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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228화 (228/346)

228화

여행도 여행이지만, 먼저 해야 할 게 있었다. 바로 ‘문승빈 건강 이상설 소멸 작전’. 건강을 걱정하는 팬들의 여론도 잠재우고,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버린 루머도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튜브 렉카 사이에서는 내가 암이다, 불치병이다, 성형 부작용이다 등등 말도 안 되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었으니까. 우선 소속사에서는 공식 입장을 다시 냈다. 정확한 의사 소견과 함께, 악의적인 루머 및 비방에는 선처 없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코어 고소공지 떴네;;]

-그래도 이런 쪽으로는 일해서 다행이지;;

-ㅇㅇ고소공지 잘해주는 회사가 제일 좋긴함

-근데 고소과정이나 진행상태도 안 알려주는데 소용없는거 아닌갘ㅋㅋ..

-ㄴㄴ코어한테 고소당했다고 인증글 올린 악플러도 있었음

회사 측에서도 발 빠르게 정정 기사를 냈다. 씨넷 측에서도 자사 프로그램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프레임은 달갑지 않은 듯, 촬영 중에는 출연진들에 대한 어떠한 강압이나 체력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없었다는 해명 기사를 내보냈다.

건강 이상에 대한 여론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제만큼 뜨거운 감자는 아니었다. 이제 나와 멤버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

“와, 대박”

“1년 치 고기 오늘 하루에 다 먹는 거 아니야?”

“승빈아, 너 이거 혼자 다 먹을 수 있냐?”

“이거 다 같이 먹어야 하는데?”

“엥? 유현이 형, 우리 먹어도 돼요?”

이미 젓가락과 그릇을 가지고 자리를 잡는 유현이 형에 모두 벙찐 표정이었다.

“뭘 멀뚱멀뚱 보고 있어? 우리 오늘 잔반 처리반이야.”

“아싸!”

“승빈아, 마음껏 남겨라-”

멤버들이 놀랄 만도 했다. 테이블 위에는 온갖 종류의 고기, 면 요리, 떡볶이, 치킨, 피자 등등이 가득했거든.

“그럼 방송 시작합니다?”

“좋아.”

[같이 밥 먹어요! (크리드 멤버들 이모티콘)]

-뭐야

-?

-누구야?

-단체 에이앱인가?

-애드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승빈이 생존신고인가봐

-아 왜케 느려

쓰러진 사건 이후여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많은 접속자가 몰렸고, 방송에 딜레이가 생길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웃지 못할 사고도 발생했다.

“되는 건가?”

“아직”

“클~로버 보고 시퍼어~”

“뭐야, 그거 지금 로피 따라 하는 거야?”

박재봉이 최근 유행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밈을 따라 했다. 애가 귀여운 얼굴이니 망정이지, 말 그대로 주먹을 부르는 애교였다.

“아, 형도 알아요?”

“진짜 아직 화면 안 켜졌다고 아무 말이나 한다 너네…….”

그런데 옆에 보니 유현이 형이 소리 죽여 웃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며 작게 물어보니 핸드폰 화면을 보여 주는데, 댓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

-앜ㅋㅋㅋㅋㅋㅋ

-애들 아직 방송시작 안한줄 아나봄ㅋㅋㅋㅋㅋㅋ

-이 귀요미들앜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단체로 로피 챌린지 해줘!!

“내가 더 잘 따라 할 듯?”

“참 나, 형이 하면 완전 로피 염라대왕 버전 되는 거 아니에요?”

“듣고나 말해-”

‘이게 무슨 초딩들도 안 할 말싸움이지?’

지운이 형과 윤빈 형도 눈치챈 듯 등을 돌린 채 웃었다. 한참 최대치로 올린 목소리로 밈을 따라 하던 선우 형이 한참 동안 등을 돌리지 않는 지운이 형의 모습에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연습실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왜 아무도 말 안 해 줬어?”

“아, 배 아파…….”

“헐, 형들 너무해요!”

“지운이 형 운다, 얘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도라이들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염라버전 로피 잘들었습니다^^

-지운이 오열하는데?

-우지또…

-크리드는 착한 아이돌입니다......

└이렇게 다시 확인하게 될줄이야^^;;

“자, 자. 다들 진정하고. 자리에 앉자-”

분한지 카메라를 등지고 멤버들을 째려보던 선우 형도, 유현이 형의 말에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심통이 난 얼굴이었지만.

“저희가 이러고 살아요, 클로버.”

“이건 빙산의 일각이지?”

“니들이 제일 나빠-”

-도현이랑 승빈이 엄청 깐족거렼ㅋㅋㅋㅋ

-둘이 죽이 잘맞는다니까?

오랜만에 강도현과 티키타카가 잘 맞았다. 댓글을 보며 반격을 노리던 선우 형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승빈아, 클로버가 승빈이 버전 로피 보고 싶다는데?”

같이 댓글을 보는데 그런 댓글은 없었다. 누가 봐도 티가 나는 거짓말이어서 웃음만 나왔다.

“그런 댓글 본 적 없는데요?”

“아니야- 그쵸, 클로버 보고 싶죠?”

‘그렇게 말하면 누가 싫다고 하겠어?’

선우 형의 말이 도화선이 되어 댓글 창은 로피를 해 달라는 요청으로 도배됐다. 선우 형은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봤지만 나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어쩌냐- 이 정도면 해야겠는데?”

“할까요?”

“응?”

“클로버, 원해요?”

“뭐야, 진짜 하려고?”

-원해요!!!!!!

-웒워내해

-해줘어어ㅓ어ㅓ어어

-ㅁㅊ큰거온다

“클로버가 해 달라는데, 어려운 것도 아니죠.”

그리고 카메라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선우 형이 그새 잊었나 보다. 내가 이런 애교에 민망해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승빈이는- 클로버가~ 보고 시픈데!”

-으아아ㅏ아아아아!!

-엄마 엄마딸 남자 때문에 울어

-상남자특 : 팬이 해달라고 하면 빼지않고 함

“선우 형 기억력이…….”

박재봉도 탄식하듯 말했다.

-귀여운거보면 기억력 감퇴된다더니

-고양이도 건방증이 심한가요?

-선우 시무룩해졌엌ㅋㅋㅋ

-것보다 이 방송 컨셉이 뭐임? 앞에 음식 두고 뭐하는거야

선우 형은 분위기를 상쇄하려는 듯 대화 화제를 돌렸다.

“맞다! 저희가 이러려고 모인 게 아닌데 말이죠?”

“그걸 30분 만에 깨달아서 정말 다행이다.”

“유현이 형, 그런 반복적인 팩폭은 사람을 불안하게 해요.”

-선우야 인터넷 그만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오

-모르는 밈이랑 소식이 없어 우리 선우

-그래서 우리 왜 불렀냐고 이놈들앜ㅋㅋㅋㅋㅋ

-크리드 최대 병크 = 에이엡에서 팬들 소외시킴ㅠ

“클로버랑 같이 점심 먹으려고 왔어요!”

“승빈이 몸보신도 하고요!”

“저희가 완전 코스 요리로 준비했어요-”

“승빈이 오늘 엄청 살쪄서 돌아가겠는데?”

-승빈이는 팍팍 먹어야해ㅠㅠㅠㅠ

-와기들 우리 걱정하는 거 알았구나ㅠㅠㅠㅠㅠ

-승빈이 볼살 절대 지켜

-살쪄도 되는 유일한 아이돌…

-크민수하려고 족발시켰는데 그사이에 배달도착함ㅋㅋㅋㅋㅋ

-나는 피자시킴ㅋㅋ

“자, 저희가 이제 승빈이한테 쌈을 싸 줄 거예요. 제일 맛있게 싼 사람한테 소정의 상품을 준다고 합니다.”

“그게 뭐죠?”

윤빈 형의 질문에 강도현이 심드렁하게 답했다. 하지만 정확한 답변이어서 소름이 돋을 뻔했다.

“슬라임이겠죠, 뭐.”

“와, 귀신같다니까?”

“뻔하다 뻔해~”

-뭐야 이 의식의 흐름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배아팤ㅋㅋㅋㅋㅋㅋㅋ

-애들 꼬물거리면서 쌈만드는거봨ㅋ큐ㅠㅠㅠㅠㅠ

“저! 다 만들었어요.”

“오- 막내가 제일 먼저 완성했네요? 재봉 씨, 가서 클로버한테도 설명해 주세요.”

“쌈 크기가…….”

“네! 우선 상추쌈에 고기를 두 점이나 넣었습니다! 그리고 고추장도 넣고, 파도 넣고, 마늘도 하나 넣고 버섯도 넣고…….”

-저정도면 도시락 아님?

-도시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승빈이 입에 들어가긴하겠냐곸ㅋㅋㅋㅋㅋㅋㅋ

-와중에 재봉이 표정이 너무 순수해서 뭐라 못하겠음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커서 입에는 반도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속에 있는 것을 반 이상 덜어 낸 후에야 겨우 입에 넣을 수 있었다.

“심사 평은?”

“맛, 있어요… 근데 너무 커, 인간적으로!”

“저건 매니저 형도 한입에 못 넣겠어.”

“윤빈 형은 할 수 있대요!”

시무룩한 박재봉이 신경 쓰였는지 윤빈 형이 자신이 먹겠다고 자처했나 보다.

‘저 형도 너무 착해서 문제야…….’

역시 윤빈 형이었다. 먹성 좋은 건 알았지만 입도 저렇게 클 줄은 몰랐거든. 내 주먹만 한 쌈을 흔적도 없이, 그것도 너무 깔끔하게 먹어서 모두 눈을 떼지 못했다.

“와…….”

“미쳤다…….”

-윤빈이 입에 블랙홀있음?

-저게 어떻게 한입에 들어감?

-재봉이 주먹보다 큰데

-뿌듯해하지말라곸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윤빈 형은 아무도 못 한 일을 해낸 것에 몹시… 뿌듯해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저항 없이 웃음이 터질 뻔한 걸 참느라 눈물이 났다.

“와, 승빈이 형, 지금 너무 맛있어서 우는 거 아니에요?”

“아, 진짜 그만 좀 웃겨…….”

-이거 완전 도라이들 아니냐곸ㅋㅋㅋㅋㅋ

-오늘 라이브 처음보는데 크리드 개그그룹이었음?ㅋㅋㅋㅋㅋㅋ

-오늘 에이앱 레전드닼ㅋㅋㅋㅋ

-승빈이 웃는거 보니까 너무 좋아ㅠㅠㅠㅠㅠ

-크리드애들 서로가 서로에게 개그맨인게 분명함

“다음은 제 거입니다.”

선우 형이 비장하게 쌈을 가지고 왔다.

“거부해도 되나요?”

“거부는 안 됩니다.”

-ㅋㅋㅋㅋ저거 누가봐도 벌칙아니냐고

-선우 얼굴만봐도 알겠음ㅋㅋㅋㅋ

-마늘 폭탄인거 아니겠지?ㅠㅠㅠㅠ

“저를 믿으세요, 승빈 군.”

“근데 존댓말은 왜 하는 거야?”

“뭔가 격식 있어 보이잖아?”

“말투가 격식 있으면 뭐 해, 하는 말이…….”

“하, 알겠어.”

나는 질끈 눈을 감고 쌈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걱정과는 달리 정상적인 쌈에 놀랐다.

“뭐야? 맛있어.”

“거봐! 멤버를 못 믿어?”

-아무래도 선우면…

-선우야 업보다ㅋㅋㅋㅋ

-진짜 맛있나봨ㅋㅋㅋ승빈이 만족스러워보여

-볼 빵빵 행복강쥐이뮤ㅠㅠㅠ

-승프들 말라죽었다가 살아나는중

그 뒤로 비교적 정상적인 쌈을 먹을 수 있었다. 강도현은 모두의 예상대로 마늘 폭탄 쌈을 싸 줬다가 배로 혼이 났다. 왜냐고? 또 다른 1위 상품이 내가 직접 싼 쌈을 먹는 거였거든. 깜짝 상품을 발표하자마자 강도현은 사색이 되어 현장을 이탈하려고 했다. 5초도 되지 않아 나에게 잡혔지만.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쌈을 만들었다. 하나, 둘 늘어나는 마늘에 강도현은 자신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반전ㅁㅊ

-역시 승빈이는 참지않아

-작은 승빈이를 건들면…

-마늘 갯수봐;;

“너, 일부러 나 뽑았지!”

“네 레시피가 너무 맛있어서 꼭 너도 먹이고 싶었어, 도현아.”

“웃으면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강도현은 눈물을 머금고 마늘 쌈을 먹었다. 많이 매웠을 것이다. 마늘이 한… 다섯 개는 들어갔거든. 씹으면서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잼민이들이냐고ㅠㅠ

-미운 열여덟

-탈난다 이놈들앜ㅋㅋㅋㅋ

“어휴, 둘이 사이좋게 우유 먹어.”

유현이 형이 우유를 건넸고, 우리 둘 다 허겁지겁 마셨다. 통쾌함에 나도 뒤늦게야 마늘의 알싸함이 올라옴을 느꼈다. 그래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그 뒤로는 평화롭게 먹방을 진행했다. 클로버가 추천하는 조합대로 먹어 보고, 각자 음식 조합을 추천하기도 했다.

-승빈정식이라고 하자

-집가서 먹어봐야지

한참 말없이 음식을 먹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저희 너무 말이 없었죠, 클로버”

“재미없었겠다, 미안해요.”

-아니야!!!!

-니들 먹는게 제일 재밌어!!

-기죽지마!!!

“기죽다니요! 그럼 더 열심히 먹겠습니다!”

-그거랑 그거는 다르지 도현아

-단호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새끼 먹는거만 봐도 배부르네ㅠ

회귀 전에도 생각했지만, 이들의 사랑은 언제나 고마운 의문을 남긴다. 밥 먹는 것만 봐도 좋다는 마음, 얼마나 사랑해야 가능한 일일까? 세상에서 가장 큰 크기의 사랑을 말해 보라면 주저 않고 팬들의 사랑을 말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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