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80화 (180/346)

180화

“아, 열받아.”

뮤직쇼 이후로도 그 주의 1위를 포커스가 싹쓸이하면서 문스트럭은 심기가 불편했다.

“플레이 온 아이스 보면서 열 식혀야지…….”

벌써 플레이 온 아이스가 시작한 지 5주나 지났다. 그사이 승빈의 피겨 실력도 날이 갈수록 성장했고, 방송의 시청률도 고공행진 중이었다. 이정훈 선수와의 케미도 매주 화제가 되면서 최근에는 둘이서 음료수 광고도 찍었다.

그리고 요즘 플레이 온 아이스가 더 마음에 든 이유가 있었다. 바로 오프닝이나 엔딩에는 꼭 크리드의 곡을 넣어 준다는 것이다. 승빈의 소원대로 컴백 주와 그다음 주까지는 오프닝과 엔딩 모두 ‘레디’가 나왔고, 이후에는 방송 중간중간 사용됐다.

플레이 온 아이스 5화는 처음으로 멤버들이 짧은 음악에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배웠던 스텝과 스핀을 넣어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현장 평가단과 온라인 투표를 통해 1위 팀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승빈: 1분 내내 빙판 위에서 항아리만 그리다가 끝나는 거 아닐까요?]

[정훈: 1분 동안 꽉꽉 채워서 프로그램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게 바로 동상이몽……?]

-승빈이 몸이 모자랐겠다ㅠㅠㅠㅠㅠㅠ

-저때 활동시작하고 맞지?

└ㅇㅇ컵백주였을 듯

-승빈이 체력 무슨일임;;

-저런데도 불평이나 힘든내색 한번도 안하고 진짜 프로이뮤ㅠㅠㅠㅠ

-동상이몽ㅋㅋㅋㅋㅋ

“형, 노래 잘 들었어요?”

“어? 나 컴백한 거 알고 있었어?”

“당연하죠! 저 시간 딱 맞춰서 노래랑 뮤직비디오도 봤어요.”

“고마워. 노래 어땠어?”

“완전 신나고 좋던데요? 저 요즘 연습할 때 텐션 안 올라오면 레디 들으면서 연습하잖아요.”

-정훈학생도 클로버였어

-둘이 왜이렇게 귀엽냨ㅋㅋ큐ㅠㅠㅠ

-정훈선수 아이스쇼에서 레디하는 상상

훈훈한 대화가 오가는 중에 최 피디의 목소리가 들렸다.

“승빈이가 정훈이한테 안무 좀 알려 줘 봐~”

“지금요? 여기서?”

“에이, 저 춤 못 춰요!”

“정훈 선수 지난 시즌 아이스쇼를 제가 봤는데…….”

“아, 피디님!”

[자료 화면 나갑니다^^]

아이돌 메들리에 맞춰 주니어 및 시니어 선수들과 빙판 위에서 열심히 춤을 추며 스케이팅을 하는 자료 화면이 나왔다. 약간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타고난 피지컬과 함께 피겨 안무를 해 왔던 만큼 곧잘 따라 하는 모습이었다.

-잘추는데?

-귀여웤ㅋㅋㅋㅋㅋㅋ

-정훈선수 아이돌했어도 잘했을 듯?

-아이돌 인재를 피겨판에 빼앗겼네ㅠㅠㅠㅠ

-진심ㅇㅇ 웬만한 아이돌보다도 잘어울림ㅠㅠ

“피디님도 같이해요!”

[최 피디: 아니, 정훈 선수, 자꾸 나를 끌어들인다니까?]

[별로 싫어하는 거 같진 않아 보였는데?]

[최 피디: 이게 바로 스타 피디의 자질이라는 거지]

“분명 관종인데 밉상은 아니란 말이지?”

[그렇게 급조된 빙판 위 레디 안무 수업]

“자 이렇게 팔을 왼쪽으로 돌리면서 다리는…….”

“이렇게요?”

“잘하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정훈 선수는 승빈의 설명에 따라 안무를 금방 따라왔다. 반면 옆에 있는 최 피디는 열심히 뚝딱이고 있었다. 레디의 포인트 안무 발 스텝을 하다가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으악!”

“피, 피디님 괜찮으세요?”

[고개를 들지 못하는 최 피디]

[최 피디: 촬영장에 쥐구멍 하나 만들려고.]

[승빈: 최 피디님이 저 넘어질 때마다 세상 행복하게 웃으신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플레이 온 아이스 시작하고 제일 행복해 보이는데?]

[승빈: 에이, 그럴 리가요! 피디님 엉덩이 아프실 거 같아서 그날 잠을 못 잤다니까요?]

-승빈이 플온아 시작하고 제일 크게 웃은거같은뎈ㅋㅋㅋㅋㅋㅋ

-피디랑 얼마나 친해진거임?ㅋㅋㅋㅋㅋㅋ

-편집 무슨일임ㅋㅋㅋ몇번을 반복하는거얔ㅋㅋ

└편집팀이 제일 신난거같은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세상 어떤 피디가 본인이 웃기냐고욬ㅋㅋㅋㅋㅋㅋㅋㅋ

-최피디 예능이 다 성공하는 이유가 있넼ㅋㅋㅋㅋㅋ 그냥 피디부터가 웃수저임ㅋㅋㅋㅋ

“피디님, 그럼 거기 말고 여기 파트 해 보시는 게 어떠세요?”

“오, 확실히 안무가 좀 더 간단하네.”

승빈이 원래 챌린지 구간이 아닌 다른 포인트 안무를 알려 주자 최 피디는 다시 자신만만함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음에 자빠지고 만 최 피디였다.

“피디님, 그냥 링크장 밖에서 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내가 지금 피겨 예능 피디인데 그래서야 되겠어?”

“오- 피디님 객기 대박-”

개그맨 H가 타이밍 좋게 치고 들어온 멘트에 링크장이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최 피디: 맹연습해서 다음 촬영 때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최 피디는 정말로…….]

“이제 완벽하죠?”

[춤이라고 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몸짓]

“저, 저게 뭐예요?”

“승빈 씨 컴백 곡 안무래.”

“저게 춤이구나-”

“승빈아, 네가 다시 보여 줘야겠는데?”

“왜? 비슷하지 않아요?”

[최 피디의 발언은 플레이 온 아이스 제작진 전체의 의견이 아님을 알려 드립니다.]

-제작진들 선긋는거봨ㅋㅋㅋㅋㅋ

-교차편집 너무햌ㅋ큐ㅠㅠㅠㅠ

[정석ver VS 뚝딱이ver]

“역시 승빈이가 추니까 다르네!”

“둘이 같은 춤춘 거 맞아?”

그렇게 5화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연습하는 과정으로 끝났다. 하지만 놀라운 일은 프로그램이 끝나고부터 시작됐다. 플레이 온 아이스 방송이 끝나고 크리드 공식 숏 플랫폼 계정에 출연진들과 승빈이 ‘레디’를 추는 영상을 올렸는데 예상치 못한 화제가 된 거다.

[정석ver VS 뚝딱이ver]

-이거 플온아에서 나온 노래 아님?

└ㅇㅇ 레디라고 플레이온아이스 막내 승빈이가 있는 그룹 크리드의 2집 타이틀곡임

└아 이게 문승빈 노래야? 노래 좋네

└많관부!

-ㅋㅋㅋㅋㅋㅋㅋ뚝딱이버전 너무 현실적이어서 눈물나옴

-최피디보고 웃을 상황이 아니었잖앜ㅋㅋㅋㅋㅋ

-완전 이상과 현실 아님?

-영상이 안끝낰ㅋㅋㅋㅋㅋㅋㅋ

-이거 2시간짜리 영상 아니었냐곸ㅋㅋㅋㅋ

반응이 오는 것을 빠르게 캐치한 위튜버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챌린지를 패러디하면서 저절로 홍보 효과가 생겼다. 일부러 과장되게 뚝딱이면서 코믹함을 극대화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활동 당시에 유명 아이돌들과 함께했던 챌린지보다 더 큰 반응을 얻은 것은 누구도 예상 못 한 결과였다. 완벽하게 안무를 숙지하는 것보다는 허술하고, 코믹한 요소가 들어가면서 일반 대중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이거 챌린지 기획 누가했냐 ㅈㄴ보너스 줘야할 듯?]

[그니깤ㅋㅋㅋㅋ역주행 하는거 아니야?]

[안 그래도 지금 음원 다시 20위권으로 올라왔다고 총공계에서 글 올라왔더라]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 거지?”

문스트럭의 의문은 날이 갈수록 놀라움으로 변했다. 활동이 끝났는데도 음원 순위가 떨어지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야;; 레디 다시 차트 10위 찍음]

-뭐야?

-챌린지 효과가 ㅈㄴ컸나봄

-이러다가 활동기때보다 성적 좋게나오면 웃기겠닼ㅋㅋㅋㅋ

-야씨 지금 8위라서 포커스 이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ㅋ

└아 활동끝나지만 않았어도

크리드 멤버들 역시 예상치 못한 역주행에 놀라면서도 신나 보였다.

[많은 분들이 레디 뚝딱이 챌린지에 관심을 주셔서 레디가 역주행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멤버들 모두 믿기지 않아서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어요ㅋㅋㅋ –도현-]

“현실이 구라 같고 구라가 현실 같네…….”

[뚝딱이 챌린지로 역주행하고 있는 곡] 조회수: 9483

크리드의 ‘레디’라는 곡인데 최피디가 추다가 넘어진 그 곡 맞음ㅇㅇ 알렉스 전설의 눈물짤 배경음악으로 나온 그 노래 맞음!

요즘 이 챌린지한다고 전국의 뚝딱이들 다 보고온거같음ㅋㅋㅋㅋ

활동은 지난주에 끝났는데 갑자기 역주행하고 있어서 팬들도 가수도 어리둥절한 상태임.

-요즘 동생놈 문닫고 맹연습하길래 무슨 노래인가했는데 이거였구나

-하필이면 옆에 잘추는애가 있어서 더 웃김ㅋㅋㅋㅋㅋ

그리고 마침내 ‘레디’가 다시 음원 순위 1위를 찍은 날, 문스트럭은 소름이 돋아서 하마터면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미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서 정신없는 문스트럭과 클로버에게 또 한 번 놀라운 소식이 찾아왔다.

[크리드 뮤직쇼 공방 신청 안내]

* * *

“저희 지난주에 활동 끝나지 않았어요?”

“그랬지. 근데 이번에 챌린지가 너무 인기가 많아져서 1위 할 가능성이 높대. 그래서 뮤직쇼 측에서 먼저 출연을 제안했고.”

“대박이다! 저거 챌린지 승빈이 형이 제안한 거였잖아요.”

매니저 형에게 소식을 듣고 얼떨떨했다. 사실 챌린지는 최 피디님이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다른 출연진들과 같이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한 것이었다. 짧은 시간 내에 그나마 쉬운 안무를 골라서 알려 주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게 이렇게 된다고? 방송 편집에 뚝딱이라는 표현이 나오면서 내 의도와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 챌린지가 되었다.

음원 순위와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서서히 오르는 것을 보면서 챌린지가 효과가 있구나- 정도 생각했지, 이렇게 큰 파급력을 가져올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꿈을 꾸는 것과 같은 이틀이 지나고, 뮤직쇼 녹화 날이 됐다. 대기실 복도에서 마주친 포커스는 인사도 없이 나를 지나쳤다. 하긴, 이제 막 3주 차고 큰 이변이 없다면 이번 주도 당연히 1위를 싹쓸이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설마 5주 전에 나온 노래가 갑자기 역주행을 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쟤네 엄청 기분 안 좋아 보이네요?”

“그럼 우리는 더 기분 좋은 일이지. 안 그래?”

“그건 그렇죠?”

“저렇게 티 내는 거 보면, 쟤네도 오래는 못 가겠다.”

팬들의 응원 소리도 평소보다 더 힘차게 느껴졌다. 팬들 역시 예기치 못한 역주행에 당황한 듯하면서도 포커스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전투력이 가득한 상태였다.

“클로버~ 이렇게 다시 보니까 너무 신기하고 좋아요!”

“우리도!”

“기분 탓인가? 오늘 클로버들 응원소리가 더 더 커진 거 같아요!”

“오늘은 다들 밥 잘 먹고 왔나 봐.”

선우 형의 말에 촬영장 가득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1위를 할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처음 경험하는 역주행의 행복을 온전히 느끼기도 시간이 부족했다.

“이번 주 뮤직쇼 행운의 1위는… 크리드의 레디! 축하드립니다!”

“진짜?”

“대박!”

멤버들은 한참 동안 믿기지 않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유현이 형도 1위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는지 평소보다 말을 더듬었다.

“저희가 사실 지난주에 활동이 끝났는데, 어, 이렇게 1위를 하게 될 줄 몰랐거든요. 정말… 먼저 클로버 너무 감사합니다! 저희가 이렇게 사랑받는 것은 모두 클로버 여러분들의 응원과 사랑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코어 식구분들 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겸손하고 발전하는 크리드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등줄기까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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