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84화 (84/346)

84화

문스트럭은 마지막으로 인터넷에서 머글의 표를 가져오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 누가 봐도 영업글이지만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데 뜻밖의 루트로 문승빈의 이름이 머글들 사이에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영업글 쓰느라 고민하던 그녀를 멈추게 한 건 A의 전화였다.

[야 너 머리 터지게 영업글 고민할 필요 없겠다.]

[먼소리임?]

[이거 봐봐]

[ㅈㄴ 공짜 홍보 개부럽네]

[링크]

“승빈이 관련 글인가?”

사건의 시작은 한 커뮤에 올라온 글이었다.

[서바이벌 나오겠다고 대기업 때려 친 연습생 실화냐?]

투마월 문승빈? 걔 ㅈㄴ웃기더라 투마월 나오기 위해 VM 때려쳤대.

이게 무슨 바게트 먹겠다고 프랑스 요리학교 입학했다는 소리냐?

X나 극단적이얔ㅋㅋ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저게 무슨 서울대 가기 위해 하버드 자퇴했다 같은 소리냐ㅋㅋㅋㅋ

-극한의 컨셉충 아님??

┕ㄴㄴ 찐으로 대형기획사 연생이었음ㅇㅇ 저거 방송에 나온 얘기임

-VM?? 루커스 있는 곳 아님?? 미쳤네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부터 나도 과제 ㅈ도 안하고 교수님한테 저는 투마월 보기 위해 과제를 안했습니다- 당당하게 말해야지!

┕그냥 과제를 안한게 아니고?

┕조용히 해

-저는 A를 위해 F를 받았습니다.

┕이건 또 뭐야?

┕재수강을 하기 위해서죠!

┕기말고사 주간이구나…

-멀쩡하게 생긴 애가 저러니까 더 웃기넼ㅋㅋㅋㅋ

-헐 승빈이를 여기서 보네?

-나도 저거 봄ㅋㅋㅋㅋㅋㅋㅋ위튜브 알고리즘에 떴는데 웃겨가지고 얼떨결에 투마월 정주행했잖아;;

“미친, 이거다!”

문스트럭은 곧장 포토샵을 켜서 혼신의 보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홈계정에 사진과 함께 짤막한 문구를 올렸다.

문스트럭 빈 @Moonstruck_Bean 30초 전.

(문승빈 사진)

[저는 승빈이 찍으려고 다 때려치고 홈마가 되었습니다.]

-앜ㅋㅋㅋㅋ문스트럭님도 그 글 봤나봐

┕무슨 글?

┕(링크)

-그래요 홈마님 과거가 뭐가 중요합니까 지금이 중요하지

┕문스트럭님 구최애 빠는 애들은 하나같이 눈치가 ㅇ벗어ㅎ

-이거 무슨 밈임? 다들 뭐하려고 뭐했습니다 이러고있는데;;

┕사용자가 제한하여 볼 수 없는 글입니다.

┕땡큨ㅋㅋㅋㅋㅋ

-아오 이거 어디서 시작된건지 나도 ㅈㄴ 알고싶은데 죄다 지들끼리만 말하고있네ㅅㅂ

┕초멘 죄송하지만 이 글에서 시작된 밈입니다! (링크)

┕감사합니다:)

원래 누구 하나가 웃기기 시작하면 지기 싫어하는 것이 대중들의 심리 아니던가? 저마다 더 웃긴 밈 사용을 위해 온갖 종류의 글과 댓글들이 올라왔다. 자연스럽게 일반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유행이 될 조짐이 보이는 밈이 나오면 선점하기 위해 달려드는 위튜버들과 인플루언서들의 참여도 큰 효과를 주었다. 유명 대학생 위튜버들이 운영하는 계정에서 해당 밈이 처음 사용되었고, 점차 위튜브에서도 밈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영 씨는 어쩌다가 이 학교 오신 거예요?”

“저는 우리 학교 맛집인 00할머니 족발을 먹기 위해 XX대학을 포기하고 이 학교에 왔습니다.”

-그냥 배달시켜 먹으면 되는 거 아님?

┕맞는말이넼ㅋㅋㅋㅋㅋㅋㅋ

┕진심이겠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나 그 대학교 합격 못 했다는 말을 이렇게 하네…

-지영님도 이 글 봤나봄ㅋㅋㅋㅋㅋ(링크)

┕광고글임?

┕ㄴㄴ무슨 프로그램 참가자 관련된 밈인가봄ㅇㅇ

-지영님도 승프세요?

-나도 우리학교 앞 맛집 때문에 서울대 안가고 우리학교 온거임ㅇㅇ

┕그렇게 하는 밈 아니라곸ㅋㅋㅋㅋ

┕이거 아니야?

┕응 형 그거 아니야…

물론 이런 반응을 견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솔직히 문승빈 밈 너무 억지 아님?]

별로 웃긴지도 모르겠고 팬들이 우겨서 만든 밈같음ㅠ

딱히 밈으로 사용될 이유도 없는데 여기저기서 쓰는거 너무 오그라들음!!!!

문승빈이 뭐 웃긴소리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말인데ㅋ...

뭐든지 밈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오타쿠들이나 쓰는거짘ㅋㅋ

-재밌어하는거 같구만.

┕그니깤ㅋㅋㅋㅋ저렇게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정도면 충분히 재밌어하고있네~

-뭐래;; 정작 팬들은 저게 밈화된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ㅈㄴ자존심 상함 내새끼 관련 밈인데 머글들이 먼저 알고 있는거;;

-너빼고 다 재밌어하는거 같은데

┕그니깤ㅋㅋㅋ웃어 분위기 망치지말고^^

-구독자 100만명 위튜버도 오타쿠겠넼ㅋㅋㅋ

┕오타쿠 인생 성공했다…

-오히려 너가 유행따르기 싫어서 컨셉질하는 컨셉충같아요ㅠㅠ

연예계 불변의 법칙, 모든 반응은 다다익선이다. 긍정과 부정 모두 결국엔 관심이자 화제성이었다. 백번 말하지만 무플보단 악플 아니던가. 저런 여론도 결국 문승빈의 밈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유지하게 하는 땔감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럼, 나는 다른 영업글이나 써 볼까-”

[투마월에서 간절함의 의인화라고 생각하는 연습생]

일단 나는 지난주에 투마월 시작한 완전 뉴비야.

투마월 연습생들 모두 열심히 하는 모습에 큰 감동받았어.

그런데 난 유독 문승빈 연습생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문승빈 gif)

처음 문승빈 연습생의 인상은 되게 말랑하다? 였어.

그래서 나는 성격도 완전 말랑하고 여릴 줄 알았거든? 근데 완전 아니더라고…

(샷건 당시 팀을 이끌던 모습)

이때 갑작스럽게 파트 바뀌면서 당황했을 텐데 동생들도 잘 돌보고

멘탈 케어까지 신경 쓰는 거 보고 엄청 놀랐어. 천상 리더 재질.

(청춘예찬 무대 gif)

그리고 내가 너무 감동받았던 무대 중 하나, 청춘예찬이야.

여기서도 승빈이가 팀원들 하나하나 신경쓰고 무대 준비한 게 느껴졌어.

개사 잘하는 세찬이 능력 발견한 거나, 지운이의 화음실력 끌어낸 거 보면

안목도 대단한 거 같아.

춤, 노래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서 탄탄대로만 걷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모두가 아는 그 인터뷰 때문에 또 다시 보게 됐어.

“저는 투마월에 나오기 위해 VM에서 나왔습니다.”

승빈이는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여기를 나온 거더라고.

그런데도 승빈스쿨처럼 다른 연습생들 진심으로 도와주고 같이

잘 되려고 하는 모습에서 완전 감동받았어.

가족들도 모두 타지에 있고, 꿈을 위해 한국에 혼자 남아있다는데 정말

이번이 마지막 기회인 거 같아. 그래서 나는 승빈이가 이번에 꼭 데뷔하기를 응원해.

너무 오그라드나? 나 이런 글 처음 써봐서 모르는 게 많아ㅠㅠ

하지만 승빈이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좋은 애라는 거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해서 써봤어. 문제되면 글삭할게ㅠㅠ

그래도 이 글 보고 관심 생겼다면 꼭 승빈이 투표 부탁해! 온라인 투표도 있지만 귀찮으면

생방송 날 문자 투표 하나만 보내줘도 진짜 큰 힘 될 거 같아!]

-와 진짜 뉴비같아서 뭐라 할수도 없네…

-ㅇㅇ… 저땐 다 순덕이지 뭨ㅋㅋㅋㅋㅋ

-투마월 안봐서 처음보는 애인데 인성 좋아보이네~이런 애들은 데뷔해야 함.

┕ㅇㅇ요즘 저런 아이돌 보기 드물어

-헐 나 이런거에 약하다고ㅠㅠㅠ

-아 투마월 끝까지 안보려고 했는데 이걸 못피했네;; 오늘부터 최애다

-귀엽게 생겼는데?

┕그럼 투표한번만 꼭 부탁할게ㅠㅠㅠ 애 데뷔하면 무조건 효자예약임.

-아니 이정도면 바이럴 아닌가;;

┕그러기에는 문승빈 소속사도 없음ㅠㅠㅠㅠ

┕나도 그런줄 알았는데 얘 개인 연생이더랔ㅋㅋㅋㅋㅋ 진심 벅차오른 순덕인 듯

-이정도면 걍 문승빈 어머니 아니심...?

┕22 글에서 연배가 느껴진다면,,,,?

저마다의 방식으로 문승빈 투표를 독려하는 콩알단들이었다.

* * *

생방송 파이널을 앞두고 연습생 단체 에이앱 스케줄이 잡혔다. 그동안 베네핏으로 얻은 연습생들만 참여할 수 있었던 에이앱이었던 만큼, 처음 참여하는 연습생들이 많았다. 특히 박재봉은 세팅하는 내내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대박, 저 진짜 평생 에이앱 한 번 못 하는 줄 알았어요-”

“데뷔해서 한다며.”

“에이, 그걸 어떻게 확신해요.”

손사래까지 치는 걸 보니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 쟤도 참 안 좋은 소속사 만나서 고생이 많다. 내가 저 나이에 저 비주얼과 재능이었으면 데뷔 못 시키는 무능한 회사는 필요 없다고 탈주했을 텐데 말이다. 솔직히 자본도 없고 능력도 없는데 저런 인재 데리고 있는 회사? 그건 존재 자체가 유죄였다.

“재봉아, 아직도 떨리니? 형 옆에 앉을래?”

놀릴 생각에 광대가 들썩이는 선우 형에게 박재봉은 누가 봐도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우와, 진짜 싫어요.”

“진짜 싫어 보여서 마음 아프다, 재봉아.”

“제 진심이 전해진 거 같아서 기뻐요, 형. 으악-”

“요 조동아리를 아주”

“으븝, 읍-”

“악!”

입술이 붙잡혀서 이도 저도 못 하던 박재봉이 손가락을 깨물었다. 덕분에 박재봉은 메이크업 담당 스태프에게 수정 메이크업해야 한다고 한소리를 들었고, 선우 형은 밴드를 붙였다. 앞으로 같이 데뷔하면 얼마나 더 시끄러울지 걱정이었다. 분명 둘 다 데뷔할 거 같은데, 저 둘이랑은 무조건 다른 방 써야지.

오늘 에이앱 콘셉은 ‘파자마 파티’였다. 어떤 파자마를 입을까 고민하다가 강아지 그림이 그려진 하늘색 수면 잠옷을 골랐다. 기왕 파자마라는 판을 깔아 줬으니, 강아지 그림의 안대도 챙겼다. 그랬더니 어떻게 자기가 점찍은 의상을 딱 선택했냐며 스타일리스트에게 칭찬도 받았다.

대기실에는 온갖 종류의 잠옷을 입은 연습생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성재 형은 번개 모양이 그려진 잠옷을, 지운이 형은 여우 모양 패턴의 잠옷을 입고 있었다. 선우 형은 원래 노란색 고양이 잠옷이었는데 본인의 강력한 항의로 검은색 고양이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귀여운 건 아니야.”

‘팬들 눈에 피눈물 나게 하는 소리 하고 있네…….’

“와, 도현아, 나 네 덕분에 너구리 그려진 잠옷 처음 봐.”

“그쵸, 저도 너구리 잠옷은 처음 봐요.”

의상을 준비할 때 팔로워들 사이에서 닮았다고 알려진 동물, 캐릭터를 준비한 게 분명했다. 서로 잠옷을 두고 수다를 떠는 와중에도 김병대는 구석에서 조용했다. 기가 팍 죽은 모습이었다. 애초에 소속사 픽으로 데뷔시킬 생각이었으면 쟤는 서바이벌을 내보내지 않고, 그냥 데뷔 조로 바로 데뷔시켰어야 했다.

“연습생들 모두 촬영장으로 이동할게요!”

“네!”

촬영장에 도착하자 이곳저곳에서 연습생의 탄성이 터졌다. 파자마 파티가 콘셉인 만큼 형형색색의 이불과 베개, 인형들이 있었다. 그리고 벽면은 미니 전구로 꾸며져 있었다. 연습생들이 가장 환호한 것은 마시멜로와 초콜릿, 어묵과 떡볶이 등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간식 코너였다.

“콘셉은 파자마 파티인 거 다 들었죠? 자연스럽게 앉아서 진행해도 되고, 누워서 진행해도 좋아요. 최대한 편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나오는 게 중요하니까-”

“네!”

“그렇다고 진짜 자 버리거나 졸면…….”

‘태도 논란 뜨고 욕먹겠지.’

“다들 알죠?”

스태프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게 하되 정말 편하면 안 된다는 거쯤은 이제 학습된 상태였다.

“우선 자리는 순위 순서대로 배치할게요. 중앙 엠시 자리 옆에 1등, 좌우로 2, 3등 앉는 식으로 앉아 주세요.”

자리 하나도 마음대로 못 앉는다고 작게 하소연하는 연습생도 있었다.

‘내가 5등이니까 내 옆자리는…….’

“승빈이, 안녕?”

“형, 제 옆자리네요?”

박선우와 박재봉 사이라. 이번 방송, 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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