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219화 (219/346)

219화

투표는 근소한 차이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었다. 승빈, 오재성, 유현재의 순서였다. 물론 팬들 간의 기싸움도 엄청났다.

[아 솔직히 5ㅈH성이 되는건 적폐아님?]

-ㅇㅇ가사도 절고 박자도 다 밀렸는뎈ㅋㅋㅋㅋㅋ

└끌로버들 쫄?

└양심껏 투표하라는거지^^

[잘하는 애를 뽑아야하는데 상품 좋은곳을 뽑고있자나ㅡㅡ]

-꼬우면 니네도 돈모으던가

└누구팬인지 투명하다

└성재팬인데?

└성재 팔아먹지마 나쁜ㅅㄲ야

[야 근데 승넨이 얼굴 무슨일?]

-더 잘생겨졌는데?

└아니 볼때마다 잘생겨져서 어이가 없음

└혼자만 외모 레벨업이라도 하나;;

-승빈이 원래 잘생겼는데요ㅋ

└투마월 꼬질이 시절 모르나봄

└승빈이 많이 예뻐진거짘ㅋㅋㅋㅋ

문스트럭은 투마월 때부터 크리드 데뷔 이후 승빈의 모습을 편집하면서 영상을 만들었다. 투마월 당시 투표 독려 영상을 만들었던 시기가 떠올랐다.

“내가 이 짓을 또 하고 있을 줄이야…….”

하지만 촉박한 시간 탓에 결국 예전에 만들어 놓은 슬라임 영상에 대충 승빈의 사진과 영상을 짜깁기하였고, 30분 만에 속성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급하게 만들다 보니 필터링 없는 표현과 나사 하나 빠진 듯한 자막이었다. 소리를 편집하다가 무언가를 잘못 설정했는지 데뷔곡 신세계가 3배속으로 플레이되고 있었다.

“이거 왜 이래? 아씨, 이럴 시간에 그냥 이벤트를 열 걸 그랬네.”

그래도 일단 만든 영상이 아까워서 다른 곳에는 올리지 않고, 짹짹이 계정에만 팬들의 투표를 독려할 목적으로 올렸다.

[우리가 문승빈을 투표해야 하는 10가지 이유]

-투마이월드 때부터 한결같은 열정

-순둥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무대 위에서의 에너지

-크리드 메인보컬, 시크릿싱어 꽃도령 걔 맞음

-승빈이가 센터되면 클로버의 행복지수가 높아짐 그러면 클로버들이 일을 열심히 하고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함 그러면 세계 경제 호황에 도움이 되고 지구평화 쌉가능

마지막은 사심으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 어이없는 퀄리티의 영상이 몰고 온 파급력을 문스트럭은 생각도 못 했다.

[야 니는 진짜… 사이버 도화살 있는 거 같다]

K의 메시지를 받은 문스트럭은 익숙한 불안함이 엄습했다.

“뭐, 뭐야 또.”

[??]

[영상 약 빨고 만들었음?]

[나 짹짹이에만 올렸는데?]

[걍 보고 판단해라 (링크)]

링크로 들어간 문스트럭은 자신의 영상이 재업로드된 계정의 리짹과 하트 수에 경악했다. 누가 제보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짹짹이의 유명한 유머 계정에 업로드되면서 점점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어째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지구평화까지 가능하게 하는 투표]

-이거 문승빈홈마가 올린거라몈ㅋㅋㅋㅋ

-논리점프 ㅁㅊㅋㅋㅋ

-와중에 슬라임 잘해서 킹받음ㅋㅋㅋㅋㅋ

└바풍만드는 스킬 좀 봐ㅋㅋㅋㅋㅋ

-문승빈팬이라고 슬라임한거냐고;;

-문승빈센터랑 지구평화가 무슨 연관이있는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뭔가 익숙한데…….”

투마월 당시 인형을 훠궈에 떨어뜨리고 결국 인형 제작까지 하게 됐던 사건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빠른 속도로 온갖 SNS에 퍼지고 있었다.

“이걸 좋아해야 해, 싫어해야 해?”

역시나 출처 없이 이곳저곳에 뿌려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저곳 자신의 아이디가 팔린다면 그것만큼 수치스러운 일도 없을 테니까. 문스트럭은 딱 10초간 괴로워하고 바로 마음을 정리했다.

[야 괜찮냐?]

[ㅇㅇ승빈이 센터하는데 이정도 망신살쯤이야]

[와…]

[저 미친 사랑의 끝은 어디인가…]

[종이비행기 액자로 걸어둔 분이 하실 말은 아닌 듯?]

[문승빈 니 내 친구한테 뭔짓한 거임]

덕분에 넥스트 레벨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머글이나, 일반 대중들에게도 승빈의 이름을 각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투표를 인증하는 타 팬들과 일반인들도 보이면서 문스트럭은 내심 뿌듯했다.

[그래도 저 영상 때문에 정의구현하네ㅇㅇ]

-포커싱 눈에만 오재성이짘ㅋㅋㅋ

└이래서 머글들이 객관적이라는거임

-내 친구도 저 영상보고 다른애들꺼도 보는데 왜 오씨가 2위냐고 묻더랔ㅋㅋㅋ차라리 유가 낫다고

“이 정도면 완전 성공이네.”

* * *

“형, 이거 봤어요? 진짜 웃긴데.”

엠티 같지 않은 엠티를 촬영하면서도 계속 투표에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갑자기 박재봉이 웃기다며 보여 준 영상에 입이 떡 벌어졌다.

“이거 마지막 이유가 제일 웃겨요!”

“세계 경제와 지구 평화……?”

“선우 형이 처음에 보여 주는데 저는 웃겨서 거의 울었다니까요?”

3배속을 해서 그런지 하이톤인 크리드의 노래와 갑자기 등장하는 사진과 영상 때문에 더욱 조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매력인 영상임은 분명했다. 대체 왜 넣었는지 모르겠을 슬라임 영상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거 때문에 투표 점유율도 엄청 빠르게 올라가고 있대요.”

“이게 몇 시간 만에 가능하구나…….”

누가 올린 건지 궁금해서 짹짹이에 검색했다가 납득했다. 역시 문스트럭이었다. 회귀 전이나 후나 여러모로 귀인이 분명했다.

드디어 12시가 되고, 투표가 종료됐다. 12시가 되면 현장에서 바로 발표를 하겠다는 제작진 덕분에 모두 잠도 못 자고 있었다. 박재봉과 선샤인, 투샤인의 어린 멤버들은 벌써 눈이 반쯤 풀린 상태였다. 분명 엠티라서 밤새 놀 생각에 신나 있던 박재봉은 다른 일로 밤새우게 생기자 더욱 피곤한 듯했다.

“진짜 이게 뭐야아…….”

“눈은 뜨고 말해라.”

“저 완전 두 눈 크게 뜨고 있는데여.”

반쯤 감긴 눈으로 말하니 반박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마침 제작진이 들어왔다. 윤 피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걸 보고 조금 안심이 됐다. 이미 투표 점유율은 1위로 끝난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조작은 쉽지 않을 것이고, 원하는 결과가 아니니 현장에 나오지 않았겠지. 그렇다면 나나 유현재 중 한 명이 뽑힐 가능성이 높았다.

“결과 발표하겠습니다.”

“떨려.”

“누가 보면 형이 센터 선발전 나간 줄 알겠어요-”

긴장감이 오갔고, 침이 넘어가는 소리만 들렸다. 윤빈 형은 나보다 긴장이 되는지 두 손을 쥐고 있었다.

“투표율 60%, 하트 수 20만 개로 크리드의 문승빈 군이 센터로 선정됐습니다.”

“축하해!”

“와아아!”

그제야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멤버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실감이 났다. 1시간 만에 해낼 수 있을까, 미션도 성공할 수 있을까?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걱정이 됐다. 그런데 이렇게 뜻밖의 기회와 함께 해내다니. 그리고 반가운 반짝임과 함께 미션 클리어창이 떴다. 하루 만에 2포인트를 얻는 것은 또 처음이었다.

“승빈 군, 소감 컷 하나 딸게요.”

아무리 실시간으로 촬영한다 해도 그렇지, 잠옷 차림으로 센터 선정 소감이라니- 조금 민망했다. 밤이 돼서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고 카메라를 응시했다.

“먼저, 저를 믿고 투표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쟁쟁한 분들하고 경쟁하는 거여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요. 응원해 준 우리 멤버들도 너무 고맙습니다. 파이널까지 열심히 연습해서 최고의 무대 꾸며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컷 소리와 함께 정말 촬영이 종료됐다. 카메라와 스태프들이 철수하고 나서 모두 바닥에 주저앉거나, 드러누웠다. 이미 숙소로 돌아간 줄 알았던 유현재가 손을 내밀었다. 무슨 의도냐는 눈으로 보니, 두어 번 흔들었다. 아마 악수를 하자는 뜻이었나 보다.

“축하해.”

“고마워요.”

“네가 될 거라고 했지?”

“그러게요. 형 은근히 촉이 좋네.”

“덕분에 후회 없이 준비할 수 있었어.”

‘덕분에 포인트도 얻고, 내가 더 고마워해야 할 거 같은데.’

“저도 고마워요.”

“네가 왜?”

“그런 게 있어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유현재를 두고 멤버들에게 돌아갔다.

“진짜 피곤하다.”

“오늘 하루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재봉이는 거의 기절했는데?”

유현이 형이 벌써 새근새근 잠이 든 재봉의 어깨를 살짝 흔들며 깨웠다.

“재봉아, 여기서 자다가 입 돌아간다. 들어가서 자자-”

“입이 돌아가?”

역시 체력으로는 원 톱인 윤빈 형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고,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답했다.

“내일 설명해 줄게요, 형. 나도 너무 졸려…….”

“오케이.”

넥스트 레벨이 시작하고 처음으로 마음 편히 잠들 수 있었다.

* * *

뜬눈으로 투표 결과를 보던 문스트럭은 점유율 60%로 투표가 마감되는 것을 확인하고 침대 위로 다이빙했다.

“정말 힘들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씨넷 공계 알림이 떴고, 문스트럭은 벌떡 일어났다.

[센터가 된 크리드 승빈의 메시지!]

-ㅁㅊ업로드 속도봐;;

-완전 실시간 아님?

-승빈이 꼬질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투표한 보람있다ㅠㅠㅠㅠ

└문스트럭 엄마 보고계신가요ㅠㅠ

“X친. 장하다, 승빈아!”

그런데 영상을 플레이 하고 문스트럭은 쥐고 있던 베개를 주먹으로 두어 번 내리쳤다. 충격적으로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피곤해서 그런지 평소보다 부은 얼굴에, 세팅되지 않은 머리와 맨얼굴은 가학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귀여웠다. 그리고 센터 선발 영상 때도 느꼈지만 얼굴이 더 잘생겨진 것만 같았다. 문스트럭은 참지 못하고 자신의 계정에 글을 올렸다.

[애들아(0명) 우리 승빈이 제철이다…]

안 그래도 하얀 피부인데 홍조까지 올라와서 그녀의 눈에는 복숭아 그 자체였다.

“복숭아가 말을 하잖아……!”

게다가 잠옷도 보들보들한 재질의 강아지가 그려진 옷이어서 귀여움이 배가됐다. 무대 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지만 귀여움 앞에서는 장사 없었다.

-미친거아님?

-승빈이는 쿨톤임 웜톤임? 아니면 내가평생 완주하지못할 사랑의 마라톤임?

└광기;;

└쿨톤임ㅇㅇ

└드립실패의 현장

-내인생을 이어가줄 바톤임ㅇㅇ

└그의 손에 쥐어지는 은팔찌

└은팔찌를 왴ㅋㅋㅋㅋ

└잡아가야함

벌써 짹짹이 타임라인에는 승빈의 영상이 도배가 되고 있었다. 살짝 잠긴 목소리에 설렌다는 팬들과 늦잠 자겠다고 투정 부리는 아기 같다고 유사 육아를 하는 사람들 틈에서 문스트럭은 유사 견주의 포지션이었다.

[우리 강아지ㅠㅠㅠㅠㅠㅠ 하… 고구마 먹이고 전기장판 위에 재우고 싶음]

그러고는 승빈의 움짤과 방금 잠에 깨서 퉁퉁 부은 강아지의 움짤을 함께 올렸다. 그녀의 눈에 승빈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다. 강아지, 복숭아 혹은 요정으로 보였다. 문스트럭은 스스로도 이제 답이 없음을 인정했다. 귀여워 보이면 게임 끝이라더니, 이제는 온갖 귀여운 것들이 승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 * *

아침 기상 송은 넥스트 레벨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무슨 노래인지 한참 있다가 알아챘지만, 나는 벌떡 일어나서 안무를 할 정도였다. 춤을 추면서도 투마월의 데자뷔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먼저 일어난 유현이 형과 함께 다른 멤버를 깨우고 냅다 집합 장소로 달려갔다. 미션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투마월과 씨넷 리얼리티 유경험자로서 일단 달려야 한다는 것을 멤버들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우다다 달려가는 우리를 보고 다른 팀들도 다급하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에는 역시나 윤 피디가 있었다, 종이가 담긴 통을 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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