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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48화 (148/346)

148화

크리드의 데뷔 활동이 종료되고, 리얼리티도 마지막 방송이 시작됐다. 4주가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이야. 문스트럭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다음 활동과 함께 다시 찾아올 리얼리티를 기다리기로 했다.

이번 주 방영분은 크리드의 데뷔 전 마지막 엠티가 주된 내용이었다. 촬영 목격담이 단 하나도 안 뜰 정도로 한적한 시골에서 진행된 촬영으로, 멤버들의 자연스럽고 편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정말로 힐링 여행의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에이, 거짓말이죠!”

“저희 이제 안 속아요-”

[불신으로 가득한 크리드 멤버들]

-불신ㅋㅋㅋㅋㅋㅋㅋㅋ그럼 니네를 신뢰하겠냐?

-애들 투마월때부터 호되게 당했어섴ㅋ큐ㅠㅠㅠ

-애들 그만 굴려ㅡㅡ

그런데 걱정과 달리 정말 어떠한 미션이나 어그로 없이 편하게 즐기는 모습이 이어졌다. 멤버들끼리 계곡에 놀러 가서 물놀이를 하고, 수박을 먹는데 말 그대로 힐링 여행이었다. 제작진들도 지극히 평화로운 분위기에 분량 걱정이 들었는지 물총 놀이 대결을 제안했다.

“게임 벌칙은 이긴 팀이 진 팀에게 잠옷 정해 주기입니다!”

“잠옷이요?”

“이상한 거 가져온 거 아니야?”

승빈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저희 방송 가능한 의상은 맞죠?”

“그럴걸요?”

의미심장한 제작진의 답에 문스트럭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물총 싸움을 하는데 차지운이 은근히 승부사 기질이 있었다. 그리고 박선우와 윤빈이 맨몸 승부였다면 문승빈은 전략적인 방식으로 게임에 임했다.

“으악! 저 사람 지운이 형 아니지!?”

“항복!”

-애들 게임하는것도 성격따라가넼ㅋㅋㅋ

-지운이 눈 돌아간거같은뎈ㅋㅋㅋㅋㅋㅋ

-승빈이 대형견들 사이 포메같앜ㅋㅋ큐ㅠㅠㅠㅠ

└승빈이도 작은키가 아닌데

└윤빈이랑 정유현 사이에 있으면 말이 달라지지

-윤빈이 피지컬 진짜 사기다

“웬일이래?”

평화로움의 연속이었지만 문스트럭은 계속해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씨넷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물놀이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온 멤버들은 모두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물놀이에서 진 승빈, 지운, 도현은 상대 팀이 정해 준 잠옷을 입고 나왔다. 전략도 중요하지만 역시 물총 싸움은 피지컬이 압도적인 게임이었다.

승빈이 입은 잠옷은 꽃무늬 냉장고 배바지에 유치한 그림이 그려진 셔츠 차림이었다. 하필이면 방금 샤워를 마치고 맨얼굴에 머리도 젖은 상태여서 더 시골 강아지 같았다. 몸뻬 바지 3인방은 한참 고개를 들지 못하다가 결심했다는 듯 주먹을 쥐고 포즈를 취했다. 투마월 1, 2, 3위가 평범하지 않은 잠옷을 입고 신세계 포인트 안무를 추는 모습은 문스트럭이 배를 쥐고 웃을 정도였다.

-아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명색이 투마월 최상위권들인뎈큐ㅠㅠㅠ

-누가 입힌거냨ㅋㅋㅋㅋㅋㅋㅋㅋ

└선우에 한 표

└의외로 정유현일수돜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애들 진짜 착한 아이돌이라고.....

-승빈이 귀 터질거 같은데?

“하…….”

“승빈아, 자신감 있게!”

“그럼 형이 입어 봐요!”

“아, 왜~ 나 솔직히 저 바지 탐났는데.”

-박선우 맞넼ㅋㅋㅋㅋㅋ

-취향한번 범상치않앜ㅋㅋㅋㅋㅋ

-아니 저 바지 찐으로 갈망하고 있는거냐곸ㅋㅋㅋㅋ

-재봉이는 거의 우는데?

차지운도 몸뻬 바지와 동물 안대가 민망한 듯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강도현은 뻔뻔하게 선글라스를 내려 코끝에 얹고는 능청스럽게 포즈를 취했다. 마지막 미션으로 셋은 그 상태로 셀카까지 찍었다.

“이건 방송 나오는 날 공개해 주시면 됩니다-”

한바탕 잠옷 패션쇼가 끝난 후 늦은 저녁 시간을 가졌는데, 제작진들이 거하게 준비한 음식 앞에서도 다들 미어캣처럼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쯤 되면 미션이나 게임으로 못 먹는 사람이 분명 있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참다못한 승빈이 먼저 젓가락을 들고 고기를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양 볼 가득 오물거리는 모습에 문스트럭은 넋을 놓고 감탄했다.

“헐.”

“저희 이거 그냥 먹으면 돼요? 게임 같은 거 없이?”

-전 오늘부터 문승빈 햄찌파입니다.

-오물거리는 입 너무 귀여운거아니냐고!!!!!!

-마니먹어 내새끼ㅠㅠㅠㅠㅠ

-승빈이 얼굴 말간 것 봨ㅋㅋㅋㅋ청순해

-활동 내내 무대화장만 보다가 맨얼굴 보니까 너무 좋다…

└오늘진짜 시골 갱얼쥐 그 잡채임…

“네- 편하게 드시면 돼요.”

멤버들조차 적응이 안 되는 듯했다. 아직도 의심이 가득한 눈빛을 숨길 수는 없었지만, 다들 아침부터 계속된 촬영과 물놀이에 지쳤는지 말없이 먹는 데에 집중했다.

-애들아 말좀해봨ㅋㅋㅋㅋㅋ

-이거 방송사고 아님?ㅋㅋㅋㅋㅋ

-배 엄청 고팠나봐

└하긴 애들 다 성장기잖아

└물놀이 했으니 뭐 말 다했지ㅋㅋㅋ

-윤빈이 표현력 봨ㅋㅋㅋㅋㅋ

└진짜 맛있나봐 손을 가만 못 두네;;

-다들 전투적으로 먹는데 유현이만 우아함 그 자체...

“오늘 엠티의 마무리는 캠프파이어입니다.”

“우와! 캠프파이어도 해요? 오늘 진짜 수학여행 온 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우리 미자들은 이번에 수학여행 못 갔네?”

“그럼 오늘 수학여행 온 걸로 할까?”

수학여행이라고 하니 괜히 설렜다. 하긴, 연습생 시절에는 연습에 매진하느라, 그리고 데뷔하고 나서는 그럴 정신도 없을뿐더러 망돌인 걸 티 내고 싶지 않아서 괜히 바쁜 척 수학여행을 안 가곤 했다. 어린 나이에 남들이 얻지 못할 경험을 한다는 건, 달리 말하면 남들에게는 평범한 순간이 평범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기도 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아쉽거나 지나간 시간을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다만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일종의 동경일 뿐이었다.

모닥불 앞에서 불멍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본격적인 캠프파이어가 시작됐다.

“이제 정말 데뷔가 얼마 안 남았잖아요. 다들 기분이 어때요?”

“그러게, 우리 다음 주에 데뷔하잖아.”

“벌써 그렇게 됐어?”

“대박이다…….”

“데뷔 무대 오르고, 팬들 앞에 서야 실감 날 거 같아.”

“으아… 상상만으로도 긴장돼서 토할 거 같은데 어쩌지?”

-아이고 서누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긴장되서 토할거같다니ㅠㅠㅋㅋ큐ㅠ

-선우가 긴장하는 순간도 있구나....

└선우도 사람이라고욬ㅋㅋㅋㅋㅋ

그렇게 멤버들이 저마다 진심이 담긴 말을 하고 승빈의 차례가 왔다.

“나도 아직 실감이 안 나. 그냥 긴 꿈을 꾸고 있는 기분? 계속 이런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고, 다들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활동했으면 좋겠어. 그게 제일 중요하고 당연한 건데… 제일 어려운 거 같아. 앞으로 우리가 정말 좋은 성과를 얻는다면 베스트지. 하지만 그보다는 매 무대 최선을 다하고, 팬분들께 실망시키지 않는 무대를 보여 드리고 싶어.”

“오~”

“맞아, 건강이 최고지!”

“그리고 우리 멤버들끼리 의지하고 도와 가면서 잘 지내 보자.”

-크리드 포에버

-말을 너무 예쁘게하자나

└이 남자 안사랑하는법 알려줄사람

└차라리 윤피디 사랑하는 법 알려주는게 더 쉬울 듯

└돌았냐고ㅡㅡ

은은하게 타오르는 모닥불과 멤버들의 따듯한 대화가 잘 어우러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훈훈하게 캠프파이어가 끝나면서 화면이 어둡게 변했다. 이렇게 리얼리티가 모두 끝난 건가 생각하던 찰나, 헤어와 의상이 바뀐 크리드 멤버들이 등장했다.

“저게 벌써 두 달 전이라는 거잖아?”

“시간 진짜 빠르다-”

“아유, 지금 보니까 왜 이렇게 오그라들지?”

“다들 그새 엄청 컸어.”

-뭐야?? 애들 실시간인가??

-갑자기 생방송임?????

-다들 저거 지금 머리 아닌가?

갑작스러운 등장에 실시간 불판이 난리가 났다. 다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의아한 듯했지만, 이어지는 장면에 금세 의문이 해결됐다.

“자, 여러분. 시청 소감이 어떠신가요?”

“긴장한 모습이 귀엽네요, 다들-”

“와, 선우 형. 형이 제일 긴장했거든요?”

“맞아. 그래서 데뷔 무대에서 토할 뻔하셨나요, 박선우 씨?”

“아니, 솔직히 무대 할 때는 괜찮았는데, 나는 진짜 무대 올라가기 전 대기실에 있을 때가 너무 떨렸어,”

“형, 저도요. 헤메 다 받고 대기할 때가 진짜 미치는 줄 알았어요. 긴장 반 설렘 반.”

-방금전까지 꼬질했던 애들 맞음?

-거짓말… 긴장한 애들이 무대를 그렇게 찢어놓은거임?

└우리 애들은 너무 겸손해서 문제임

-두번 긴장했다가는 아주 가요계를 씹어먹겠어ㅠ

“저 때는 이렇게 큰 사랑 받을 거라고 생각 못 했어.”

“맞아. 1위도 하고, 클로버도 만나고.”

“솔직히 말해서 걱정 많았잖아. 워낙 투마월이 흥행하기도 했고, 기대도 컸으니까…….”

승빈의 말에 문스트럭은 들고 있던 맥주를 들이켜며 말했다.

“하, 승빈아. 너 그렇게 겸손하면 세계 최고 아이돌밖에 못 돼… 우주 최고 아이돌 해야지…….”

혼자 있을 때면 더 격해지는 그녀의 주접이었다.

* * *

숙소로 돌아와서 다 같이 리얼리티 마지막 화를 시청했다. 다들 데뷔 전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는지 내내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저 때 진짜 웃겼는데!”

“저 날 결국 선우 형 바지 받아 오지 않았어요?”

“응, 하나 가져왔지-”

“왜 안 입고 다녀요?”“지금 잠옷이 너무 마음에 들어.”

“진짜 이상한 형이야…….”

모두 여유로운 한때지만 나는 달랐다. 미션 시간이 점점 줄어들수록 초조해졌다. 당장 회의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외모 스텟이 걸려 있는 미션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거울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외모 스텟이 한 단계 떨어지면… 많이 달라지려나?’

외모 스텟의 경우 매번 플러스 요소였기 때문에 잘생겨지기만 했지 못생겨져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의외로 다른 어떤 미션보다도 더한 공포감이 밀려왔다.

“오늘 왜 이렇게 안절부절못해?”

“네?”

“아까 전부터 계속 거울만 확인하고, 손은 가만히 못 있고.”

역시 정유현이다. 관심 없는 듯 보여도 멤버들의 사소한 변화를 잘 알아차리고는 했다.

“음, 혼자서 예능 나간다 생각하니 긴장했나 봐요.”

“평소처럼 해. 그럼 네가 제일 잘할 거야.”

“네.”

“크리드 메인 보컬인데 당연히 최고지.”

그 말을 툭 던지고 다시 리얼리티에 집중했다. 정유현이 저런 말을 할 때마다 참 적응이 안 된다. 하지만 정유현이 저런 말을 하는 건 오직 크리드와 관련된 일뿐이었다. 팀을 향한 저 남다른 애착에도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분명 있겠지.

리얼리티 때면 겨우 한두 달 전인데도 벌써 저 때의 우리가 어색했다. 전부터 느꼈지만 관리의 힘은 참 대단하다. 활동을 하면서 받은 관리나 카메라 마사지를 무시할 수 없는 변화였다. 티벡스 시절에는 꿈도 못 꿨지.

또 바쁜 활동을 소화하면서 다들 붓기가 싹 빠졌다. 전체적으로 살이 빠지면서 얼굴에 있던 젖살도 조금씩 정돈되는 듯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볼살이 줄어드는 것에 아쉬워하면서도 점점 완성되어 가는 비주얼에 기대가 크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이렇게 점점 다듬어지고 있는데 여기서 스텟 감소라니? 어림도 없지.’

다시 한번 미션 성공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기필코 미션을 성공할 것이다.

못생겨지는 거? 문승빈 인생에서는 절대 없을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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