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15화 (115/346)

115화

문스트럭 빈 @Moonstruck_Bean 50초 전

[**0702 문승빈 라디오 출근길]

(눈 이모티콘) 모자...? 가발...?

투마월의 트레이너인 김유진이 진행하는 라디오 스케줄은 크리드의 공식적인 첫 생방송 스케줄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티가 나도 너무 나는 가발이나 모자를 쓰고 나타나자 클로버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뭐야뭐야

-머리 바꿨나봐;;

-헐, 승빈이 모자사이로 머리카락 살짝 보이는데 저거 흑발아님?

┕흑발승빈이 재림이다

-ㅠㅠㅠㅠ진짜 데뷔 실감나네ㅠㅠㅠㅠ

레빗드림 @Rabbit_Dream 3분 전

[**0702 김유진의 라디오데이 출근]

귀 숨기는 토끼같다면? (토끼 이모티콘)

-재봉이 머리 뭐얔ㅋㅋㅋㅋㅋㅋㅋ

┕가발을 씌어도 저런 더벅머리가발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웤ㅋㅋㅋㅋㅋ

온리유현 @Onlyou_H 5분 전

[**0702 유현이 출근길]

머리 빼꼼(곁눈질하는 이모티콘)

-정유현 흑발소취

┕오늘부터 정권찌르기 간다.

┕간절히 바라면 다 이뤄지게되있음ㅇㅇ

-난 유현이 연예인 머리보고싶어ㅠ

┕ㅇㅇ빡센 머리해도 잘어울릴 듯

┕맛잘알

“언니도 프리뷰 봤구나.”

프리뷰를 확인하던 수진은 3D도 아니고 2D인 프리뷰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응, 근데 윤빈이는?”

“와, 얼마나 철통 보안인지 아무것도 안 보여.”

“그 정도야?”

“더 큰 문제는…….”

수정은 수진이 내민 핸드폰 화면 속 프리뷰를 보고 감탄했다.

“와…….”

모자로 이중으로 가린 것도 모자라서 프리뷰마다 윤빈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크러쉬온윤 @CrushOn_Yoon

[**0702 윤빈 출근길]

윤빈이가 있었는데요? 없습니다…(이마 짚는 이모티콘)

어찌나 빨리 달려갔는지, 잔상처럼 찍힌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짤로 퍼지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닌자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윤빈이는 정말 들키기 싫었구나…

┕크온윤님 허망해보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운동했던 애네…

라디오가 시작해도 크리드 멤버들의 머리는 확인할 수 없었다.

“크리드 친구들이 정말 멋있는 모습을 위해 오늘 불가피하게 모자와 가발을 쓰고 왔어요. 혹시라도 오해하지 마셨으면 해서 말씀드립니다.”

“정식 데뷔하고 다시 올 땐 멋있게 공개하겠습니다! 저희 또 불러 주실 거죠?”

“어휴, 당연한 소리를. 크리드님들이 나와 주셔야죠.”

강도현의 능글맞은 멘트에 김유진 트레이너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제가 정말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트레이닝시킨 친구들이에요.”

“너무 감사드리죠.”

“데뷔하고 만나면 더 감회가 새로울 거 같네.”

“저희도 아직 실감이 안 돼요.”

라디오는 처음임에도 김유진 트레이너 때문일까, 일곱 멤버 모두 편안해 보였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진행됐고, 팬들에게도 어쩌면 처음으로 조마조마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나오는 인터뷰마다 투마월 관련된 논란이나 멤버 개인에 대한 얘기가 많았기 때문에 더 대조되기도 했다.

“이수정 님이 ‘크리드 멤버들 데뷔 축하해요, 내 원픽 재봉아, 앞으로도 재봉이의 멋진 무대 오래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누나는 너무 기뻐. 아프지 말고 즐겁게 활동하자, 크리드 파이팅!’이라고 보내 주셨어요.”

“이수정? 언니랑 이름이 똑같… 응?”

“이런 미친…….”

보이는 라디오를 보는 데 정신이 팔려 수정을 이제야 발견했다. 수정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꼭 쥐고 있었다.

“어, 재봉이도 그럼 수정 누나 파이팅 한번 할까요?”

“잠깐만, 이거 녹화, 녹화 어떻게 하냐?”

“언니야?”

볼륨을 최대치로 하는 모습을 수정을 보며 수진은 확신했다. 언니가 보낸 거구나-

“수정 누나, 오늘 하루도 파이팅!”

“미쳤나 봐!”

-수정으로 개명합니다

-ㅁㅊ개부러워ㅠㅠㅠㅠㅠㅠㅠㅠ

-왜 내 이름은 수정이 아닌거임?

-하 저분 평봉프하실듯;;

-누나 오늘도 파이팅...드르륵탁....오늘도 파이팅...드르륵탁...오늘도...드르륵탁...파이팅..

“망했어, 진짜…….”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바닥에 주저앉은 수정이 나지막이 말했다.

“재봉이 그만 좋아하고 싶은데…….”

“오로지 ‘그’만?”

“진짜 저것도 동생이라고…….”

“쇼케이스 가기 싫은가 봐?”

수진의 말에 수정은 곧장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럴 리가요. 저것도 동생이라고- 가 아니고 언니라고 해야겠죠? 수진 언니.”

덕질 자체가 처음인 수정은 티켓팅을 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전적으로 수진의 도움이 필요했다. 비굴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표가 더 중요하니까.

“크리드가 되고 가장 많이 변한 사람은 누구인 거 같아요?”

이어지는 질문에는 모두 일제히 박재봉을 지목했다.

“재봉이는… 정말 많이 변했어요.”

“맞아요! 저희 정식 데뷔하면 깜짝 놀라실 거예요.”

“와, 그거 스포 아니에요?”

김유진 트레이너의 말에 강도현은 헙, 입을 막는 시늉을 했다. 장난스럽게 말했던 디제이도 예상치 못한 강도현의 반응에 놀란 토끼 눈이 됐다. 입 모양으로 다른 멤버들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멤버들은 모두 고개를 들지 못하거나 이마를 짚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현이가 또…

-재봉이 귀 빨개진거봨ㅋㅋㅋㅋㅋㅋㅋ

-뭐지? 재봉이 머리 스타일 완전 확 바꿨나?

“오- 근데 재봉 군이 뽑힐 줄은 몰랐어요. 어떤 변화가 있을 건가요?”

“자세히는 말씀 못 드리지만, 여러분들이 알던 재봉이와는 180도 다른 재봉이라고 해야 할까요?”

승빈의 말에 수정은 기대감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동안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니, 투마월 경연마다 찰떡같이 무대를 잘해 온 재봉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기대가 됐다.

“아마 재봉이라고 부르는 게 어색해지실 거예요.”

-?

-??

-뭔소리지?

-이미지 변화가 엄청 클건가봄;;

┕헐

┕아기 지켜ㅠㅠㅠㅠ

┕이상한 섹시시키면 코어 부숴버린다.

이미 한번 스포가 터진 강도현의 입이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유현도 놀랐는지 시종일관 대본이나 디제이를 향하던 시선이 강도현에게 향했다.

“뭐지?”

“재봉이를 재봉이라 부르지 못할 거라니, 홍길동이야?”

알쏭달쏭한 강도현의 발언에 수진과 수정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루빨리 데뷔 날짜가 정해져서 머리색도, 재봉의 변화도 알고 싶었다.

* * *

“저희 모두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모습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

부랴부랴 지운이 형이 마무리를 했고, 라디오 스케줄이 끝났다. 라디오 부스를 나오자마자 박재봉과 정유현이 강도현을 향해 한마디씩 했다.

“아주 그냥 다 밝히지 그랬어요?”

“이든 박 씨라고 안 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너 때문에 열 살은 늙은 기분이야.”

“안 그래도 제일 연장자이신 분이…….”

이 와중에도 역시 기죽지 않는 게 강도현다웠다.

“이든, 네가 참아.”

와중에 선우 형까지 가세하면서 박재봉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안 그래도 머리색 숨기느라 신경 쓰였는데, 이름이 공개될까 조마조마하기까지 했을 테니 머리가 아플 만했다.

윤빈 형은 퇴근길에도 고군분투했다. 아침에 잠시 출근 프리뷰를 봤을 때도 발이 안 보이던데.

크러쉬온윤 @CrushOn_Yoon

[**0702 윤빈 라디오 퇴근길]

세계 7대 불가사의 = 빈이 머리…

-뭐지 진짜

-빡빡이만 아니면 돼

┕아씨 오싹하게 만들지 마ㅡㅡ

-윤빈 탈색 정권찌르기 1일차

┕동참합니다.

┕탈색 톤그로 아님?

┕그래서 좋아하는건데?

역시나 아무도 윤빈 형의 머리를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때려 맞춘 댓글이 있어서 놀랐다. 다른 멤버들은 조금씩 보이는 옆머리나, 뒷머리 때문에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 보였지만, 윤빈 형은 철통 보안이었다.

“헉… 헉, 이 정도면 하나도 안 보였겠지?”

“와…….”

“저랬는데 머리 유출된다? 그건 거의 매직 아이야.”

차에 도착하고 나서야 윤빈 형은 후드 아래 모자를 벗어 던졌다. 하여간 특이한 곳에서까지 정석인 형이었다.

“헐, 형 엄청 더웠겠어요.”

“응, 진짜 모자 벗어 던지고 싶었어!”

윤빈 형의 머리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선우 형이 말했다.

“난 진짜 네 머리 아직도 적응 안 돼.”

“헤헤, 저도 볼 때마다 어색해요.”

“하긴, 윤빈이는 투마월 내내 흑발이었지?”

“네.”

지운이 형과 윤빈 형. 머리 변화가 유독 적었던 두 사람이 가장 변화가 두드러졌다. 강도현도 거들었다.

“근데 저런 머리 어울리기 쉽지 않은데-”

“그러게. 처음에 회사에서 저 머리 권유했을 때 반신반의했어.”

정말이다. 너무 윤빈 형에 대해 연구 안 하고 정해 온 머리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론 아주 잘 어울렸다. 역시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야 해.

“우리 이든 박 씨는 데뷔곡 티저 뜨는 날, 머리랑 이름 때문에 클로버 여러 번 놀라게 하겠네?”

“아씨, 형은 성 붙이지 마요, 그냥.”

이름이 바뀌고 선우 형은 깐족거릴 건수를 하나 더 가지게 된 것에 잔뜩 신났다. 왁자지껄한 차 속에서 유일하게 조용했던 정유현이 말했다.

“오늘 타이틀곡 정해지고 본격적으로 안무 연습 들어갈 거래.”

“진짜요?”

“응, 그니까 너무 힘 빼지 말라고.”

“신세계가 됐겠지?”

“제발. 더 샤인도 좋긴 한데 신세계가 너무 임팩트 있었어.”

상태창에는 더 샤인과 신세계가 동시에 떠서 마지막까지 확신할 수 없었다. 둘 다 연습을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신세계에 더 공을 들였다. 뭔가 이 곡은 꼭 타이틀이 될 거 같다는 막연한 믿음이자 개인적인 바람이 담겼다.

드디어 사옥에 도착했고 이제는 어느덧 익숙해진 회의실을 향했다. 예상한 대로 A&R 팀과 관련 직원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오해나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크리드 여러분의 데뷔곡을 선정하는 데 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치열한 논의가 오갔습니다.”

“와…….”

“더 샤인과 신세계 모두 좋은 곡이어서 정말 어려웠어요.”

“맞아요. 저희도 처음 들었을 때 마음 같아서는 두 곡 다 하고 싶었어요.”

“특히 여러분이 가녹음한 파일을 들으니까 더욱더 선택이 힘들어졌어요. 어쩜 두 곡 다 이렇게 소화를 잘하는 건지, 역시 팔로워들이 선택한 멤버들답네요.”

‘이렇게 진지한 분위기에서 칭찬까지 챙기다니, 역시 보통이 아니다.’

사실 데뷔 앨범이 아니라면 두 곡 다 타이틀을 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인이 쉽사리 도전하기에 더블 타이틀은 리스크가 너무 컸다. 화력이 분산되는 건 좋지 않으니까.

“곡 선정에 있어서는 곡의 퀄리티, 대중성, 세계관과의 연결점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세계관과의 연결점은 신세계가 앞서지만, 대중성은 더 샤인이 조금 더 우세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최종적으로 선정한 크리드의 첫 타이틀곡은 바로 이 곡입니다!”

발표와 함께 넘어간 스크린에는 오직 세 글자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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