘Ideal’ 모양으로 남으면서 뮤직비디오가 끝이 났다. 셋은 동시에 박수를 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와… 와 씨, X친…….”
문스트럭과 윤프가 서로의 어깨를 아프지 않게 치며 감탄할 동안 레빗드림은 현실적인 계산을 먼저 하고 있었다.
“포카 시세 오르기 전에 미리 매입해야겠다.”
“와중에 그거부터 생각하는 거 진짜 너답다-”
“당연하죠! 저 재봉이 레디 헤어밴드 재봉 포카 존버하고 시세 떨어지면 사려다가 시기 놓쳐 가지고 손가락만 빨고 있잖아요.”
포카 판매는 주식과도 같았다. 해당 멤버의 인기 흐름을 잘 알고 있어야 했다. 값쌀 때 매입해서 가장 시세가 높을 때 팔아 버리거나, 존버를 해서 최상의 상태에서 팔아 버리는 사람이 승리한다. 기회만 노리다가 병크라도 터져서 시세가 휴짓값이 된다면 그거만큼 손해인 일도 없을 거였다.
아직 뮤직비디오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 알림이 떴다.
[크리드와 함께 들어요!]
“맞다. 컴백 기념으로 음감회 겸 에이앱 한다고 했잖아요.”
“애들 얼굴 때문에 완전 까먹고 있었어.”
-컴백 축하해!!
-노래 너무 좋아 애들아ㅠㅠㅠㅠㅠㅠ
-1위 가보자고
“클로버! Ideal 잘 들었나요?”
“오늘 여러분과 함께 노래 얘기도 하고, 여러 비하인드도 공개하려고 합니다!”
“저희 오늘은 너드 크리드인데 어때요?”
-너무 예ㅃㅓ!!!!!!!
-귀여워ㅠㅠㅠㅠㅠ
-노래 너무 좋아ㅠㅠ
-열심히 스밍할게ㅠㅠㅠㅠㅠ
“근데… 음원 순위는 걱정 안 하는데 혹시나 성적 별로면 어쩌지?”
“저도 그게 조금 걸리긴 해요.”
“음원 진입 순위 떴대요… X친?”
“뭐야? 왜?”
“이, 이거 꿈 아니죠?”
“뭔데 그래? 10위권 진입이라도 했어?”
윤프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핸드폰을 내밀었고, 동시에 에이앱에서도 탄성이 터졌다. 유현이 1위 소식을 전하자, 멤버들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여러분! 지금 실시간으로 전해 들었는데요, 저희가! 음원 사이트 1위를 했다고 합니다!”
“네? 진짜요?”
“1위로 진입했다고?”
-미쳤다
-헐!!!!!!
-애들아 축하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이제 대중픽도 된거임?
-ㅁㅊㅁㅊㅁㅊㅁㅊ
“진입 1위 미쳤다…….”
진입부터 1위 하는 것은 단순히 팬덤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아이돌 팬들이 공격적으로 화력을 집중한다고 해도 일반 대중의 수가 더 많고, 이미 순위권에 있는 곡들의 이용자 수를 따라잡는 것이 배로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지도 높은 가수들이 대거 포진한 달이었기 때문에 10-20위권으로 진입하는 것도 선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한참 더 좋은 결과에 크리드 멤버들도 어안이 벙벙한 듯 한동안 멍한 상태였다.
“깜짝 카메라 아니고 진짜?”
“핸, 핸드폰 줘 봐요!”
유현과 거의 동급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승빈마저도 잔뜩 놀란 토끼눈이었다. 곧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승빈아ㅠㅜㅠㅠㅠㅠ
-울어?
“안 웁니다!”
-뭐얔ㅋㅋㅋㅋㅋㅋㅋ
-왜케 씩씩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는줄 알았넼ㅋㅋㅋ큐ㅠㅠㅠㅠ
“흐어응어엉…….”
“승빈이도 안 우는데, 언니가 왜 이렇게 울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승빈의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던 승빈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실 저희 이번 타이틀곡이 제이드 쇼에서 선공개했잖아요. 그때도 사실 확신하면서도 불안했거든요. 어쨌든 굉장히 파격적인 제안을 했던 거고, 만약에 기대만큼의 반응이 오지 않는다면 우리 멤버들 그리고 저를 믿어 준 회사분들에게 너무 죄송할 거 같았거든요……. 또 클로버에게 더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이렇게 과분한 사랑 주셔서 너무너무 안심이고, 감사합니다!”
문스트럭이 눈물을 보인 이유였다. 분명 이번 컴백에도 승빈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을 것이라 예상했다. 게다가 제이드 쇼로 갑자기 국내외 인지도가 급상승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앨범의 성적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런 중요한 앨범을 주도했다는 것이 기특하고 자랑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부담감이 엄청났을 것이다. 그런 점을 걱정했다가 음원 성적으로 보상 받았다는 생각에 복합적인 감정이 터진 것이었다.
“앞으로도 저와 팀에 대한 믿음 잃지 말고 좋은 음악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클로버 그리고 저희 노래 사랑해 주는 모든 분들!”
아직 열아홉밖에 안 됐는데 이미 훌쩍 커 버린 최애에 별안간 또 벅차오르는 문스트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