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49화 (149/346)

149화

“시크릿 싱어에는 ‘여름의 끝’으로 참가하는 게 좋겠네요. 승빈 군도 제일 마음에 들어 하는 거 같고, 락 발라드라서 팬분들이나 대중들에게도 신선한 매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네, 그럼 그 곡으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은 각자 준비한 아이디어를 말해 볼까요?”

콘텐츠 회의는 멤버들이 가장 적극적인 시간 중 하나였다. 위튜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시기인 만큼 자체 콘텐츠에 대한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자체 예능에 대한 걸 생각해 봤습니다.”

“그럼 선우 씨 아이디어부터 먼저 들어 보죠.”

“네! 제가 이름도 지어 왔는데요.”

“오, 선우 형 적극적이네?”

“‘크리드가 도와드립니다!’라고, 하루 동안 크리드가 다른 직업이나 자아를 가지고 도움을 요청한 신청자를 도와주는 거예요.”

“음, 예를 들면요?”

“하루 동안 코어 직원이 되어 보기? 뭐, 이런 거요.”

“재밌겠네요-”

이외에도 요리 콘텐츠, 브이로그 콘텐츠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그리고 내 차례가 왔다.

“사운드 클라우드 계정을 만들어서 저희가 개인적으로 작업한 곡들이나, 녹음한 노래들을 팬분들께 공유하는 거 어때요? 만드는 과정이나 비하인드는 또 영상으로 만들어서 ‘크리데이’처럼 자체 콘텐츠로 보여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행히 다른 멤버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사운드 클라우드… 괜찮은데?”

“우와, 저도 해 보고 싶었어요.”

“윤빈 형은 이미 계정 하나 있지 않아요?”

“응, 미국 있을 때 했던 작업 백업해 둔 계정 있어. 지금은 비공개로 돌려 놨지만.”

정유현도 말을 덧붙였다.

“저희가 이번에 첫 번째 활동이 끝나기도 했고, 공백기 동안 팬분들께 선물이 될 거 같아요.”

오해나 디렉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룹으로서의 음악 활동도 좋지만, 개개인의 음악 취향이나 작업 스타일에 대해서 팬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겠네요. 그럼 계정은 오늘 바로 만들어 둘까요? 계정 만드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

“네!”

“첫 번째로는 누가 업로드할래요?”

“제가 해도 될까요? 커버해 보고 싶은 곡이 있어서…….”

다른 멤버들도 흔쾌히 첫 순서를 허락했다.

“그럼 혹시 사운드 클라우드 앨범으로 넣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면 콘텐츠 팀에 전달해 주세요.”

“저… 앨범 커버를 제가 직접 만들어도 될까요?”

“오, 승빈 군 사진 편집도 할 줄 알아요?”

“조금요. 제가 투마월 때부터 찍어 뒀던 사진이랑 영상이 있어서 서툴지만 직접 만들어 보고 싶어요.”

“좋아요. 제작하다가 어려운 점 있으면 도움 요청해요.”

“네!”

회의가 끝나자마자 윤빈 형의 작업실로 향했다. 프로듀싱이 가능한 윤빈 형에게는 개인 작업실로 사용할 수 있는 방이 주어졌고, 내부에는 여러 녹음 장비가 있었다.

“우와, 진짜 다 있네요?”

“내가 프로는 아닌데 괜찮아?”

“그럼요! 녹음해 볼까요?”

“따로 연습 안 해 봐도 되겠어?”

“네, 이 노래는 진짜 백 번도 넘게 불러 봤거든요.”

“오, 미리 준비했었구나?”

“뭐… 준비라기에는 민망하지만 그런 셈이죠.”

미리 준비해 둔 곡은 더 데이즈의 ‘Clover’였다. 아직 팬 송이 없어서 어떤 곡을 선정해야 좋을까 고민하다 고른 노래였다. 아직 유명한 밴드의 노래는 아니지만 클로버와 이름이 같기도 하고, 모두의 행운을 빌어 주는 가사도 팬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내용이었다.

원래도 자주 불렀던 노래지만, 회의에서 허락만 받으면 바로 업로드할 생각으로 미션창이 뜬 이후부터 계속 틈틈이 연습해 두었기에 바로 녹음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럼 녹음 시작한다?”

“네, 여기 마이크에 대고 부르면 되죠?”

“응, 역시 승빈이는 프로페셔널하네.”

반주가 흘러나오고 천천히 노래에 집중했다. 연습을 해 둔 상태지만, 역시 녹음은 또 달랐다. 마음에 들 때까지 녹음을 반복하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새벽이 되어 가는 시간에도 윤빈 형은 묵묵히 녹음을 도와주었다.

“괜찮았어요?”

“응! 클로버들도 엄청 좋아할 거 같아!”

“그래요?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미션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지만, 이제 미션보다는 더 좋은 노래를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외모 스텟이 걸린 미션이라는 것을 잠시 잊을 정도로 집중했던 것 같다.

“완성본으로 들어 볼래?”

“네!”

다행히 녹음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윤빈 형과 함께 숙소로 돌아와 형이 잠든 시간에도 나는 잠들 수 없었다. 모아 둔 사진을 이리저리 배치해 보면서 앨범 표지를 만들었다. 샘플을 10개쯤은 만들어 봤을까, 드디어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와서 결과물을 저장했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걸었다.

“누나, 뭐 해?”

[이 시간에 무슨 일임?]

“‘이 시간에’라니? 거기 지금 저녁 아님?”

[그러니까. 한국은 지금 새벽 아냐?]

“맞아.”

[스케줄 빡세냐? 새벽에 잠도 안 자고 뭐 해-]

“나 좀 도와줘.”

[이럴 줄 알았어. 어쩐지 갑자기 전화하더라.]

투덜거리지만 결국 도와주는 게 역시 우리 누나다웠다. 아무리 내가 직접 표지를 만들겠다고 했어도 구린 퀄리티를 낼 수는 없지. 나도 나름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당당하게 말했던 거다.

[오, 그래도 센스가 없지는 않네.]

“배치 잘했지? 솔직히 그대로 해도 될 거 같지 않음?”

[응, 않음.]

“예예, 문해빈 님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누나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마침내 표지까지 완성했다. 콘텐츠 회의를 마친지 하루도 안 돼서 이뤄 낸 쾌거였다. 완성된 음원과 직접 편집한 표지를 제출하고 공식 계정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미션 마감을 7시간 남겨 두고 사운드 클라우드가 공개됐다.

@CRI:D_official 30초 전

[CRI:D cloud(크리드 클라우드) soundtrack1.

문승빈 “Clover” 커버 (원곡 : the days) (링크)]

* * *

“오늘은 뭐 안 뜨나…….”

크리드의 공백기가 시작되고 습관적으로 12시와 7시만을 기다리는 문스트럭이었다. 오늘도 김칫국 들이마신 건가 싶어 짹짹이에 ‘휑~’을 적던 그녀는 정각에 울린 공계 알림에 하마터면 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뭐야? 크리드 클라우드? 승빈이네?”

링크를 들어간 문스트럭은 감격스러움에 입을 틀어막았다. 사운드 클라우드라니, 거기다가 개인 작업물이라니!

“미, 미친. 이거 승빈이 커버야?”

이미 사운드 클라우드에 수많은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었고, 하트 수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ㅁㅊ 승빈이 커버곡

-클로버라니ㅠㅠㅠㅠㅠㅠ이 최숙종 아이돌아ㅠㅠㅠㅠㅠㅠ

-설마 우리 생각해서 클로버 선곡한거임?

-감동 심하다...

“일단 진정하고, 들어 보자…….”

문스트럭은 쿵쾅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노래를 플레이했다. 그리고 노래가 플레이되는 내내 몰려드는 벅차오름을 참을 수 없었다.

[네잎클로버 세잎클로버

세상 모든 행운과 행복

모두 네게 주고 싶은

내 마음을 담아 부르는 노래]

“X발… 목소리 너무 좋아, 미친 거 아니야?”

문스트럭은 재빠르게 음원을 추출하면서도 끊임없이 벅차올랐다.

-승빈이 목소리 왜이렇게 산뜻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분짜리 노래를 30분째 듣고있는데 이게 맞냐?

-야 소개글이 찐이다 듣고 읽어봐

-오늘부터 평로버한다…

“소개 글?”

정신이 없어 미처 확인하지 못한 소개 글을 발견하고 문스트럭은 더 큰 감동을 받았다.

[클로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전부 담긴 노래여서 꼭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도 이 노래를 듣고 많은 위로를 받았기에, 제가 느낀 감정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어요. 클로버에게는 행운과 행복이 모두모두 가득하길!

직접 녹음을 해보고 표지를 만들면서 서툴지만 클로버가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래할게요, 그래서 제 노래가 클로버 분들의 일상에 작게나마 흔적을 남기고 싶어요. 함께해주실 거죠?

+녹음 도와준 윤빈 형 너무너무 고마워! 천재다 우리 형-

++표지작업 도와준 우리누나도 고...맙다....]

“표지도 만들었어? 기특해서 어떡해?”

표지를 보니 여러 사진들이 콜라주처럼 편집되어 있었다. 확대해 보니 승빈과 크리드 멤버들의 사진이었다. 그런데 승빈의 사진이 투마월 때 사진이었다.

“이게 언제 때지… 설마 전광판 보러 온 날이었나?”

문스트럭은 혹시 하는 마음에 날짜를 검색했고, 정말 전광판을 보러 온 날이었다. 자신이 눈앞에서 계를 놓친 날이기도 했다. 비록 훌륭한 편집 실력은 아니었지만 사진 하나하나 정성껏 셀렉한 게 느껴졌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진심이 느껴지는 표지였다.

-비공개 사진인가봨ㅋㅋㅋ

-저거도 직접 만든거랰큐ㅠㅠㅠㅠㅠ

-공백기라서 심심할줄 알았는데 효자야…

-아니ㅋㅋㅋㅋㅋ 윤빈이는 고마워고 친누나는 고맙다냐고ㅋㅋㅋㅋ

-누가 보면 윤빈이가 친형인줄ㅋㅋㅋㅋㅋㅋ

-문남매 진짜 넘 웃기다고ㅋㅋㅋㅋㅋ

-티격태격해도 서로 도와주는 문남매 훈훈...

“하, 커버 곡이라서 음원 못 나오는 게 너무 아쉽다.”

3분짜리 노래를 벌써 1시간째 듣고 있는데도 질리지 않았다. 들을 때마다 새로운 감상을 주는 목소리였다. 문스트럭은 아예 음원을 추출하여 기상 알림 곡으로 설정했다. 승빈의 목소리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그날 하루는 거뜬할 거 같은 기분이었다.

커버 곡의 반응은 뜨거웠다. 원곡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곡이었지만 승빈의 커버 영상이 올라온 후 주요 음원 사이트 차트인을 하고,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승빈의 덕을 톡톡히 봤다. 원곡자의 엔스타에도 승빈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새벽에 갑자기 연락이 너무 많이 와서 무슨 일이라도 난 줄 알았습니다ㅠㅠ 그런데 진짜 일이 났네요! 크리드 승빈군 너무 고마워요!(엄지 척 이모티콘)]

* * *

커버곡이 공개된 순간부터 반응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다행히 음원은 물론이고 표지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표지를 만들 때 사용한 사진은 투마월 시절 전광판을 보러 간 날 찍었던 셀프 캠에서 캡처한 사진들이었다. 데뷔를 하면 팬들에게 보여 주겠다고 다짐한 영상이었는데, 조금 어설펐지만 직접 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봐 준 팬들이 많아서 정말 고마웠다.

[!타임 어택: 30만 명의 칭찬(NEW)!]

제한 시간) 120시간

달성 인원) 1,514 /300,000

▶성공 시: 숨겨진 이야기 +1

▶실패 시: 외모 스텟 감소 –1

그리고 잠깐 잊을 뻔했지만 미션 창에도 변화가 생겼다. 달성 인원의 숫자가 올라가는 걸 보면서 이번 시도가 성공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역시 새로운 방식으로 얻은 칭찬이어야지만 인정이 되는 거였나 보다. 앞으로도 미션창을 좀 더 꼼꼼하게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올라가는 숫자를 보아하니 30만이라는 숫자가 채워지는 건 이제 시간문제였다.

[!타임 어택: 30만 명의 칭찬(NEW)!]

제한 시간) 120시간

달성 인원) 300,000 / 300,000

▶성공 시: 숨겨진 이야기 +1

▶실패 시: 외모 스텟 감소 –1

>> MISSION CLEAR!

얼마나 더 지켜보고 있었을까. 늦은 시간임에도 끝을 모르고 쏟아지는 팬들의 칭찬에 감동과 더불어 미션창에도 미션 클리어가 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보상 버튼을 누르려고 했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일단 자리에 누웠다.

그렇게 짧은 쪽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원곡이 차트인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확인하고 얼떨떨했다. 사실 더 데이즈는 회귀 전 티벡스 시절부터 좋아하던 밴드였다. 항상 남들도 꼭 그 가치를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밴드였는데, 이런 식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될 줄이야.

생각보다 더 큰 사랑과 관심에 놀라서 잠기운이 좀 달아나자 아무런 지체 없이 ‘보상’ 버튼을 눌렀다. 안 그랬다가는 지난번처럼 상황을 더 악화시키거나 하루 종일 정신 사납게 반짝일까 봐 두려웠다.

보상 버튼을 누르자 지난번처럼 암전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눈을 뜨자, 처음으로 목격한 건 의외의 인물이었다.

“…강도현?”

바로 강도현이었다. 그것도 연습실 한구석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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