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79화 (179/346)

179화

“문스트럭 씨 왜 저러냐?”

“지난주에 질문 박스 만들었다가 테러당하고 없앴대.”

“그럼 인정. 근데 맞는 말이야. 나도 주문 관련 문의받으려고 질문 박스 만들었다가 애들 가지고 장사하니까 좋냐는 소리 들었잖아.”

“참나, 오빠들도 팬들 가지고 장사하는데 뭐가 문제야?”

A의 말에 K와 문스트럭은 가차 없었다.

“오빠?”

“오빠는 좀…….”

“잘생기면 다 오빠잖아.”

“너 그러다 진짜 잡혀가.”

“아기 오빠도 안 될까.”

“응, 안 돼.”

“됐고, 애들 인터뷰 나온다.”

뮤직쇼 대기실에 크리드가 등장하자마자 네 명은 약속한 듯 조용해졌다. 단체로 반다나 스타일링을 했는데 멤버들마다 디테일이 미세하게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의상은 쇼케이스 날 입었던 것과 비슷한 트레이닝복과 재킷의 조합이었다.

“반다나 X나 귀여워”

“승빈이 지금 재킷 안에 민소매인 거냐?”

“승빈이 인생 최대 노출 아님?”

“여며!”

문스트럭은 지금 인터뷰하면서 살짝씩 보이는 팔에도 심장이 쿵 하는데, 무대를 하다가 젖히기라도 한다면 자신이 무슨 짓을 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컴백한 지 1주 만에 1위 후보에 오른 크리드! 소감이 궁금해요-”

“먼저, 지난주에 컴백했는데 벌써 뮤직쇼 1위 후보에 올라서 너무 영광입니다. 모두 클로버 여러분 덕분이에요!”

“1위 공약으로 준비한 게 있다고 들었어요~”

“네! 먼저 저희 크리드가 1위를 하게 된다면 앵콜 무대에서 계주 퍼포먼스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크리드의 은밀한 숙소 생활 속 모습들을 담은 사진들을 공개하려고 합니다.”

“우와~ 정말 다양한 공약을 준비하셨네요! 그럼 1위 후보인 크리드의 무대 기대하겠습니다!”

“승빈이가 에이앱에서 말한 사진 풀려나 봐.”

“도현이 아침에 일어나자 찍힌 사진 말하는 거임? 오늘 무조건 1위 해야 한다.”

뒤이어 크리드의 무대가 시작되었고 네 명 모두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응원법을 하고 있었다.

“아, 저걸 내 두 눈으로 못 본다는 게 너무 슬프다.”

“지난주 공방도 못 봤으면 배 아파 뒤졌을 거임.”

“지금 나 배 아파 뒤지라고 하는 소리지?”

“앗, 쏘리-”

[알다가도 모르겠을

네 마음속으로

숨차도록 달려 나가

네 곁으로 I’m ready]

“이런 미친.”

“내가 본 게 맞냐?”

[미래를 볼 수 있어

분명 내게 넘어올 타이밍

망설임 따윈 잊어버려

I’m Ready, Run to you!]

화면에 문승빈의 원샷이 잡히고 문스트럭과 정연은 양옆의 K와 A의 어깨를 소리가 날 정도로 때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K와 A는 고통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덕후의 마음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문승빈이 재킷 한쪽을 등 뒤로 넘기면서 민소매가 보였으니까. 하얀 피부에 아직 어려서 형 라인 멤버들과 같이 다부진 근육은 아니었지만, 잔근육들이 자리 잡혀 있었다.

“아니 팔 근육 무슨 일이냐고-”

“내, 내 말랑이가…….”

유독 정연이 충격에 빠진 듯했고, 문스트럭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야, 괜찮냐?”

“저 정도면 귀여운 거 아니야? 도현이 근육 보면 놀라겠다.”

“플레이 온 아이스 하면서 잔근육 생겼나 봐”

잠시 말을 잃었던 정연이 마른세수를 하더니 말했다.

“아, 너무 좋은데? 근돼만 안 되면 되는데 우리 승빈이는 프로 아이돌이니까 그럴 생각 없을 거 같아서 다행이야.”

“맞다, 너 구오빠 탈덕 사유 중 하나가…….”

정연이 구오빠를 탈덕한 이유 2534개 중 하나가 바로 운동이었다. 데뷔 초 귀여운 이미지로 인기몰이를 했지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정연은 그것이 X랄X병의 시작이었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어깨도 넓어지는 게 눈에 보이고, 팬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점점 몸을 키우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서 말 그대로 근육 돼지가 되어 버린 거다.

“운동만 하면 양반이지. 그 X끼는 헬스트레이너들이랑 친목하다가 걸린 게 더 문제였어.”

“그래서 내가 그때 다 잊고 승빈이 덕질하자고 꼬셔서 완전 탈덕한 거잖아.”

“맞아. 오히려 고마워! 계속 깨작깨작 실망시켰으면 미련하게 덕질하고 있었을 텐데 아예 병크 터뜨리니까 이런 신세계도 경험하고 얼마나 좋아.”

구오빠 뒷담은 언제 해도 즐겁고, 지겹지가 않았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1위 발표 시간이 왔다.

“이번 주 1위는… 크리드 레디! 축하합니다!”

“역시!”

“아싸!”

“도현이 사진!”

승빈과 지운의 소감이 이어졌다.

“먼저 저희 많은 사랑 주는 클로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이번 앨범에 참여해 주신 모든 스태프, 코어 직원분들 감사합니다.”

“우리 멤버들 이번 활동도 열심히 준비하느라 너무 고생 많았고, 앞으로도 재밌게 활동하자. 고마워!”

“네- 크리드 1위 축하드리고, 앵콜 무대 준비해 주세요. 그럼 저희는 다음 주에 만나요, 음악이 있는 곳에는 항상 뮤직~쇼!”

크리드 멤버들은 공약대로 배턴을 쥐고 앵콜 무대를 시작했다. 무대 위를 몇 바퀴 돌아 가며 라이브를 하는데도 호흡이 딸리거나, 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평소의 연습량을 알 수 있는 라이브 실력이었다.

-라이브 실력봐;;

-이게 크리드다

-애들 달리기하면서 라이브연습한다는 인터뷰 본거같은데 찐인가봐;;

└어떻게 한번이 삑사리가 안나는거임…

-크부심이 괜히있는게 아니라니까?

-앵콜영상만 계속 돌려보는거 정상이냐고ㅠㅠㅠ

-님=나 진짜 기특하다ㅠㅠㅠㅠㅠㅠ

-야 승빈이가 공약사진올렸다 공계ㄱㄱ

“아 미친, 너무 귀여운데?”

“으아아아악! 도현아!”

[눈뜬 사진은 도저히 찾지 못했어요…….]

승빈이 공식 계정에 올린 사진은 아침에 일어나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멤버들의 사진이었다. 약간 부어서 평소 무대에서 보는 모습보다 어딘가 따끈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잠옷을 입고 까치집을 하고는 눈도 다 뜨지 못한 박재봉의 사진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

“전 멤버 다 올렸나 봐”

“승빈이는 없는 건가…….”

아쉬워하던 찰나, 공계 알림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게 뭐… 아, 미쳤다.”

승빈의 아침 사진은 멤버 별로 6장이 올라왔다.

[너만 찍은 줄 알았냐?^^ -도현-]

[누가 잡아가도 못 알아챌듯ㅋㅋㅋㅋ –선우-]

-아 대박ㅋㅋㅋㅋㅋㅋ

-승빈이사진은 안올라오는줄 알고 내심아쉬웠는데ㅠㅠㅠㅠㅋㅋㅋㅋㅋ

-사진이랑 멘트에 애들 성격보이는것봨ㅋㅋ

-도현이 사진은 승빈이컨펌받은거 맞지?

“고맙다, 얘들아!”

“이 말랑이 팔뚝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아니 이런 건 언제 찍은 거야;; 클로버들이 즐거웠다면 전 괜찮아요… 아마도…]

-승빈이 당황했엌ㅋㅋㅋㅋ

-괜찮은거맞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크리드 너무 재밌다

-승빈이 전혀 몰랐나봐

└거대한 승빈깜짝카메라 세계관

“야, 심심하다고 게임을 왜 하냐? 크리드 덕질하면 되는데.”

정연의 말에 격하게 공감하는 세 사람이었다.

* * *

크리드의 2집 활동이 3주 차에 접어 들고, 드디어 포커스가 컴백했다. 크리드가 컴백하는 날 보란 듯이 긴급 컴백 티저를 띄우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만큼, 음원 순위와 앨범 판매량 성적 모두 준수했다. 특히 음원은 크리드에 대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대중들로 하여금 ‘얼마나 자신 있으면 저럴까?’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크리드의 인기가 치고 올라오는 것을 견제하는 타그룹 팬덤의 개입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과 SNS에서도 앞다투어 포커스와 크리드를 비교하는 기사를 쏟아 냈다. 그리고 마지막 활동 주간인 크리드와 포커스가 뮤직쇼 1위 후보에 올랐다. 1위 후보 대기실에서 포커스를 마주쳤는데, 역시나 알 수 없는 두통이 밀려왔다.

‘왜 이 X끼들만 만나면 머리가 아픈 거야……?’

“크리드와 함께 1위 후보에 오른 포커스! 소감이 어떠신가요?”

“먼저 제가 정말 존경하는 크리드 선배님들과 1위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입니다!”

‘김병대가 눈 한번 깜짝 안 하고 저런 멘트를 하네.’

괜히 헛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느라 힘들었다.

“먼저 4주 차인데도 이렇게 1위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클로버 고마워요~”

솔직히 1위 후보에 올랐다고 했을 때 많이 놀랐었다. 4주 차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음원 순위도 차트 아웃의 위기이고, 사실상 앨범 활동도 끝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포커스가 1위를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VM은 그렇게 생각 안 할 것이 분명해서 머리가 아파 왔다.

“이번 주 영광의 1위는! 축하합니다, 포커스!”

예상한 대로 포커스가 1위를 했다. 옆에서 오재성이 트로피를 받는 모습을 보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너나 나나 지운이 형이나 첫 1위를 이곳에서 하는구나-’

1위 발표 후 김병대는 몸도 가누지 못할 만큼 오열을 했고, 다른 멤버들은 당황스러워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VM은 팀워크를 중요시하며 멤버를 구성했다지만, 이런 사소한 것에서 그들의 팀워크를 알 수 있었다. 분명 데뷔 전까지 연습생을 갈아엎으면서 급하게 데뷔시켰겠지.

형식적인 축하를 하고 숙소로 향했다. 어떤 반응도 찾아보고 싶지 않았다. 사그라들지 않는 두통이 사라지길 바라며 눈을 감았다.

* * *

포커스가 1위를 하고, VM은 한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포커스, 대세 크리드 꺾고 1위…….]

[포커스의 압도적인 1위의 비결은?]

“진짜 X랄을 하세요…….”

기사와 억까들이 판치는 커뮤니티 반응을 보면서 레빗드림은 잔득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컴백하신 분들이 4주차이기고 너무 좋아하는거같네여ㅎㅎ;;

└이런다고 크리드가 1위되는게 아닌데ㅠㅠ

-VM ㅈㄴ약은 새끼들인게 일부러 시간차 두고 컴백시킨거잖앜ㅋ…

└우린 이걸 전략이라고 부르기로했어요

└전략이 아니라 꼼수겠지

-와중에 오재성 공곜ㅋㅋㅋㅋㅋㅋ

“얜 또 뭐야?”

@Focus_official 1분 전

[크리드 선배님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것도 영광인데 저희가 1위를 차지하다니…! 너무 감격스러워요ㅠㅠ 고마워요 우리 포커싱♡]

“크리드 이름이 꼭 들어가야 했나?”

보통 1위를 하면 그냥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말이다. 전부터 오재성에게서 싸함을 느꼈던 레빗드림에게는 그냥 넘어가기 힘든 표현이었다.

-와 함께 오른것도 영광ㅋㅋㅋㅋ 골때리네

└함께 올라간게 맞는데 뭐가 골때린다는거임?

└대가리꽃밭?

-오재성 보면볼수록 쎄함

└아이고 쎄믈리에 납셨네;;

└저희 애는 그저 1위 처음해서 신났을뿐인데ㅠㅠ

“아무것도 모르는 척도 정도가 있지.”

“기분 나쁜데 보정이나 해야겠다.”

평소에도 사진 보정으로 스트레스를 풀어 왔기 때문에 레빗드림은 모니터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날 다른 멤버들을 찍은 사진까지 포함해서 20장가량의 새 보정 사진을 올렸다. VM의 말도 안 되는 어그로와, 오재성의 글에 멘탈이 너덜해진 클로버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고화질 보정 사진이었다.

-애들 얼굴보니까 화가 싹 사라짐

-레빗드림님 감사합니다…

-투마월때도 그렇고 이분없었으면 크리드 덕질못했을 듯

-masternim, thankyou!

하지만 포커스의 1위는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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