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28화 (128/346)

128화

“오늘이지?”

“응. 오늘 7시.”

“애들 머리 너무 궁금해.”

드디어 데뷔 프로모션 타임테이블에 올라온 티저 공개날이었다. 수진과 수정은 휴대폰을 붙잡고 대기하고 있었다. 마침내 7시가 됐고 공식 계정에 사진이 올라왔다.

[CR:ID Debut Teaser 00 - 강도현]

2개의 티저 사진이 올라왔다. 하나는 상처 분장과 풀어헤친 셔츠의 교복이었고, 다른 하나는 정반대로 깔끔하게 정리된 교복과 단정한 느낌의 사진이었다.

“응?”

“강도현이 먼저 올라왔네?”

“무슨 순서지?”

“00은 뭐야? 1도 아니고.”

“와중에 머리 예쁘네.”

“맞아, 재봉이 거도 빨리 보고 싶다.”

팬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뭐야?

-헐 도현이다아아아아아

-ㅁㅊ 도현이갈발

-아니근데 왜 강도현이 먼저나옴?

┕그니까 기준이 뭐임?

┕나이순이거나 당연히센터인 승빈이가 먼저 나올줄 알았음

-VM 밀어주는거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투마월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뷔엠밀어주기 포기못했낰ㅋㅋ

┕만물븨엠설 죽지도 않고또왔네

┕성불좀해라

-ㅁㅊ컨셉 2개인거임?

┕모범생이랑 양아미 동시에 먹여주네

┕음~미슐랭

그리고 다음 날, 문승빈의 티저 사진이 올라왔다. 역시나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흑발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상처분장인거 아는데 마음아파ㅜㅠㅠㅠㅠ그치만 너무 예쁘다…

-흑발 존버 성공

-ㅈㄴ청순하고 섹시해ㅠㅜㅠㅠㅠㅠㅠ

┕둘중하나만해 이 유죄강아지야ㅠㅠㅠ

“승빈이 은근 이렇게 날티나는 컨셉 잘 어울리더라.”

“인정. 그래서 나 얘 무대 중에 킬러 제일 좋아하잖아.”

다음 날, 다다음 날 재봉과 윤빈이 연달아 공개됐다.

“미친, 우리 윤빈이 지금 탈색한 거냐?”

“처음 아니야?”

“응. 윤빈이 투마월 때 흔한 스프레이도 안 썼어.”

항상 어두운 머리였던 윤빈이 색다른 탈색머리를 하게 되자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ㅁㅊㅁㅊ

-탈색단 존버성공ㅠㅠㅠㅠㅠ

-누가 윤빈이 탈색 톤그로래ㅡㅡ

┕톤그로도 이겨버리는 남자 호감

-프로아이돌특 : 양아치탈색머리도 잘어울림

-응 톤그로야

┕닌 어그로야

┕그의손에 쥐어지는 합격목걸이

-나는 지금 삭발아닌거에 ㅈㄴ감사하고있음

┕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대머리 생각한 사람이 있었냐곸ㅋㅋㅋㅋㅋ

┕윤빈이 대머리도 잘어울렸을 듯

┕그건 좀;;

“어머, 재봉이 주황색 했네!?”

“완전 오렌지잖아?”

“잘 어울리네.”

-천사는 오렌지색 머리를 하고있구나…

-진짜 저런 쌈마이오렌지색도 어울릴 일임?

┕재봉이라서 소화했지 아니었음 톤그로 지렸을듯ㅇㅇ

-ㅅㅂ첫번째 사진 단추푼거임? 아기지켜

┕단추 하나 풀었는데요;;

┕아기 감기걸려요

-재봉이 오렌지 머선일이고

-헐 빨머에서 주황이면 머리 엄청 상했겠네ㅠㅠㅠㅠ

┕재봉이 머리 절대지켜,,,

수진의 눈에는 아직 너무 어린데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재봉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미래가 기대됐다. 박재봉 이전에 수진의 이상형은 오히려 윤빈 계열이었다. 피지컬 좋고 남성미가 있는 비주얼을 좋아했다. 그런데 앞으로 박재봉이 자신의 외적인 이상형까지 된다면…….

‘진짜 인생 배팅하는 거지.’

“근데 이든이 뭐야?”

“미친, 재봉이 예명 쓰나 봐!”

“이든? 어울리는 거 같으면서도 아직 낯설다.”

“재봉이만 가명 쓰는 건가?”

오렌지색 머리에 놀라서 이제야 발견한 이름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다 영어로 본명이 적혀 있었는데, 재봉이만 ‘EDEN’이라고 적혀 있는 거 아닌가.

-아니 이든씨 누구세여....??

┕재봉이 영어이름인건가.....??

-나 이든씨랑 낯가리네.....

┕이든아....라고 불렀다.........

-그럼 박재봉 아니고 박이든이야...?

┕박이든재봉.....이든박재봉.......

클로버들의 혼란을 뒤로하고 마지막으로 박선우의 티저와 함께 멤버들이 뒤돌아서 등번호를 보여 주는 단체 사진이 올라왔다.

-이게 뭐임?

-아, 티저글 올라올때마다 옆에 적혀있던 숫자인가봐.

-근데 이게 무슨의미를 가지고 있는거임?

-나이순도 아니고 생일 관련도 아닌거 같고

숫자 하나 던져진 것뿐인데 벌써부터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공개된 정면 단체사진과 함께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CR:ID ‘Eternity’ Official Trailer]

-ㅁㅊ 트레일러 떴다......

-뭐야 타이틀 제목이 ‘Eternity’인 거임??

-영원?? ㅇㅇ 죽어줄게ㅠ

-썸네일 너무 문승빈얼빡아님?

┕얼빡해도 살아남는 얼굴이다 이거지

“와, 승빈이 썸네일 미쳤다.”

“얼른 켜 봐. 타이틀곡인가?”

재생 버튼을 누르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데, 시작하자마자 문승빈이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뭐야, 승빈이 왜 울어?”

“아, 이거 그거네. 솔로곡.”

“솔로곡이 트레일러로 먼저 공개되는 거야?”

“역시 센터가 좋긴 하네.”

“부럽다…….”

-단체보다 솔로뮤비부터 주는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센터특혜 오지네ㅋ

┕ㅇㅇ센터맛 달달함

-솔로곡인데 뭐 얼마나 좋은곡이겠엌ㅋㅋㅋ

┕니가 들어보고 판단해

역시나 솔로곡이 먼저 나온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수진과 수정도 질투가 나는 마음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처음 듣는 솔로곡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

본격적으로 노래가 시작되면서 둘은 노래 퀄리티에 한번 놀라고 문승빈의 배우라고 해도 모자람 없는 연기력에 또 놀랐다.

“뭐야, 노래 X나 좋아…….”

“아니, 노래도 노랜데 연기 뭐야? 얘 배우 연습생이었어?”

-노래 ㅈㄴ좋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릴거라고했던 애들 조용한거봨ㅋㅋㅋㅋㅋㅋ

┕승빈이목소리랑 너무 잘어울리뮤ㅠㅠㅠㅠ

┕춤도 좋지만 솔로곡은 보컬위주였으면 했는데 진심너무 잘뽑아서 눈물남

-아니그것보다 연기력 무슨일이냐고;;

┕전생에 배우였나봄ㅇㅇ

┕아이돌 안하고 배우했어도 대성했을 듯?

┕너무 실감나게 울고넘어져서 맴이아프뮤ㅠㅠㅠ그치만 계속되길

눈물 연기부터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색함이 없었다. 단기간의 연기 수업으로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연기력이었다. 넘어지고 아파하는 장면에서는 절로 통증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기 경험이 없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서 수정은 온갖 포털사이트에 문승빈을 검색하고 정보를 찾아봤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그의 연기 경력이나, 하다못해 연기 수업을 받았다는 일화도 없었다.

왜 솔로곡이 먼저 나오느냐로 갑론을박을 하던 여론도 문승빈의 연기력으로 대통합됐다. 그럼에도 비난하는 사람들은 존재했지만, 엄청난 화제성에 휩쓸려갈 뿐이었다.

-딱봐도 배우연생이었넼ㅋㅋㅋㅋㅋㅋ아이돌은 걍 인지도용으로 하고있는거일 듯?

-승빈아 걍 아이돌말고 배우해

┕배우한다고 나가면 내새끼 대신 넣어도되냐?

┕겠냐?

‘진짜 할 일 없는 사람들 많다…….’

엔딩 장면에서 멤버들의 손을 잡고, 뒤돌아 미소 짓는 문승빈의 얼굴에 자매는 잠시 말을 잃었다.

“헐, 엔딩 너무 감동적이다.”

-승빈이가 그고생한 이유가 멤버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냐고ㅠㅠㅠㅠ

-ㅅㅂ스토리 누가 짰냐…

┕나 울어…아이돌트레일러 때문에

-Oh my SeungBin!!!

-he is not just an idol he is a lifestyle

-승빈이 웃는거 너무 예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코어 이놈들아ㅠㅠ 오타쿠 자극하지말라고ㅠㅠ

공개된 지 10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조회수 추이가 엄청났다. 댓글창에는 한국어뿐만 아니라 온갖 외국어들도 가득했다. 투마월의 인기가 단순히 국내용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컸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ㅁㅊ벌써 50만회 넘은거 뭐냐

-솔로곡으로도 이런 화력이나오냐ㅠㅠㅠ

┕다 그룹곡이라고 생각하고 보러온 사람들아님?ㅋ

┕승프들 조회수에 목숨거는거 투마월때부터유명했자낰ㅋㅋㅎㅋㅎㅋㅎㅋ

┕자랑할만한 조회수니까요^^

-다 필요없고 저 연기력으로 꼭 연기해줬으면…

┕아이돌이 무슨 연기야

┕내새끼 능력치가 ㅆㅅㅌㅊ인걸 우짬

역시 서바이벌로 만들어진 그룹인 만큼 그룹 내, 외적으로 견제가 많았다. 하지만 이 역시 문승빈의 인지도와 화제성을 높여 주는 장작에 불과했다.

* * *

그 시각, 강남과 홍대, 상암 세 곳에는 운석 모양 조형물이 나타났다. 유동인구가 많은 위치에 뜬금없이 나타난 거대한 운석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무슨 장치를 해 놓은 건지 모르겠지만 은은한 연기가 운석을 감싸고 있어서 마치 실제로 운석이 떨어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운석을 둘러싼 바리케이트에는 ‘Warning(위험)’ 표시와 함께 두 개의 날짜가 적혀 있어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 @fxxx_company

(운석 사진)

이거 뭐임???????????

-강남 한복판에 운석의 등장이라....

-아 저거 우리회사 위에 떨어졌어야지ㅠㅠㅠㅠ

┕죄송한데 저희회사가 먼저거든여?ㅡㅡ

┕무슨 소리하시는 거에요;; 이러다가 제가 회사 박살내게 생겼거든요?

-아닠ㅋㅋㅋ 다들 놀라는게 아니라 왜 아쉬워하냐곸ㅋㅋㅋㅋㅋ

┕K-직장인들은 운석? 좀비가 나타나도 출근할걸....

┕좀비가 나타나도? 좀비가 되어서도 출근하는 것...그게 바로 직장인이다....ㅅㅂ

-1회사 1운석충돌 Plz.........

SLOW 댕댕 @dd_dog

(운석 사진)

홍대에서도 운석 발견함ㄷㄷ

아니 무슨 영화 개봉함??

#운석 #홍대

-넷X릭스 신작 나오나??

┕그러게 우주 관련된 영화인가

-뭔진 몰라도 스케일 오지네

-연기 나오는 거 봐ㅋㅋㅋㅋㅋ

┕ㅁㅊ 디테일 돌았네;;

운석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가득했고, 인터넷에는 다양한 궁예가 판을 쳤다. 오죽하면 사이비 단체에서 만든 구조물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을까? 그러던 중 곧 세 번째 운석이 발견되면서 네티즌들은 추리의 갈피를 잡기 시작했다.

[오늘 난리난 운석 정체 밝혀짐ㄷㄷ] 이슈봇 @issue_bot

강남이랑 홍대에서 운석모형이 나타나서 다들 이게 뭔가, 영화 프로모션인가 했는데 정체가 밝혀짐. 세 번째 운석이 상암 씨넷 본사 앞 광장에서 나타난 걸 봐서 다들 씨넷에서 새로 나오는 프로그램 홍보라고 유추하는 중. 대체 무슨 프로그램이길래 스케일이 ㄷㄷ.

>>추가 이슈를 확인하고 싶으면 이슈봇 좋아요 구독 알림설정까지-

-투마월 끝난지 얼마됐다고?

┕크리드애들이나 제대로서포트하지ㅡㅡ

-이번엔 어떤 오빠들이 날 설레게해줄까…

┕오빠 맞아요?

┕잘생기면 오빠임ㅇㅇ 반박시 니말이 ㅈㄴ틀림.

-에이 설맠ㅋㅋㅋ크리드로 일단 벌어야지

그렇게 바리케이트에 적혀진 첫 번째 날짜가 되었고, 오후 7시에 세 개의 운석이 동시에 열렸다. 적혀 있던 날짜에 의문을 가지고 일부러 운석 모형물을 보러 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다니던 사람들도 운석이 열리는 굉음에 모두 시선을 고정했다. 저마다 핸드폰을 들고 사진과 영상을 찍기 바빴다.

“뭐야?”

“일단 찍자!”

열린 틈으로 무언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차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카메라 줌을 최대치로 땡기며 이 정체불명의 물체에 주목했다.

“보여?”

“아니, 아직 잘… 어?”

“저게 뭐야?”

그리고 마침내 깨진 운석 사이로 나타난 건 크리드의 로고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