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23화 (123/346)

123화

“생일 축하합니다!”

“응?”

“푸하하하!”

강도현은 아직 상황 판단이 안 되는 듯 망부석이 되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긴 박재봉에게 들은 말도 충격일 것이다. 그런데 연습실에 들어오자마자 불은 다 꺼져 있고, 지운이 형이 케이크를 들고 있고 단체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나 같아도 꿈인가 생각할 것이다.

“지금까지 강도현 깜짝 카메라였습니다!”

“네?”

“리더 1일 체험 어땠나요, 도현 군?”

들고 있던 사탕을 마이크 삼아 인터뷰를 하는 선우 형을 보며 강도현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이었다.

“1일 체험이요?”

“그래 도현아, 오늘 수고 많았다.”

정유현이 입꼬리가 씰룩이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강도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영상도 보여 주셨잖아요! 설마 그것도 다 가짜였어요?”

“하하, 도현 군 미안해요.”

역시 윤 피디는 철저했다. 일부러 강도현을 투표하는 영상을 따로 촬영해서 감쪽같이 속인 것이다. 실제 투표 영상을 보여 주자 강도현은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배신자들!”

“생일을 더 재밌게 보내려고…….”

“근데 생일? 저 생일 되려면 아직 멀었는데요?”

“도현 씨, 이거 방송 나가는 날이 딱 도현 씨 생일이에요.”

“와-”

이제야 정신이 좀 들었는지 의아해하던 강도현이 윤 피디의 단호한 한마디에 벙 쪘다.

“아니, 어쩐지! 박재봉 네가 무슨 곱창을 안 먹어!”

“형, 감동이에요~ 저를 이렇게 잘 알고 있었다니~”

“내가 쟤 곱창만 골라 먹는 걸 봤는데!”

억울함에 가득 찬 강도현의 말을 들어 보니, 분명 알고 있는데도 박재봉의 표정이 너무 뻔뻔해서 자기가 헷갈린 줄 알았다고. 충분히 이해가 갔다. 깜짝카메라인 걸 알고 있던 나조차 조금 전 재봉이 표정을 보고 깜빡 속을 뻔했으니까.

“그럼 진짜로 리더로 뽑힌 사람은 누구예요?”

“영상으로 확인할까요?”

제작진이 공개한 진짜 투표 영상에서는 만장일치로 정유현이 뽑혔다.

“저희 여섯 명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은 유현이 형뿐일걸요?”

“책임감이 강한 거 같아요.”

“제일 연장자니까……? 하하, 장난이고 유현이 형이 중심을 잘 잡아 줘요.”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강도현이 말했다.

“어쩐지! 그래, 유현이 형이 돼야 말이 되지!”

“리더의 고충을 이제 알겠어?”

“휴, 오늘 하루 통솔하고 미션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어요. 난 리더는 체질이 아닌 거 같아.”

팔로 큰 엑스자를 만들며 질색하는 강도현이었다. 제작진이 정유현에게 물었다.

“멤버들의 마음을 들어 봤는데, 어때요?”

“음…….”

한동안 정유현은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었다. 조용해진 분위기에 모두의 눈동자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저 혹시 뭐 잘못 말했나요?”

박재봉이 작게 귓속말했다.

“아니?”

“근데 왜 저러죠?”

“감동 받았나?”

“에이, 설마-”

“감동 받았어요.”

정유현의 답에 박재봉은 놀라서 사레가 들렸다.

“재봉이 괜찮아?”

“콜록, 콜록! 아, 괜찮, 아요!”

박재봉이 진정되고 나서야 정유현의 소감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제가 제일 맏형이고, 부끄럽지 않은 모습 보여 줘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렇다 보니 동생들에게 조금은… 엄하고 무서운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더 진심인 정유현의 소감에 다들 숙연해졌다. 확실히 크리드가 되고 나서의 정유현은 투마월에서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물론 지금도 완벽을 추구하기는 한다. 일종의 강박과도 같은 그의 고질병이었다. 하지만 이전에는 목표를 위해 모든 상황을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움직이게 하는 느낌에서의 철저함이었다면, 이제는 정말 팀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철저함이었다.

“믿어 준 만큼 더 좋은 리더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 모두.”

“축하해요, 형!”

“앞으로 잘 부탁해요-”

“저희도 형 말 잘 들을게요!”

“제발 그래 줘라- 특히 강도현, 너.”

진심이 가득한 정유현의 대답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특히 강도현이 말을 잘 듣겠다는 말을 해서 더 웃겼던 모양이다.

다음으로 제작진이 준비한 임명장을 주었다.

“누가 쓴 거야? 뭐라는지 읽을 수가 없어.”

“헐, 리더가 멤버 글씨도 못 알아보면 어떻게 해요?”

“응. 재봉이구나. 알겠어.”

“리더 자격 있네~”

옆에서 선우 형이 깐족거리자 박재봉이 옆구리를 찔렀다.

“임명장. 정유현은 여섯 명의 멤버를 잘 미끌고? 이끌고라고 쓴 거야? ‘ㅇ’이랑 ‘ㅁ’이 구분이 안 가네.”

“아, 빨리 읽기나 해요-”

“그들을 조용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에 리더로 임명합니다.”

멤버들과 현장 스태프들의 박수를 받으며 정유현은 한 명 한 명에게 인사했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무난하게 리얼리티 촬영이 마무리됐다.

“다들 다음 촬영까지 몸관리 잘해요. 특히 승빈 씨.”

“네! 알겠습니다!”

“연예인은 몸이 재산인데 조심해야지. 아직 어려서 그런가 패기가 넘치더라고.”

“…….”

“조만간 또 재밌는 내용으로 촬영합시다. 수고했어요.”

‘저 새끼가 끝까지-’

“형, 윤 피디랑 싸웠어요?”

“그럴 리가 있냐.”

“근데 왜 저러지?”

“재봉아, 네가 느끼기에도 저 인간 이상하지?”

“어휴, 말도 마세요. 저 지금 웃는 얼굴에도 침 뱉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 기분을 풀어 주려는 듯 혼자 더 오버하는 재봉이 덕분에 찝찝한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그래도 역시 막내는 막내네.

* * *

“그럼 승빈이 솔로곡부터 먼저 녹음 시작해 볼까?”

앨범 녹음을 위해 다시 스노우튠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모든 수록곡을 하루에 다 녹음할 수는 없어서 총 3일에 걸쳐서 녹음할 예정이었는데, 그 처음이 바로 내 솔로곡이었다. 아무래도 목을 가장 많이 써야 하다 보니 첫 순서로 빼준 거다.

“으아, 승빈이 형 긴장되겠다!”

“승빈이 파이팅!”

각자 자기 파트를 연습 중인 멤버들을 뒤로하고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투마월 때도 스노우튠 작업실에서 녹음한 적은 있었지만, 그때와는 사뭇 달랐다. 대중에게 가장 먼저 공개되는 곡을 녹음한다는 점에서 압박감을 느꼈다.

“승빈아, 준비됐어?”

“네-”

“그럼 인트로부터 녹음할게-”

매번 가이드만 들어서일까, 내 목소리로 곡이 채워지는 경험은 색달랐다. 비록 노래창이 3개밖에 채워지지 않아서 불안했지만, 도입부는 문제없었다.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머릿속으로 상상해 둔 영상을 재생했다.

[한참을 헤맸지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일곱빛깔 무지개

그 영원을 향해 달려가]

“지금 톤 되게 좋아, 계속 그렇게 하자!”

“감사합니다!”

“연습 많이 했나 봐?”

“하하…….”

연습이야 많이 했지. 스텟창이 더럽게 안 올라서 문제였지만.

“그럼 이제 사비 부분 들어갈게-”

후렴구 부분은 솔직히 말해서 자신이 없었다.

‘일단 되는 데까지 해보자.’

[I dream in your eternity

꿈처럼 영원한 이 순간

두 눈을 뜨면 어느샌가

아스라이 멀어지는 your eternity]

“음…….”

후렴구 첫 가사를 내뱉자마자 직감했다. 아, 이게 아닌데. 스텟창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니 녹음에도 바로 티가 났다. 전문가의 귀에 안 잡혔을 리 없었다.

“이 부분이 감정 잡기 어렵긴 하지? 다시 가볼게~”

“네!”

다시 불러 봤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씁, 승빈아. 힘을 살짝 빼고 다시 한번 불러볼까?”

“다시-”

“오늘 컨디션이 좀 별론가? 승빈이 실력이 제대로 안 나오네.”

“죄송합니다. 다시 해 보겠습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상태창은 정말 정확했다. 다른 노래에 비해 솔로곡의 노래 스텟이 안 올라서 불안한 상태였는데, 그걸 정확하게 잡아내는 평가였다.

“그만, 그만. 승빈아, 잠깐 나와 볼래?”

“…네.”

“이대로 계속 부르면 목만 상할 것 같은데, 다른 노래들 먼저 하고 솔로곡은 다시 녹음하자.”

“네, 그게 나을 거 같아요.”

결국 솔로곡 녹음이 중단됐다. 멤버들도 이런 모습은 처음인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녹음실 부스를 빠져나오자 조용히 내 눈치를 살폈다. 그러다가 지운이 형이 먼저 정적을 깼다.

“아침이라 아직 목이 덜 풀렸나 보다.”

“…….”

“도입부는 너무 좋았어, 그치?”

“맞아! 완전 음원 듣는 줄?”

“형 목소리랑 되게 잘 어울리는 곡인 거 같아요.”

의기소침해하는 걸 알아챘는지 모두 평소보다 더 크게 응원을 해 줬다. 일곱이 있을 때 오합지졸이 된다고 한들, 역시 혼자보단 여럿이 좋다.

“내일 더 잘하면 되니까.”

“그래. 오늘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이따가 단체 곡 녹음도 해야 하잖아. 물 많이 마시고 최대한 목 아껴”

“네.”

역시 정유현은 현실적인 조언을 먼저 했다. 혹시나 해서 준비한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다른 멤버들의 녹음 시간에는 묵언 수행을 하기로 했다.

“이제 신세계부터 녹음 시작할게, 누가 먼저 할까?”

“저요!”

“오- 역시 막내가 패기 있네!”

박재봉이 녹음실 부스에 들어가고 녹음이 시작됐다.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떠

멈춰진 시간을 움직여

아무도 멈출 수 없어

이미 시작된 My new world]

“아주 좋아, 재봉아!”

“감사합니다~”

박재봉을 시작으로 나머지 멤버들도 순조롭게 녹음을 마쳤다. 타이틀곡 녹음은 나도 문제없이 만족스럽게 해냈다.

“승빈이 솔로곡은 내일 이어서 녹음할 테니까 좀 더 완성해서 와야 한다?”

“네.”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해. 네 스타일대로 해석해서 불러도 되고, 그래야 하는 곡이니까.”

‘그게 제일 고민인데…….’

작곡가님들의 응원에 힘이 생기긴 했지만, 동시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확실히 솔로곡의 노래 스텟을 올리기 힘들었다. 노래 상태창이 등장하고 솔로곡은 처음이었다. 단체곡의 경우 내 파트만 제대로 해내면 되지만, 솔로곡은 온전히 내 목소리로 전곡을 이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스텟을 올리는 데 애를 먹었다.

‘뭐가 문제지? 뭘 더 보완해야 하는 걸까?’

답답한 마음에 허공을 바라봤다. 이럴 때 짠하고 상태창이 나와 주는 아량 정도는 베풀 수 있는 거 아닌가? 주변에 멤버들이 있어서 할 수 있는 반항은 입 꾹 닫고 뾰로통해하는 게 전부였다.

우선 솔로곡 트레일러 영상에 대한 정리를 마무리해야겠다. 스토리가 더 풍부해지고 선명해지면 노래에 대한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 테니까.

그때 기다렸다는 듯 상태창이 반짝이기 시작하더니 미션창이 나타났다. 오랜만이다 이놈아.

‘아예 죽으라는 법은 없네. 그러게 진작 필요할 때 나타나 주면 좀 좋아?’

반가운 마음에 바로 미션창을 확인하자마자 반가움이 싹 사라졌다.

[1만 명의 칭찬] +1

제한시간: 12시간

(0/10,000)

▶성공 시: 1포인트 적립

그럼 그렇지. 쉽게 도와줄 시스템이 아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