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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240화 (240/346)

240화

이미 현장에 있던 팬들의 짹짹이를 통해 크리드 멤버들이 성공적으로 인터뷰를 마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크리드가 등장하기 전까지 문스트럭은 한입 베어 문 피자를 씹지도 못하고 있었다.

“본 투 샤인! 헬로, 위아 크리드!”

“헐, 영어로 단체 인사 하는 거 처음 들어…….”

“기분 왜 이렇게 이상하냐-”

현장 후기처럼 멤버들 모두 편한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특히 문스트럭은 승빈의 여유로운 영어 실력과 애티튜드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거리감이 느껴질 만큼 완벽한 모습이었다.

특히 영어로 말할 때는 한국어로 말할 때보다 한층 더 낮은 보이스여서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긴장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이 제이드에게 자연스럽게 농담을 던지는 모습에서는 섹시함을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친누나와의 현실 남매 그 자체인 전화 통화를 듣고 나니, 집 나갈 뻔한 친근함이 돌아왔다.

-해빈작가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쾌하셬ㅋㅋㅋㅋㅋㅋ

-하ㅠㅠ이제 내가 알던 승빈이같다ㅠㅠㅠㅠ

└ㅇㅇ벽이 느껴졌어……완벽

└문승빈 영어실력 다 거품이었네ㅋㅋㅋ언빌리버블

“야, 나 오늘부터 영어 공부 다시 시작한다.”

“진심이냐?”

“지금 완전 자극받았어. 나도 영어 마스터해서 승빈이랑 영어로 대화할래.”

“굳이……? 한국인들끼리 영어로 대화한다는 건 무슨 괴상한 생각이지?”

“한국어 할 때랑 영어 할 때의 바이브가 완전 다르잖아! 그리고 영어로 대화하면 승빈이가 아니라 리버라는 새로운 사람이랑 대화하는 기분 아닐까?”

비장한 문스트럭의 영어 공부 선언에 K와 A는 말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미 문스트럭의 머릿속에는 승빈, 아니 리버와 유창하게 영어 대화를 하는 장면이 시뮬레이션되고 있었지만.

크리드의 음악부터 시작해서 그룹의 향후 방향성까지 얘기를 나누니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미쳤네. 뭐 했다고 벌써 1시간이 지나?”

“오, 마지막에 Love Pain 무대 하려나 보다.”

멤버들이 각자 자리로 돌아가고, 드디어 Love Pain 무대가 시작됐다. 그런데 원곡의 인트로와는 다른 멜로디가 들려왔다.

“이거 무슨 노래지?”

“크리드 노래 중에 이런 노래가 있었나?”

“아니? 처음 듣는 곡인데?”

라이브 채팅의 반응도 셋과 비슷했다.

-뭐지 방금전에?

-나 클로버 자격미달인가;;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음

└미공개곡인가?

└헐

└근데 레디랑 비슷하지 않아?

└ㄴㄴ전혀;;

-설마 신곡 아님???

└에이 설마......

└여기서 냅다 3집 곡을 스포한다고?

-근데 벌써부터 좋은데?

└ㅇㅇ멜로디 기대해도 될 듯?

└크리드랑 코어 패기 미쳤네;;

“대박이다. 애들 첫 해외 스케라고 엄청 준비했네-”

“수록곡이겠지? 3집은 언제쯤 나오려나…….”

원곡 무대에는 없던 간단한 안무도 추가하면서 크리드 색으로 재구성한 Love Pain 무대였다.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승빈의 후렴구 파트와 선우의 랩 파트에서는 스튜디오에 있는 사람들이 일어나서 춤을 추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등 열정적인 반응을 보여 줬다. 선우는 이번에도 프리스타일 한국어 랩을 했고, 사람들의 함성 소리는 점점 고조됐다.

“애들 실력 미쳤다.”

“심지어 저기 음향 X나 적나라한 걸로 유명하잖아. 잘못하면 실력 뽀록나서 출연할 때 팬들이 더 긴장한다며.”

“노래방 음향에서도 살아남은 애들답다, 진짜…….”

-이걸 라이브로 해내네;;

-애들아 아무리 배고프다고 CD를 먹으면 어떡해!!

-하 크뽕 차오른다

└나는 자랑스러운 클로버입니다

└숨소리랑 발 구르는 소리 다 들리는 거 너무 좋아ㅠㅠㅠ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도 기대 이상이었다. 크리드의 빡센 군무에 익숙한 국내 팬들에게는 간단한 안무로 보이지만, 군무라는 개념이 생소한 해외 팬들에게는 간단하지만 칼각이 맞는 안무가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간 듯했다.

끝까지 흡입력 있는 무대였다. 엄청난 환호성과 박수 소리와 함께 제이드 쇼가 끝났다. 그제야 모든 긴장이 풀린 셋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흐아아, 인터뷰는 애들이 했는데 왜 내가 힘드냐?”

“잠깐 누워야겠어…….”

하지만 알림 소리와 함께 문스트럭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보고 싶은 클로버!]

“미친, 이 시간에 라이브 실화냐?”

“뉴욕이 몇 시지?”

“시차가 14시간 정도니까 밤이지.”

-ㅠㅠㅠ애들아ㅠㅠㅠㅠㅠ

-보고싶어!!

-이 시간에 라이브라니ㅠㅜㅠㅠㅠㅠ

라이브가 시작되고, 셋은 앓는 소리와 함께 소파 위로 녹았다. 호텔 숙소에 단체로 모여 있는데, 모두 세팅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에 단체로 맞춘 후드 티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클로버!”

“제이드 쇼 잘 봤어요?”

“우리 잘했어요?”

늦은 시간임에도 크리드의 텐션은 여전했다. 마당에 풀린 강아지 무리처럼 우르르 달려와서 물어보는 게 귀여워서 절로 광대가 올라갔다.

“똥강아지들 같아…….”

-당연하지!!

-크리드는 바보야…… 바라만 봐도 보고싶으니까

-너무 잘했어ㅠㅠㅠㅠㅠ

-너네가 최고야!!!

-자랑스러워 진짜ㅠㅠ

승빈이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서 사실 아직도 멍해요, 클로버들도 많이 놀랐죠?”

-응ㅋㅋㅋㅋㅋㅋㅋ

-하룻밤 사이에 해외 인기갘ㅋㅋ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줄은 몰랐지!!!

“맞아요, 저희 진짜 재밌어 보여서 공연 구경 갔다가 그렇게 된 거여서…….”

문스트럭과 K, A는 승빈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갑자기 항공편이 바뀌었다는 소식으로 1차, 그것에 최 피디와 윤 피디가 참여하는 예능이라는 점에서 2차, 토스맨과의 만남으로 3차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커져서 제이드 쇼까지 나갔으니, 말 그대로 하루아침에 월드 스타가 된 것이다. 국내 인기만 하더라도 팬덤 규모와 인지도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 멀어진 기분이었는데, 이젠 정말 우주의 별이 된 기분이었다.

-예능 촬영하느라 바빴을 텐데 준비는 언제 한거야?ㅋㅋ큐ㅠㅠㅠㅠ

-안 피곤해써?

-긴장되지 않았어?

-크리드 여러분의 목소리는 나를 공중제비 돌게합니다!

댓글을 읽던 정유현이 양옆에 있는 승빈과 윤빈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답했다.

“승빈이랑 윤빈이가 고생 많이 했어요.”

“편곡이랑은 윤빈 형이 거의 다 했으니 윤빈 형이 진짜 고생 많이 한 거죠-”

“아냐, 리버. 네 아이디어가 얼마나 도움이 됐는데! 디렉터님이랑 프로듀서님 설득도 네가 해 줬잖아.”

-애들 관계성 ㅈㄴ아름답다……

-이번에도 승빈이가 무대 기획이나 아이디어 냈나보네ㅠㅠ

-신곡 넣은것도 승빈이 아이디어야?

-인트로에 노래 뭐야? 못들어본 노래던데!

“음… 신곡일까요?”

강도현이 잠시 정유현과 승빈이 있는 곳의 눈치를 살피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뒤이어 박선우도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카메라를 보며 속삭였다.

“어쩌면 곧…….”

차지운이 박선우의 입을 막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여, 여기까지! 미리 알면 재미없잖아요~”

“맞아요, 나중에 그 노래가 나오면 이게 제이드 쇼에서 스포한 곡이구나! 하고 들으면 더 재미있을 텐데, 미리 알면 재미없죠~”

“근데 그거도 승빈이가 제안한 건 맞아요.”

“저는 패기 있게 던졌고, 윤빈 형의 프로듀싱 덕분에 살았죠. 고마워요, 형.”

-근데 애들아 너희 영어 진짜 잘하더라;;

-승빈이는 영어 왜 이렇게 잘해?

“어렸을 때 배운 게 확실히 오래가는 거 같아요. 그리고 모르는 단어나 표현은 옆에서 윤빈 형이 바로바로 고쳐 주니까 더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흐뭇하게 라이브를 보던 문스트럭은 가슴이 벅차올랐는지 주접을 시작했다.

“맞아. 승빈이는 영어를 기본적으로 잘하는 것도 있지만 학습 태도가 너무 좋아.”

“또 시작이네…….”

“너희, 그 영상 안 봤냐? 완전 유명한 영어 유튜버인데 승빈이는 영어 문장력도 좋고, 굳이 어려운 단어를 쓰기보다는 일상 회화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영어를 한다잖냐-”

“승빈 스쿨에서 영어도 해야겠다?”

“좋은데? 나중에 해 달라고 댓글 써 봐야지!”

“해 봐라- 설마 읽겠어?”

“나도 안 읽힐 거 알고 하는 거거든?”

승빈은 댓글과 멤버들로부터 쏟아지는 칭찬에 부끄러운지 머리를 긁적이고 멋쩍게 웃었다. 문스트럭은 영어 콘텐츠에 대한 댓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금방 다른 댓글에 묻혔지만 지지 않고 손가락에 불이 나도록 댓글을 썼다.

-나중에 영어콘텐츠도 해줘! 승빈스쿨 영어버전 고고-

댓글을 유심히 보던 승빈이 흥미롭다는 듯 댓글을 읽었다.

“우와. 승빈 스쿨 영어 버전이라, 아이디어 좋은데요? 나중에 한번 준비해 볼게요.”

“이런 X친!”

“방금 너야?”

-ㅁㅊ!

-댓글올린분 감사합니다……

-문리버모먼트 보는거냐고;;

-승빈스쿨 시작하고 나의 영어인생 시작됐다

-토익 딱기다려

문스트럭은 거실부터 부엌까지 달렸다. 숨길 수 없는 기쁨에 절로 춤출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의 막춤에 K와 A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핸드폰을 들어 영상을 찍었다. 평소였다면 찍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을 문스트럭도 친히 핸드폰 앞에 와서 소감을 말하며 분위기를 즐겼다.

“기분이 어떠시죠?”

“하, 기분 째지죠-”

“미쳤나 봐-”

“왜요? 제가 최애한테 댓글 읽히고 문승빈 영어 콘텐츠 얻어 낸 사람 같나요?”

K와 A는 눈빛 교환을 했고 서로 같은 생각임을 확신했다.

‘내 친구지만 미X 사람 같다…….’

-선우는……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괜차나 서누얔ㅋㅋㅋㅋㅋㅋ

“와, 클로버 너무해. 저도 나름 잘하지 않았어요? 마음만은 완전 네이티브였다고요-”

“맞아요, 선우 형, 자신감 하나는 최고였어.”

“한국인이 한국어 잘하면 되는 거죠, 그리고 저는 영어까지 잘하면… 너무 완벽해져서 안 돼요.”

가만히 박선우의 말을 듣던 승빈이 한마디 했고, 문스트럭을 포함한 셋은 박장대소했다.

“형은 한국어도 그닥…….”

“야!”

“승빈이 표정 봐, 아, 눈물 나.”

-하긴 서누가 제대로 말하는건 랩할때말고는……

-승빈스쿨 선우랑 하면되겠닼ㅋㅋㅋㅋㅋㅋㅋ

“장난이에요, 장난. 선우 형 영어 잘해요. 전날 엄청 걱정하길래 저랑 윤빈이 형하고 예상 답변 준비해 갔거든요. 근데 당일에 그대로 안 하고 중간중간 저랑 윤빈 형한테 물어보면서 하더라고요. 나중에 영어 콘텐츠 하게 되면 형이랑도 같이 해 보고 싶어요.”

“지금을 즐기세요, 여러분. 저 승빈 스쿨 수강하고 영어 천재 돼서 돌아올 거니까요.”

-안돼!!

-영어 평생 못했으면 좋겠다고!!!!

-천천히 늘어줘ㅠㅠㅠㅠㅠ

자신의 최애가 뭐든 잘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이길 바라면서도 어딘가 허술하고, 미완성이길 바라는 마음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문스트럭은 문득 궁금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슈스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던 이유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점점 몸집이 커지면 해외 스케줄이 많아지면서, 국내는 다 잡은 물고기 취급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봐 왔다. 케이 팝을 오래 한 국내 팬이라면 직감적으로 다가오는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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