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60화 (160/346)

160화

“승빈이가 매니저?”

“근데 어떻게 딱 미자 둘이 매니저를 고르냐? 운전도 못 하는 애들이.”

“하, 우리 승빈이 합법적으로 운전 가능한 나이가 2년이나 남았다니.”

“어린 게 최고다.”

“얘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냐?”

K는 문스트럭과 A를 흘겨보며 물었다.

“야, 어차피 지운이도 이제 스물인데 거기서 거기지.”

“맞아. 너, 역대급으로 어린 최애잖아.”

“너네가 너무 어린애 좋아하는 거라니까?”

“아, 알겠어. 얘기하느라 승빈이 컷 놓쳤네.”

승빈은 강도현과 함께 일일 매니저 체험을 하고 있었다. 운전만 매니저가 도와주고, 멤버들 케어와 자잘한 업무들을 담당하게 되었다.

“첫 번째 업무는 멤버들의 취향에 맞는 점심 사 오기입니다.”

“아, 이건 너무 쉽지~”

“이건 성공하라고 주신 미션 아닌가요~”

[자신감이 넘치던데?]

[승빈 : 애들 음식 취향은 제 배달 앱에 모두 남아 있으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였냐곸ㅋㅋ

-그치… 배달앱 속일 취향 없지

-승빈이가 주문 담당인가보넼ㅋㅋ

-애들이 추천하는 맛집 알고싶다ㅋㅋㅋㅋㅋ

[음식을 사러 출발한 승빈과 도현]

“이거만 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까?”

“근데, 누가 뭐 시켰는지 알아?”

“응?”

[멈춰 선 승빈]

[잘못됨을 감지한 도현]

“그냥 사 가고, 알아서 골라 가라고 하면 되지 않나?”

“오,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와, 나도 똑같은 생각했어.”

“역시 최애 따라가네-”

하지만 제작진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반드시 멤버 개개인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 규칙입니다.]

제작진의 공지에 승빈은 잠시 우뚝 서서 열심히 눈만 이리저리 굴렸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머리가 일시 정지된 것 같아 보였다.

“승빈이 고장 났니?”

-두뇌풀가동ㅋㅋㅋㅋㅋㅋㅋ

-도현이도 뚝딱거렼ㅋㅋㅋ

-얘네 왜이렇게 귀엽냐곸ㅋㅋㅋㅋㅋ

-오늘 유독 둘다 어려보임

-그냥 어린 거 아님??

-그것도 맞음ㅎ........

머리 위로 로딩 아이콘이 멈췄고, 승빈이 다시 침착하게 도현에게 물었다.

“넌 기억나?”

“일단 윤빈 형은 가리는 게 없으니까 패스하고, 재봉이는 매운 거 잘 먹고, 유현이 형이 맵찔이였지?”

“응, 그건 기억난다.”

“선우 형이 좀 독특한 입맛이었고…….”

길 한복판에서 둘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모습에 문스트럭과 A는 광대가 내려올 줄 몰랐다.

“승빈이 너무 귀엽다……. 저 작은 머리로 열심히 생각하는 게 너무 귀엽다고.”

“도현이 기억력 무슨 일이냐고, 얼마나 멤버들 생각을 많이 하면!”

“지운아…….”

[둘이 잘 사 올까요?]

[지운 : 각자 혼자였으면 좀 불안했을 거 같은데, 둘이 함께라면 잘 사 올 거 같아요.]

[재봉 : 이번에도 안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장난 좀 쳐 볼까요?]

“지운이 깨알같이 나오네.”

-이번에도 안좋아하는 거라고 하면 도현이 울듯ㅋㅋㅋㅋㅋ

-레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봉이 그러다 혼날 듯ㅋㅋㅋㅋㅋㅋ

-지운이 말 별거아닌데 감동적임…

└지운이가 해서 더 그런듯ㅜㅜㅜㅜㅜㅜ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재봉이가 습관처럼 장난을 치려고 했지만, 떡볶이를 사 온 것을 보고 표정을 숨기지 못해 실패할 정도였으니까.

“승빈이 형!”

“승빈아!”

“문승빈 어디 있냐-”

“도현아, 좀 빨리빨리 움직여라-”

“예예, 기다려 봐!”

동생과 형들의 부름에 존댓말과 반말이 섞인 모습에 절로 웃음이 터졌다. 분명 매니저 체험인데 멤버들의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다.

[무언가 잘못됨을 느낀 승빈]

[멤버들에게 인기가 많던데]

[승빈 : 이 인간들이…….]

[도현 : 미션은 핑계인 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현이 주먹 쥔 것 봨ㅋㅋㅋㅋ

-승빈이 귀빨개져쎀ㅋㅋ

-백지장도 맞들면 낫는다는데…

“도현이 어금니 꽉 깨물고 말하는 거 봐.”

“둘이 붙어 놓으니까 왜 이렇게 하찮냐.”

[엄청 신나 보이던데 맞나요?]

[재봉 : 멤버들 케어에 멘탈 케어도 들어가잖아요. 이럴 때 아니면 제가 언제 저 둘 놀려 보겠어요.]

[선우 : 둘 반응이 너무 재밌어요!]

-재봉앜ㅋㅋㅋ큐ㅠㅠㅠㅠㅠ

-이렇게 솔직할 일이냐곸ㅋㅋㅋㅋㅋ

-애들아 매니저체험 맞지…?

[과연 다른 멤버들의 코어 직원 체험은 어땠을지-]

[그리고 처음으로 공개되는 크리드의 2집 앨범 스포까지?]

[도와줘, 크리드 2편에서 만나요!]

엔딩 역시 정유현의 조악한 애니메이션이 화려하게 장식했다. 하지만 노래는 생각보다 더 퀄리티가 있었다.

“뭐야, 이 인지 부조화는?”

“목소리가 윤빈이 같은데?”

“아, 프로듀싱 관련으로 한다더니 비지엠 만들었나 봐.”

“그럼 설마 오프닝 비지엠은…….”

세 명 모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떠오르는 사람이 단 한 명 뿐이었으니까.

* * *

‘도와줘, 크리드!’ 방송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승빈의 개인 예능 섭외 확정 기사가 올라왔다. 타임라인을 올리며 ‘도와줘, 크리드!’ 속 승빈 컷과 움짤을 모으던 문스트럭은 기사를 확인하고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크리드 문승빈, ‘플레이 온 아이스’ 출연 확정… 대세 아이돌 입증]

7인조 남성 아이돌 크리드의 문승빈이 피겨 예능 ‘플레이 온 아이스’의 출연을 확정 지었다. ‘플레이 온 아이스’는 운동 예능의 미다스의 손 최연호 피디의 야심작으로, 현직 피겨 선수들로부터 스타들이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을 예정이다.

최연호 피디는 “승빈 군 특유의 밝은 에너지와 무대 위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 매사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프로그램과 적합하기 때문에 섭외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데뷔 앨범 ‘Create’를 통해 주요 음악 방송사 1위, 초동 40만 장 돌파 등 대세 아이돌로서의 힘을 보여 준 문승빈이 ‘플레이 온 아이스’에서는 또 어떤 매력을 보여 줄지 기대를 얻고 있다.

본격적인 녹화는 오는 **일에 치러질 예정…….]

-대박 완전 쌩신인 아니야?

-승빈이 개인예능이라니ㅠㅠㅠㅠㅠㅠ

-데뷔한지 얼마나됐다고 벌써 갠활동을ㅎ…

┕우냐?

┕이럴수록 개인예능 잡아온 승빈이가 더 대단해보일뿐인데

-미쳤다 내최애가 최연호피디픽이라니

-승빈이랑 피겨… 이거 된다

┕ㅇㅇ 안되는게 이상한거임 무조건 되는 주식이지 이건

-효자야ㅠㅠㅠㅠ

-승빈이 대체 몸이 몇개냐구ㅠㅠㅠㅠㅠㅠ

-울애기 건강챙겨ㅠㅠㅠㅠ

“미친, 승빈이 예능 고정인가 봐!”

“예능? 단독이야?”

“응, 그런 듯?”

“대박이네, 무슨 프로그램인데?”

예능 프로그램 고정이라는 것만 해도 놀랐는데, 프로그램을 확인한 후에는 거의 뭐, 축제 분위기였다. 운동 예능의 흥행 보증 수표인 최연호 피디의 선택을 받았다니.

“플레이 온 아이스인데, 최연호 피디가 제작하고-”

“최연호 피디? ‘달려라, 아이돌’?”

이미 최연호 피디라는 것에서부터 K와 A는 놀란 반응이었다. 이들 역시 최연호 피디의 예능을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이름만 들어도 그의 명성을 알기 때문이었다.

“놀라지 마라. 게다가 피겨야.”

“피겨?”

“미쳤다. 피겨는 생각도 못 했어.”

“나 지금 심장 떨려, 빙판 위의 승빈이 매주 볼 수 있는 거냐고-”

물론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신인이 유명 피디의 프로그램에 캐스팅됐다는 것에 악의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화제성에 더 기름만 부어 주는 꼴이었다.

-승빈이는 가만히둬도 에능을 물어와…

┕물어오긴 무슨ㅋ 소속사에서 꽂아준거겠지ㅋㅋㅋ

┕최연호피디가 그럴 짬이랑 인지도는 아니지않나?ㅋㅋㅋㅋㅋ

┕이렇게 티나게 꽂아주는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

┕응 최피디님 인터뷰나 읽고 오세요ㅋㅋ (링크)

이미 충분히 벅차오른 상태인데, 인터뷰를 보고 더 덕심이 불타오르는 문스트럭이었다. 며칠 전 공개된 최 피디의 인터뷰였다.

[요즘 눈에 들어오는 연예인이 있나요?]

[최연호 : 크리드의 문승빈 친구요. 투마이월드가 워낙 인기를 얻은 프로그램이어서 대충 그 친구의 존재는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시크릿 싱어 권 피디를 통해 사적으로 만날 일이 있었어요. 그때 그 친구의 매력에 푹 빠졌죠. 나이도 어린 친구인데 생각하는 것도 어른스럽고, 무엇보다도 열정이 넘치더라고요. 그렇다고 너무 들떠 있지도 않고. 요즘 아이돌 친구들에게서 보기 드문 친구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되면 꼭 같이 프로그램 해 보고 싶어요.]

[최 피디님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칭찬하는 아이돌은 처음인 거 같아요.]

[최연호 : 그럴 만한 친구예요. 앞으로 정말 대단한 스타가 될 겁니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유명하고 멋진 아이돌이지만요.]

“아, 최 피디님 안목이 있으시네-”

문스트럭은 가지고 있던 승퍼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승빈이가 감동을 주거나, 기특한 일을 할 때마다 머리 부분을 쓰다듬었더니 그 부분 털만 색이 변해 있었다.

“네가 내 복덩어리다, 승빈아……. 야, 솔직히 이런 효자가 어디 있냐?”

단순히 프로그램 하나에 나온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스태프를 포함한 피디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겼다는 것이 너무 기특했다. 연예계에서 인연을 소중히 하는 것만큼 롱런하는 비결이 없는데 이미 승빈은 그럴 자질이 보였다. 사회생활 경험이 전무할 나이인데 오랜 연습생 기간 동안 철이 일찍 든 건가- 살짝 안쓰럽기도 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미 승빈이 피겨 스케이팅화를 신고, 자유롭게 빙판 위를 가르는 모습이 플레이되고 있었다. 물론 고난이도 동작은 어렵고 기본적인 것만 할 테지만 이미 상상 속에서는 쿼드를 뛰고 있었다.

“공개 촬영 하겠지? 무조건 방청 간다.”

빙판 위의 승빈의 모든 순간을 담겠다는 각오였다.

“오늘부터 피겨 공부할 거야.”

“네가 왜?”

“알아야 더 잘 즐길 수 있잖아?”

“너도 참 독기 있게 덕질한다-”

한번 하면 뭐든 끝장을 보는 건, 그 가수에 그 팬이었다.

* * *

‘도와줘, 크리드!’에 승빈의 예능 고정 소식까지 한바탕 휩쓸고 가고, 이후로도 한참 셋이서 해당 콘텐츠에 대해 수다를 떨었다. 셋 다 팬 계정을 운영하기 때문에 계정에 올릴 영상과 짤을 만들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업로드하기 위해 짹짹이에 들어갔는데 타임라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정도면 대놓고 저격 아니냐고ㅎ

-vm은 크리드가 없으면 뭘 못하나봐?

-ㅈㄴ예능에서 엮을때부터 ㅈ같았는데

┕이ㅅㄲ들 ㅈㄴ악질이네

┕소름이다 진짜;;

-운석ㅋㅋㅋㅋㅋㅋ하...

-운석이 전부 크리드를 의미하나요?

┕그냥 운석이 나오면 말을 안하짘ㅋㅋㅋ

┕ㅇㅇ누가 운석나와서 이러는줄아나;;

-네네 고작 운석 가지고 갓데뷔할 신인그룹 패는 그팬덤 수준 잘알겠습니다^^

“뭐야, 분위기 왜 이럼?”

“너도? 내 짹친들 다 화가 나 있어.”

“포커스 데뷔 티저 나와서 그런가?”

“아…….”

“대충 예상이 가네.”

K의 말에 동시에 탄식이 터졌다. 그리고 포커스의 티저 영상을 재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A가 외쳤다.

“미쳤나?”

포커스 다섯 멤버들이 화려하게 장식된 기계총을 들고 하늘을 올려본다.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하는 7개의 운석. 시야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바로 포커스 멤버들이 쏜 총에 의해 박살이 났다.

바야흐로 전쟁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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