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26화 (126/346)

126화

“어, 그래, 알았어. 너 올 때까지 안 보고 있을 테니까 얼른 오기나 해.”

“진짜죠? 거짓말하는 거면, 나 진짜 서운할 거예요.”

“너 지금 그걸 협박이라고 하는 거니?”

“일종의?”

모연은 크리드의 리얼리티를 제공하는 OTT 플랫폼에 접속했다. 티브이로 보면 그만이지만 절대 먼저 보면 안 된다는 보현의 강력한 부탁 때문이었다. 이런 거 볼 때 같이 얘기하면서 볼 사람이 없으면 재미가 반감된다는 이유였다.

사실 티브이로만 안 봤지, 짹짹이를 통해 이미 멤버들의 사진과 움짤을 보면서 대충 앞의 방송분은 파악하고 있었다.

“유현이 잠옷 너무 귀엽네.”

이미 정유현이 에이앱에서 입고 나온 잠옷을 손민수(같은 아이템을 따라서 구매하는 행위)한 모연이었다. 그사이 보현은 마트에서 사온 맥주와 안주를 세팅하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그 역시 박선우의 잠옷을 손민수했다.

“재생한다?”

“응.”

[데뷔의 기쁨에 가득 찬 크리드 멤버들이 곧장 향한 곳은?]

“뭐야, 바로 숙소로 보냈던 거야?”

“와, 보통 가족들이랑 시간 보내게 해 주지 않나?”

“씨넷이 그럼 그렇지…….”

-숙소 괜찮네

-아니 근데이렇게 다짜고짜 숙소로 밀어넣는거냐곸ㅋㅋㅋㅋㅋㅋㅋ

┕애들도 ㅈㄴ당황한게 눈에보임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어지는 룸메이트 정하기 에피소드. 둘은 정유현과 박선우가 룸메이트가 된 과정을 보면서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박선우와 룸메이트가 된 정유현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숨을 쉬는 장면은 슬로우모션이 걸리면서 주변에 반짝이 효과까지 입혀졌다.

-정유현예민미;;;

-ㅈㄴ섹시해 미쳤나봐

-아닠ㅋㅋㅋㅋㅋㅋㅋ룸메 마음에 안들어서 나온 장면이 저렇게 잘생길일이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인성은 모르겠으나 와꾸하나는 미쳤음

┕인성이 뭐

┕아무리 마음에 안들어도 저렇게 대놓고 싫은티내는게 좋은 인성은 아닌 듯?

┕이건 박선우악개임 정유현안티임?

-ㅋㅋㅋㅋㅋㅋㅋ관계성 궁예만큼 쓸데없는 짓도 없을듯

“유현이나 선우 둘 다 서로 제일 안 맞을 거 같은 애들끼리 같은 방이 됐냐.”

“근데 나름 또 잘 지낼 거 같지 않아요?”

“하긴, 너랑 나랑도 사는데.”

3인방의 결성 과정 역시 반응이 뜨거웠다.

“난… 노이.”

“난 노사.”

“어? 난 다옹이!”

-?

-내가 뭘들은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어떻게 저셋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운이만 해맑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고켓몬즈라고 하잨ㅋㅋㅋㅋㅋㅋ

[룸메이트 어때요?]

(강도현) “아니 이거 대본인 줄 알았잖아요!”

(차지운) “재미있을 거 같아요.”

(문승빈) “하…….”

뒤이어 가위바위보에 지고 인테리어 주도권을 뺏긴 정유현의 얼굴을 보면서 모연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보현이 인테리어한 방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일주일도 못 버티고 탈주할 것이다.

[룸메이트와 방 마음에 드나요?]

(정유현) “저 이제 거실에서 자려고요.”

(박선우) “저만의 아지트로 아주 아기자기하게 꾸며보겠습니다!”

-유현이 개빡치겠다 자기가 가위바위보져서 말도 못하고…

┕앜ㅋㅋㅋㅋㅋ그만 놀렼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유현이 다크서클 내려온것봐ㅠㅠㅠ

-유현이인권을 위해 방 좀 바꿔주세요

-선우 ㅈㄴ즐거워보옄ㅋㅋㅋㅋㅋㅋ

┕방 어떻게 꾸몄을지 궁금해ㅜㅠㅠ

┕오늘부터 정박즈 숙소에이앱 정권찌르기 들어간다

┕ㅇㅇ정권찌르기 2년하니까 이뤄지더라

┕2년은 너무 길다

다음은 숙소 규칙을 정했다. 그리고 1화의 엔딩은 강도현의 규칙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14. 일주일 중 하루는 규칙 없이 살기]

“진짜 골때린다니까?”

-??

-앜ㅋㅋㅋㅋ강도현이라서 납득이 가는 규칙임

-유현이 표정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왜이렇게 시간빨리 지나감? 뭐했다고 벌써 끝나;;

┕눈깜짝할 사이에 1시간 순삭됨;;

다음 주 예고편에는 게임을 하는 크리드 멤버들이 나오면서 뜻밖의 인물이 등장할 것을 암시했다.

[크리드를 충격에 휩싸이게 한 인물의 정체는?]

“뭐야?”

“누가 게스트로 나오나 봐.”

“누구길래 저렇게 놀라는 거지?”

-유현이 왜이렇게 억울한 표정인거임ㅋㅋㅋㅋㅋㅋ

-애들 완전신나보옄ㅋㅋㅋㅋㅋ

-리얼리티 잔잔바리인데 깨알같이 재밌는거 너무 좋다

┕ㅇㅇ자극적인거 안시켜서 편하게 보기 좋은 듯?

┕근데 마지막에 나만 불안하냐? 씨넷놈들이 이렇게 순할 리가 없는데;;

-마지막에 누구지?

┕윤승철 나오나?ㅋㅋㅋㅋㅋㅋㅋ

┕김병대?ㅋㅋㅋㅋㅋㅋㅋ

┕병대가 여기서 왜나와 ㅅㅂ

┕왜케 예민함? 그냥 하는말이지

-이러고 윤피디나오면…

┕ㅅㅂ 말이 씨가된다고

┕그런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닙니다

* * *

크리드의 리얼리티 ‘크리드존’은 역시나 첫방부터 엄청난 화제성을 몰고 왔다. 황금시간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2%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오직 크리드의 리얼리티를 먼저 보기 위해 해당 OTT서비스를 구독한 팬들도 많았다.

그리고 리얼리티 2화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문스트럭과 K, A가 한자리에 모였다. 투마월 파이널 이후로 처음이었다.

“야, 시작한다.”

[강도현의 폭탄발언에 놀란 멤버들]

-둘이 심상치 않은데?

-저러다 정들듯ㅋㅋㅋㅋㅋ내가 장담함

┕ㅇㅇ원래 혐관이 더 찐친되기 좋음

┕네 정프들 피의 쉴드 잘봤습니다

“좋아. 규칙 중 2개만 안 하는 걸로.”

“좋아요.”

-?뭐야 싱겁넼ㅋㅋㅋㅋㅋㅋ

-둘다 자존심 안내세워서 좋아

┕방금전까지 하던건 뭐죠?

┕가세요 키보드도 부러뜨리기 전에

-그래도 더 고집안부리고 깔끔하네

“맞지. 숙소 생활하는데 자기 의견만 고집할 순 없으니까.”

“애들 은근히 안 맞으면서 서로 맞춰 주는 거 너무 보기 좋아.”

초성게임과 인물 맞추기를 끝으로 숙소에서의 리얼리티 분량은 끝이 났다.

-윤빈이 한국어실력 성장하는것봐ㅠㅠㅠ

┕ㅈㄴ기특함

┕천재아이도루…

“…펭귄?”

“헐…….”

“진심이야?”

“어머…….”

“왜, 저만 사람이 아닌 걸!”

-정유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떻게 국민캐릭터를 모르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유현이 어디 산속에서 수련하다 왔음?

┕유현이 억울해하는것봨ㅋㅋㅋㅋㅋ왜 자기만 사람아닌거녴ㅋㅋㅋㅋㅋㅋㅋ

“아, 정유현 펭귄 때문에 빵 터졌네.”

“유현이 유학하다 왔냐?”

“아닐걸? 그냥 어렸을 때 티브이를 안 봤나 봐.”

“그게 가능해? 집에 티브이가 없는 건 아닐 텐데.”

“애들 교육에 엄청 엄격한 부모 중에 티브이 못 보게 하는 사람들 있잖아.”

“아이돌 준비하기 전에 공부했다더니 정말인가 보네.”

1편과 지금까지의 분량은 확실히 멤버들의 내추럴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침 기상부터 취미, 요리하는 모습까지 멤버들의 꾸밈없는 모습들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뒤이은 에피소드는 야외 세트에서 진행됐다. 떡볶이 재료를 사오는, 아이돌 리얼리티라면 한번쯤은 해 볼 텔레파시 테스트였다.

“뭔가 불안하다?”

“애들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만들겠지……?”

“지난번 에이앱 보니까 재봉이 심각하던데.”

“재료만 잘 가져오면 되니까 큰 문제없겠지 뭐.”

하지만 순서대로 가져온 재료들을 보며 셋은 탄식했다.

[떡볶이는 당연히 떡이죠!]

-아니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

-재네 셋은 뭐라고 해야함ㅋㅋㅋㅋ?

┕이구동성즈 어땤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애들 마음이 이렇게 잘 통하는줄 몰랐네

게다가 강도현이 파를 사온 것을 보고 문스트럭은 먹던 맥주를 뱉을 뻔했다.

“아니, 어떻게 세 명이 다 떡을 가져올 수 있는 거임?”

“와중에 윤빈이 진짜 낙천적이다. 파는 구워 먹자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계최초 고추장 없는 떡볶이

-구워서 설탕찍어먹어야겠네

┕님 윤빈최애?

┕어떻게 알았음?

“재봉이가 카레가루 사왔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애들 저녁 굶었을 듯.”

-역시 이 그룹의 미래는 막내다...

-재봉이가 이걸 살리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예요!! 오지 마!”

“막내야 어디 가니!!!”

“우리 복덩이 봉봉이!”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나봠ㅋㅁ

-봉봉잌ㅋㅋㅋㅋㅋ

-제작진들도 컨트롤을 못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까지 비글들이었냐고;;

-그저 빛…

[재봉 군이 카레가루 가지고 올 때 어땠어요?]

(강도현) “역시 우리팀의 에이스다…….”

(정유현) “오늘 하루는 재봉이가 리더해도 될 거 같아요.”

-그정도냐곸ㅋㅋㅋㅋㅋ

-애들 진심으로 감사해하는거같음ㅋㅋㅋㅋㅋㅋㅋ

-재봉이랑 도현이 선우는 요리 못하나보네?

┕그래도 간은 잘보네

우여곡절 끝에 저녁식사까지 마친 크리드 멤버들이 편안하게 잠드는 장면으로 첫날이 끝났다.

“근데 이번 리얼리티 진짜 어그로도 없고 좋다.”

“맞아.”

하지만 그녀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이렌 울리는 소리와 함께 멤버들이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었다.

“왜, 왜 이럼?”

“장르가 갑자기 바뀌는데?”

도착한 곳에서는 멤버에 대한 퀴즈를 맞혀야 탈출할 수 있는 방탈출 미션을 받았다.

[Q. 박선우가 첫날 문승빈에게 주었던 사탕은?]

-박선우와 문승빈을 제외한 멤버들이 맞혀야 합니다.

“아, 쉽네. 저거 홍삼캔디잖아.”

“엥? 그런 걸 줬었어?”

“응. 1화 보면 X나 깨알같이 승빈이가 홍삼캔디 받았다고 한 적 있어. 그때 승빈이 표정 너무 어이없어 하는 게 보여서 진짜 웃겼는데.”

그때 박재봉이 외쳤다.

“정답! 홍삼캔디!”

“오, 어떻게 알았어?”

“저 그때 형 옆자리였잖아요~”

-재봉이 주변에 관심많은게 여기서 빛을발하넼ㅋㅋㅋㅋ

-유독 첫날부터 승빈이 잘따르긴했지

[Q. 윤빈의 학창시절 등번호는?]

“네?”

“이걸 어떻게 알아요?”

-문제 누가 내는거냨ㅋㅋㅋㅋㅋㅋ

-윤빈이 등번호가 여기서 왜 나와…?

-애들 혼파망이얔ㅋㅋㅋㅋ

“이걸 맞힐 수가 있나?”

“윤빈이 말 안 하는 이상 알 방법이 없잖아.”

“정답, 13번!”

“저걸 승빈이가 어떻게 알아?”

문승빈이 답을 맞히자 멤버들도 모두 놀란 토끼눈이었다. 당사자인 윤빈도 놀라서 사레가 들렸다.

“전에 윤빈 형이 캘리포니아에서 살 때 사진 보여 줬었는데 그때마다 등번호가 13번이더라고요.”

“와, 승빈아 나 감동받았어.”

“…사진이 전부 운동복 입고 찍은 사진뿐이어서 기억하기 쉬웠어요.”

-윤빈이 운동 이것저것 엄청했다더니 진짜였나보넼ㅋㅋㅋㅋㅋ

-승빈이 왜 민망해햌ㅋㅋㅋㅋ

[Q. 강도현의 VM 연습 기간은?]

“아, 이거 너무 쉽네!”

의기양양한 강도현의 말과 동시에 박선우가 외쳤다.

“아니, 이걸 내가 어떻게 알아?”

“형, 실망이에요!”

“이건 가족도 모를 거 같은데?”

“승빈이 형은 알죠!”

“응.”

“근데 형은 이미 맞혀서 기회가…….”

“정답. 2년 6개월.”

-정유현이 저걸 알아?

-뭐임?

-내가 말했지 쟤네 사이좋다니까?

“형은 또 어떻게 알아요?”

“VM에서 나온다기에 얼마나 대단한 연습생인가 유심히 봤었지.”

“그래서 얼마나 대단했어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능글맞게 물어보는 강도현에 정유현은 고개를 절레절레할 뿐이었다. 마지막 문승빈의 질문을 끝으로 드디어 미션 클리어가 떴다. 그리고 공개된 공간에 한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야, 나오나 봐.”

“누굴까?”

“남자인 거 같은데?”

그리고 잊고 싶은 익숙한 목소리, 윤 피디의 등장이었다.

[오랜만이네요, 여러분?]

“이런 X발…….”

“야, 근데 윤 피디 뭐임? 생각보다 젊은데?”

“괜찮게 생겼는데?”

-이런 X발

-윤피디 저렇게 생겼어? 잘생겼는데?

┕갑자기 분노가 조금 사그라든다면?

┕정신차려 상대는 윤피디야

갑작스럽게 찾아온 클로버들의 인지부조화를 뒤로 하고 2화가 끝났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