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73화 (173/346)

173화

[1화 끝나고 얼굴에서 웃음이 안 떠나시던데, 소감이 어떠셨는지?]

[최 피디: 하, 내가 또 해냈구나… 뭐 그런 생각?]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는말이라서 뭐라 반박은 못하겠음ㅋㅋㅋㅋㅋ

-재수없엌ㅋㅋㅋㅋㅋㅋㅋ

└괜히 피디 욕해서 승비니한테 좋을거없을텐데

└농담인데 왜이리 진지하심ㅠ

[최 피디: 장난이고, 섭외하는 동안에 머릿속에서 그려놓은 그림보다 멤버들 간의 케미가 더 좋아서 촬영 내내 ‘이건 됐다.’라고 생각했었지. 근데 내 예상보다도 더 큰 사랑을 받아서 시청자분들과 출연진들에게 감사하다고 다시 한번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고는 냅다 큰절을 올렸다. 하여간 종잡을 수 없는 피디인 것은 분명했다.

-길어

-오프닝만 5분째 하고있는 예능이 있다?

-최피디 분량욕심 무슨 일이냐며;;

불만의 반응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타이밍에 승빈이 등장했다.

[승빈 씨, 엉덩이는 괜찮아요?]

“아, X친”

예상을 비껴간 질문에 정연은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머릿속에는 이미 무수히 많이 넘어진 1화에서의 승빈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1화를 하도 돌려 봐서 모든 장면을 외울 지경이었다.

-아앀ㅋㅋㅋㅋㅋㅋㅋㅋ

-질문상태 왜이랰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궁금했다 승빈아… 엉덩이는 괜찮니

-진심 내가 세본것만해도 스무번은 넘어졌음ㅠㅠㅠ

“진짜 많이 넘어지긴 했어.”

승빈 역시 어이가 없었는지 이마를 짚고 실소하다가 체념한 듯 답했다.

[승빈: 아휴, 보는 사람마다 엉덩이 안 아팠냐고… 너무 많이 물어봐서 제가 먼저 엉덩이 괜찮다고 말하고 다녔다니까요?]

[오늘은 안 넘어질 자신 있는지?]

[승빈: 오늘은 절.대. 안 넘어질 거예요. 저 틈틈이 나와서 연습도 했거든요-]

[승빈: 혹시 연습하는 모습이 참고 자료로 나온다면 잘 나온 애들만… 아시죠? 부탁드려요.]

이어서 승빈이 아이스 링크장에서 연습하고 있는 사진과 영상들이 나왔다. 지난 미션으로 배웠던 동작을 꾸준히 연습하고 있었다. 승빈의 애타는 바람과는 달리 몇 번 엉덩방아를 찧는 영상 자료도 나왔지만.

[미안하다, 승빈아!]

“승빈이 본방 사수 하다가 눈 튀어나오겠네-”

-승빈이도 본방사수하고있으려낰ㅋㅋㅋㅋ

-열정강아지ㅠㅠㅠ최고야

-컴백준비로 엄청 바쁠텐데 틈틈이 나와서 연습한거야? 진짜 사기캐라니까

-체력관리 잘해야할텐데ㅠㅠㅠㅠ

-승빈이 몸이 열 개야?

└열개도 모자를거같음ㅇㅇ

-저러니 예쁨받지ㅠㅠ

└저정도 준비는 다 해요ㅎㅎ

└가세요 초치지말고^^

└너무 유난이시길래^^

└팬들앓는데 와가지고 어그로얔ㅋㅋㅋ 꺼져

[이번 주 플레이 온 아이스 멤버들이 마주할 미션은?]

-오 미션 나온다

-이번에는 많이 안넘어졌으며뉴ㅠㅠㅠ

[최 피디: 이번 주 미션은 ‘누가 넘어지지 않고 가장 많은 스핀을 도는가?’입니다! 5일의 연습 기간을 드릴 테니 다음 촬영에서 1등을 가려내겠습니다.]

-벌써 스핀이요?ㅋㅋㅋㅋㅋㅋㅋㅋ

-승빈이 혼자만 넘어지는게 아닐듯ㅋㅋㅋㅋㅋ

“빙판 위에서 스핀하는 승빈이라니… 오래 살고 볼일이다, 진짜.”

[스핀이 미션이라는 소식 듣고 어땠어요?]

[이정훈: 빡세다…….]

[승빈: 저 이제 막 걸음마 뗐는데 빙판 위에서 스핀이라니요……?]

[이정훈: 그래도 승빈이 형이면 금방 배울 거예요!]

-정훈학생 고마워…

-승빈이 파이팅!!

-정훈선수 긍정적이닼ㅋㅋㅋㅋ

-승빈이 힝구강아지됐엌ㅋ큐ㅠㅠㅠ

“칭얼대는 것도 귀엽네…….”

본격적으로 연습이 시작되고 승빈은 전에 배웠던 대로 빙판 위에서 몸을 풀었다.

“와, 형 연습 엄청 많이 했네요? 지난번보다 훨씬 좋아졌어요!”

“고마워요, 저 진짜 틈날 때마다 와서 연습했어요.”

“맞다. 형, 저희 말 놓을까요?”

“그럴까……? 요?”

말을 놓았다가 순간 눈치를 보며 끝에 –요?를 붙이는 모습에 정연은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문승빈, 이 유죄 인간아……!’

-이런 ㅁㅊ

-승빈아 누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여

-으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

-정훈선수 싸움잘해요?

└잘하면 어쩌시려고욬ㅋㅋㅋㅋ

└나도 저얼굴 직관하고 싶어서요…ㅠ

└그런거면 ㅇㅈ

-농담이신 거 알지만, 우리 정훈이.... 싸움 잘할걸요ㅎ....

└ㅋㅋㅋㅋㅋㅋㅋ 정훈이 저렇게 순한 모습 처음 봄....

└왜요????

-정훈선수 외국선수랑 링크장에서 자리싸움하는 거 보시면 아실듯(링크)

└대박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한번을 안밀리시넼ㅋ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 정훈선수 완전 순둥인줄 알았더니 역시 그도 체육인....

“먼저 스핀을 하려면 저처럼 이렇게 3시 모양으로 서 보세요.”

“이렇게?”

“맞아요. 그리고 오른쪽 발을 이렇-게 원을 그리면서 돌려 줘 볼까요?”

“오른쪽 발을 이렇게?”

이정훈 선수를 유심히 관찰하던 승빈이 오른발을 힘차게 돌았다. 하지만 모양새가 어쩐지 축구하다 헛발 차는 것과 같았다. 주변의 다른 출연진들은 역시나 승빈보다 빠른 속도로 스핀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승빈은 그 모습을 부러운 듯 보다가 결심한 듯 다시 발을 차올렸다. 하지만 승빈의 상상 속 자세와는 달리 이번에도 헛스윙이었다.

-아이고 승빈아 어디갘ㅋㅋㅋㅋㅋ

-우승또…

└우리 승빈이가 또…

“아이고, 형 너무 빨리 도네요.”

“다시 해 볼게!”

“천천히 오른발을 반달을 그린다고 생각하면서 돌아볼게요. 제가 잡아 드릴게요.”

“좋아!”

“이렇게 돌고 나서 제자리에 올 때쯤에 오른발 들어 볼까요?”

“이, 이렇게?”

“팔은 자연스럽게 가슴 쪽으로 모으고!”

승빈은 정훈 선수가 코치하는 대로 천천히 따라왔고, 몇 번 실패하더니 꽤 자연스러운 자세가 되었다.

“오, 됐다!”

-이게 되네?

-승빈이 신나서 웃는거봐ㅠㅠㅠ

“이번엔 내가 혼자 해 볼게!”

결의에 가득한 눈으로 승빈이 패기 있게 혼자 스핀을 돌았다. 다리를 감는 거까지는 성공했는데 점점 중심을 잃고 옆으로 가기 시작했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엥? 으악!”

-편집 도랐냐곸ㅋㅋㅋㅋㅋ

-약빨고편집하는거아님?ㅋㅋㅋㅋㅋ

-또 넘어졌넼ㅋㅋ큐ㅠㅠㅠㅠㅠㅠ

-아프겠다ㅠㅠㅠㅠ

“괜찮아요, 형?”

“다 됐는데… 왜 넘어졌지?”

“너무 빨리 감아서 그래요. 아직 중심이 안 잡힌 상태에서 회전 속도만 빨라지니까 축이 점점 옆으로 기울어지다가 넘어진 거죠.”

“천천히 다시 해 볼게!”

역시 오뚝이 같은 성격이었다. 승빈은 이제 엉덩방아 정도는 익숙한 듯 얼음을 털어 내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렇게 연습 첫날 분량이 끝났다.

[D-1 미션 전날]

[연습은 어때요?]

[승빈: 사실 컴백이 얼마 남지 않아서 오래 연습할 시간이 없었어요. 아직 자신이 없긴 한데… 그래도 최대한 좋은 모습 보여 드리려고 새벽에 일찍 나오거나, 잠을 줄이면서 연습했어요.]

-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건강챙기면서 해

-코어는 스케줄 파악은 하고 여기 내보낸거냐;;

└그럼 이런 기회를 그냥 날림?ㅋㅋㅋㅋ

└애들 건강이 먼저지ㅡㅡ

-너네보다 좋은 곳에서 관리받는 애들이다… 연예인 걱정 쓸모없음

-문승빈이 얼마나 욕심있는 앤데 이걸 놓치겠냐고ㅋㅋㅋㅋㅋㅋ

└뭐지;; 이 찝찝한 댓글은?ㅎ

└ㅎ...... 진짜 얘는 안 끼는데가 없네ㅎ... 이정도면 입덕부정기 아니냐며ㅋ

-그래도 승빈이도 하면서 즐거워 보여서 다행ㅠㅠㅠ

“걱정은 되지만… 알아서 잘하는 애니까.”

승빈의 말대로 처음 연습을 시작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정훈 선수도 빠르게 성장한 승빈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 주었다.

[이정훈: 솔직히 놀랐어요. 형이 컴백 준비 중인 거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조금 못해도 이해해야겠다- 하고 있었는데 전보다 훨씬 좋아졌더라고요!]

“대박- 형 소질 있는데요?”

“에이, 그런 농담하는 거 아니다?”

“진짜로! 나도 스핀 연습할 때 일주일 걸렸어.”

-둘이 많이 친해졌나봨ㅋㅋㅋㅋ

└그러게 자연스럽게 말을 놓네

-태릉이 놓친 인재인거냐고

-승빈아 평생 아이돌해…

[이정훈: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예능이고 선수도 아니니까 적당히 연습할 수도 있는 건데, 프로그램과 피겨 자체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어요.]

[승빈: 음, ‘바쁘니까 이 정도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 프로그램, 시청자분들 그리고 무엇보다 피겨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 몸이 조금 힘들어도 꼭 스스로 정한 목표는 이뤄야 마음이 편한 스타일이라서…….]

[승빈: 무엇보다도 정말 재밌어요! 항상 지켜만 보던 피겨스케이팅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정말 감사하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완벽주의자구나 승빈이ㅠㅠ

-잘생기거나 실력좋거나 인성좋거나 셋 중 하나만해도 땡큐인데 승빈이는 그걸 다 해내

└진심 천년돌임

└ㄴㄴ만년돌

-어쩜 저런 극한 스케줄에도 항상 웃고있냐고ㅠㅠㅠㅠㅠ

-문승빈 내가 낳을 걸............

-승빈이 어머님은 승빈이를 어떻게 키우신 거래.......

“한 번 더 해 볼게!”

승빈이 차분하게 자세를 잡고, 천천히 동작을 이어 갔다.

“3시 방향으로 서고, 오른발을 뻗어서 천천히 반원을 그리다가 다리를 들고…….”

“오! 방금 괜찮았어요!”

정훈의 말대로 승빈이 처음으로 넘어지거나 옆으로 이탈하지 않고 스핀을 해냈다. 생각보다 더 빨라진 속도에 멈추다가 삐끗하긴 했지만.

“형, 제가 장담하는데 이번에는 무조건 1등이에요.”

“그래? 그 정도였어?”

“저 빈말 못 하는 거 알잖아요.”

[무수히 지나가는 정훈 선수의 팩폭 어록…….]

그리고 정말 정훈의 말대로 승빈은 2번째 미션에서 1위를 차지했다. 모두 첫 번째 미션을 생각하고 가장 최약체라고 생각했던 승빈의 반격에 놀란 반응이었다.

“비결이 뭐야?”

“비결이요? 열심히 한 거……?”

방송을 보던 정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그치, 우리 승빈이가 따로 뭘 한 건 없지. 진짜 자기 노력이야, 저건.”

하지만 승빈의 모든 연습 과정을 함께하지 못한 다른 출연진들에게는 조금 재수 없게 들릴 수 있는 말이었다.

“어우, 뭐야~ 무슨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해서 명문대 들어갔다는 소리야~!”

“정훈 선생님의 눈높이 수업 덕분이죠~”

“에이, 형이 노력한 덕분이죠. 전 아주 조금 도움이 됐을 뿐이고.”

[미션 1위로 소원권을 얻었는데?]

[승빈: 저희 곧 컴백하는데 오프닝이랑 엔딩 때 저희 신곡 틀어 주세요! 아이스링크장이랑도 잘 어울린다고 장담합니다!]

-우리 승빈이 잘한다!!!

-알아서 마케팅하는 아이돌 어때?

-아무튼 야무지다니까ㅠㅠㅠㅠ

-소원권도 크리드를 위해 쓰는거봐ㅠㅠㅠㅠㅠ

-승빈이 벌써 개인활동한다고 ㅈㄹ하던 샛기들 나와봐ㅅㅂ

[한편 승빈의 소원을 들은 최 피디]

[최 피디: 그걸로 소원권을 썼다고? 당연히 그렇게 해 주려고 했는데?]

“엥? 승빈이 그런 소원권 날린 거야?”

[다행히 다른 소원권으로 바꿔 주기로 했습니다. -제작진 일동-]

“그래도 양심은 있네…….”

2화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식 계정에 승빈이 셀카와 글을 올렸다.

[클로버~ 오늘도 플레이 온 아이스 본방사수 하셨나요? 저도 멤버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저 넘어지는 영상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ㅠ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매회 성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플레이 온 아이스 많관부!]

“너무 귀여워…….”

피로가 한순간에 풀릴 수 있다는 말을 지금껏 믿지 않았는데, 승빈에게 입덕하고 난 후 그 말을 100% 이해하게 된 정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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