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화
불시에 찾아온 타임 테이블에 새벽 짹짹이 탐라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키치한 이미지들과 색감들의 디자인에 여러 가지 궁예와 희망사항에 대한 얘기로 가득했다.
[당장 오늘부터 컨셉포토 뜬다는거잖아?]
-ㅈㄴ기대됨 타임테이블 디자인 너무 예뻐;;
└약간 하이틴 느낌일거같지않음?
└ㅁㅊㅁㅊㅁㅊㅁㅊㅁㅊ
└성지 되길;;
[타이틀 곡 이름이 Ideal이네;;]
-설마 이게 제이드쇼에서 공개한 곡일려나?
└작곡진에 스노우튠있다
└끝났넼ㅋㅋㅋㅋㅋㅋ기대된다ㅠㅠ 못해도 중박임ㅇㅇ
-수록곡 작곡진 라인업도 미쳤네
└와중에 애들 전부 작곡 참여한거 대단해
다른 커뮤니티 및 SNS에서도 크리드 컴백에 대한 여러 반응이 오가고 있었다.
[크리드 이번 컨셉 궁예하는 달글]
-한살이라도 더 어릴 때 귀여운거 하자
-젊을 때 빡센거 해야지;;
-실험적인거 보고싶음ㅋㅋㅋㅋㅋ
└꼭 팬 아닌애들이 실험 타령하더라
-하이틴 보고싶음
└ㅇㅇ프롬킹같은거
└이거다
-Ideal이 제목인데 Ideal type으로 이상형 이런거면 좋겠다
└뭐야 계자임?
└제발
그리고 그날 정오, 콘셉 포토가 공개되고 클로버 판에 축제가 열렸다. 첫 타자는 승빈과 지운이었다.
[CR:ID Third mini album
‘Ideal’ concept photo : 문승빈]
사진을 확인한 문스트럭은 곧장 정연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메신저 방에 들어갔는데, 정연이 한발 빨랐다.
[돌았나]
[역대급이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드인 내가 이번생에 프롬킹?]
공개된 사진은 각자 2장이었다. 아이디 버전은 하이틴 영화 속 ‘너드’의 모습이었고, 이드 버전은 말 그대로 ‘프롬 킹’ 콘셉이었다. ‘너드’ 콘셉은 조금은 어수룩한 머리와 단정한 교복에 뿔테 안경 스타일링이었다. 승빈이 안경을 쓴 모습은 처음이어서 문스트럭의 심장 박동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아이디 콘셉과 정반대인 이드 콘셉은 깔끔하게 쓸어 올린 포마드 머리와 몸 선에 따라 떨어지는 핏의 턱시도 슈트, 여유롭게 웃으며 샴페인 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묘하게 수줍어하는 아이디 사진과 달리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것까지 미친 디테일이었다. 분명 같은 사람인데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사진을 보는 기분이었다. 차지운 역시 동그란 안경에 후드 집업에 교복을 매치하고, 수줍게 웃는 아이디 버전과 조금은 날티 나는 셔츠 스타일링의 이드 버전의 사진이 공개됐다.
팬들 사이에서는 벌써 아이디 버전과 이드 버전을 두고 취향이 갈리고 있었다.
[아이디 문승빈보다는 이드 문승빈이지;;]
-너드최고
-프롬킹 포마드 도랐네;;
└승빈이 다 컸네ㅠㅠㅠㅠㅠ
-아이디/이드 버전으로 나뉘는거 너무 천재적임;;
-내가 원하는 너드가 이거였잖아!!!!!!!
-안경 ㅈㄴ좋아
2명/ 2명/ 3명 순서로 콘셉 포토가 공개되고, 첫 번째 티저가 공개됐다. 사람들로 가득한 프롬 파티장에 동그란 조명만이 크리드 멤버를 비추고 있었고, 너드 콘셉과 프롬 킹 콘셉이 교차 편집되면서 뒤돌아 있던 멤버들이 고개를 돌려 손을 내미는 장면이었다. 마치 프롬 파티에서 함께 춤을 추자고 하는 듯했다.
[난 준비됐어 너만의 Ideal]
짧은 한 소절이었지만 문스트럭은 촉이 왔다. 이번에 대중성도 완전히 잡겠구나. 15초가 채 안 되는 Inst 버전에서도 벌써 멜로디를 흥얼거릴 만큼 중독성 있고, 뇌리에 남았다. 전체적으로 청량한 느낌이지만, 무언가 벅차오르는 느낌이 있었다. 게다가 제이드 쇼에서 선공개했던, 베일에 싸인 곡이 타이틀곡이었음이 확정되자 더욱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
[제이드쇼에서 타이틀을 공개한거야? 미쳤다 진짴ㅋㅋㅋㅋㅋㅋ]
-우리 애들 깡 미치지 않았냐;;
-하긴 코어가 모셔야 할 애들이니까
-승빈이는 언제나 옳아
이미 검색어와 짹짹이 실시간 트렌드에는 크리드의 티저와 반응으로 도배가 되고 있었다.
[이건 되는 주식이다]
-미쳤나봐 애들 얼굴 무슨일임
-크리드 더 유명해지면 안되는데ㅠㅠㅠㅠㅠㅠㅠ
-안그래도 팬싸컷 ㅈㄴ높은데 애들 보려면 집 팔아야할 듯
-너드의 이중생활같아서 이마 치고 감탄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좋아서 눈물이 다나네
-애들 표정연기봐……
사진과 짤들을 저장하느라 새벽까지 잠들지 못한 문스트럭의 월요병은 아이러니하게도 출근길에 치유되었다.
“이게 뭐야?”
출근 시간에 맞춰 지하철 전광판 광고 프로모션이 시작된 것이다. ‘너드’ 콘셉의 무빙 포스터였는데, 멤버들을 보자마자 다 죽어 가던 눈이 생태가 되었다. 지나가던 일반인들도 꽤 긴 시간 이어지는 무빙 포스터가 신기했는지 기웃거리는 이들도 있었다. 간간이 잘생겼다는 말과 토스맨 그 그룹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재빨리 사진을 찍었다.
짹짹이에 들어가 보니 이미 여러 곳에서 인증 샷이 올라오고 있었다. 대부분 흔들린 사진에 전광판만 찍은 사진이었지만 몇몇 옆에서 인증 샷을 찍은 사람도 있었다.
“저 자신감 배우고 싶다.”
출근 요정이라고 생각한 크리드는 퇴근 요정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겨우 야근을 피한 문스트럭이 지친 다리를 이끌고 향한 전광판 앞에는 ‘프롬 킹’ 버전의 무빙 포스터가 송출되고 있었다. 넋을 놓고 감상하던 문스트럭은 절로 혼잣말이 나왔다.
“진짜 너희가 내 비타민이고 자양 강장제고 오메가쓰리다…….”
퇴근길에는 인증 샷을 찍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문스트럭은 이번에도 조심스럽게 인증 샷을 남겼다.
‘낮에는 너드고 저녁에는 프롬 킹 콘셉이구나… 코어 홍보 팀 방향으로 절해야지.’
만족스럽게 감상을 마친 문스트럭은 집에 도착해서 확인한 짹짹이 글에 탄식했다.
“미친, 이거 보려면 대체 언제 퇴근해야 해?”
[프로모로 겟레디위드미를 해버리넼ㅋㅋㅋㅋ]
낮에는 너드컨셉이고 저녁에는 프롬킹 컨셉이었잖아? 근데 저녁 시간대로 넘어가기 전에 5분 동안 너드 컨셉에서 프롬킹 되는 과정을 보여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드 컨셉 끝나서 이제 뭐 나오려나 보고 있었거든ㅇㅇ 애들 메이크업 과정이랑 의상 체인지랑 하다못해 안경 벗고 렌즈 끼는 장면도 나옴;;
-코어 이 배운변태들아
-내일부터 존버한다
-딱 바뀌고나서 도착했네ㅠㅠㅠㅠ 내일은 더 일찍 나와야지
그리고 프로모션이 더더욱 입소문이 나게 되는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짹짹이에서 한 일반인의 사연이 화제가 되었다. 한 대학생이 등굣길에 찍은 승빈의 전광판 사진과 함께 애타게 그의 이름을 찾고 있는 글이었다.
[이분 이름이 므예요? 저 진짜 급하거든요 이분 용안 보느라 지하철 놓쳐서 지긱ㄹ허ᅟᅵᆨ화ㄱ정인데 저 오늘 이분 이름 못알고가면 평생 후회할 거 같거든요? 제 천년의 완식인데 제발 좀ㅠㅠㅠㅠ]
-OO님 오늘 중요한 수업이라고 하지않았어요?
└몰라요 저 지금 삘이 찌르르왔어요 이런 사랑 다시는 못 만날거같은데
└저 이분 사진 보느라 지하철 놓쳤다고 하면 F받겠죠?
잔뜩 흔들려서 다급함이 보이는 사진과 오타 가득한 글에 모두 한걸음에 달려와 승빈을 영업했다. 무엇보다 비주얼 때문에 수업에 지각하게 생겼다는 평범하지 않은 사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감사합니다……문승빈씨? 당신의 얼굴은 인간 남자에겐 절대 뛰지 않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 유일한 쓰리디입니다 평생 모시고 살게요 저 오늘부터 클로버? 그거 할게요]
-문승빈이 누구길랰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잘생김?
└일단 함 잡숴봐 후회없다
-정유현 박선우면 몰라도 문승빈이?ㅋ
└요즘 문승빈 폼 미쳤는데 뭘 모르네ㅋㅋ
[다들 저의 지각을 걱정해주셨는데 저 지각처리는 안되고 대신 과제가 생겼어요^^;; 교수님이 크리드의 토스맨 사례로 보는 SNS와 대중문화의 상관성으로 레포트 10장 이상 써오면 출석 인정해주신대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작티 너무 나는데?
-이게 찐이면 이분 인생 너무 드라마 아님?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까지 관심이 고픈가;;
평범한 교수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에 문스트럭도 약간 의심이 생겼다. 만약에 주작이라면 괜히 승빈의 바이럴을 위해 주작했다는 말이 나오면서, 승빈의 이미지에도 불이익이 생길 것이다.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보던 클로버들도 경계의 반응이 나오던 무렵, 해명 글이 올라왔다.
[주작이라고 하시는 분들 있어서 글 다시 씁니다ㅠㅠㅠㅠ제가 듣는 수업이 대중문화에 대해 배우는 수업이었고 마침 지난 시간 강의 주제가 크리드가 토스맨 콘텐츠로 해외 인기가 급상승한 현상을 두고 SNS가 대중매체에 주는 파급력을 다룬 수업이었습니다. 저는 내내 자느라 몰랐지만요^^;; 수업에 집중했으면 승빈이를 하루라도 더 빨리 만났을텐데…… 아무튼 교수님과 나눈 메시지 공개합니다. 워낙 학생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교수님이시고 수업과 관련된 과제 낼 수 있다고 오히려 신나하셨으니까 비난이나 조롱은 그만해주세요ㅠㅠㅠ]
(메시지 사진)
-이게 되네
-교수님 스껄하시네;;
-이분은 클로버 할 운명이었넼ㅋㅋㅋㅋ
-교수님도 용서해주는 얼굴 크리드의 메인보컬 문승빈♡ (사진)
-근데 무서운건 크리드에는 문승빈만큼이나 잘생긴 애들로만 이뤄져있다는거임;;;
└전원비주얼 그룹 흔하지 않습니다 모두 클로버 하세요
해당 글은 일반인들과 머글들이 자주 사용하는 SNS에도 빠른 속도로 퍼졌다.
[이 정도 얼굴이면 지각도 ㅇㅈ이지……]
-출근길에 본 아이돌이다! 너네도 봤지? @djakljasllk @sklra_sdkala
└난 두 번째 분이 좋더라ㅎ
└난 네번쨐ㅋㅋㅋㅋㅋ
-나도 전광판에서 얼굴 보다가 회사 지각할뻔했음ㅋㅋㅋㅋㅋㅋ
└우리 집 앞 역에는 왜 없지ㅡㅡ
문스트럭은 크리드 덕질을 시작하면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기회를 잡을 만큼 준비된 실력과 비주얼이기에 가능한 일이라지만, 이렇게까지 행운이 따를 줄이야. 그녀의 길고 긴 덕질 인생에서 이런 아이돌은 또 처음이었다.
그날 밤, 두 번째 티저 영상이 공개되면서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 갔다. 이번 영상의 콘셉은 레디 뮤직비디오에서 공개된 멤버들 고유의 능력이 다시 등장했다. 레디 뮤비에서와 같이 아직 컨트롤에 미숙한 모습에서 점점 능숙하게 능력을 다루는 멤버들의 모습이 담겼다. 이번에는 너드 콘셉으로 시작해서 능력을 완성한 멤버들이 프롬 킹 콘셉과 교차 편집되면서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응시하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이제는 준비됐어 나만의 Ideal]
단순히 대중적인 하이틴 콘셉이라고 생각했지만, 멤버들의 성장과도 연관이 있는 앨범이었다.
[Ideal이 크리드 자신과 팬들인 클로버 모두에게 이상적인 상태가 되겠다는 거네]
-단순한 하이틴 컨셉이 아니었네
└크리드 컨셉은 늘 1차원적이지 않아서 좋음
-레디때 능력 나오는데 소름돋았음ㄷㄷ
-나만의, 너만의 이상향;;
-하이틴으로 한 이유가 있었네 하이틴 프롬킹은 만인의 이상형이잖아. 레디때는 미숙한 능력이었지만, 이상적인 상태가 되면서 팬들의 이상형이 되겠다는 거였네
└성장서사 도랐
└성장 4부작이 벌써부터 기대됨
-뮤비 언제 나오냐 못기다리겠음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
“승빈이 내가 키웠나… 왜 이렇게 자랑스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