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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24화 (124/346)

124화

1만 명? 일대일로 칭찬받았다가는 하루가 뭐야, 며칠에 걸쳐도 달성 불가능한 목표였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팬들한테 칭찬받을 짓을 하는 거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선택할 게 바로 멤버들 사진이었다.

‘이럴 때 써먹을 줄 알고 현장 사진을 좀 찍었지.’

곧장 갤러리를 확인했다. 리더 깜짝카메라 촬영날 사진, 녹음실 사진 등 꽤 많은 사진이 있었다. 남찍사는 그나마 누나에게 혼나면서 배운 스킬이 있어서 사진 퀄리티도 나쁘지 않았다.

스포가 되지 않을 선에서 몇 장 골라 업로드 했다.

[클로버들 안녕!

우리 멤버들 사진 두고 가요!

#승빈포토 #크리드 #문승빈]

멤버들의 사진과 마지막에는 내 셀카를 올렸다. 역시 올린 지 1분도 되지 않아 무서운 속도로 하트와 리짹이 올라갔다. 클로버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으아아아아

-고마워 승빈아ㅠㅠㅠㅠㅠㅠ

-ㅁㅊ정유현 비율봐;;

┕돌았네

-근데 승빈이 사진 못찍는다고 누나한테 혼났다하지 않았음? 잘찍었는데?

┕속성과외라도 받고 온거냐곸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마지막 승빈이 셀카보면...더보기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셀카만ㅋㅋㅋㅋㅋㅋ

-우리 승빈이 셀고였네^^::

-하 그나마 어플 안쓰고 기카쓰는거 마음의 안정이...

┕ㅇㅇㅋㅋㅋㅋ아이돌들 셀카찍을 때 어플금지하는거 법으로 제정해야해

클로버들의 반응에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남찍사를 잘 찍는 건가?

“누나한테 하도 혼나서 못 찍는 줄 알았는데… 문해빈 눈이 너무 높은 거였네.”

하긴 사진작가 성에 찰 만큼 사진을 잘 찍었으면 내가 아이돌을 안 하고 사진작가 했지. 그리고 두 번째 생각은.

“나 셀카 못 찍어?”

다시 올린 셀카를 확인했다. 나쁘지 않은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근슬쩍 선우 형에게 오늘 올린 사진 봤냐고 물어봤다.

“우와! 이런 건 언제 찍었어? 되게 잘 찍었네.”

“잘 찍은 거 같아요?”

“응. 괜찮은데? 야 근데…….”

“네, 왜요?”

“너 셀카는 생각보다 진짜 못 찍는다.”

돌직구로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 선우 형을 부른 건데, 무 생각보다 더 묵직한 직구였다. 하긴 누나랑 셀카를 찍는다고 해도 항상 누나가 카메라를 잡았고, 내가 찍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딱 한 번 있었는데, 그때도 호되게 혼났었다. 하지만 후면 카메라로 누나를 찍어 줬을 때도 혼난 건 똑같았으니 비슷한 수준으로 못 찍는 줄 알았지.

“언제 한번 셀카 과외 해 줄까?”

“…네.”

배우 활동을 하면서는 셀카를 거의 안 찍고, 남찍사가 많았으니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서글펐다. 솔직히 아이돌 생활을 한 번 했는데도 자기가 셀카 못 찍는다는 걸 모르는 건 그만큼 대중도 팬들도 관심이 없었다는 의미일 테니까. 그나마 있었던 팬들은 좋은 말만 해 주고 싶었던 마음이었겠지, 아니면 쓴소리도 하기 전에 이미 탈덕을 했거나. 하다못해 소속사도 안 알려 줬구나…….

‘도대체 어떤 아이돌 인생을 살아온 거냐-’

그사이 벌써 1만 명의 칭찬을 얻었는지 미션 클리어가 떴다.

[1만 명의 칭찬] +1

(10,000/10,000)

[MISSION CLEAR!]

다행이었다. 셀카에 대한 칭찬만 계산됐다면… 생각도 하기 싫다. 미션을 클리어해서 기쁘면서도 씁쓸했다. 나는 곧장 얻은 포인트를 솔로곡 노래창에 사용했다.

[제목 : Eternity]

-노래: ■■■■□

나머지 한 칸은 채우지 못하더라도 이 정도면 무리 없이 녹음을 마칠 수 있다. 하지만 기왕 처음 하는 솔로곡인만큼 5개를 다 채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곧장 보컬 연습실로 향했다. 노래를 다시 불러 보니 확실히 녹음 때보다 자신감도 생기고 안정감이 생겼다. 실력적으로 분명 성장한 것도 있지만, 심리적인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핸드폰 메모장과 태블릿에 저장해 둔 아이디어를 종합했다. 그리고 조악하게나마 그림도 그리면서 트레일러의 스토리를 시각화했다.

노래의 주인공을 나로 두고 생각하니 한결 편했다. 괜히 꾸미거나 덜어낼 필요 없이, 딱 나의 이야기를 담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빛을 향한 길에 무수히 많은 고난이 있었고, 상처를 얻었지만 ‘크리드’라는 소중한 팀과 멤버들을 만나게 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리고 스토리에 맞는 가사를 매칭하면서 감정을 이입했다. 여러 가지 감정과 상황을 담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나’라는 사람을 두고 생각했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혹시 넘어지더라도

빛을 향해 일어설게

절대 포기하지 않아

너와 나의 Eternity]

이 가사에는 중간에 달려가던 내가 넘어지는 장면을 매칭할 생각이다. 무릎이 까지고 온몸에 상처가 났지만 절망하지 않고 다시 신발끈을 질끈 묶어내고 달려가는 순간에는 어떤 감정을 가질까. 반드시 저곳에 닿겠다는 엄청난 야망과 꿈에 대한 간절함을 느끼지 않을까?

[영원을 약속해

이제 한 걸음 남았어

뒤 돌아봐줄래

오랜 시간을 달려온 내게

손 내밀어 줘]

마지막 가사다. 트레일러 마지막 부분에서 다른 멤버들이 달려온 나를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이다. 오랜 시간 고난을 이기고 달려온 내 앞에 눈부신 빛과 동료들의 손이 있다면 얼마나 벅찰까? 이런 식으로 가사 한 줄 한 줄 코멘트를 달았다.

“아, 찢어졌네…….”

하도 종이에 적고 또 적어 댔더니 결국 종이가 너덜너덜해졌다. 이 정도로 가사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이며 연습한 적은 없었다. 가사지가 아니라 대본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정도였다. 덕분에 노래를 부를 때 눈앞에 영상이 재생되듯 생생한 이입이 가능해졌다.

완곡을 불러 보는데 확실히 이전과 달랐다. 단순히 노래를 부른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대사를 통해 연기하는 기분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대사를 연기하듯 노래를 준비했었지만, 조금 더 풍부한 표현력이 가능해졌다.

기대와 함께 노래창을 확인해 보니 드디어 5개가 모두 차 있었다.

[제목 : Eternity]

-노래: ■■■■■

“이제 목 상태만 완벽하게 유지하면 되겠다.”

다시 노래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자 심리적인 안정감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을 경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까지고 상태창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데뷔하고 나서 만약 상태창이 사라지게 된다면 미션 등과 같은 방법으로 포인트를 높이는 데 어려움이 있을 테니까.

상태창이 없더라도 해낼 수 있다는 평정심을 가져야 했다. 오늘 녹음이 분명 노래창 포인트가 부족해서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에 ‘노래창 포인트가 낮으니까 아무리 해도 못할 거야.’ 라는 심리적 압박도 꽤나 영향을 주었을 테니까.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를 향하고 있었다. 연습실을 나오니 매니저 형이 서 있었다. 지난번 사생 사건 이후 무조건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졸음과의 사투를 보내는 중이었다.

“매니저님-”

“어, 어! 지금 끝났구나.”

“괜찮으세요?”

“아유, 당연하지. 가자!”

숙소로 향하는 내내 목이 마르지 않게 충분히 물을 마셨다. 평소보다 일찍 잠드는 것이 어색했지만 최상의 컨디션을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

* * *

대망의 솔로곡 재녹음 날이 밝았다. 여전히 약간의 긴장감은 있었지만, 어제처럼 부담스럽지 않았다.

“승빈아, 안녕~ 연습 많이 했어?”

“네!”

“오, 어제랑 뭔가 다르네!”

“맞아. 자신감이 생겼어.”

녹음실에 들어서자마자 스노우튠도 나의 변화를 빠르게 캐치했다. 새삼 프로듀서로도 사람으로도 참 좋은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제 잘 안 됐던 사비부터 해 볼까?”

“네!”

[I dream in your eternity

꿈처럼 영원한 이 순간

두 눈을 뜨면 어느샌가

아스라이 멀어지는 your eternity]

꿈꾸던 이상을 발견한 기대와 영원하지 않다는 허망함을 동시에 표현하는 데 애를 먹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어제와 달리 능숙하게 감정을 담아냈다.

“이번 거 너무 좋아! 바로 넘어가도 될 거 같아.”

“네, 감사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스노우튠의 말에 그동안의 힘들었던 기억이 사르르 녹았다. 그리고 뒤이은 녹음도 더 자신감을 갖고 해낼 수 있었다.

녹음하는 파트마다 거의 원테이크에 끝났다. 작곡팀도 신이 나서 더 적극적으로 디렉팅을 했고, 나도 그 분위기에 부응하겠다는 마음으로 더 최선을 다했다.

“뭐야- 어제랑 완전 다른 사람이잖아?”

“하하, 감사해요.”

“어제가 이상했던 거지~ 승빈이는 투마월 때부터 항상 잘했었잖아!”

“올해 했던 녹음 중에 제일 마음에 들게 나올 거 같아.”

“그 정도예요?”

이렇게까지 극찬을 받다니, 마지막으로 화음 녹음 작업을 했다. 지운이 형이 있었다면 바로 화음을 맞춰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역시 노래창 5칸의 효과는 엄청났다. 혼자서도 문제없이 화음을 해냈다.

“수고 많았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녹음실 부스를 나오면서 오랜만에 느껴 보는 편안함과 자신감이었다.

* * *

“승빈아, 촬영장 도착했다.”

매니저 형의 목소리에 겨우 눈을 뜨니 어느덧 근교에 위치한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도착해 있었다. 진심 매일매일이 극한인 스케줄의 연속이라, 머리만 대면 잠드는 게 일상인 요즘이었다

“와, 저게 다 뭐예요?”

촬영장에 내려서 가장 먼저 마주한 건 예상치 못한 멤버들의 선물이었다.

[혼자서도 잘해요~ 문승빈 파이팅!]

촬영장 입구에 위치한 커피차에는 유치원생 모자와 원복에 합성한 내 사진과 함께 멘트가 적힌 현수막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멤버들이 너 잘하라고 깜짝 선물 준비했다.”

“와, 승빈 씨 인기 많네요.”

“멤버들끼리 너무 훈훈하다.”

촬영 스탭들의 쏟아지는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커피차 앞에서 간단하게 인증샷을 먼저 찍고 메뉴를 고르려고 메뉴판을 보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문승빈 미모에 놀란 앗!메리카노]

[승멍이의 멍!고스무디]

[승빈스쿨 대신 쿨쿨스무디]

“참고로 메뉴 이름이나 현수막 디자인 전-부 다 멤버들이 직접 준비한 거예요.”

‘말 안 해 주셔도 그래 보여요.’

지난 몇 주간 멤버들이랑 24시간 내내 함께하다가 처음으로 혼자 이렇게 촬영장에 오니 기분이 이상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팀이 이런 거구나. 각자가 더해져서 단순히 7이 되는 게 아니라 10,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을 만들어 내는 게 팀의 힘인 것 같았다. 잠시나마 헛헛했던 마음이 따듯함으로 가득 차올랐다.

“여러분, 다들 마음껏 드세요! 크리드가 쏩니다!”

벅차오르는 맘에 촬영장이 울리도록 외쳤다. 그렇게 다들 음료와 디저트 하나씩 들고, 스탭들의 환호 속에서 솔로곡 뮤직비디오 촬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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