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100화 (100/346)

100화

“총 94만 7892표를 얻었습니다. 축하합니다, JS엔터테인먼트 정유현 연습생!”

“우와!”

“유현아!!!!”

“축하해!!”

내내 덤덤했던 정유현이 처음으로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숨을 깊게 몰아쉬며 마른세수를 하던 정유현이 김병대에게 악수를 건넸다. 김병대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손만 내밀어 악수에 응했다.

“안녕하세요, 팔로워님들, JS 엔터테인먼트 정유현입니다. 먼저… 투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팔로워님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크리드에 꼭 필요한 멤버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항상 도와주신 트레이너 선생님들, 제작진분들, JS 엔터테인먼트 직원분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하지만 역시 정유현이었다. 금세 페이스를 찾아 깔끔하게 마무리를 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부모님의 이야기는 없었다. 정유현은 굳이 위에까지 올라오지 않고 밑 계단의 연습생들과 악수만 나눴다. 끝까지 덤덤한 놈이었다.

“아쉽게 8위로 마감한 김병대 연습생, 마지막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안녕, 하십니까, VM 엔터테인먼트 김병대, 흑, 입니다.”

서바이벌 내내 지독하게 악연이었지만 눈물을 흘리는 걸 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VM에 돌아가서 철이 들길 바라야지, 뭐.

“서바이벌 내내… 어리숙한 모습도 많이, 보여 드려서, 죄송했습니다. 연습생으로 돌아가 더 성숙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동안, 응원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김병대의 소감을 끝으로 정말 순발식의 마지막 순서가 왔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투마월 시즌 2 데뷔조 ‘크리드’입니다!”

센터인 나의 선창으로 7명이 외쳤다.

“크리드 7명의 연습생, 팔로워님들에게 인사!”

“팔로워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위에서 바라본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나 혼자만 볼 수 있는 게 안타까울 정도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든 멤버의 하트창이 100%를 달성하면서 여섯 명의 머리 위로 수없이 많은 하트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인사를 마치고 다들 신이 나서 방방 뛰어서 그런가, 하트가 더 쏟아지는 듯했다. 내 머리 위를 보니 역시나 수십 개의 하트가 이리저리 뛰어놀고 있었다.

100%를 채우게 되자, 하트창의 색이 일순간 바뀌었다. 색깔이 바뀐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궁금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하트의 향연에 금세 잊어버렸다. 무대 위로 달려오는 나머지 연습생들의 머리 위에도 하트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드디어 이 기나긴 여정의 방점을 찍게 되었다. 더할 나위 없는 해피 엔딩이었다.

* * *

“야, 데뷔조 구성 너무 마음에 드는데?”

“진심, 포카 누가 나와도 짜증 안 나는 조합이면 성공 아님?”

“그래도 최애 나오면 무조건 교환하기다?”

“당연한 소리지.”

인기와 실력이 적절하게 분배된 연습생들로 구성된 만큼 팔로워들의 만족감도 높아 보였다. 물론 그중에서도 자신의 최애가 데뷔하지 못한 것에 분노한 이들은 당연히 있었다.

-솔직히 차지운말고 병대가 들어가야하는거 아니냐?

┕7위후보로 떴으면 안돼씀ㅅㅂ...

-응 VM즈 없이 덕질안함^^

┕응 니 없어도 크리드 슈스~

┕연습생덕질이나 열심히하세요!

-열일곱 어린애 두고 성인멤이 몇 명임?

┕전원미자그룹 될 기회였는데;;

┕누가보면 이성재가 데뷔한줄 알겠음ㅋㅋㅋㅋㅋㅋㅋ

┕성재가 동네북이냐 니가제일못됐어ㅅㅂ

“인터넷 반응 살벌하네…….”

“어쩔? 솔직히 지금 뭐라고 해도 타격 1도 없어.”

“나도. 길 가다 누가 뒤통수 때리고 가도 웃어 줄 수 있음.”

“나도 완전 대가리 꽃밭 상태임.”

넷상에서 지들끼리 싸우든 말든 세 여자에겐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최애의 데뷔가 확정된 지금, 그 어떤 어그로도 그녀들에게 스크래치를 줄 수 없었다.

-ㅅㅂ 근데 문승빈 알계는 언제뜸?

┕그니까

┕어그로였던거짘ㅋㅋㅋㅋㅋㅋㅋ

┕그걸 믿었나봄ㅋㅋㅋㅋㅋㅋㅋㅂㅅ들ㅋㅋㅋㅋㅋㅋㅋ

-알계좌 ㅈㄴ 대어낚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깝;;

┕터지면 재밌었을텐데ㅠㅠ

“아직도 알계 얘기하는 애들이 있네.”

“애잔하다……. 그래 봤자 우리 승빈이는 데뷔했는데.”

“솔직히 저거 터졌어도 탈덕 안 했을 듯?”

“그거랑 그건 다르지.”

“얘 구구오빠도 열애설 터지고 탈빠했잖아.”

“맞네.”

“걔는 티를 못 내서 안달이었잖아. 멍청하게, 안 그래도 짜증 났는데 본업도 소홀해져서 탈덕한 거지.”

파이널이 끝나고 미리 잡아 놓은 숙소에 도착해서도 그녀들의 대화는 멈추지 않았다.

“어, 벌써 공계 떴네?”

“빠르네-”

[크리드의 데뷔 멤버를 공개합니다!] @CR:ID_official 30초 전

팔로워님들, 크리드 최종 데뷔 멤버 7인을 소개합니다!

#문승빈#강도현#차지운#윤빈#박재봉#박선우#정유현

“와, 1분 전에 올라온 건데 리짹 수 좀 봐.”

“로고도 공개됐네.”

“오, 예쁘다.”

크리드의 로고는 알파벳 ‘C’가 빙글빙글 돌면서 원을 만드는데 그 속에 ‘RI’가 들어 있었다. ‘C’와 ‘D’로 인해 원 모양이 만들어졌다.

“어떡해, 애들 데뷔한 거 아직도 실감 안 나!”

“야식 시킬 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난 솔직히 방송으로도 한번 보고 싶어. 현장에서 너무 이리저리 치여서 정신없었거든.”

“파이널 재방송 보면서 먹으면 되겠다. 치킨 먹을래, 떡볶이 먹을래?”

“아니야, 오늘은 곱창에-”

“소주?”

“역시 먹을 줄 아네.”

그렇게 그녀들이 배달 온 곱창을 세팅할 무렵, 에이앱 알림이 떴다.

[안녕하세요, 크리드입니다!(축하 이모티콘)]

“미친.”

“벌써 에이앱 하는 거야?”

“비하인드 촬영까지 다 하고 바로 온 건가?”

“안녕하세요, 팔로워님들!!”

“애들 눈 아직도 부은 것 봐-”

1위인 승빈을 중심으로 7명의 연습생들이 모여 있었다. 급하게 켠 만큼 화질은 떨어졌지만, 현장감 하나는 제대로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크리드의 문승빈 연… 아니, 문승빈입니다!”

“오~ 이제 연습생 아니다?”

“하하, 이제 데뷔했으니까요!”

“하, 승빈이 너무 귀여운데 이래도 되는 거냐?”

“얘들이 더 이상 연습생 아니라는 게 기분 이상해.”

한 명씩 자기 소개를 마치고, 간단한 소감으로 끝났다. 10분 남짓의 아주 짧은 라이브였지만 팀 분위기와 멤버들 간의 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먹으면서 보려고 했는데 하나도 못 먹었네…….”

“애들 봐야 하는데 먹을 정신이 없었지-”

“하, 이제 감질 맛 나게 15분 아니고 1시간 넘는 에이앱도 볼 수 있다는 거잖아.”

“네 최애가 에이앱 효자라면?”

“…나 조금 불안하다?”

K의 말에 문스트럭과 A는 말을 줄였다. 과연 차지운이 몇십 분 동안 화면만 보고 혼잣말을 할 성격인가 생각해 보면 전혀 안 그럴 것 같기 때문이다.

“야, 재방송 시작한다.”

확실히 현장과 방송에는 차이가 있었다. 현장에서는 잘 들리지 않았던 부분이나, 보이지 않았던 포인트까지 볼 수 있었다.

“승빈이 랩은 아직도 충격이야.”

“이제 마음이 편해서 잘 볼 수 있나 보네?”

“말도 마, 나 진짜 개쫄았었잖아.”

결과를 알고 난 후라서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장면도 있었다. 그리고 연습생들끼리 한마디씩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역시나 벅차올랐다.

“나 진짜 승빈이가 지운이랑 같이 데뷔하자고 할 때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나도 엄청 놀랐어, 저 정도로 친할 줄은 몰랐지.”

“그니까, 자칫 둘 중 하나 데뷔 못 하면 진짜 수습 불가였는데 너무 다행이었지.”

투마월 방송 내내 경연을 준비하면서 지켜본 문승빈은 충동적이거나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승빈이가 확신을 가지고 저런 말을 했다는 것에 또 매력을 느꼈다. 확신이 드는 일에는 주저 않고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모습이 강단 있으면서도 심지가 곧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나 또 벅차오르네…….”

“넌 항상 벅차올라 있었단다?”

“그야 승빈이는 최고니까.”

알면 알수록 입구만 있을 뿐, 출구가 없다는 말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안 그래도 벅차오름이 최고치를 찍은 상태인데 밤새도록 문승빈의 좋은 점에 대해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진짜 일주일 내내 잠 안 자고 승빈이로 필리버스터 할 수 있음.”

이젠 익숙하다는 듯 K와 A는 문스트럭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핸드폰으로 홈마들의 고화질 사진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 A가 말했다.

“비하인드도 벌써 올려 주는 거야?”

[투마월 마지막 비하인드 : 연습생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주세요!]

“완전 열일하네?”

“바쁘다 바빠-”

재방송이 끝나기 전에 씨넷 공식 홈페이지에 투마월 파이널 비하인드 영상이 올라왔다. 연습생들이 촬영을 마치고 부모님과 지인들과 만나는 모습, 연습생들끼리 마무리 인사를 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연습생들은 가족들과 데뷔의 기쁨을 나누고, 탈락한 연습생들과도 안부 인사를 나누고 축하를 받는 등 모두가 예상한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

그때 다른 연습생들 뒤로 문승빈이 한 여자에게 꽃다발을 받는 장면이 찍혔다. 승빈의 모습이 거의 안 나와서 구석구석 찾아다니다 봤는데, 하필이면…….

“지인인가?”

“어? 저 사람 생방 때 전광판에도 잡혔던 사람 아니야?”

“그래?”

“…근데 승빈이 가족들 다 미국에 있는 거 아닌가?”

“그럼 누구지? 다른 친인척인가?”

문스트럭은 불현듯 알계가 떠올랐고, 불안을 감지했다. 아니나 다를까 게시판에도 비하인드 속 여자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있었다.

-뭐지? 문승빈 가족들 다 미국 있어서 못오지않음?

-걍 지인인가보짘ㅋㅋ;;

-근데 저 사람 방청석에서도 봤는데? 엄청 예뻐서 커뮤랑 글 올라왔었잖아

┕알계 찐인거 아니야?

┕맞넼ㅋㅋㅋㅋㅋㅋㅋ

┕와 여친이면 레전드아님?

-설레발 자제좀;;

┕이러다가 아니면 어쩌려고 벌써 기정사실화하고 있는거임?

그리고 문스트럭이 집고 있던 곱창을 떨어뜨리는 댓글이 올라왔다.

-야 알계 새로올라옴

-뭐야 타이밍 오지네ㅋㅋㅋㅋㅋㅋㅋ

“X발…….”

파이널 프리뷰를 보며 앓던 K와 A도 문스트럭의 반응에 조용해졌다.

데뷔가하고싶니? @Giman_stop

파이널에 여친 초대하더니 비하인드에서도 티를 못내서 안달이 났구나^^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끝까지 실망시키네

문승빈 여친 엔스타 비계 사진 풉니다^^

#문승빈#크리드#크친소#투마월#투마월2#강도현#차지운

알계가 올린 사진은 총 2장이었다. 꽃다발을 든 문승빈의 단독 사진과 여자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장난기 섞인 얼굴과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는 사진은 누가 봐도 평범한 사이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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