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충격적인 문승빈의 랩 파트 이후 두 번째 하이라이트는 바로 페어 안무였다. ‘샤인’의 선공개 영상에서 팔로워들이 가장 기대한 안무 중 하나였다. 죄다 검정 실루엣으로 나와서 조합에 대한 여러 궁예가 판을 친 것도 그 화제성에 한몫했다. 승빈은 강도현 아니면 김병대와 매칭된 것 같았는데, 기왕이면 강도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문스트럭이었다.
하지만 그럼 그렇지, 투마월이 그녀의 니즈를 충족시킬 리가 없었다.
“승빈이랑 병대네?”
“저 정도면 악연도 인연 아니냐.”
“승빈이 프로네. 나였으면 표정 관리 못 해.”
아무래도 센터 선발 과정에서 생긴 트러블 때문에 대중들은 이 둘의 케미가 잘 맞을까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가 안무 자체가 서로 마주 보고 한 손으로 어깨를 잡고 웨이브를 하는 안무였으니 더 그럴 수밖에.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다는 듯, 둘 다 능숙하게 안무와 표정 연기를 이어 갔다.
-안무 노림수 오지넼ㅋㅋㅋㅋㅋㅋㅋ
-잘생긴 애들끼리 해서 좋다^^
-문승빈 완전 프로아이돌이넼ㅋㅋㅋㅋㅋ
┕ㅇㅇ나였으면 백퍼 표정논란떴닼ㅋㅋㅋㅋㅋ
-하 쟤네 조합도 좋은데ㅠㅠ좀만 친하게 지내지 그랬냐 이놈들아ㅠㅠ
┕그러기엔 너무나도 김병대의 일방적인 배척이었음......
박선우와 정유현의 조합 역시 폭발적인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비주얼 1, 2위가 붙어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야, 개안하는 거 같다.”
“둘 다 진짜 X나 잘생겼어.”
센터 파트에서 강도현이 랩을 할 때 이뤄지는 안무여서 아쉽게도 강도현의 페어 안무는 볼 수 없었다. A는 이러는 게 어디 있냐며 격분했다.
“아, 나도! 도현이 페어 안무 보고 싶었는데!”
[누구도 본 적 없을 거야
이렇게 빛나는 내일을
스스로 빛을 내 샤인 어게인]
박선우가 선택한 센터 몰빵 파트는 하이라이트 파트였다. 워낙 낮은 보이스여서 청량과 잘 어울릴까 궁금했지만, 보컬은 또 달랐다. 뭔가 투박하지만 의외로 깨끗한 음색이었다. 그리고 차지운과 마찬가지로 독무가 있었다. 주변의 8명의 연습생들이 주변을 천천히 돌아갈 때 박선우만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듯 안무를 이어 갔다. 조명까지 화려하게 비추는데, 문스트럭은 다 사라진 줄 알았던 미련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승빈이 센터였으면 진짜 잘했을 텐데…….’
하지만 전광판에 비친 승빈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무대를 하고 있었다. 잘 보이지 않는 파트에서도 방긋방긋 웃는 모습에 문스트럭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차마 ‘파트가 뭐가 중요하겠냐-’라는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아쉬움은 조금 사라졌다. 그래, 네가 행복하면 됐다.
[어두웠던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사라져
무대 위 조명보다도
밝게 빛날 나니까 투 샤인]
‘샤인’은 엔딩까지 시원한 탄산음료처럼 톡톡 튀는 무대였다. 쉴 새 없이 사진을 찍던 문스트럭도 목이 터져라 승빈을 응원했다. 도현이 최애인 A도 만만치 않았다.
“도현아!!!!”
생각해 보니 A는 첫 방청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외침에는 약간의 한이 느껴질 정도였다.
“네가 제일! 잘했어! 도현아!!”
“어휴, 쟤 야근한다고 못 왔으면 어쩔 뻔했냐, 진짜?”
“그니까. 회사였으면 소리도 못 지르고.”
다들 문스트럭과 K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방금 강프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목청 개컼ㅋㅋㅋㅋㅋㅋ
-기차화통 삶아먹은주류ㅠㅠ
-현장인데 소리 진짜 잘 지르시더라…
-나중에 공방가면 강프들이 일당백할듯;;
┕강프 머리수가 얼마인뎈ㅋㅋㅋㅋㅋㅋ
-강프들은 좀…무서워
┕저희 그런 사람들 아니에요ㅠㅠㅠ
유닛 무대가 모두 끝나고, 모두가 주목하는 시간이 왔다. 바로 실시간 8위 후보 연습생 공개.
여기서 공개된 연습생은 이후 투표율이 높아져서 데뷔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즌 1에서는 네 명의 후보 중 세 명이나 데뷔해서 공정성 논란까지 불거질 정도였다.
“지금 바로 두 명의 8위 후보 연습생을 공개하겠습니다!”
시즌 1의 논란을 감안한 듯, 원래 네 명이었던 후보가 두 명으로 줄어들었다. 모두 손에 땀을 쥐고 발표를 기다렸다. 그리고 스크린에 뜬 연습생의 사진에 현장에서는 비명 소리와 탄식 소리가 터져 나왔다.
[차지운 / 김병대]
“아, X발…….”
K는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었다. 분명 지난 순위가 2위여서 안전하게 데뷔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필이면 김병대와 8위 후보라니. 정말 끝까지 쉽게 보내 주지 않는다.
“X발, 다들 투표 안 하고 뭐 한 거냐? 아니 8위 후보가 말이 되냐고-”
“야, 차지운이 7위겠지.”
“그걸 위로라고 지금!”
“7위면 더 문제지. 이제 다른 연습생 팬들도 위기감 느끼고 더 치고 올라올 텐데.”
게시판 반응도 소란스러웠다.
-차지운 순식간에 떡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프가 할 말은 아닌 듯?
-아 ㅅㅂ
-ㅅㅂㅅㅂㅅㅂㅅㅂㅅㅂ제바류ㅠㅠㅠㅠ
-병대살려ㅠㅠ
-아니 쟤네 둘이 7,8위면 지난주에 하락했던 애들은 몇위인거야?
┕걔네가 치고 올라왔을수도?
┕아 제바루ㅜㅜㅠㅠ
-아 둘중하나 뽑아야겠다
┕제발 지운이 뽑아줘ㅠㅠㅠㅠ
┕병대뽑아주라
-윗댓쓴사람인데 투표 이벤트 어디가 더 쎔?
┕야 이벤트 선물받고싶으면 차지운이짘ㅋㅋㅋㅋ저기 기프티콘이랑 합쳐서 1500개인가 뿌린다고 들었음ㅋㅋㅋㅋㅋ
┕고작 치킨받을거임? 병대뽑으면 패드 줌ㅇㅇ
┕지운이 뽑으면 노트북^^
-이벤트로 팬들 지갑 거덜났겠네;;
“8위 후보는 차지운, 김병대 연습생입니다! 두 소년의 꿈이 멈추지 않도록 팔로워님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미친 거 아님? 저런 멘트 왜 해?”
“이 X끼들 어떻게든 김병대 데뷔시키려고 저러나 봄.”
K는 머리를 쥐어 싸매며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뒤지고 있었다.
“아, 부탁할 애들한테는 다 부탁했는데…….”
“전 남친한테 해 봐-”
“야, 장난이 좀 심한 거 아님?”
문스트럭의 말에 A가 말리는 것도 잠시, K는 한숨 가득히 답했다.
“이미 했지.”
“뭐?”
“그걸 진짜 했다고?”
“와…….”
“근데 이미 투표 부탁받았다더라.”
“아… 아쉽겠다. 그래도 힘내라.”
“그닥?”
“왜?”
“걔 현 여친도 지운이가 최애라더라고.”
“아, 미친.”
라디오에 사연으로 제보해도 될 만한 스토리였다.
“생각해 보니까 걔가 좀 지운이 닮았던 거 같기도 하다.”
“미쳤냐?”
순간 장소가 어딘지도 있고, 소리를 지를 뻔한 K였다.
“누구랑 누구를 비교함?”
“인정, 구남친은 사회악이다. A 네가 잘못함.”
“인정합니다. 쏘리-”
* * *
그 시각, 씨더스타 전체 포인트 1위에 빛나는 수정과 엄청난 당첨 운의 동생 수진 역시 8위 후보 연습생 발표를 지켜보고 있었다.
“누가 데뷔하려나 이번에는?”
“둘 다 가능성 있어서…….”
“투마월 파이널, 벌써 세 번째 곡 무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투표할 시간 역시 줄어들고 있다는 걸 의미하죠. 데뷔를 꿈꾸는 투마월 연습생들을 위해 팔로워님들의 투표가 절실합니다!”
“아, 진짜 사람 쫄리게 만드네-”
수진은 실시간으로 투표 인증 사진을 보내는 친구들을 확인하며 행여 부탁을 안 한 지인이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 이 X끼를 어쩌면 좋지?”
“왜?”
“윤빈 아니면 9번 보내라니까 ‘윤빈 아니면 9번’ 이 지랄을 해 놨네.”
“풉!”
“이런 애가 한둘이 아니라니까? 어제 미리 연습했다고 보낸 애 중에는 ‘윤민’이라고 보낸 애도 있었어.”
“윤빈 이름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신기하네…….”
“그래서 내가 아예 텍대를 만들어 줬잖아.”
“나 이제 텍대 알아, 텍스트 대치지?”
“오-”
투마월 때문에 세 달 사이 수정도 많이 발전했다. 이제는 수진보다 소식이 빠를 정도였다.
“세 번째 무대 ‘본 투 샤인’은 열여덟 명의 연습생이 하나의 무대를 꾸밉니다. 무대를 보기 전에, 연습생들의 치열했던 연습 과정 먼저 보고 오겠습니다.”
“후, 긴장된다.”
“센터 누구이려나?”
“윤빈아, 제발 센터하고 데뷔하자.”
유닛 곡의 센터 선발 과정이 방송에 일부 나온 것과 달리, 단체 곡 ‘본 투 샤인’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미리보기에서도 연습생들이 단체로 모여 있는 파트만 나와서 실루엣만으로는 누가 센터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본 투 샤인’ 센터 역시 연습생 자체 투표로 진행됐다는 말에 수정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이번에 뭘 믿고 죄다 자체 투표를 시킨 거지?”
“연습생들의 안목?”
“납득할 만한 애가 센터 안 되면 욕 좀 먹었겠는데?”
“그러게.”
그녀들의 의아함을 뒤로 하고, 전광판에서는 VCR이 재생되었다.
[텃팅의 늪에 빠진 연습생들]
시작부터 난리도 아니었다. 안무 시안 영상 속 현란한 텃팅 동작에 연습생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돌 안무에는 생소한 동작이기도 했고, 단기간에 배우기 어려운 춤 장르였기 때문이었다.
“애들 손발 꼬이는 것 봐.”
“아, 꼬물거리는 거 너무 귀엽다…….”
연습생들의 센터 평가 영상이 끝나고, 팔로워들의 반응은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누가 될 거 같아?”
“1절은 승빈이나 지운이? 2절은 윤빈이 되겠다, 야.”
“하, 솔직히 나도 그렇게 생각함.”
핸드폰으로 실시간 중계 반응을 봐도 2절의 센터감은 윤빈이라는 것에는 모두 이견이 없었다. 일단 피지컬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거기다가 텃팅을 배웠던 적이 있었는지, 다른 연습생들과 달리 안무에 어색함이 없었다. 수진은 내심 뿌듯했다.
-1절은 문승빈, 2절은 윤빈ㅇㅇ
┕윤빈은 ㅇㅈ
-1절 쟁쟁하네;;
-차지운도 가능성 있지않음?
┕문승빈연기가 너무 쎘어;;
┕그놈의 표정연깈ㅋㅋㅋㅋ아이돌이 표정연기만 하면 다인줄 아나?
┕승빈이는 다잘하는데 표정연기도 잘하는거고^^
[대망의 본 투 샤인 센터 2인은?]
“아, 긴장돼.”
“손에서 땀 나.”
[문승빈 / 윤빈 연습생]
“아아아악!!!!”
수진은 들고 있던 윤빈 슬로건을 찢어져라 흔들며 기쁨을 만끽했다.
“승빈아!!!!”
“윤빈이다!!”
-삔즈 ㅊㅋㅊㅋ
-얘네 둘이 무대하는거 이번이 처음아님?
┕ㅇㅇ ㅈㄴ기대돼ㅠㅠㅠㅠㅠ
-ㅅㅂ샤인때 서러움 본투샤인으로 해내죠?
┕효자야 아주
[훈훈한 두 센터의 연습 시간]
이후에도 윤빈이 문승빈의 안무를 도와주는 훈훈한 편집이 이어졌다. 그리고 센터 연습생들의 특혜인 ‘센터 아이템 고르기’가 나왔다.
“진짜 아무거나 다 되는 거예요?”
“뭐 하지?”
[고민에 빠진 삔이들]
-ㅁㅊㅋㅋㅋㅋㅋㅋㅋ
-삔이 방송진출ㅋㅋㅋㅋㅋㅋㅋ
-윤빈이 고민할 때 표정 힝구되는거 ㅈㄴ귀여웤ㅋㅋㅋㅋ
[과연 두 연습생이 뽑은 아이템은?]
“그럼 그렇지, 안 알려 줄 줄 알았어!”
“얘네는 진짜 별걸 다 안 알려 주더라.”
“편집 패턴 끝까지 똑같은 거 개빡침.”
“하여간 사람 킹받게 하는 데 선수들임.”
‘본’, ‘샤인’ 무대와 비슷하게 비장한 비지엠과 함께 연습생들의 인터뷰가 나오고 윤빈이 마지막으로 각오를 말했다.
“저 진짜 잘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