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질문상태 무슨일임ㅋㅋㅋㅋ
-이건 무조건 지운이일듯ㅋㅋㅋㅋㅋ
-나도 지운이 한표
-승빈이나 정유현 나올거같지 않음?
-ㄴㄴ걔네 둘은 이미 우주선 만들어서 탈출했을듯ㅇㅇ
‘뭐야, 어떻게 알았지?’
나 역시 질문을 듣자마자 지운이 형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전에 우주선 타고 탈출할 수는 없나? 이런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 소름.
“네, 일등은 바로 차지운 연습생입니다. 압도적인 득표율인데요?”
“역시 지운이일 거 같았어.”
“이성재 연습생, 왜 차지운 연습생인 거 같았나요?”
“지운이가 진짜 숙소에서 시집을 읽거든요? 그것만 봐도 쟤는 사과나무 심을 애예요.”
“맞아요, 사과나무만 심으면 다행이게요? 형은 가지고 있는 모든 씨를 뿌릴지도 몰라요.”
“차지운 연습생, 대체 어떻게 지내기에 다들 이러는 거죠?”
“저도 잘 모르겠네요. 다들 저를 어떻게 보는 건지.”
“그렇다면 지운 연습생은 정말 사과나무를 심으실 건가요?”
“음, 사실 저 예전에 이거 고민한 적 있었는데-”
“와, 이거 봐요. 이 형은 찐이라니까요?”
“근데 전 사과나무보다 플라타너스 나무를 심어 줄 거 같아요.”
“이유는요?”
“플라타너스 잎이 크잖아요. 마지막 순간에 한 명이라도 더 감싸 줬으면 좋겠어서요.”
천재 MC 윤승철마저도 순간 말을 잃게 하는 답변이었다. 아이고야, 정말 순도 100%의 진심이라는 걸 알기에 더 골 때렸다.
“차지운 연습생, 지금 자리를 잘못 찾아온 거 같아요.”
“네?”
“당신은 지상에 남아 있을 사람이 아니에요. 얼른 날개 달고 올라가세요.”
-아 미쳤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윤승철도 주접떨게 만드는 남자, 차지운. ㄷㄷ
-아잌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차지운 컨셉충이래ㅋㅋㅋ 얘는 진심 찐이다.....
-상상도 못했다 진심,,,,,
-아니 투마월 애들 진심 다들 겁나 친한가봐. 캐해 무슨 일이야....
-그니까ㅋㅋㅋㅋㅋㅋ 애들끼리 서로 너무 잘안다고ㅋㅋㅋㅋㅋ
-저 살벌한 얼굴로 플라타너스라뇨.....
-저걸 고민해봤다는게 너무 웃곀ㅋㅋㅋㅋㅋㅋㅋ
-지운이 자기만 모르는 웃수저임ㅋㅋㅋㅋ
“지목 토크 다들 어떠셨나요? 저는 아직도 머리가 어질하네요.”
“재밌었어요!”
“재밌었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지목 토크는 여기까지였고, 다음 질문은 승빈 군이 뽑아 볼까요?”
“네.”
“음, ‘연습생들의 잠버릇이 궁금해요-’라고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윤승철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연습생들이 앞다투어 성재 형을 지목했다.
-아옼ㅋㅋㅋㅋㅋㅋㅋ
-애들 쌓인게많나ㅋㅋㅋㅋ
-아니 지목토크 끝났는데왴ㅋㅋㅋㅋ
-다들 왜 성재만 가르키냐곸ㅋㅋㅋ
-감전좌 잘때도 감전중인거 아니냐곸ㅋㅋㅋㅋㅋㅋ
-박선우는 여기서도ㅋㅋㅋㅋㅋㅋㅋ
“나 되게 얌전하게 자지 않아?”
이해할 수 없다는 성재 형의 반응에 연습생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항의했다.
“얌전? 지금 저 형이 얌전이라고 한 거야?”
“언제 한번 찍어서 보여 줄까요?”
“아니, 이성재 연습생 잠버릇이 어떻기에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인지 궁금하네요?”
성재 형과 같은 방을 쓰는 세찬과 형석이 입을 모아 답했다.
“먼저 자꾸 혼자 뭐라 뭐라 중얼거려요!”
“맞아요, 새벽에 막 웅얼거리는 소리 나길래 무서워서 깼더니 방언 터진 양-”
“무슨 말 하는 거였어요?”
“그건 비방용이라…….”
뒤에서는 연습생들에게 결박되어 버둥대는 성재 형의 절규가 들렸다.
“이 배신자들아! 너네는 조용히 자는 줄 알아?”
-비방용이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욕이라도 한거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방송이었으면 백퍼 자료화면으로 나왔을텐데ㅠㅠㅠ
-지운이 울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
“윤빈 군도 표를 꽤 받았네요?”
“아니, 이 형은 잠버릇보다도 이상하게 자요!”
-어떻게 자길랰ㅋㅋㅋ
-자면서 무술이라도 하나?
-애가 쿵푸판다냐곸ㅋㅋㅋㅋㅋ
-윤빈이 티엠아이 너무 궁금해써ㅠㅠㅠㅠ
“침대에서 자는 꼴을 못 봤어요!”
윤빈과 룸메이트인 연습생들과 다른 연습생들도 입을 모아 답했다.
“맨날 안 보여서 찾아보면 구석에서 자고 있다니까요?”
“윤빈 연습생, 어떻게 자는데 그래요?”
“네? 그, 그냥 이렇게-”
윤빈은 그 큰 몸을 잔뜩 구겨 가지고는 웅크린 자세를 했고, 댓글창은 잠시 오류가 뜰 정도였다.
-ㅁ1친ㅋㅋㅋㅋㅋㅋㅋㅋ
-고슴도치냐곸ㅋ큐ㅠ큐큐큨ㅋㅋㅋ
-어깨수납 안되는것봨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윤빈이는 아기다...
-아기지... 좀 많이 큰 아기...
-소형견인줄 아는 늑대갴ㅋㅋㅋㅋㅋㅋ
윤승철도 예상치 못한 수면 자세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물었다.
“어… 왜 이렇게 자는 거죠?”
“이게 편하고 따뜻해서-”
윤빈을 제외한 모두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때, 성재 형이 똑같이 웅크렸다.
“야, 이거 생각보다 편하네.”
“그래요?”
댓글에서 귀엽다는 반응이 있어서였을까, 연습생들이 하나둘 윤빈의 수면 자세를 따라 하기 시작하더니 나와 윤승철, 정유현을 제외하고 모두 윤빈과 같은 자세를 하게 됐다.
-은쪽이들이냐곸ㅋㅋㅋ
-집단윤빈ㄷㄷ
-엠씨 당황한것봨ㅋㅋㅋ
-그래ㅋㅋㅋㅋㅋ아무리 그래도 여기 절반이 애들인뎈ㅋㅋㅋ
그대로 있기도 뻘쭘해서 나도 그냥 대세를 따랐다. 정유현은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한 나까지 웅크리고 나니, 배신감을 느낀 듯 했지만 이내 따라했다.
-이게 맞는거냐?ㅋㅋㅋㅋㅋ
-방송사고냐곸ㅋㅋㅋㅋ
-감전좌가 찐인싸맞넼ㅋㅋㅋㅋ
정신없이 코너를 진행하다 보니 벌써 방송 종료 20분 전이었다. 2시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이야.
“마지막으로 밸런스 게임을 끝으로 오늘의 코너를 마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강도현 5명 대 5살 강도현.”
“와…….”
“첫 질문부터 너무 어려워요!”
“야, 당연히 강도현 5명이지- 한 명으로도 완벽한데 5명이나 있어 봐.”
“그럼 오른쪽이 5명, 왼쪽이 5살입니다. 연습생들은 이동해 주세요!”
-난 5살 도현잌ㅋㅋㅋㅋ
-나돜ㅋㅋㅋ
-아니야 도현이 육아난이도 ㅈㄴ 극악이었을거같음
-ㅇㅇ애기때 사진만 봐도 말ㅈㄴ안듣게 생겼엌ㅋㅋㅋㅋ
-근데 지금 강도현 5명이잖아? 감당 안될듯ㅋㅋ
그리고 결과는 역시나 ‘5살 강도현’이 압도적이었다.
“다들 후회할걸?”
“그래도 한 명만 케어하면 되잖아, 5명은 상상만 해도 어우-”
“아, 지운이 형까지 왜 그래요!”
-차지운이 저러는거면 찐임ㅋㅋㅋㅋ
-사방에서 깐족거릴거 생각하면 벌써 머리아팤ㅋㅋㅋ
-도현이 언제 지운이랑도 친해진거냐?ㅋㅋㅋㅋ
-지운이가 저렇게 반응하는거면 진짜 친하다는거임ㅇㅇ
“두 번째 질문은, 얼죽아와 쪄죽따?”
“이건 얼죽아지-”
“얼죽아 하다가 얼어죽지.”
-아오 강도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번 에이앱 생각나넼ㅋㅋㅋ이제 밸런스게임 이해했나봐.
-당연히 얼죽아 아님?
-도현이 얼죽아일 줄 알았는데 의외네;;
와중에 지운이 형은 조용히 다가와서 물었다.
“근데 얼죽아, 쪄죽따가 뭐야……?”
옆에서 듣던 성재 형이 경악하며 말했다.
“야, 대박 얼죽아를 몰라?”
“지운이 형 저런 거 잘 몰라-”
“아니, 얼죽아는 순우리말 아니냐고-”
“무슨 소리야 진짜-”
-순우리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메리카노도 한식이었어.
-얼죽아 국립국어원에 기재해야 하는거냐곸ㅋㅋㅋㅋㅋㅋ
마지막까지 웃음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다들 파이널에 대한 부담감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방송 종료 시간에 가까워지고, 마무리로 각자 소감과 각오 한마디를 하고 끝냈다.
“막내 재봉 군부터 들어 볼까요?”
“먼저 오늘 처음으로 에이앱 해 봤는데, 긴장도 했지만 너무 너무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형들이랑 이렇게 재밌는 게임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무엇보다 우리 팔로워님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파이널 많이 기대해 주세요!”
어쩌다 보니 나이 역순으로 돌아서 결국 성재 형이 마지막 순서였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난 거 같아요. 사실 지금도 제가 살아남아서 여기서 이렇게 에이앱 하고 있는 게 마냥 꿈만 같습니다. 파이널 무대 다들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까 기대 많이 해 주세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맏형은 다르네요! 오늘 열여덟 명의 연습생들과 함께한 에이앱, 여러분들도 즐거우셨나요? 열여덟 명 연습생 모두 파이널 무대 현장에서 팔로워분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밤낮이 없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그럼 인사할까요? 지금까지 투마월이었습니다!”
“안녕~”
“잘 가요!”
“안 돼에-”
-잘가 애들아ㅠㅠㅠ
-하루종일하면 안되는거냐고ㅠㅠㅠㅠㅠㅠ
-2시간 왜케짧음?
-하 애들 데뷔하고 에이앱 기대된다.
-don’t go OPPA:(
* * *
방송이 종료되자마자 모두 버스 타고 합숙소로 돌아와서 연습을 이어 갔다. 꿈같았던 휴식 시간의 잔상이 남았지만, 얼마 안 남은 파이널 무대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제목: 샤인(Shine)]
-랩: ■■■□□
-안무: ■■■■□
“이곳을 벗어나, 한 번 더 빛이나, 잠든 꿈이 깨어나. 내 앞을 비출 사람은, 그 누구도 없어. 스스로 빛을 내, 샤인 어게인.”
이제 제법 랩다운 랩을 할 수 있게 됐다. 옆에서 듣던 강도현도 엄지를 들었다.
“대박, 연습 엄청 했구나?”
“그냥 하던 대로 했지, 뭐.”
말은 이렇게 했지만… asmr 수준으로 강도현의 녹음을 듣다 보니 이제 강도현 모창도 가능해질 지경이다. 하지만 3칸 이상으로는 역시 쉽게 포인트가 오르지 않았다.
‘이럴 때 미션 하나만 떠 주면 딱인데…….’
미션도 원할 때 할 수 있는 기능은 없나? 어차피 서바이벌 끝나면 지운이 형과의 데뷔라는 목표를 이룰 테니 상태창은 더 이상 필요가 없을 텐데, 온갖 기능 다 나오면 안 되나? 이렇게 단순한 형태의 상태창만 나오다가 끝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때, 정말 오랜만에 미션이 떴다.
[100만의 관심] +1
0/1,000,000
[제한 시간 : 24시간]
[성공 시 포인트 1 획득]
“장난해?”
“응?”
너무 어이없는 숫자에 강도현이 앞에 있다는 것도 잊었다. 문득 상태창 처음 보던 날의 데자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잠깐 피곤해서…….”
“또 지난번처럼 코피 흘리지 말고 건강 잘 챙겨.”
“응.”
‘그나저나 100만 명을 언제 채워? 어이없는… 어?“
”뭐야?“
[100만의 관심] +1
1,000,000/1,000,000
[MISSION CLEAR!]
”뭐가?“
”아니?“
”너 오늘 좀 이상하다?“
강도현에게는 대충 피곤해서 그러니 세수나 하고 오겠다고 핑계를 대고 화장실로 도망쳤다.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미션을 클리어하다니? 100만 명의 관심은 어디서 온 건데? 의문을 가지던 중에 팔로우 해 뒀던 펜페이지 계정의 알림을 확인했다.
[승빈이 ’기다릴게‘ 포커스 직캠이 조회 수 100만뷰를 달성했습니다!
승빈시에 해시태그 총공을 할 예정이니 모두 확인해 주세요!
#승빈아_100만_축하해 ]
직캠 100만 뷰라니. 티벡스 시절에는 직캠 한 번 찍히는 게 아이돌 인생 최고의 목표였는데 어느새 100만의 관심을 얻게 됐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몇 번이고 직캠 영상 페이지를 새로 고침 하며 믿기지 않는 숫자를 눈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