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58화 (158/346)

158화

“헐, 대박.”

“진짜 오랜만이죠? 사실 생각해 보니까 제가 혼자 노래했던 첫 무대가 바로 투마월 대면 평가였잖아요. 그때 불렀던 서재인 트레이너님의 ‘시간을 돌려’가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곡이어서 선곡했습니다!”

-ㅁㅊㅁㅊ

-존버는 승리한다

-투마월 승빈의 재림이라고;;

-ㅠㅠㅠㅠㅠㅠㅠ평생 승빈이 좋아해야지

-어그로끌만했넼ㅋㅋㅋㅋ

문스트럭은 선곡을 듣고 무릎을 쳤다. 투마월에서 한 무대라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고, 게다가 시크릿 싱어에서 오재성이 부르면서 은근히 승빈과 비교를 하는 반응이 있었는데 확실히 실력으로 잠재울 기회라고 생각했다.

“와, 투마이월드 너무 오랜만이야.”

“그쵸. 사실 끝난 지 이제 두세 달밖에 안 됐는데 되게 오래된 거 같아요.”

“맞아.”

“형은 제 대면 평가 무대 기억해요?”

“응, 너무 잘해서 기억해.”

“저도 형 소속사 평가 무대 기억해요. 엄청 파워풀한 댄스곡이었잖아요.”

-난 투마월 추팔이 제일 재밌더라

-승빈이 첫 번째 평가 무대 센세이션했지

-그새 컸어ㅠㅠㅠㅠㅠㅠㅠ

-그땐 진짜 뽀시래기같았는데

확실히 혼자 할 때보다 대화를 주고받을 사람이 있으니 편안해 보였다. 개인 에이앱인데 왜 타멤이 끼어드냐는 공격적인 댓글도 몇 보였지만 다들 약속한 듯이 먹금했다.

반주가 시작되고, 승빈은 그때를 재연하기라도 하듯 일어섰다. 그때보다 조금 더 큰 키와 연습생 티를 벗어난 모습에 기분이 묘했다. 대면식 때는 간절함을 넘어서 불안해 보이기까지 했는데 지금의 승빈은 온전히 노래에 빠져 있었다.

두 손으로 마이크를 꼭 잡고 두 눈을 감으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괜스레 울컥했다. 솔직히 데뷔하고는 투마월을 어느 정도 잊고 지냈다. 승빈이를 만나게 해 준 건 고맙다만, 워낙 우여곡절이 많았어야지. 그런데 오랜만에 그때가 오버랩되는 장면을 보니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승빈의 노래를 좋아해 주기까지의 지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역시 좋아하길 잘했어.’

투마월 당시에는 1절과 하이라이트 부분만 공개된지라 들으면서도 감질났었는데 이번에는 완곡이었다.

[더 이상 후회하고 싶지 않아

손에 잡히지 않을

우리의 미래도 함께하고 싶어]

그때도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엄청난 실력 상승에 다들 놀란 눈치였다.

-뭐야.... 문승빈 왜이렇게 잘해 진심??

-저 노래 들으니까 확실히 실력 더 늘은게 느껴진다ㅇㅇ

-대면식 때도 충격적이었는데, 거기서 더 잘할 수가 있다니-

-서재인이 마이크 떨굴만 했다니까 진심

-이거 완전 승빈이 노래 아니냐고ㅠㅠㅠ

-원곡자 제외하고는 문승빈 커버가 역시 최고인 듯ㄷㄷ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로버 여러분 덕분에 이렇게 다시 불러 봤네요.”

지금까지의 다른 노래도 그랬지만, 유독 벅차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때는 부르다가 울컥해서, 꼭 다시 한번 제대로 불러 드리고 싶었어요.”

그때는 누가 보면 사연 있나 싶을 정도로 애절한 표정이기는 했다. 훨씬 편해진 표정으로 노래를 마무리한 승빈은 후련하기까지 한 느낌이었다.

* * *

오재성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오재성과 나의 ‘시간을 돌려’ 무대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내가 에이라이브에서 다시 부르기 전에는 당연히 대면식 무대가 비교 대상이었다.

시크릿 싱어로 반응이 좋은 걸 견제라도 하는 듯 예전 영상을 끌어와서 까 내리기 시작한 거다. 무반주로 부른 데다가 마지막에는 울컥하기까지 한 무대와 방송에서 완벽하게 연출된 오재성의 무대를 비교했으니 반응이 어땠겠는가. 같은 노래로 비교해 보니 내 실력이 거품인 것 같다는 둥 부정적인 의견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게다가 마치 누가 의도적으로 여론을 불러일으키려는 듯, 동시다발적으로 해당 비교 영상이 온갖 커뮤니티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금 무리해서라도 라이브 에이앱을 준비한 것도 있었다. 해당 논란이 점차 몸집을 키워 가기 전에 눌러 버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티 나지 않게 지금까지 내가 불렀던 모든 노래를 라이브리스트에 포함해서 한 소절씩이라도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곡으로 ‘시간을 돌려’를 배치했다.

윤빈 형의 훌륭한 연주와 함께한 라이브는 내가 생각해도 참 잘 불렀다 싶었다. 부족한 시간이었음에도 죽어라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올라간 노래 스텟과 더불어 반주와의 완벽한 합까지.

이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 영상을 가지고 비교하기 시작했다. 하여간 참 비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싶다가도 달라진 반응이 뿌듯했다. 온갖 악기와 연출까지 함께 더해진 오재성의 무대와 오로지 피아노 반주에만 맞춰서 부르는 내 영상을 비교하니 차이가 확연했다. 그렇게 화려한 무대임에도 단출해 보이는 내 라이브 영상의 반응이 더 좋아진 거다.

당연한 결과였다. 노래 실력의 차이도 차이겠지만, 곡의 이해도 문제였다. 분명 오재성도 잘 부르기는 했다. 하지만 이 노래는 노래 실력과 더불어 가사가 주는 감성을 전달하는 게 중요한 곡이었다. 서재인 트레이너가 고음에만 치중된 커버가 아쉽다고 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으니까.

오재성이 왜 이 노래를 선택했는지 그때도,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노래였다. 오재성에 대한 찝찝한 기분이 좀 더 무게를 더해 갔다.

그렇게 온갖 일들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2집 준비는 착실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혹시 저희 예능 첫 화에 앨범 준비 과정을 담는 건 어떨까요?”

“오, 승빈 씨 생각해 둔 내용이 있으실까요?”

“저희가 누군가를 도와주는 내용인데, 첫 타자를 코어 엔터 직원들로 하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자체 예능에 대한 콘셉이 정해지자마자 들었던 생각이었다. 어차피 지금 2집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그 과정을 일부 보여 주면 좋지 않을까. 소속사 직원들을 돕는다는 콘셉하에 우리가 직접 앨범 일부를 준비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면, 클로버들도 더 재밌어할 것 같았다. 2집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건 물론이고 말이다.

“‘코어 직원을 도와줘!’라는 제목으로 1일 직원 체험을 해 보면서, 자연스럽게 저희가 앨범 준비하는 과정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와, 좋다. 준비 과정을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겠다.”

“그러게. 요즘 자체 제작이 트렌드기도 하니까 우리가 앨범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다는 것도 보여 주고.”

“좋은데요? 원래 첫 화는 다른 주제를 할까 했는데, 이걸 먼저 찍어도 될 거 같아요.”

역시나 회사 직원들의 반응도 좋았다. 촬영을 위해 외부의 장소를 따로 섭외할 필요도 없고, 직원분들의 일을 하루만이라도 우리가 대신 하는 거니까.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긴 했다.

“그리고 이왕 말이 나왔으니 이어서 얘기하자면 이번 앨범은 멤버들이 일부씩 참여를 할 거예요. 우선 윤빈 씨가 만든 노래가 수록되는 건 정해졌고, 지운 씨랑 도현 씨가 그 노래의 안무를 만든다고 했었죠?”

“네, 맞습니다! 윤빈 형 노래를 저희 서브 곡으로 해서 활동한다고 들어서, 저희가 같이 안무를 짜 보려구요.”

“그러면 셋은 정해졌고, 다른 분들은 혹시 참여해 보고 싶은 부분이 있으실까요?”

“저는 윤빈이 노래에 들어갈 랩 가사를 작사하기로 했어요.”

선우 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서바이벌에서부터 대부분의 랩 가사를 직접 썼던 형이라 이번 앨범부터는 직접 작사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럼 세 분 남았나요, 이제?”

“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저도요.”

박재봉과 정유현 둘은 아직 정하지 못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작곡, 작사, 안무 창작까지 웬만한 분야는 다 담당자가 정해졌다 보니 색다른 걸 찾기가 쉽지 않기는 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재킷 사진 중 몇 장만이라도 제가 찍어 보면 어떨까 생각 중이기는 해요.”

“승빈 씨가 사진을 잘 찍으니까 괜찮을 거 같네요.”

“나도! 나도 찍어 줘, 승빈아.”

일단 사진으로 얘기를 던져 놨지만, 좀 더 고민을 해 봐야 할 거 같기는 했다.

* * *

“승빈아, 연습 끝나고 회의실로 와 봐. 예능 섭외 관련해서 논의할 게 있대.”

“예능이요?”

“응, 이번에 새로 하는 운동 예능인가 봐.”

매니저 형의 말을 듣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미션창을 확인해 보니 아직 5일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사실 그때 개인 전화번호를 받아 갔음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기에 술김에 한 말인가 의아해하기도 했다. 어쩌면 술 취해서 그날 회식에서 있었던 일을 까먹은 건가 싶기까지 했다.

핸드폰 번호를 알려 줬지만 정작 나는 최 피디님의 번호를 모르기에 먼저 연락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바로 회사로 컨택을 하다니. 의도치 않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느낌이라 더 기분이 좋았다.

“우와. 형, 예능 섭외된 거예요?”

“축하해-”

“어떤 예능 프로그램이야?”

“글쎄, 가서 확인해야지. 일단 연습부터 계속할까?”

사실 정말 들떠 있었지만,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2집 활동을 준비 중이기도 했고, 멤버들끼리 아무리 친한 그룹이라 하더라도 개인 활동이 시작되면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물론 크리드 멤버들이 그럴 것 같지는 않았지만, 회귀 전 투샤인도 결국 개인 활동 때문에 그룹 활동이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되었던 걸 보면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연습을 마치고 회의실에 가 보니 역시나 최 피디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피디님?”

“어, 승빈 군, 제가 조만간 볼 일 있을 거라고 했죠?”

“두 분이 예전에 만난 적이 있었나요?”

“시크릿 싱어 회식 때 권 피디 소개로 알게 됐어요.”

“아-”

실장의 광대가 내려갈 줄을 몰랐다. 하긴, 데뷔한 지 첫 앨범 만에 단독 예능까지 물어 오니 얼마나 기특했겠는가? 게다가 열여덟 살밖에 안 된 애가 말로 피디를 설득했으니 더 신기했겠지.

“원래 내가 직접 오진 않는데, 승빈 군은 꼭 섭외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해 주시니까 정말 감동이에요.”

“저희 승빈이가 되게 좋은 인상을 드렸었나 봐요.”

“그것도 그렇고, 승빈 군 캐릭터 자체가 저희 프로그램과 너무 잘 어울려서 꼭 섭외하고 싶네요. 승빈 군은 어때요?”

“전 너무 좋죠! 피디님 예능도 다 챙겨 볼 만큼 팬인데 같이 프로그램을 한다니……. 너무 영광이죠.”

계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소속사 측에서도 섭외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겠지. 최 피디의 경우 이미 성공한 여러 운동 예능으로 팬층을 쌓아 올린 피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얻고 시작할 게 분명하고, 공백기이기 때문에 활동에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첫 촬영은 다음 주 월요일입니다. 그때 봐요.”

“네!”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만족스러워하며 끝난 회의였다. 최 피디는 입이 귀에 걸려 있었고 소속사 직원들도 입가가 내려올 줄 몰랐다.

물론 내가 제일 신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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