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97화 (97/346)

97화

-?

-??

-ㅁㅊㅁㅊㅁㅊㅁㅊ;;;;

-승빈이 ㅈㄴ상남자였네

-나도 니들이 꼭 같이 데뷔했음좋겠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동물즈 데뷔가보자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문스트럭이 감격스러우면서도 걱정한 이유가 있었다. 시즌 1에서 4위 연습생이 같이 데뷔하자고 눈물까지 흘렸던 연습생이 결국 10위로 데뷔하지 못하면서 9위 연습생이 정말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 그리고 10위 연습생과 4위 연습생의 케미를 좋아했던 팬 중에서는 데뷔 그룹의 활동마다 한을 품고 내려치기 하는 것이 빈번했다.

물론 둘 다 데뷔할 거라는 것에 의심은 없지만 혹시라도 둘 중 하나가 떨어진다면 두고두고 시비 걸리기 좋은 발언이었다. 안 했다면 베스트였겠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니 무조건 둘이 같이 데뷔하기를 빌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현장의 불이 다시 꺼지고, 스크린에 문구가 올라왔다.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있나요?]

“부모님한테는 늘… 죄송한 마음이죠.”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어요.”

“엄마 아빠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데… 꼭 데뷔해서 호강시켜 드려야죠.”

다음은 열여덟 명의 연습생들이 불 꺼진 촬영장에 들어오는 장면이었다.

[그런 연습생들을 기다려 온 이들이 있습니다.]

“누가 왔나?”

“그러게?”

“부모님인 거 아니야?”

“헐, 애들 완전 눈물바다 되겠네…….”

어리둥절한 연습생들이 자리에 착석하자, 스크린에 중년 부부가 나타났다.

“어?”

“뭐야? 누구 부모님이셔?”

“엄마, 아빠?”

웅성거리던 연습생들 사이에서 윤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톰! 잘 지내고 있어? 엄마, 아빠 오랜만이지?”

“……?”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마른세수를 하던 윤빈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참더니 결국 고개를 숙였다.

“네가 우리 품을 떠나 한국에 가고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네. 우리에겐 아직 너무 작은 아이인데 꿈을 향해 혼자 떠난 네가 늘 걱정이었단다. 그래서 한국 가는 걸 말리기도 했지. 어쩌면 너는 우리가 네 꿈을 반대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구나.”

영어로 말한 내용이 자막으로 번역되었지만, 그들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오직 윤빈뿐이었을 거다.

“꿈을 이룰 때까진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했지. 우리 톰, 윤빈아. 너의 꿈을 응원한다. 꼭 한국에서 데뷔해서 멋있게 돌아오는 날을 기다릴게. 아프지 말고. 사랑한다, 우리 아들.”

-ㅅㅂ눈물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마아빠보고시프뮤ㅠㅠㅠ

-어머니아버지 감사합니다ㅠㅠㅠㅠ

-빈이 저렇게 우는거 처음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한참을 울던 윤빈이 화면 속 부모님을 모두 눈에 담으려는 듯 새빨개진 눈으로 스크린을 응시했다. 옆자리 차지운이 가만히 윤빈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윤빈 군, 이제 좀 진정이 됐나요?”

“어, 정말, 흑, 생각도 못 해서,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요. 저도.”

“미친, 야 나 눈물 나.”

옆자리 A가 비상용으로 챙겨 온 휴지로 눈가를 닦으며 울먹였다. 감정이 북받쳤는지 영어로 횡설수설하는 윤빈의 모습은 팔로워들에게도 처음 보여 주는 모습이었다. 떨리는 손과 뚝뚝 끊기는 음절 사이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너무,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어요, 진짜로…….”

-윤빈이 영어 저렇게 오래쓰는거 처음봤어ㅠㅠㅠㅠㅠㅠ

-와중에 아기 영어라서 속사포로 말하는거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

-투마월끝나고 잠깐 미국보내줘ㅠㅠㅠㅠ

“순발식도 하기 전에 탈진하겠다, 이러다가.”

“야, 이제 겨우 한 명 지나갔는데 앞으로 어떡함?”

K의 걱정이 끝나기 무섭게 다음 연습생의 부모님이 등장했다.

“아들!!!”

“뭐야?”

“아버님 목청이 엄청 크시네?”

“와, 근데 딱 봐도 누구 아버지인지 알겠어.”

“이성재 아니야?”

“그니까. 진짜 닮았어.”

이성재의 인싸력은 아버지 유전인 게 분명했다. 옆자리에 앉은 어머님은 조용히 미소만 지으셨다.

“두 분이 진짜 정반대시네…….”

“성재는 아버지 쪽 몰빵인가 봐.”

하지만 역시 어머님도 보통이 아니었다. 응원의 말로 이성재도 눈물이 맺히는 감동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 찰나,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내던 어머님의 말이 점점 빨라졌다.

“아들! 이번에도 떨어져도 절-대 기죽지 마라, 알간? 아이돌 그까이꺼 안 되도 니는 내 아들이고! 우리는 니 부모다, 알았제?”

오히려 아버님이 어머님을 진정시키고 급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성재 고향이 부산이었냐?”

“아닐걸……?”

마침 이성재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아, 우리 엄마 또 흥분하셨네… 사투리 나오셨네!”

“아, 배 아파.”

“아우 진짜, 눈물 한 방울 나올 뻔한 게 쏙 들어가네!”

-아이고 어머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가족 어쩌면좋앜ㅋㅋㅋㅋㅋㅋㅋ

-웃수저집안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윤빈이 때문에 울다가 성재 때문에 웃넼ㅋㅋㅋㅋㅋㅋㅋㅋ

┕어...? 울다가 웃으면...?

┕ㄲ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으로도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여성분이 등장했다. 다른 부모님들이 실내에서 뭔가 정돈된 느낌에서 인터뷰 영상을 찍었다면, 이분은 바다와 야자수가 보이는 야외였다. 챙이 넓은 밀짚모자와 선글라스까지, 누가 봐도 쿨한 느낌이 가득했다.

“누구 어머니시지?”

“아들, 하이?”

[고개를 숙이는 문승빈 연습생.]

“아, 미친 승빈이야?”

“승빈이 부모님이라고?”

“맞네, 승빈이 부모님도 미국 계신다고 했잖아!”

여유롭게 음료수를 마시던 승빈의 어머님이 말을 이어 갔다.

“아들~ 서바이벌 나간 줄도 몰랐는데 벌써 마지막이라네?”

“승빈이 부모님한테 말 안 하고 나온 거 찐이네-”

문승빈은 투마월 시작하고 제일 당황스러워 보였다. 두 귀가 터질 듯 빨개졌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머니 완전 자유로운 영혼 그자쳌ㅋㅋㅋㅋㅋㅋ

-승빈이랑 너무 딴판아니냐곸ㅋㅋㅋㅋㅋㅋ

-승빈이 상상도 못했나봨ㅋㅋㅋㅋㅋㅋㅋ

“너네 누나한테 안 들었으면 끝까지 모를 뻔했어~ 엄마 좀 서운하다?”

“하하…….”

“뭐… 기왕 나간 거 데뷔해야지~ 아깝잖아-”

-어머닠ㅋㅋㅋㅋㅋㅋㅋ

-마실나오신거냐곸ㅋㅋㅋㅋㅋㅋ

“이, 이거 계속 봐야… 하는 거죠?”

[제일 길게 보내 주셨다는 제작진의 말에 절망하는 문승빈 연습생]

“아, 귀여워!”

지금까지 승빈의 가족에 대한 정보는 부모님이 미국에 계시고, 누나가 사진 관련 일을 한다는 것 이외는 없었기 때문에 더 임팩트가 컸다. 게다가 승빈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어머니라니, 아버지는 어떤 성격일까 궁금증을 유발했다.

* * *

그 후로도 한두 마디씩 짧게라도 모든 연습생 부모님의 인터뷰가 끝이 났지만, 유일하게 정유현의 부모님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근데 유현이네 부모님 나왔나?”

“그러게, 스쳐 지나간 건가.”

“나도 못 봤어.”

“바쁘셨나.”

-왜 유현이만 부모님 안나오심??

-뭐지... 궁금해하기도 애매하네.

-유현이 누구 닮았는지 궁금했는데ㅠ

-인터뷰 못 딴건가?

-근데 얼굴 안나온 분들도 목소리는 나왔는데....

-긍까.... 뭐가 뭔지 모르겠다....ㅠㅠ

의문도 잠시, 모든 VCR이 끝나자 윤승철이 다시 무대 위에 등장했다.

“여러분, 오래 기다렸습니다.”

“다들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지난 몇 달을 달려왔는데요.”

긴장을 주려는 듯, 윤승철이 잠시 말을 멈추고 두 걸음 더 걸어 나왔다.

“드디어 모든 투표 결과가 결정되었습니다. 제 손에 오늘의 주인공들이 담겨 있습니다.”

-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

-순발식 시작한다;;;;

-생방송 시작한지 2시간도 더 지났는데 이제야 순발식이라니ㄷㄷ

-대체 오늘중에 방송 끝나기는 하는 거임??

-ㅅㅂ방송시간 1시간 가까이 남았는데 내내 순발식한다는거지?

┕선우 이름 불리면 깨워주세요.

긴장되는 배경 음악과 함께 카메라가 연습생들의 얼굴을 비췄다.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열여덟 명의 연습생들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하지만, 크리드의 멤버가 되는 영광은 단 일곱 명의 연습생에게만 주어집니다. 그럼 지체하지 않고 6위부터 발표하겠습니다.”

“오, 웬일?”

“분명 특징 얘기하는 걸로 5분은 해 먹을걸?”

“맞아. 상대는 투마월이다.”

제작진이 건넨 큐시트를 보던 윤승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6위 연습생은 무대 위의 모습과 무대 아래의 갭이 굉장히 큰 연습생이죠.”

“아씨, 또 만능 문장 쓰네?”

“갭 차이 없는 연습생이 어디 있음?”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많은 연습생과 케미를 가졌던 연습생입니다. 그리고 오늘 센터를 한 연습생이기도 합니다. 총 득표수 95만 6720표를 얻었습니다.”

‘센터’라는 직접적인 힌트가 들어가자 현장은 물론, 인터넷 반응도 시끄러워졌다.

-문승빈, 차지운, 박선우, 윤빈, 정유현 중이라는거자나

-투표수 미쳤네;;

-6위인데 벌써 95만이면 1위는 대체 몇 표임?

-밝은 에너지면 윤빈이나 박선우아님?

-연습생 케미가 많은 애면 문승빈이나 차지운이지 않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도 정유현은 고려안하는거 왜이렇게 웃기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야 정유현이 벌써 불릴 리가 없으니까^^

“축하합니다. 트로피 엔터테인먼트 박선우 연습생!”

“와아아아!!!!”

“선우야!”

“축하해, 선우야!!”

-으아아아아아아!!!!!!!!!!!!!!!!

-선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서누ㅊㅊ

-효자야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조마조마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축하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박선우의 이름이 불리자마자 연습생들은 박선우에게 달려갔다. 박선우는 믿기지 않는 듯 연신 자신이 맞냐고 물었다. 자기 뺨을 두세 번 때려보던 박선우는 표정을 찡그리더니 그제야 실감이 난 듯 6위 의자를 향해 달려갔다.

“어… 와, 진짜… 제가 데뷔를 하네요?”

“하하하!!”

“진짜 캐릭터 독특해.”

“보보 작가님 엄청 좋아하시겠다!”

잠시 숨을 고르던 박선우가 말을 이었다.

“우선 저를 투표해 주신 모든 팔로워님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사랑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거예요! 앞으로 크리드의 멤버로서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항상 잘 이끌어 주신 트레이너 쌤들, 그리고 윤승철 엠시님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들! 엄마, 아빠, 서연아 나 드디어 데뷔한다! 마지막으로 투마월 100명의 연습생들 모두 너무 수고 많았고 고마웠어. 아, 맞다. 소속사 사장님 이사님 투마월 관계자분들도 감사합니다~!”

발랄하게 마무리 인사를 하는 박선우에 트레이너들도 엄마 미소를 지었다.

“선우가 효자멤이네.”

“그니까, 앞으로 앉아서 직관하는 거잖아.”

“맨날 아슬아슬하게 데뷔권이어서 팬들도 걱정 많았을 텐데, 이렇게 효자짓을 하네-”

“하, 아무리 생각해도 7명 너무 적어. 벌써 5위 발표라니.”

다시 큐시트를 받은 윤승철이 발표를 이어 갔다.

“이 연습생은 매 경연마다 레전드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