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222화 (222/346)

222화

[저는 오재성의 여자친구입니다.]

“이게 뭐야?”

“헐, 야 얼른 눌러 봐.”

단언컨대 지금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바로 오재성의 열애설이었다. 사진 속 상대가 누군지 다들 왈가왈부하던 중에 인터넷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도저히 클릭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제목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커스 오재성 군의 여자친구입니다. 데뷔 전부터 만나기 시작해서 1년 넘는 시간을 함께 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제 남자친구를 둘러싸고 황당한 논란이 불거져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방송 캡처로 떠돌아다니는 배경 화면은 제가 아닙니다. 그러니 당연히 재성이의 여자친구라는 루머는 말도 안 되는 거겠죠.

(...) 우리 재성이... 그 누구보다 팬들 생각해서 데이트도 항상 몰래 아무도 없는 곳 찾아가거나, 저희 집에서만 했습니다. 연습생 때부터도 밖에서 당당하게 데이트 한번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숨기기도 어려웠지만 그만큼 조심했는데 이런 억지 논란에 당황스러워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희 재성이 정말 좋은 사람입니다. 다들 예뻐해주세요ㅠㅠ]

-뭐야, 어그로야 찐이야...?

└사진봐서는 찐인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찐은 역시 사진부터 푼다더니ㅎ...

-아니ㅋㅋㅋㅋㅋㅋㅋ 열애설 해명한다면서 자기가 여자친구라고???

-걍 이때싶 싶어서 남친자랑하는 거 아니냐고ㅋㅋㅋㅋㅋ

-아오,.... 관종여친이 제일 노답인건데ㅠㅠㅠㅠ

-약간.... 바보는 안건드린다 그런 느낌임...

└ㄹㅇ... 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황당해서 할말이 없음ㅋㅎ

-오재성도 이거 알고있는건가???

-아닠ㅋㅋㅋㅋㅋㅋ 이정도면 헤어져서 일부러 엿먹이려는 거 아님?

└오.... 진심 그런거면 차라리 이해된다ㅇㅇ

-심지어 이사람 인플루언서 아님?ㅎ.....

└ㅁㅊ..... 이거 완전 럽스타였네......

[오재성 럽스타그램 증거 모음.ZIP]

내가 그동안은 설마설마 했는데, 여친분 본인이 등판하실 줄이야^^

데이트를 몰래 하셨다고요? 숨기느라 힘드셨다고요??

그러신 분들이 이렇게 대놓고 럽스타를 하신다고요????

팬기만 오진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오재성이 팬한테 선물받은 티셔츠 입고 있는 여친 사진)

(팬들한테 커플템하라고 추천한 모자 사진)

(찐으로 여친과 커플템으로 착용한 사진^^)

재성아, 심지어 저 모자 너희 친척이 하는 브랜드더라??ㅋㅋㅋㅋㅋㅋ

팬들한테 장사질하는 것도 모자라서 기만까지??ㅎ.....

탈퇴해 ㅅㅂ

-와 미쳤다..... 커플템하라고 추천했다고?????

└ㄹㅇ.... 이게 제일 충격임ㅋㅋㅋㅋㅋㅋ

-팬들 기만하면서 본인들은 얼마나 재미있으셨을까^^

-아니 바람도 아니고 팬들을 스릴용도로 써먹은거임?ㅎ

[아니 오재성 그새 여친 바뀜?]

(여자아이돌과의 커플아이템 사진)

(방송캡쳐 사진)

얘 루/핀의 세/라랑 사귀는거 맞잖아ㅋㅋㅋㅋㅋㅋ

내가 예상했던 흐름 그대로였다. 그날 오재성이 전화했던 상대는 세라가 아니었거든. 그리고 오재성이 꽤 오래 상대를 달래는 걸 봐서 상대가 오재성과의 비밀 연애에 굉장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여자 친구라고 등장할 줄은 몰랐지만. 오재성이 얼마나 불안하게 했으면 그랬을까.

불씨가 던져지니 타오르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동안 긴가민가했던 팬들이 증거를 찾아 올리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오재성이라는 이름만 들어가도 게시글의 조회수가 폭발할 정도였다.

[포커스 오재성, 양다리 논란?]

[오재성, 그의 여성편력은 어디까지인가?]

[아이돌 연애로 인한 탈퇴 총공? 병들어가는 팬덤 문화.]

논란이 커지자 기사들도 우후죽순 쏟아졌다. 헤드라인만 읽어도 참 화려했다. 온갖 사이트가 오재성의 열애설로 난리가 났다. 처음에 방송에 스쳐 지나간 사진만 나왔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일반인 여성분이 올린 폭로글이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한 것 같았다.

사진까지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던 VM도 곧장 ‘사실무근’이라며 공식 입장을 냈다.

[현재 당사 소속 아티스트인 오재성 군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가 유포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아티스트에 대한 무분별한 비방과 악성 루머 유포에 대해 선처 없이 법적 대응할 예정입니다. 아티스트 루머 및 악플 신고 메일은 @VM_official.xxx.com으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이러한 VM의 대처는 포커싱에게는 몰라도 루커스의 팬을 비롯한 타 팬들에게는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웬일로 VM이 고소공지를ㅋㅎ

-루커스 루머는 몇 년째 먹금하고있으면서

└ㅅㅂ...왜 내가 보낸 메일은 안 읽냐

└공짜로 만원 버는법 이런식으로 제목 지으면 읽어봄ㅇㅇ

-증거가 빼박인데 뭘 고소함ㅋㅋㅋㅋㅋㅋ

└저렇게 고소한다고 하는 소속사치고 찐으로 고소하는 곳 본 적 없음

-양다리가 고소당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ㅠ

그리고 여론을 의식한 오재성은 갑자기 팬들과의 소통이 활발해졌다. 자주 오면 일주일에 한 번 오던 메신저 플랫폼에 매일 출석을 하지 않나, 갑자기 팬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조합으로 에이앱을 하는 것이었다. 누가 봐도 새벽 감성 가득한 말을 하지 않나, 매일매일 공식 카페에 출석하는 등 노력이 가상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소속사의 압박이었는지 최초 폭로자의 글도 내려가고, 오재성의 눈물의 탈덕 방지쑈에 마음이 약해진 팬들은 이 일을 단순 해프닝으로 생각하게 되는 듯했다. 물론 필사적으로 진실을 외면하는 거였지만 말이다.

-병크터지니까 갑자기 효자가 되네ㅎ

-재성아 50일 채우기 전에 와줘서 고맙다

└ㅁㅊ 그정도면 환불해줘야 하는 거 아님?

솔직히 더 나락에 떨어지길 바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얻었다. 아이돌 팬들이 가장 불안해하고, 또 의심하는 주제가 바로 연애와 이성 문제였다. 이미 오재성은 포커싱 내에서 ‘안심할 수 없는 멤버’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이제 아주 사소한 일에도 돋보기를 들고 과몰입해서 분석하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게 아이돌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오재성 팬들은 온갖 이유로 오재성을 과보호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다른 멤버의 팬들에게서 유난스러운 악성 개인 팬으로 인식될 게 뻔했다. 결국은 팬덤 내에서 외딴섬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아니라는데 사서 정병먹는 애들은 뭐임?

└아니겠냐?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알고있었는데

└덕질 참 순수하게 하시네...

악독하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오재성의 뿌리를 흔드는 데에는 그 무엇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말하던 팬들이 배신하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으니까. 실제로 그 이후 촬영장에서 만난 오재성은 어딘가 안절부절못해 보였다. 회귀 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 * *

“아, 나도 파이널 방청 가고 싶어!”

문스트럭과 레빗드림이 방청에 당첨되고, 남은 세 명은 정연의 집에 모였다. 광탈의 슬픔을 달래는 데에는 맥주만큼 효과적인 게 없었다.

“그래도 모두 한 번씩은 방청 가 봐서 다행이다.”

“그건 그래.”

“이제 시작하나 보네-”

넥스트 레벨의 무대를 앞두고 연습 과정을 담은 VCR이 송출됐다. 1시간이라는 터무니없는 시간을 주고 1절 완곡을 준비해 오라 한 것이 처음 밝혀지면서, 현장은 물론 인터넷 반응도 시끄러워졌다.

[윤피디 이 ㅅㅂㅅㄲ가]

문스트럭으로부터 온 분노의 문자를 확인한 정연이 말했다. K 역시 상식을 뛰어넘는 윤 피디의 기행에 경악했다.

“그럼 애들 센터 선발 영상 1시간 연습하고 찍은 거야? 미친 거 아님?”

“틀린 게 당연한 거였네. 와중에 안 틀린 승빈이는 뭐야?”

[1시간이면 충분하죠?]

윤 피디의 천연덕스러운 도발에 현장에 있던 팬들은 모두 야유를 보냈다. 방송에 현장 소리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처음에 1시간이라는 말 들었을 때 어땠어요?]

[체념한 표정의 승빈]

[승빈: 아… 역시 윤 피디님이구나.]

-ㅋ큐ㅠㅠㅠ애가 해탈했네

-승빈이 눈이 텅비었엌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나같아도 해탈함;; 뭐하는짓이여

-투마월 때 하던 버릇못버린거짘ㅋㅋ...

[유현재: 짜증났죠, 뭐.]

-노빠꾸얔ㅋㅋㅋ

-윤피디잡는 허스키...

└허스키치고 조금 사나운...

└싸가지 없는...

-근데 저렇게 할말 다하는 캐릭터있어야 재밌음

거침없는 유현재의 입이 사이다라고 느끼게 될 줄이야. 볼수록 신기한 인물이다.

“승빈이가 센터를 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씨넷 게시판 개판 났을 듯”

하지만 역시나 서바이벌로 다져진 멘탈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승빈은 증명했다. 바쁜 와중에도 유현재를 코치해주는 모습도 화제가 됐다.

“센터 됐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유현재도 욕 엄청 먹었겠다.”

“승빈 스쿨이 살렸네… 분량도, 유현재도, 재미도.”

-유현재가 도와달라고 하는거 2년 덕질하면서 처음 봄

└유현재를 2년이나 덕질함? 대단하네;;

└성격 때문에 열받아도 와꾸를 봐...모든걸 용서하게 만들어벌임

-승빈이는 천사냐...?

-유현재가 실수없이 영상찍을수 있었던 이유네

[본인 연습하기도 바빴을 텐데?]

[승빈: 그렇긴 한데… 형 알려 주면서 저도 더 확실하게 연습할 수 있어서 괜찮아요.]

“이미 실력에 자신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인 거지-”

그리고 하윤이 돌연 연습실을 퇴장한 이후의 모습도 방영됐다. 오재성과 말다툼 이후 화장실 복도 거울 앞에서 연습을 이어 가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연습실을 이탈했는데…….]

[하윤: 스스로한테 너무 분했어요. 생각만큼 잘되지 않고 자꾸 눈에 거슬리는 게 있고…….]

-얼굴이랑 성격이랑 매칭이 너무 안되뮤ㅠ

└저 얼굴에 싸가지없어서 인기멤인건데?

└와우...썬플라워판 잘 돌아가네

-난 하윤 독기가득해서 좋음ㅇㅇ

└나도ㅋㅋㅋㅋ 보면 재밌음ㅋㅋㅋㅋㅋ

“쟤는 참 실력도 나쁘지 않고 독기도 가득한데 너무…….”

“감정적이지.”

“맞아.”

[하윤과는 화해했나요?]

[오재성: 제가 형으로서 잘 이끌어 줘야 했는데… 미안하다고 먼저 말했고 하윤이도 받아 줘서 다행이에요.]

-재성이 불쌍해ㅠㅠ

-한참 어린애 투정도 받아줘야하고 고생이많다...

└한참 어리진않는데요;;

-나는 오재성 쟤 너무 쎄함;;

└ㅇㅇ사과 안했을거같은데

└맞아 했으면 하윤도 말했겠지

└재성이 억까 작작해

└억까가 아니라 합리적의심임 그동안 쟤가 한짓을 생각하면ㅎ..

[센터로 뽑히고 어땠는지?]

[승빈: 아니, 그 새벽에 잠옷 차림으로 소감을 말하게 하는 게 어디 있어요- 저 진짜 민망했어요!]

“미안, 승빈아. 난 너무 좋았다…….”

“저 날 승프들 거의 축제였잖아.”

“진짜 시골 강아지 같아 가지고 심장 아팠다고.”

[승빈: 멤버들이 저를 믿고 대표로 뽑아 줬는데,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돼서 엄청 기분 좋았어요. 투표하느라 고생한 클로버 분들께도 너무 감사했고요.]

“진짜 우리 강쥐는 클로버 없이는 말을 못 해요~”

“그니까. 진짜 효자 중의 효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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