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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225화 (225/346)

225화

최종 우승 팀 결과 발표 이전에 빈 시간은 출연진들의 인터뷰로 채워졌다. 이 역시 씨넷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아, 빨리 결과 발표나 하지-”

“아직도 삼십 분 넘게 남음.”

“미친 거 아니냐.”

“무대도 다 끝났는데 뭘 하겠다고-”

[다른 팀 멤버에게 한마디 한다면?]

질문을 듣고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던 유현재가 질문에 답했다.

[유현재: 승빈 스쿨, 고마웠다.]

“응?”

“지금 제가 잘못 들은 건가요?”

문스트럭과 레빗드림은 유현재 입에서 나온 뜻밖의 단어에 어안이 벙벙했다. 유현재가 승빈 스쿨을 아는 것도 놀라운데, 고맙다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 더 경악할 일이었다. 현장에 있던 클로버들은 물론, 하이드의 팬들도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현, 현재가 지금 뭐라고 한 거냐?”

“내가 현프 되고 쟤 입에서 고맙다는 말 나온 거 처음 들어봄…….”

인터넷 실시간 반응도 불타오르고 있었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유현재 입에서 무려 승빈스쿨이랑 고마워가 동시에 나왔다고;;

└지구 멸망하냐?

-문승빈 인간카피바라임? 친화력 무슨일이야

└당연함. 문승빈임

└승빈이 진짜 대단하다… 이정도면 상담사 해야함

-저정도로 친해진줄은 몰랐음;;

└훈훈해서 좋음^^

└그럼 뭐함 개싸가지인데

└자기소개하는거야?

-둘은 뭐라고 부르지?

└누가 신박한걸로 만들어줬으면

-문승빈은 진짜 인정해줘야한다ㅇㅇ

└우리애 사람 만들어줘서 감사합니다…

└승멘

전광판에 비친 승빈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입 모양으로 몇 번이고 나? 하는 모습에 문스트럭은 연신 귀엽다는 말만 했다.

“아, 귀여워…….”

“언니는 진짜 승빈이 귀여워하는 거 같아요.”

“진짜 너무 귀엽지 않아? 가만히 숨만 쉬어도 귀여운 애가 저러는데 당연히 귀엽지!”

“아…….”

레빗드림은 자신도 별것도 아닌 것에 귀여워하지만, 문스트럭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귀여운 걸로 따지면 우리 재봉이가 더한데 말이다.

그리고 끝난 줄 알았던 유현재가 한 마디를 더 했고, 현장은 초토화가 됐다.

[유현재: 그리고 유현이 형, 형 말이 맞았네.]

“이건 또 뭔 소리냐?”

“정유현?”

-??

-유현재랑 정유현은 무슨 조합이냐?

└둘이 예전에 연습생 같이했었음ㅇㅇ

└이런 ㅁㅊ

-형 말이 맞았다는게 뭔소리임

└왜 지들만 알고있냐고 왜 나 왕따시키냐고

└ㅈㄴ궁금하다

-무슨 청춘영화 찍냐고 지금BBBB

-뭐라고 현재야? 얼굴 보느라 못들었어ㅠㅠㅠㅠ

유현재의 인터뷰를 보던 정유현은 잠시 당황스러워했지만, 곧 옅게 웃더니 앞에 앉은 승빈과 지운의 어깨를 토닥였다.

[문승빈: 성재 형! 프로그램 내내 투마월로 돌아간 기분이었어. 덕분에 많이 웃었던 거 같아.]

반대편에 앉아 있던 이성재가 벌떡 일어나서 크리드 쪽으로 큰 하트를 만들어서 날리는 시늉을 했다.

“진짜, 성재 없었으면 넥레 1화부터 노잼에 악편만 있는 프로그램으로 남았을 듯?”

[성재: 승빈아, 너를 생각하면 눈물부터 난다. 고맙고 또 고마워. 너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흔치 않은 이성재의 진지한 모습에 현장은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동안의 서사를 아는 사람들이었다.

-성재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성재랑 승빈이 관계성 너무 눈물난다고ㅠㅠㅠㅠㅠ

-둘 다 진짜 좋은 사람들이야....

-그 악랄한 서바이벌을 두 번이나 하다니....

└진심;; 그리고 그 안에서 이렇게 좋은 인연까지 만들다니ㅠㅠ

-투마월 진짜 거지 같은데 우리 성재랑 승빈이 만나게 해준건 고맙다ㅅㅂ

└고맙ㅅㅂ니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쳤냐곸ㅋㅋㅋㅋㅋㅋ

[정혁: 승빈이 형! 형이랑 더 친해지고 싶은데 벌써 끝나서 아쉬워요… 앞으로도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그새 혁이랑도 친해졌나봨ㅋ큐ㅠㅠㅠ

└그럴만도함… 우리 혁이 낯 엄청 가리는데 지난번에 팀 같이할 때 엄청 잘 챙겨줘서 내가 다 고마웠음

└문승빈 이 유죄인간아…

-투샤인 크리드 영원히 칭구해

└얘네 두 그룹 너무 보기좋았음ㅠㅠ

└서로 까내리지도 않고 응원하는 모습 너무 힐링이었으뮤ㅠㅠ

[정유현: 크리드는 지금 이대로가 가장 완벽하다고 한 말, 틀리지 않았지? 그래도 다시 봐서 반가웠다, 현재야.]

-와우

-유현아.....ㅠㅠㅠㅠ

-와씨 순식간에 장르를 영화로 바꾸네ㄷㄷ

-얘네 둘도 서사 미쳤네;;

-하이드도 이제 껴주는거임?

└우리 애들 착하지는 않지만 조금 거칠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도 그닥 없지만 아무튼 친하게 지내주세요

└적이야 아군이얔ㅋㅋㅋㅋㅋㅋㅋ

└사실인걸 어떡해

-나중에 둘도 같이 무대하는 거 보고싶다ㅠㅠㅠ

└나는 그거까지도 안바람ㅠ 걍 둘이 셀카 하나만.....

[오재성: 승빈 선배님, 덕분에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운 선배님도 잘 챙겨 주셔서 감사해요-]

한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오재성은 또 승빈을 지목했다. 집착도 이런 집착이 없었다.

“뭐라는 거야?”

“저 새끼 끝까지 들러붙는 거 봐.”

“승빈이 그래도 웃어 주는 것 봐. 나였으면 열받아서 방송이고 뭐고 멱살 잡는다.”

“저도요. 인성 논란 나서 탈퇴 엔딩이겠지만.”

조금은 간지러운 인터뷰 타임이 끝나고, 무대 위로 MC가 돌아왔다.

“씨넷 서바이벌 넥스트 레벨, 드디어 파이널 경연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들고 있는 이 카드에 최종 순위 결과가 있는데요, 과연 1위 팀은 누구일까요?”

“크리드!”

“포커스!”

“투샤인!”

각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전광판에 비친 출연진들도 긴장이 밀려오는 듯 이전과는 사뭇 다른 표정이었다.

“먼저 사전 미션으로 오늘 결과의 20%를 차지하는 음원 순위 1위는 크리드였습니다.”

“그리고 사전 국내, 해외 투표가 있었죠?”

“네. 30%를 차지하는 이 투표에서도 크리드가 약소한 차이로 포커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5위는 선샤인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결과는 아니었다. 파이널 무대에서 나름 변화를 줬지만, 멤버들의 부족한 역량이 그걸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4위는 하이드. 이번에도 유현재가 까칠한 반응을 보일까 유심히 지켜봤지만, 이전과는 달리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3위는 투샤인이었다. 4위와는 큰 점수 차로 얻은 등수였다. 이성재를 포함한 투샤인 멤버들은 거의 1위를 한 것처럼 환호성을 내질렀다.

-감전좌 행복해보여서 좋다

└개오랜만에 듣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잊고지냈는데 ㅅㅂ

-투샤인 애들도 더 잘됐으면 좋겠음

└진심ㅠㅠㅠㅠ 애들 다 순해보여서 좋음

-성재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이야ㅠㅠㅠ

└진심... 성재 우리 아픈손가락 아니냐고ㅠㅠㅠ

“투샤인 애들은 리액션만 보면 서바이벌 참가가 아니라 관객으로 방청 온 거 같아”

“그리고 대망의 현장 투표를 합산한 넥스트 레벨 최종 1위 그룹은……!”

“제발, 크리드…….”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60초 뒤에 발표하겠습니다.”

두 손을 모아 간절히 소원하는 팬들을 기다리는 건 고리타분한 광고 타임이었다.

“아오, 진짜!”

“어차피 크리드가 우승일 텐데 더럽게 시간 끄네-”

“아, 투마월 파이널 같아서 더 짜증나.”

“와, 그때 진짜 한 명 호명하고 10분 어그로 끌고, 7위 발표할 때는 30분인가? 걸렸었잖아요.”

“다리에 쥐났었어, 그때-”

서로 어깨동무하고 결과를 지켜보던 크리드 멤버들도 김이 빠진다는 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60분 같은 60초가 지나고, 드디어 발표의 시간이 왔다.

“1위 후보가 된 포커스, 크리드. 소감 한 마디씩 듣고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이 X끼들이 지금까지 들은 건 소감이 아니었냐?”

“먼저 크리드의 승빈 군!”

“…승빈이 소감은 들어야지-”

태세 전환이 엄청난 문스트럭이었다.

“우선, 여기까지 함께 노력하고 고생한 우리 멤버들! 가장 고마워. 그리고 저희를 위해서 매주 열심히 투표해 주고 응원해 준 클로버,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좋은 무대 꾸밀 수 있었어요. 설령 1위를 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넥스트 레벨에서의 경험으로 더욱 멋진 그룹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포커스의 오재성 군?”

“이렇게 쟁쟁한 선배님들과 어깨를 겨룰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중간중간 시련도 있었지만… 잘 이겨 낸 저와 우리 멤버들에게 수고했다고 해 주고 싶습니다.”

파이널 경연 직전에 터진 열애설을 의식한 소감이었다. 그 때문에 가장 중요한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빼먹는 실수를 저지른 듯했다.

-잘 이겨낸 저왘ㅋㅋㅋㅋ....

-재성아 니가 고생했겠니 똥치운 팬들이 고생했겠니ㅎ...

└루머로 정병먹는거임?

└그걸 루머라고 해야하낰ㅋㅋㅋㅋ

-팬들 얘기 안한건 좀 깼다ㅇㅇ

└조용히 해 재성이 요즘 팬서비스 좋아졌는데 니들 때문에 다시 동태되겠네ㅡㅡ

“이제 발표하겠습니다! 넥스트 레벨 최종 1위 팀은… 축하합니다, 크리드!”

“다들 고생 많았다, 진짜-”

“축하해 애들아!”

“사랑해!”

* * *

서로 손을 맞잡고 크리드의 이름을 주문처럼 끊임없이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1위로 우리의 이름이 불리고, 서로를 얼싸안았다. 그동안 경연 준비와 경쟁으로 인해 생겼던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한 번에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었다.

지운이 형과 선우 형, 윤빈 형은 동시에 눈물이 팡하고 터졌다. 일곱 중에 셋이나 벌써 눈물을 보여서 큰일이었지만 자꾸 웃음이 나왔다. 저 셋도 서로의 얼굴을 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

“고생했어, 진짜…….”

“우승했는데 왜 울어요!”

오히려 박재봉이 의젓하게 우승 트로피를 받아 왔다. 유현이 형과 나, 강도현은 각자 1명씩 전담 마크 해야 했거든.

“크리드, 우승을 축하합니다! 우승 소감은 리더인 유현 씨가…….”

“네. 먼저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말해도 부족한 우리 클로버! 여러분 덕분에 저희가 또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을 선물받았습니다. 정말 평생을 다해도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멤버들, 부족한 리더 믿고 여기까지 잘 따라와 줘서 고마워.”

“무슨 소리예요!”

“유현아, 네가 부족하면……!”

“그리고 매 경연 저희와 함께 밤낮이고 고민하고 도와주신 코어 식구분들도 감사합니다! 저희 크리드, 앞으로도 더 성장하는 그룹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팬이 아닌 이들도 벅차오를 소감이었다. 하지만 더 감동인 것은 따로 있었다. 눈물이 살짝 맺힌 유현이 형의 비주얼은 충격이라고 할 만했다. 눈물 보기가 사막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운 형이기 때문에 현장 반응은 더 뜨거웠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미션 완료 문구와 함께 보상창이 떴다. 대체 어떤 보상이길래 미션 발현 당시에도 비밀로 한 것일까?

[불편한 진실을 확인하시겠습니까?]

-보상 미수령 시 페널티 없음.

‘불편한 진실?’

더 남은 진실이 있을까? 앞으로 미래를 계획하는 데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 바로 수령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건 보상이 아닌 형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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