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29화 (129/346)

129화

크리드의 로고가 나타나더니 이어서 타이틀곡 티저 영상이 플레이되기 시작했다. 크리드를 이미 아는 사람들은 환호성을 냈고, 모르는 이들은 어리둥절했다. 우연히 동료와 주변을 지나가던 회사원 D는 동료에게 물었다.

“크리드?”

“저게 뭔데?”

“크리드도 몰라? 투마월에서 데뷔한 애들이잖아.”

“아, 쟤네가 걔네야?”

“그래도 투마월은 아나 보네?”

“전여친한테 투표해 달라고 연락 왔어서.”

“아, 대박 누구 뽑았는데?”

“잠깐만, 문자 기록이 남아 있을 텐데… 차지운?”

“걔도 데뷔했어!”

아이돌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일반인들도 투마월은 알고 있었다. 하긴, 씨넷만 틀면 나오고 온갖 광고와 투표 독려 이벤트로 전국의 카페와 버스, 지하철이 도배가 됐으니. 방송은 안 봤을지라도 투마월에 대한 인식은 있었다. 투마월에서 결성된 그룹이 크리드라고 설명하니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운석의 정체가 공개되자 인터넷 반응이 다양한 방법으로 난리가 났다.

[운석정체 밝혀짐ㄷㄷ] ㅇㅇ(431.222)

오늘 세군데에서 운석 깨지더니 크ㄹ1드 로고 나옴ㅋㅋㅋㅋㅋ 와 요즘 홍보 스케일 장난아니네;;

-미친;; 난리난 운석 우리꺼였다고??

-운석이 우리판 얘기일 줄이야ㄷㄷ

-며칠째 실트에 운석얘기 있어서 뭔가 했더니ㅋㅋㅋㅋㅋ

-일단 어그로는 성공한 듯?

┕ㅇㅇ검색어에도 오르고, 머글들도 이거 뭐냐면서 관심가지더라

┕나는 오히려 일코하느라 모른척함ㅋㅋㅋㅋ

-아니 그보다 티저가 나왔다잖아!!!!

그 시각 공식 계정에도 영상이 동시에 올라왔는데, 티저가 공개되면서 팬들은 더욱 혼란스러웠다. 분명 교복을 입고 멤버들이 학교에서 노는 훈훈한 장면이 나오다가 갑자기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졌다. 그리고 운석을 바라보는 멤버들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티저는 끝났다.

-뭐야??????

-운석?

-아 저게 그 야외에 설치된 운석이구나

-스케일 미쳤네;;

┕영화 홍보인줄 알았음

-승빈이는 울더니 갑자기 운석이요...??

상상이 안 가는 컨셉에 당혹스러워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일단 즐기자는 반응이 우세했다. 이 정도 스케일의 푸시라면 뭐가 됐건 기대해 볼 만했으니까.

* * *

[아 시간 왜이렇게 안감?]

[오늘은 야근 아니야?]

[그럴까봐 몇 주 전부터 반차쓴다고 말해놓음ㅇㅇ 반려하면 ㅅㅂ 퇴사할거야]

[절대 직장인 안해야지]

[K 뭐 잘못 먹었니?^^;;]

음원 공개와 함께 데뷔 쇼케이스가 있는 날이라서 K와 A, 문스트럭의 단톡방이 오랜만에 활성화되었다.

[기자 쇼케이스 사진 봤냐?]

[회사에서 몰래 보는데 ㅈㄴ입틀어막았잖아;;]

[헤메코 미쳤음]

오전에 먼저 언론사를 대상으로 쇼케이스가 진행되었다. 머리색은 티저에서 공개된 색깔과 같았다. 염색을 한 번 더 했는지, 색이 더 진해진 느낌이었다.

6시 음원 공개, 8시 데뷔 쇼케이스. 시즌 1 데뷔 그룹은 쇼케이스 시간과 음원공개 시간이 겹쳐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는데 이번에는 여론을 의식했는지 시간 차이를 두었다.

[그럼 6시에 음원뜨고 다들 2시간만에 응원법 외워가는거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사지라도 뽑아가야할 듯]

그사이 한 음악 매거진 기자의 글이 짹짹이에 올라왔다.

“음감회도 같이 했나 보네.”

정기자 @music_writing 10분 전

[크리드의 기자 쇼케이스 겸 음감회 갔다 왔습니다. 스노우튠의 색이 강한 곡이지만 크리드 멤버들의 목소리가 전혀 묻히지 않습니다. 가장 좋게 들은 것은 타이틀 ‘신세계’입니다. 구성이 굉장히 실험적인데 대중적인 흐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투마월에서 데뷔한 자신들의 정체성도 놓치지 않았고요. 사운드에 굉장히 공을 들인 게 티가 납니다. (중략) 문승빈 군이 메인보컬로 노래의 중심을 잡아줍니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차지운 군의 음색. 투마월 때도 꽤 유니크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곡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아 6시언제와

-노래 ㅈㄴ기대됨

-티져로 잠깐 들었을때도 띵곡이었는데

-지운이 음색이 열일했구나ㅠㅠㅠㅠㅠㅠㅠ

총공팀 계정에도 크리드의 데뷔 기념과 홍보를 위해 해시태그 이벤트 알림을 올렸다.

[크리드가 오늘 6시 드디어 데뷔합니다. 클로버님들, 해시태그로 크리드 데뷔를 축하해주세요!

#크리드의_신세계로_가보자고

#크리드_데뷔_축하해

*해시태그 총공시작 : 17:30 KST]

“해시태그 누가 정했냐?”

“조심해. 이랬다가 또 애들이 정한 걸지도 모르잖아.”

“맞네, 재봉이일 수도 있겠다.”

반차를 반려당한 A로부터 시작 시간에 겨우 맞춰서 공연장에 도착할 거 같다는 연락이 왔다. 직장과 공연장이 가까운 문스트럭과 프리랜서인 K는 먼저 공연장을 향하면서 총공 해시태그를 텍스트대치로 만들어 두었다. 미리 만들어 놓은 총공계에 임시저장글을 50개쯤 만들고 나서야 편하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6시, 음원이 공개됐다.

“아직 스밍 리스트 안 올라왔지?”

“응.”

“일단 전체 듣기로 설정하고, 뮤직비디오랑 같이 보자.”

“잠깐만, 나 음향 조절 어플 깔아야 해. 폰 바꿨더니 없어졌네.”

“미친 썸네일 돌았네.”

뮤직비디오를 보는 내내 문스트럭과 K의 광대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단정한 교복, 자유분방한 형태의 교복과 상처 분장, 거기에 전신 레자 의상까지. 종합선물세트가 따로 없었다. 화려한 CG와 트렌디한 영상 효과까지 3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미쳤다…….”

“이거 무대를 내가 본다는 거잖아.”

“일단 노래가 너무 좋은데?”

“지운이 목소리 X나 극락이라고.”

“우리 승빈이 진짜 이러다가 연기하는 거 아니야?”

“진심, 연기 하나는 다른 애들이랑 차원이 다르더라.”

뮤직비디오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공연장에 도착했다. 지하철에서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있었다. 최애 슬로건을 든 사람, 일코 하는 듯했지만 멤버의 모에화 키링을 단 사람 등 다양한 유형의 팬들이 모였다.

“헐, 7시다. 실차순위 떴다.”

“미친 실차 1위래.”

“화력 미쳤네…….”

“모두 입장하시기 전에 신분증, 표 미리 지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속하게 표 검사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들어왔다. 몰려드는 인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문스트럭의 자리는 숱한 교환 끝에 구한 스탠딩이었다. 그녀는 미션임파서블을 방불케 하는 은신술로 카메라를 숨겼고, 조심스럽게 촬영 준비를 마쳤다.

익숙한 멤버들의 목소리로 녹음된 공연 안내 방송이 나오고, 팬들은 공연장에 깔린 ‘눈부셔’를 떼창하며 공연을 기다렸다. 공연장 불이 서서히 암전되고, 팬들의 함성이 점점 커졌다.

“아아아아아악!!!!!!!”

“애들아!!!!”

대형스크린에 카운트다운이 등장하고 숫자가 줄어들수록 팬들의 기대감도 고조됐다. 그리고 시작된 VCR에는 투마월 시절 영상들이 나왔다.

[치열했던 순간들. 기나긴 성장통을 견뎌내고 운석이 떨어진 날, 마침내 하나가 된 일곱 명의 소년들]

“와!!!!!”

“미친, 미공개 영상 아님?”

[We are CR:ID]

크리드의 로고가 등장함과 동시에 무대 위로 조명이 한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뭐야, 누구야?”

그리고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멜로디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미친, 승빈이 솔로곡!!”

“돌았네.”

문스트럭은 곧장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하얀색 실크 셔츠에 깔끔한 검정색 슬랙스를 입은 문승빈이 스탠딩 마이크 하나만으로 무대에 올랐다.

[한참을 헤맸지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일곱빛깔 무지개

그 영원을 향해 달려가]

카메라로 담으면서도 자꾸만 눈은 무대를 향했다. 혼자 무대를 채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3분 내내 혼자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승빈은 그걸 해냈다. 문스트럭은 벅차오르는 마음을 추스르고 주변 씨큐들의 눈을 피해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문승빈이 무대 아래로 내려가고, 두 번째 VCR이 나왔다. 교복 입은 일곱 명의 멤버가 떨어진 운석 주위로 모이고, 굉음과 함께 운석이 깨진다. 그리고 운석이 있던 곳에 ‘CR:ID’가 새겨져 있었다. VCR이 끝나고 박선우의 영어 내레이션이 나왔다.

[그날의 운석 충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린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우리의 세계에는 균열이 시작됐고 신세계가 펼쳐졌다.]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타이틀 ‘신세계’ 무대에 팬들은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다들 상처 분장과 함께 각기 다른 디테일의 교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아아악!!! 재봉, 아니, 이든아!!!!!!!”

격렬한 안무에도 흔들림 없는 라이브에 모두 감탄했다. 서바이벌 출신답게 단순히 인기와 비주얼만으로 뽑힌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무대가 끝나고 멤버들은 정식으로 인사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본 투 샤인! 안녕하세요, 크리드입니다!”

“으아아아아!!!!!!!!!”

“애들아!!!!!!!”

“와… 클로버들 함성 짱이에요!”

“네가 더 짱이야 재봉아!!!”

“하하, 감사합니다!”

다들 열정적인 무대에 비 오듯 땀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지친 기색 없이 밝은 분위기로 인사를 마쳤다.

“너무 보고 싶었어요! 오늘 공개된 신세계 잘 들으셨나요?”

“네!!”

“이러니까 유치원 선생님 된 거 같다. 우리 클로버들~”

“꺄아아아악!!!”

차지운의 발언에 현장은 온갖 비명과 탄성 소리로 가득했다.

‘K가 제정신이려나…….’

“여러분들의 함성과 함께 무대할 수 있어서 너무 꿈만 같습니다.”

“유현아!!!”

“아직 많은 무대가 남아 있으니까, 더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정유현의 말처럼 연이은 수록곡들의 무대도 타이틀에 견줄 만큼 완성도 있었다. 특히 ‘더 샤인’은 ‘신세계’가 아니었다면 무조건 타이틀 감이었을 것이다. ‘신세계’보다 청량한 느낌이 강한데, 푸른 계열의 스포티한 의상 때문에 더 풋풋한 느낌을 줬다.

“더블 타이틀로 했어도 좋았겠다!”

“조금 묵혀 놨다가 다음 앨범 타이틀로 하지…….”

저마다 더 샤인에 대한 찬사와 아쉬움을 표현했다. 또 주목받은 무대는 투마월 경연곡 중 하나인 ‘항해의 시대’였다. 리메이크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렇게 무대까지 7인 버전으로 준비한 줄은 몰랐다. 온라인으로도 생중계가 되었는데, 대부분 부정적이거나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차라리 3차 경연 1위곡을 하지 뭔 항해의시대임;;

-강도현이 한 무대여서 그런거 아님?

┕VM무새 죽지도 않고 또왔네

하지만 무대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왜 이 곡을 선곡했는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신세계로 향한다는 서사와 더불어 새롭게 추가한 보컬 파트부터 안무까지, 멤버들의 매력을 보여 주기에 최적의 곡이었다. 모두의 합이 맞아야 하는 동작들을 완벽하게 해낼 때의 쾌감이 엄청났다.

중간중간 연습 장면과 리얼리티 비하인드 영상이 나오면서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마지막 눈부셔 무대를 끝으로 멤버들의 엔딩 멘트 시간이 왔다. 모두의 예상대로 박재봉과 윤빈은 눈물을 보였다. 마지막 문승빈의 멘트를 끝으로 쇼케이스가 끝났다.

“앞으로도 클로버 여러분들과 앞만 보고 달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연장을 빠져나와 K와 A를 만났는데 세 명 모두 크리드에 대한 애정으로 차오른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에게 이제부터가 시작임을 알리는 알림이 왔다.

“헐.”

“미친, 이제 실감이 나네.”

[공방공지: 크리드(CR:ID) 뮤직쇼 사전녹화 참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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