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76화 (176/346)

176화

“마지막 티저 떴다.”

“레디 너무 궁금해. 컴백쇼 녹화 때도 카운트다운이랑 클로버 후기만 있었잖아.”

수진과 수정은 기대감에 부풀어 재생 버튼을 눌렀다. 15초가량의 짧은 티저였지만,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너에게 지금 달려가

Run to you

운명의 배턴을 쥐고

숨차게 Run to you]

멤버들의 팀워크와 합이 빛나는 군무 장면과, 데뷔 앨범에서 공개됐던 멤버들의 능력을 보여 주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데 완벽하게 능력을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허술한 모습이 담겼다. 염력이 능력인 박선우는 물컵을 올리다가 떨어뜨려서 놀란 얼굴을 하거나, 동물과 대화를 하는 능력을 가진 윤빈은 고양이와 대화를 잘하는 듯하다가 냥냥펀치를 맞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아직 초보 능력자들인거야?

-선우 표정봨ㅋㅋㅋㅋㅋㅋㅋ

-설마 지운이 치유능력이라서 보건실에 있는거임?

└레전드직관적이네

“뭐야? 귀여워.”

“승빈이 능력이 뭐였지?”

“미래를 보는 거였을걸?”

티져의 마지막 장면은 많은 클로버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잠시 달리다가 넘어진 승빈의 눈동자로 빨려 들어가더니 누군가의 손이 보였다.

-승빈이가 보는 미래인가?

-뮤비내놔!!!!

-애들 초능력 보는 재미도 있겠다ㅠㅠㅠㅠ

“누구지?”

“이번에도 뮤비 해석하면서 보는 재미 있을 거 같아.”

둘의 예상대로, 여러 뮤직비디오 해석 위튜버들이 발 빠르게 크리드의 티저를 분석하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팬들 사이에서도 이번 뮤직비디오가 어떤 내용일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재봉이랑 승빈이는 상담소? 운영하는거인듯?]

한 0.5초만에 지나가서 흐릿하게 보이는데 상담소라고 적혀있는거 아님?

(사진)

-오

-이런건 어떻게 찾아내는거임ㅋㅋㅋㅋㅋㅋㅋ

-사람 마음 읽는 애랑 미래를 보는 애면 딱인데?

-크리드의 상담소 같은건가

-하 ㅈㄴ귀엽겠다

새벽 3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지만 짹짹이와 각종 커뮤니티에 상주하는 클로버들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이건 내 궁예인데]

뭔가 애들이 능력가지고 고백 도와주는거 같지않음? 처음에 재봉이한테 편지 건네는 애 머리 위에 하트 떠있잖아.

-그럼 선우는 염력으로 고백 도와주는거임?

└도와주려다가 물컵 쏟는거면 레전듴ㅋㅋㅋㅋㅋ

-아니 윤빈이가 더 총체적난국임

-동물이랑 대화하는거 뭔뎈ㅋㅋㅋ

-헐 그럼 티져마지막에 승빈이가 본 장면이 고백장면인 거 아님?

└ㅁㅊ

└미리 성지순례 예약해도 됨?

-아 빨리 6시나 됐으면

* * *

데뷔 앨범의 인기가 단순히 투마월의 인기 때문이 아니었음을 보여 줘야 하는 활동인 만큼 클로버들도 각자 전투력을 높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쇼케이스 사진이 올라오면서 팬들의 기대는 더욱더 커졌다.

“헤메코 미쳤네…….”

회사 컴퓨터로 문스트럭과 연락을 주고받던 정연은 하마터면 회사 단톡방에 주접 글을 남길 뻔했다.

[개쫄렸잖아]

[회사에서 덕밍아웃ㅋㅋㅋㅋ생각만해도 오싹함]

[승빈이 코디보고 제정신이 아니었음ㅋㅋㅋㅋ]

쇼케이스 기사 사진 속 승빈은 하얀색 헤어밴드에, 핏 되게 떨어지는 트레이닝 바지 위로 연한 청 재킷을 입고 있었다. 스포티하면서도 힙한 느낌을 주는 의상이었다. 게다가 투마월 경연 당시 헤어스프레이로만 봤던 흑발은 승빈의 팬들이 오랫동안 염불하던 머리였기 때문에 더 큰 파급력을 가져왔다.

-ㅅㅂ드디어찐흑발을

-짭흑발로 연명하던 흑발파는 행복해요

-확신의 쿨톤임 우리 승빈이…

-헤메코 너무 마음에 드는데?

승빈 다음으로 눈을 사로잡은 것은 차지운이었다. 승빈과 같이 트레이닝 바지 위에 청 재킷이었지만, 크롭으로 되어서 넓은 어깨에 대비되는 허리가 부각되는 의상이었다.

-지운이도 완전 어넓골좁이네

-독기레전드다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이게 바로 대기업의 맛이냐

타이틀곡 ‘레디’에 대한 반응도 ‘신세계’만큼이나 호의적이었다.

[크리드 데뷔곡에 이어 이번 신곡 레디 역시 팬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멤버 개개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을 파트 분배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곡에서 주목해야 할 목소리는 메인보컬을 담당한 승빈입니다. 데뷔곡 신세계에서는 주로 고음을 담당하면서 찌르는 듯한 소리가 있다는, 약간은 호불호가 갈릴만한 보컬이었지만 이번 신곡 레디에서는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역대를 만난 거 같습니다. 탄탄한 보컬 실력은 여전하고, 신세계와 비교해도 분명 성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나, 호불호 갈린 적 없거든요? 아무튼 좋은 의미니까 넘어간다.]

[근데 다들 승빈이 신세계 이후로 실력 발전했다고 하는 거 왜이렇게 기분좋지]

[맞아. 진짜 시크릿싱어 기점으로 확 성장한 거 같음]

[하 빨리 6시 됐으면 좋겠다.]

[ㅇㅇ뮤비 너무 궁금함]

[사실 난 퇴근때문이기도 함]

[이런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리드의 컴백 날인 만큼 각종 팬 사이트와 총공 계정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크리드 2집 [READY] 컴백 해시태그 총공♧]

클로버! 해시태그 총공으로 크리드의 컴백을 축하해주세요!

#CR:ID_READY_GO!

#크리드_READY_준비완료

#클로버도_준비완료

시간: 5: 30PM (KST)

#CR:ID #크리드 #READY_CR:ID_Comeback @CR:ID_official

팬들의 해시태그 총공과 각종 이벤트로 컴백을 축하하는 와중에 드디어 ‘READY’의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CR:ID_official 5초 전

[CR:ID “READY” M/V

WeeTube:(링크)

Listen “READY” here

:(음원 링크) ]

정연은 6시 정각이 되자마자 이어폰을 장착하고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먼저 미리 설정해 둔 음원 총공 팀에서 올린 권장 스밍 리스트를 재생하고 곧장 뮤직비디오로 향했다.

이런 미친!

최근 차를 뽑은 정연은 이곳이 지하철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하철이었다면 분명 내적 감탄과 주접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은 욕구를 참느라 목이 간지러웠을 테니까. 첫 장면은 동그라미 안경을 쓴 승빈과 재봉에게 한 학생이 편지를 건네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는 [크리드 상담소]라는 팻말이 보였다.

-ㅁㅊ승빈이 안경;;;;;

-그냥 안경도 아니고 동그리안경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씨 안경을 씌워놨는데 왜 하나도 안똑똑해보이냐? 귀여워

-크리드 상담소 궁예한 클로버 글 어디있음? 성지순례가야지

“미치겠다 너무 귀엽잖아-”

“노래 너무 좋다…….”

평론가의 글대로 이번 곡의 감초 역할이자, 기둥은 승빈이었다. 노래를 이전보다 더 맛있게 부르게 되었다고 표현하는 게 제일 정확했다. 게다가 어디서 끼 수업이라도 받고 온 건지 내내 승빈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승빈이 최애이기 때문도 있었겠지만, 확실히 이전보다 자연스럽게 끼를 부리게 된 것은 확실했다.

[미쳤네 문승빈 폭스야]

[이게 지금 나를 홀릴려고ㅠㅠㅠㅠㅠㅠ]

[집 가서 ㅈㄴ큰 스크린으로 다시 볼거임]

[근데 뮤비 내용이 그래서 뭐임?]

[모름ㅋㅋㅋㅋㅋ애들 얼굴만 보다가 끝남]

[엔딩 승빈이 봄? 웃는거 ㅈㄴ햇살임]

“아직 엔딩까진 안 왔는데. 뭐지?”

그리고 정연은 곧 문스트럭의 말에 백번 공감했다. 카메라의 시선이 승빈의 눈동자로 빨려 들어가더니 티져에 나왔던 손이 보였다. 꽃다발을 건네받는 손이 이내 꽃다발을 준 손을 잡고 달려간다.

순식간에 눈동자에서 빠져나오더니 승빈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씨익 웃으며 카메라를 응시하고 뮤직비디오가 끝났다. 그리고 쿠키 영상이 나왔는데, 정유현이 시간을 멈추는 능력 연습을 하고 있다가 정말 시간이 3초 정도 멈추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ㅁㅊ지금봤음ㅋㅋㅋㅋㅋㅋㅋ어쨌든 이뤄졌다는 거 같은데?]

[ㅇㅇ근데 마지막에 쿠키 영상은 뭐지?]

[그니까. 빨리 해석본 보고싶다]

[(링크) 여기 해석글 있음 나도 이거 보고 다시 보려고]

[땡큐]

[크리드 2집 ‘READY’ 뮤직비디오 해석 (궁예임ㅇㅇ)] 조회수: 30482

-일단 이번 뮤직비디오를 정리하면 ‘크리드의 고백 대작전’이야. 처음 승빈이 재봉이한테 편지를 건넨 학생을 보고 재봉이는 학생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지. 그리고 승빈이도 아주 가까운 미래를 보고 있어. 학생의 머리 속 그림에서는 학생이 좋아하는 사람을 봤을 때 잠깐 시간이 멈췄다고 하지.(이거 잘 기억해둬. 나중에 재밌는 스토리로 이어지니까.)

-각자의 이유로 크리드 멤버들은 이 학생의 고백을 도와주기로 결심해. 하지만 앨범 소개글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능력을 알아챈 크리드 멤버들의 능력은 아주 약하고, 컨트롤 하기 어려운 상태야. (애들 너무 귀엽지않냐ㅠㅠㅠㅠ)

그래서 자잘한 실수들을 범하고 말지. 선우는 아주 약한 염력 능력으로 여학생이 다른 남학생과 잘 될뻔한 순간에 음료수를 쏟아서 방해하지게 되었고, 윤빈이는 리트리버와 소통에 오류가 생기면서 오히려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되버렸어. 지운이는 상사병으로 앓고 있는 남학생의 마음을 치유…하는 듯 했지만 결국 아이스크림을 사주면서 풀어줘. 그리고 상황이 더 악화될 거 같으면 유현이가 시간을 잠깐(한 2초?) 멈춰서 수습을 하지.

-주목해야 할 건 재봉이와 승빈이의 능력! 마음을 읽고, 미래를 볼 수 있는 건 ‘사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능력이야. 남학생은 이 둘의 능력을 가장 동경하고, 자신의 고백 프로젝트에서 제일 유용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능력이 약한 둘의 능력은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아. 생각해봐. 고작 상대방의 마음 다섯 마디? 듣는 능력이랑 5분 뒤 미래만 보는 능력이 얼마나 도움이 됐겠어. 오히려 짧게 해석한 마음에 여학생은 실망하지.

결국 남학생은 스스로 진심을 담아 고백하기로 결심해. 더는 여학생의 마음을 읽거나, 둘의 미래를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거임. 여학생도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걸 재봉이는 읽게 되고 흐뭇하게 지켜보지. 남학생이 꽃집에서 나오는 걸 보면서 승빈이는 남학생이 망설이다가 돌아서는 모습의 미래를 보고 달려가다가 넘어지지. 고백이 실패할까봐 걱정하던 찰나, 남학생이 다시 용기를 내고 승빈이는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진 미래를 보면서 뮤직비디오는 끝이 나지.

-마법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라는 걸 말하는 뮤직비디오인 셈이야. 그리고 쿠키에 대해 궁금해하는 클로버들도 많은데, 나도 처음엔 이게 뭐지? 했다가 빵 터졌어. 여기 능력 연습하는 유현이 뒤로 학생 보여? 익숙한 학생이지? 처음에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빠진 계기가 ‘시간이 멈추는 걸 느껴서’라고 했잖아. 근데 그게 감정 때문에 느낀 게 아니라 찐으로 유현이 때문에 시간이 멈췄던 거지. 생각도 못한 전개여서 한참 웃었어.

제목이랑도 다양하게 엮어볼 수 있는 게 사랑할 준비가, 솔직할 준비가 되었다는 얘기니까ㅠㅠㅠ 진짜 뮤비 너무 귀엽고 맘에 들어서 써봤다.... 스압 ㅈㅅ

-아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진짜 시간이멈추는게 어디있엌ㅋㅋㅋㅋㅋㅋ

-감독 또라이아님?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렇게 뮤비를 몇십 번쯤 돌려 보자, 모두가 기다렸던 크리드의 컴백쇼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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