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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85화 (85/346)

85화

연습생과 마찬가지로 파자마를 입은 윤승철이 등장하자, 곧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대망의 파이널을 앞두고 투마월 열여덟 명의 연습생이 모였습니다!”

“와-!”

“오늘 우리가 이렇게 파자마를 입고 에이앱을 하게 됐는데, 제 바로 옆 강도현 연습생, 어떤가요?”

“파자마 파티는 처음인데 이렇게 연습생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대가 되네요. 어떻게, 제 잠옷 잘 어울리나요?”

잠옷 깃을 들어 올리며 묻는 강도현 덕에 댓글창은 읽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도현이 너구리 잠옷 입었어ㅜ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

-도현이 ㅈㄴ 귀여워

-너무 잘어울려!!!!!

-너구리가 아이돌할수 있는거임? 강도현도?

-ㅋㅋㅋㅋㅋㅋㅋㅋ잠옷 때문에 더 꼬질해보옄ㅋㅋㅋㅋㅋㅋ

-애들 닮은 동물들로 입힌건가봨ㅋㅋㅋㅋㅋㅋ

-선우는 고양이야?

-승빈이 강아지 잠옷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

-감전좌 번개모양이냐곸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자마에 대한 팔로워님들의 반응이 엄청나네요! 난 내 파자마 자랑하고 싶다! 하는 연습생 있나요?”

다들 눈치만 보던 중에 먼저 손을 들었다.

‘이럴 때 분량 뽑는 거지.’

생방송이라서 윤 피디가 내 분량을 잘라 낼 수도 없을 테니 이때가 기회였다.

“그럼 문승빈 연습생, 10초간 파자마 자랑을 해 주세요.”

“네.”

카메라 앞으로 향했다. 심호흡을 하고 가져온 안대를 머리 위에 얹었다.

“강아지 네 컷 준비했습니다. 하나.”

먼저 강아지가 앞발을 내민 듯한 포즈와 윙크를 했다.

“둘.”

강아지 모양 안대 귀를 잡고 한 컷.

“셋.”

양 볼을 손가락으로 콕 지르는 포즈.

“넷!”

마지막으로 볼 하트로 마무리했다. 뻔뻔한 나의 태도에 모두 할 말을 잃은 듯했다.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자 선우 형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ㅁㅊ…

-승빈이 ㅈㄴ 태연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아지 네컷은 언제 준비한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승빈이는 이런거 안빼고 잘해서 기특해 죽겠으무ㅠㅠㅠㅠㅠㅠㅠ

-프로아이돌강아지…

-저대로 내일 사진찍으러 갈거임

-팬들 사진포즈도 정해주는 효자

-뒤에 박선우랑 강도현 표정 봤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도현이랑 둘이 찐친인거 다 티남ㅋㅋㅋㅋㅋㅋ

강도현이 무슨 표정이었나 궁금해서 영상을 돌려 보니, 못 볼 걸 봤다는 듯했다가 점점 놀라서 눈코입이 확장되고 있었다. 옆자리 선우 형은 졌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박수를 쳤다.

카메라 앞에서 네 컷 포즈를 했을 땐 하나도 안 민망했는데, 둘의 반응을 보니 갑자기 확 더워졌다. 손부채질을 하는 나를 보며 윤승철이 물었다.

“아니, 승빈군. 너무 태연하게 잘해 놓고 이제 와서 부끄러워하는 거예요?”

“아, 너무 오버한 거 같아서-”

-무슨 소리냐 승빈아

-그래서 좋은거야!!!

-부끄러워하는 것까지 완벽하다 진짜…

-승빈이 귀 빨개진거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굴 불타고있엌ㅋㅋㅋㅋ

-아이돌자아 해제될 때 너무 귀여움ㅋㅋㅋㅋㅋㅋㅋ

* * *

본격적인 에이앱 코너는 팔로워들에게 받은 질문과 리퀘스트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커다란 화이트보드가 하트 모양 메모지로 가득했다.

“와, 팔로워님들이 이렇게 많은 질문을 보내 주셨어요. 차지운 연습생이 한번 뽑아 볼까요?”

“네, 저는 이거요!”

“오, 좋은 질문이네요? 투마월 연습생들 각자 탐나는 파트가 있나요? 본인 경연곡도 좋고, 다른 팀의 경연곡도 상관없습니다. 음, 이건 차지운 연습생의 답부터 들어 볼게요.”

잠시 고민하던 지운이 형이 말했다.

“저는 킬러에서 문승빈 연습생의 파트가 탐났습니다.”

“오, 그럼 한 소절 가능할까요?”

[난 한번 잡은 먹잇감은 안 놓쳐

붉게 빛나는 네 심장을 향해]

지운이 형의 목소리로 듣는 킬러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나보다 더 날카롭지만 오묘한 느낌이었다.

-역시 지운이는 쎈캐로 가야함

-킬러무대 커버 존버 간다

-승빈이랑 나중에 합동으로 해줬으며뉴ㅠㅠㅠ

-지운이 테크웨어보고시퍼ㅓ어ㅓㅓ

“원래 파트를 했던 문승빈 연습생, 어떻게 들었나요?”

“킬러 준비할 때도 지운이 형과 정말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들으니까 더 좋은 거 같아요.”

-웨이브 한번만해줘 지운아

-킬러는 안무가 찐이지

“안무에 대한 요청이 많은데, 지운 군이랑 승빈 군이랑 같이 해 보는 거 어떨까요?”

-으아아ㅏ아아아ㅏㅏㅏ

-파자마버전킬러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ㅋㅋㅋㅋ

-윤승철님 복받으세요.........

-엠씨님 진행능력 무슨 일.... 천재다 천재ㅠㅠㅠㅠ

갑작스러운 요청이었지만 간단히 포인트 안무를 설명해 줬고, 역시 안무 습득이 빠른 형이었다. 둘이 강아지, 여우 잠옷을 입고 섹시 댄스를 추자니 웃음이 터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저렇게 귀엽게 꿀렁거릴 일이냐곸ㅋㅋ

-다 이뤘다...

-승빈이 그새 춤실력 더 늘어난거냐고;;

-하 소동물즈는 내가 죽어도 데뷔시킬거다

-둘이 꼭 같이 데뷔해서 무대하는거 봐야하뮤ㅠㅠ

-차지운 테크웨어컨셉 보기위해서라도 데뷔시킬거임ㅇㅇ

“다른 연습생들 중에 있나요?”

“저!”

“박재봉 연습생, 어떤 연습생의 파트가 탐나나요?”

“전 노래는 아니고, 유현이 형의 수트 매너가 탐났습니다!”

-엉뚱햌ㅋㅋㅋㅋㅋㅋ

-파자마로 수트매너를 어떻게 햌ㅋㅋㅋㅋㅋㅋ

-스태프중에 자켓 입은사람 없어?

-재봉이는 수트매너도 귀여울듯ㅋㅋㅋㅋㅋㅋㅋ

댓글 반응을 확인한 듯 제작진들이 재킷을 건넸다.

“유현 군, 수트 매너 볼 수 있을까요? 원조부터 봐야죠.”

“오랜만이라서 잘될지 모르겠네요.”

재킷을 받은 정유현은 그 말이 무색하게 능숙하게 수트 매너를 보여 줬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박재봉이 호기롭게 재킷을 받았다.

‘아빠 양복 훔쳐 입었다는 말 나오겠네…….’

한참 큰 재킷으로 수트 매너를 하려 하니 영 모양이 안 나왔지만 나름 귀여웠다. 여자 스태프들 중에는 생방송인 것을 잊고 귀엽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시작한 박재봉이 상황을 파악하더니 시무룩해졌다.

“뭐야, 이거 아니죠.”

“아니야, 재봉아. 너무, 풉, 잘했어.”

“왜 다들 웃어요! 저 완전 똑같이 했는데…….”

-아 배아파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꼬물거리는거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와기토끼 자바머거ㅠㅠ

-아니 정유현한테는 딱 맞지않았냐곸ㅋㅋㅋㅋㅋㅋㅋ

-재봉이 ㅈㄴ한줌일 듯…

-박재봉들튀단 가보자고

댓글 반응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성장 속도에 많이들 놀라겠네.’

시무룩해진 박재봉은 선우 형이 입에 초콜릿과 젤리를 밀어 넣어 줘서 그나마 기분이 풀렸다.

“그럼 재봉 군이 질문을 골라 볼까요?”

“네, 저는 이걸로 하겠습니다!”

“‘연습생들끼리 지목 토크 하는 거 보고 싶어요-’라고 보내 주셨네요. 질문도 몇 개 같이 있어요, 디테일 대박이다.”

-아ㅅㅂ 저거 내가 보낸거ㅠㅠㅠㅠㅠㅠ

-질문 뭐있어?

-재밌겠닼ㅋㅋㅋㅋㅋㅋ

“먼저, 가장 인싸인 연습생은?”

연습생들의 손가락이 세 사람을 향했다. 강도현, 박선우, 이성재.

“박선우 연습생이 5표로 가장 인싸인 연습생에 뽑혔습니다. 박선우 연습생, 어때요?”

선우 형은 심각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더니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다들 저를 너무 좋아하는 거 같아요.”

“투표 다시 해도 되나요?”

“저도 제 표 도현이 형 주겠습니다.”

“박선우 연습생, 연습생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데요?”

“괜히 부끄러워서 저러는 거 다 알아서 괜찮습니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오히려 뻔뻔하게 말하는 선우 형에 모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ㅈㄴ또라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얼굴 그렇게 쓸거면 나줘라…

-저게 선우 매력임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

“선우 군은 누구 뽑았나요?”

“저는 지운이 형이요.”

-?????

-???? 지운이가 왜 여기서 나와????

-갑분차ㅋㅋㅋㅋㅋㅋㅋㅋ

-지운이 인싸가 웬말임ㅋㅋㅋㅋ

“오, 모두 의외라는 반응인데요?”

지목당한 지운이 형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저랑 도현이, 성재 형은 노력형 인싸죠. 근데 지운이 형은 가만히 있어도 애들이 붙어 있던데요?”

“진짜인가요, 차지운 연습생?”

“그, 그런가요?”

-생각해보니까 그러넼ㅋㅋㅋㅋㅋㅋ

-지운이가 먼저다가가지 않아서 그렇지 주변에 보면 항상 애들이 많긴 함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보니까 지금 차지운 주변에 몇명이얔ㅋㅋㅋㅋㅋㅋㅋ

생방송이 진행되면서 연습생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고, 간식을 먹으러 간다거나 아예 자리를 잡고 눕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운이 형을 중심으로 연습생 대여섯 명이 붙어 있었다. 하필이면 잠옷도 동물 그림이어서 누가 보면 동물농장이 콘셉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이걸로 모음집 만들어야짘ㅋㅋㅋ

-재야의 운둔고수 느낌이냐곸ㅋㅋㅋㅋㅋㅋ

-동물농장이냐곸ㅋㅋㅋㅋㅋ

-저렇게 말하는 박선우도 지운이 옆에 있는게 웃참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박재봉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맞아요. 지운이 형은 누구랑 다르게 착하고 어른스러워요-”

-말 안해도 누구인지 알거같은거 나만그런거임?ㅋㅋㅋㅋㅋㅋㅋㅋ

-재봉이 너무 투명햌ㅋㅋㅋㅋㅋㅋㅋ

-아 누구인지 진짜 모르겠선우

-왠지 강으로 시작해서 현으로 끝나는분일거같아요^^

“재봉 군, 지금 강 모 연습생이랑 박 모 연습생 이름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누구를 겨냥한 거죠?”

윤승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우 형과 강도현이 해명하기 시작했다.

“재봉이가 저 엄청 잘 따라요-”

“아무리 그래도 선우 형만큼은 아니죠!”

-세기의 대결ㅋㅋㅋㅋㅋㅋ

-당연히 선우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받게한건 도현이도 만만치않음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걸 도토리 키 재기, 오십보백보라고 하죠?”

-재봉이 오십보백보도 알아요? 아구ㅠㅠㅠㅠ

-애를 바보천지로 아나;;

-도토리키재기는 어디서 배웠엌ㅋㅋㅋㅋㅋ

-님들 캐해 그렇게 하시면 안될듯

“진실은 박재봉 연습생만 아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은 무인도에서 가장 잘 살아남을 거 같은 사람은?”

물 흘러가듯 주제를 바꾸는 윤승철의 질문에 연습생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지목을 했다. 박재봉과 선우 형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나도 몇 표 얻었다. 이유는 거의 비슷했다.

“생활력이 되게 강해요.”

“맞아. 선우 형 아무 데서나 잘 자잖아.”

“야! 그렇게 말하면…….”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 비하인드보면 선우 장소 안가리고 잘자더라…

-아무데서나 잘자는거랑 생활력이 무슨 상관이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강도현은 박재봉을 뽑았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재봉이는 뭔가 찡찡대면서 다 해내는 스타일?”

“제가 언제 찡찡댔어요!”

“지금 봐-”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실생활에서의 눈치는 조금 부족해도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되는 일도 잘 구분하고, 무엇보다도 센스가 좋았다. 분명 무인도에서도 칭얼거리면서 식량 구하고 집 만들고, 뗏목까지 만들어서 탈출하거나 아예 거기서 살지도 모른다.

-도현이 캐해장인이네;;

-아 상상하니까 ㅈㄴ귀엽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o cute:)

-ENG Plz

-동물의 정원 게임 느낌이냐곸ㅋㅋㅋㅋㅋㅋ

-아 금손님들이 팬아트 올려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 질문은 좀 특이해요. 내일 지구가 망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을 거 같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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