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244화 (244/346)

244화

씨넷 @CNET_official 30초 전

[크둥이들의 첫 번째 단독 해외 리얼리티! 미국에서 벌어진 환상 같은 순간들♡

오늘 저녁 7시 최초 공개! (링크) ]

“엥, 1편이 벌써 올라오네?”

미국에서 돌아온 지 일주일이 채 안 된 시점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3집 활동이 시작하고 나서 방영을 시작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실시간 편집에 가까운 속도로 공개하는 걸 보면 씨넷도 어지간히 이 기회를 통해 빨아먹을 단물은 다 빨아먹을 계획인 듯했다.

문스트럭은 오랜만에 정연과 레빗드림과 화상 회의 플랫폼에서 화면 공유를 하며 ‘크리드의 환상여행’을 시청하기로 했다.

“와, 2시간 30분 무슨 일이야?”

“진짜 작정하고 만들었나 보네.”

1편의 주된 내용은 크리드가 제주도에서 서프라이즈로 미국을 향하게 된 과정이었다. 현장감과 실감 나는 납치극에, 이미 결말을 알고 봤지만, 심장이 쫄리는 기분이었다.

-ㅁㅊ 애들 개무서웠겠다;;

-쓸데없이 고퀄이얔ㅋㅋ큐ㅠㅠㅠㅠㅠ

-매니저님 저렇게 연기 잘하는 분인줄 몰랐네

-재봉이 저래서 울었다는 후기가있었구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였어도 울었다

└팬미팅……화보……

└나 지금 사귀지도 않았는데 차임

-킹스맨 컨셉 내놔!!!

휘황찬란한 코스튬을 입고 미션을 해내는 장면에서는 채팅창에 ‘ㅋㅋㅋ’가 도배되었다.

“X친, 승빈이 사원증!”

“재봉이 바가지 머리 봐요, 너무 귀엽지 않아요?”

“우리 회사에 저런 신입 사원 있으면 내가 뼈를 묻지.”

이어지는 장면은 승빈이와 윤빈의 서프라이즈 가족 상봉 장면이었다. 승빈의 가족 분량에서는 워낙 담담한 승빈과 유쾌한 어머니 덕분에 금세 눈물이 들어갔지만, 문스트럭과 정연, 레빗드림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애들아ㅠㅠㅠㅠㅠㅠㅠㅠ

-최피디님 최고 만수무강하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두 가족 분위기 극명하게 다른거 너무 웃기곸ㅋㅋㅋㅋ큐ㅠㅠㅠㅠ

-승빈이 아버님 궁금했는데 어머님이랑 완전 정반대시넼ㅋㅋㅋㅋㅋㅋ

“흐어어엉…….”

“둘은 한국 와서 몇 년째 부모님 못 만났던 거잖아…….”

그리고 승빈이와 윤빈의 특별한 인연이 공개되자 댓글창은 잠시 마비될 정도였다.

“이런 X친!”

“크리드는 가족이다…….”

[둘이 특별한 인연이 있다는 걸 여기 와서 안 거예요?]

[승빈: 네. 저도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윤빈: 언젠가 리버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다시 만날 줄 몰랐죠. 게다가 벌써 1년 가까이 함께했는데!]

[승빈: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요. 톰 형을 다시 만날 줄이야……. 저한테는 그때 기억이 정말 큰 영향을 주었거든요. 계속 노래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 순간이었어요.]

[윤빈: 한국 문화를 좋아하게 된 것도, 케이 팝이라는 걸 처음 안 것도 다 리버 덕분이었어요. 아, 자꾸 리버라고 해서 죄송해요. 승빈이 덕분이었는데 같은 그룹으로 다시 만났다니…….]

인터뷰 중에도 승빈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는지 평소보다 더 흥분한 상태였다. 윤빈 역시 벅차오르는지 중간중간 목이 멘 듯했다.

-둘이 그럼 어렸을 때 만난 적 있었다는 거잖아;;

-미쳤다……

-나 지금 소름돋음

-크리드는 가족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이런거에 약하다고ㅠㅠㅠ인정해야겠음 난 레전드순덕이다

-오늘부터 최피디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최피디와 나를 한 몸으로 간주하고……

다음 날 부모님들의 감동적인 인터뷰까지, 2시간 30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재미와 감동 모두 잡은 시간이었다.

“윤 피디 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역시 최 피디가 최 피디했네-”

편집이나 미션 등 어느 곳에서도 윤 피디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윤 피디 자존심 X나 상했을 듯”

“알 바야? 그리고 그 인간은 자존심 좀 상해 봐야 함.”

예상대로 첫 화부터 화제성 1위를 차지하고, 시청률은 씨넷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실시간 스트리밍에도 전 세계 수백만 팬이 들어오면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우리 올해 축사는 이걸로 하자.”

“뭐로?”

“크리드는 가족이다!”

“정연 언니, 저 언니 좀 말려 봐요…….”

“저기요 문스트럭 씨- 취하신 거 아니죠?”

“저 지금 크리드 뽕에 취한 거 안 보이세요?”

정연과 레빗드림은 조용히 채팅방을 퇴장하는 것으로 대신 답했다.

* * *

타이틀곡으로 이지 리스닝 곡인 ‘Ideal’이 확정되고 전반적인 안무 연습과 녹음을 모두 마쳤다. 그리고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다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환상, 아니 환장여행 촬영하러 갔을 때 다 찍고 올 걸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14시간의 비행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다.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는 한 고등학교였다. 첫 신은 ‘너드’ 버전의 멤버들이 능력을 연습하는 장면이었다. 레디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에는 실수 가득한 모습이었다면, 이번에는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너드 콘셉이기 때문에 처음으로 뿔테 안경을 써 봤다. 시력이 좋아서 안경을 거의 써 본 적 없었던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와, 되게 똘똘해 보인다, 문승빈?”

“넌 여전히 말 안 듣게 생겼네.”

“욕이야 칭찬이야?”

“칭찬이겠니?”

타인의 삶 미션 이후 강도현과 투닥거리며 티키타카가 오가는 순간이 많아졌다. 분명 유치한데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이제는 내가 스물둘이었다는 사실도 가끔 잊어 버린다. 원래대로면 이제 스물세 살이었겠지.

이번 앨범의 타이틀인 ‘Ideal’은 자신과 타인의 이상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래서 뮤직비디오에서는 고유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 있게 하여 좋아하는 이의 이상형이 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크리드 군무 신 촬영하겠습니다!”

“네!”

대놓고 대중성을 노린 곡인 만큼 포인트 안무를 제대로 살려야 했다. 그렇다고 안무의 난이도가 쉬워졌냐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다. 우리의 정체성이자 국내외 팬들이 모두 사랑하는 군무는 여전했다. 씨넷에서는 현지화하여 간단한 율동이나 스탠딩 마이크를 쓰자고 했지만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해외 팬들이 케이 팝 아이돌에게 신선함을 느끼는 요소 중 하나인데 시시한 안무를 보여 줘야 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난 준비됐어 너만의 Ideal

긴 시간 꿈꿔 왔어 너만의 Ideal

내민 내 손을 잡아 줘

Could you be my Ideal?]

‘Ideal’이 반복되면서 귀에 꽂히는 하이라이트 부분이다. 두 손을 모아 꽃다발을 내밀고 고백하는 듯한 동작이 포인트 안무였다. 한국보다 뜨거운 햇빛 아래였지만 누구 하나 힘든 내색 없이 촬영에 임했다. 벌써 세 번째 뮤직비디오 촬영이라고 멤버들도 제법 능숙해졌다. 특히 박재봉은 에너지를 아끼지 않아서 고생했던 첫 번째 뮤직비디오 촬영과 달리, 내 조언대로 에너지를 적절히 분배하고 있었다.

“승빈 군 개인 샷 촬영할게요!”

개인 샷은 연습이 잘 안되는 듯 시무룩해 있다가 이상형의 손을 잡고 두근거려 하는 감정을 담아야 했다. 너드 콘셉이기 때문에 수줍고, 약간의 찌질한 감성을 살려야 했다. 마침 너드남이 프롬 킹이 되는 하이틴 영화를 보고 온 참이어서 더 수월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내 연기에 신이 난 감독님은 평소보다 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디렉팅을 했다.

“표정 좋네~ 이제 손 내밀고… 두근거려!”

‘그때나 지금이나 목청 하나는 넘볼 분이 없다니까?’

“이제 프롬 킹 콘셉 촬영 들어갈게요!”

“이제 턱시도 입는 거예요? 완전 기대된다!”

“프롬 킹의 정석을 보여 주겠어-”

“선우 형 엄청 비장한데?”

프롬 킹 콘셉에서는 처음으로 포마드 완깐 머리를 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도 처음 내가 포마드 머리를 제안했을 때 반신반의했지만, 결과물에 크게 만족했다.

“어머, 승빈아, 너 생각보다 이마가 더 잘생겼구나?”

“쌤이 잘해 주셔서 그렇죠-”

“아니, 그것도 맞긴 한데, 너무 잘 어울리는데? 나는 네가 아직은 어린 티가 나는 얼굴이라고 생각해서 포마드는 부담스러울 줄 알았지.”

“저 이제 열아홉이에요~”

“쌤은 스물아홉이에요~”

“넵.”

이거 하나는 자부할 수 있다. 나는 절대 내게 안 어울릴 스타일링은 제안하지도, 허락하지도 않는다. 이전에 전혀 내 톤과는 어울리지 않은 염색을 추천하는 헤어스타일리스트분과 창과 방패의 대결을 한 적이 있다. 결국 내가 양보했지만, 그날 엄청난 톤그로로 팬들의 거센 반발을 겪고 난 후, 다음 날 바로 흑발로 덮은 적이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스타일리스트분도 최대한 내 의견을 받아 주셨다. 포마드 머리 역시 배우 시절 이미 해 봤고, 대중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제안한 거였다.

“와, 승빈아. 포마드 머리는 처음 보는데 되게 잘 어울린다!”

“고마워요, 형, 형도 안경 되게 잘 어울렸어요.”

“그래? 난 너무 어색했는데. 잘 어울렸다니 다행이다.”

어쩐지 지운이 형이 아까부터 안경이 어색했는지 괜히 안경 코를 올리거나, 안경테를 이리저리 조율하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 얼굴에 어색할 게 뭐가 있겠냐고요-’

프롬 킹 스타일링을 마친 멤버들은 내가 봐도 뿌듯할 비주얼이었다. 얼굴은 당연한 거고, 막내인 박재봉도 이제는 내 키와 같아졌다. 나보다 한참 커질 미래는 3년 뒤에나 올 줄 알았는데 이 속도라면 올해 안에 선우 형만큼은 클 것 같다. 미세하게 디테일이 다른 슈트를 보는 재미도 있었다.

“프롬 킹 버전 촬영 시작합니다-”

[이제는 준비됐어 나만의 Ideal

매일 더 강해져 나만의 Ideal

절대 깨지지 않을 My Ideal]

화려한 사운드와 함께 대규모 인원이 참여한 군무 신을 촬영하면서 정말 프롬 파티에 참여한 기분이 들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촬영인 만큼, 촬영에 임하는 우리도 백 퍼센트 진심을 다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서로 안무와 표정 연기를 봐주면서 촬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누구 하나 대충인 사람이 없었다.

특히 체육관 강당 바닥에 신발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리는데, 군무가 잘 맞을수록 기분 좋은 끌림 소리가 나서 텐션을 더 끌어올리는 효과를 주었다. 중간중간 기합 소리와 함께 지치지 않도록 사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도 장시간의 촬영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이유였다.

티저와 콘셉 포토 촬영까지 마치고 나서야 이틀간의 기나긴 뮤직비디오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모두 곯아떨어졌다. 그만큼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뮤직비디오 촬영이었다.

몸은 피로했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만족스러운 촬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앨범이 대중들과 팬들에게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걱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운전 중이던 매니저 형이 조용히 물었다.

“왜 안 자?”

“잠이 안 와서요. 형도 많이 피곤하시죠?”

“하루 종일 촬영한 네가 더 피곤하지.”

“…….”

“갑자기 여러 일이 일어나서 얼떨떨하지?”

“역시 형은 못 속이겠어요.”

“너희에게 이런 기회가 온 건, 이런 부담감도 멋진 기회로 삼을 수 있을 사람들이라서인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거나,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마.”

우리보다도 더 고생하는 매니저 형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더 뭉클하게 느껴졌다. 진짜 복 받은 인생이구나, 그 어떤 화려한 지표보다도 이런 부분이 더 크게 다가왔다.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지만, 마음만큼은 한결 편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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