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80화 (80/346)

80화

“승빈이 마른 것 봐.”

“지운이 저러다가 종이 인형 될까 봐 겁난다.”

“그럴 피지컬은 아닌 거 같은데?”

“시끄러워 지금 데려다가 고봉밥에 고기반찬 먹이고 싶으니까.”

“대박, 나도 똑같은 생각함.”

-승빈이랑 지운이 이인삼각 잘하넼ㅋㅋㅋ

┕ㅇㅇ 둘이 팀워크 너무 잘 맞아

┕같이 데뷔할 운명이라는 거지.

┕이걸 이렇게 해석한다고?

“둘이 꼭 같이 데뷔했으면 좋겠다.”

“진짜로.”

“둘이 같이 데뷔하면 우리 꼭 포카 교환하기다?”

“당연하지.”

[티격태격하면서도 선두를 달리는 박선우&정유현 연습생]

-박선우 겁나 찡찡댘ㅋㅋㅋㅋ

-정유현 박선우 농락하는 것 봨ㅋㅋㅋㅋㅋㅋ

┕박선우 조련사냐곸ㅋㅋㅋㅋㅋㅋ

-저 둘 조합 너무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른발이 먼저라니까?”

“넌 왼쪽, 오른쪽 구분도 못 하냐?”

“아, 왼발이었네?”

“오른발이다, 바보야.”

“이 형이 장난하나?”

-선우 어이없어하는 것 봨ㅋㅋㅋㅋㅋㅋ

┕둘다 꼭 데뷔하자ㅠㅠㅠㅠ

┕정박즈가 있어야 그룹이 제대로 굴러갈 듯

“방금 애들 넘어질 뻔했던 거지?”

“큰일 날 뻔했네.”

“위험하게 저런 거 왜 하냐?”

“조금 전까지 귀엽다고 했으면서.”

문스트럭의 말에 K는 머쓱한 듯 맥주를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다음 경기 종목이 나오고, 문스트럭은 자신이 잘못 본 건가 재차 확인했다.

[밀가루 속 사탕 먹기]

“이걸 한다고?”

“왜?”

“입으로 사탕 먹기 하나 본데?”

“사탕은 원래 입으로 먹, 미쳤네.”

코끼리 코를 돌고 손은 쓰지 않고 밀가루 그릇에서 사탕을 먹는 고전적인 게임이었다. 잘한다면 팬들의 니즈를 충족할 만한 장면이 나오겠지만, 자칫 호흡 조절을 잘못하면 흑역사를 만들기 제격인 게임이었다.

몽환 팀은 문승빈, 섹시 팀은 윤빈, 힙합 팀은 강도현이 대표로 나왔다. 휘슬 소리와 함께 단체로 코끼리 코를 돌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연습생이 속출했다.

-애들 토하겠다ㅠㅠㅠㅠ

-갓 태어난 기린들 같아ㅠㅠㅠㅠ

“승빈이 어떡해? 너무 귀여워.”

“갓 태어난 기린 같다.”

“그래서 귀여운 거라면?”

다들 일직선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엉망진창이었다. 특히 문승빈은 태연한 얼굴이었지만 팔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그릇이 담긴 테이블에 도착하기도 전에 서로 꼬이고, 부딪히고, 혼자 넘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겨우 먼저 도착한 윤빈이 밀가루 속 사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엣취!”

[밀가루 범벅이 되어 버린 윤빈 연습생]

-앜ㅋㅋㅋㅋ

-도현이 어떻게 해ㅠㅠ큐ㅠㅠㅠㅠㅋ큐ㅠ큐큐ㅠ

문승빈도 겨우 걸어와서 사탕을 찾기 시작했다. 사탕을 물고 고개를 드는데, 문스트럭은 숨이 턱 막혔다. 코끝에만 밀가루가 살짝 묻어서 영락없는 눈 위의 강아지였다.

“아, 미친!”

-승빈이 완전 포메...

-어떻게 콧망울에만 밀가루가 묻을 수 있는거냨ㅋㅋㅋㅋㅋㅋ

-완전 시골 갱얼쥐 아니냐고ㅠㅠㅠㅠㅠㅠㅠ

-사탕 오물거리는 것까지 강아지 아닐 리가 X

-왜 이렇게 빨리 넘김? 다른 애들은 슬로우까지 걸어주면서;;

┕백날 승빈이 분량 잘라봐라! 나노 단위로 덕질할거니까.

[1위로 들어오는 문승빈 연습생]

“승빈이 완전 꼬질해, 너무 귀엽다.”

“A 옆에 있었으면 화병 났겠다, 도현이 완전 밀가루 범벅이네.”

“그리고 중간에 크게 넘어졌었잖아.”

아니나 다를까 A로부터 분노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씨넷 죽이러 간다 ㅅㅂ 제작진들 유병장수 하소서]

최종 우승 팀이 섹시 팀이었다는 것을 끝으로 체육 대회 분량이 끝났다. 다시 이어진 순위 발표식에도 문스트럭과 K를 놀라게 할 소식이 많았고, 윤빈이 9위로 호명된 게 그 시작이었다.

“9등?”

“진짜야?”

“오류 아님?”

“미친, 아…….”

윤빈의 순위 하락에 게시판은 잠시 마비가 되었다. 주요 사이트의 검색어에 윤빈이 급상승 키워드로 올라왔다.

-미친놈들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등이라고?

-잘못 나온 거 아니고 진짜?

-이건 주작이지;;;

-아무리 견제받았다고 해도 이 정도 하락이 말이 되냐?

┕ㅇㅇ이건 윤빈 코어 문제이기도 함.

┕2차 순위가 이상했던 거짘ㅋㅋㅋㅋ

-윤빈 거품 다 빠졌넼ㅋㅋㅋㅋㅋ

┕이제 써방명 버블로 해도 될 듯?

┕아 ㅈㄴ구려;;

-그럼 누가 새롭게 데뷔권 들어가는 거네?

┕선우 들어갈 때 되지 않았음?

┕뭐래;; 8위가 병대나 선우겠짘ㅋㅋㅋ

┕병대 데뷔권 가능성 있지 않음?

┕ㅇㅇVM즈 미는 사람들 ㅈㄴ많아졌잖아.

-투표 이따위로 하니까 좋냐고ㅡㅡ

“8위 연습생은 섹시 콘셉에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 준 연습생입니다.”

“박선우인가?”

“선우인가 보네.”

하지만 충격적인 순위는 윤빈으로 끝이 아니었다.

“8위, 정유현 연습생.”

“뭐야?”

“정유현?”

“오늘 왜 이래?”

-?

-???

-이거 깜짝카메라냐? 이규경 아저씨 왜 안 나와...?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유현잌ㅋㅋㅋㅋㅋ8위란닼ㅋㅋㅋㅋㅋㅋㅋ

-데뷔조 어떻게 되는거임?

-윤빈도 정유현도 없이 데뷔시킨다고? 제정신이냐?

┕응 박선우 김병대 들어가고 최고네ㅇㅇ

-박선우, 김병대 들어가고 다른 한 명은 누구냐?

┕감전좌 데뷔조 입성하는거냐?ㅋㅋㅋㅋㅋㅋㅋ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감전좌는 딱 여기까지가 좋은거임

┕ㅇㅇ 박수칠 때 떠나야지;;

“투표해 주신 모든 팔로워님들 감사합니다. 파이널 무대, 전력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정유현 소감 중에 제일 짧지 않냐?”

“투마월 시작하고 제일 생각 많아 보임.”

“그래도 지운이랑 승빈이 데뷔 조에는 남았네.”

“모르는 일이지…….”

“에이, 설마 떨어졌겠냐.”

7위는 박선우였다. 연습생들도 인정한 투마월 인싸인 만큼 두루두루 관계성을 가지고 있어서 투픽 투표에서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었을 거였다.

“우선 투표해 주신 모든 팔로워님들 감사합니다. 사실 지난 순발식 때 패기 있게 데뷔하겠다고 말했지만, 정말 데뷔 조에 불리니까 기분이 이상하네요?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늘 아낌없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경연 준비하느라 고생한 우리 섹시 팀 멤버들! 너무 고마워. 오늘 이 순위에 만족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우ㅊㅊ

-박선우도 서사 미쳤네... 순위 하락 한번 없이 드디어 데뷔조 들어왔어;;

┕이제 데뷔까지 하면 드라마 써도 되겠음.

* * *

9위 윤빈, 8위 정유현으로 충격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6위로 이성재가 호명되면서 문스트럭은 맥주를 뿜었다. 옆자리 K도 들고 있던 치킨 다리를 떨어뜨렸다.

-????????

-?

-이거 꿈이냐?

-미친 성재야!!!!!!!!!!!!

-정신 나간 것들아 투표가 장난이냐?

-데뷔 전에 군대를 먼저 가겠어요;;

-응 탈주하면 그만이야

-ㅅㅂ견제표도 정도가 있지

-다들 감전좌한테 왜 그럼?ㅜㅠㅠ

┕성재가 무슨 잘못이라고 욕을 먹음? 지들이 투표해놓고;;

-데뷔조 망했네ㅎ

┕성재 들어가서 유잼 그룹 되면 윈윈 아님?

┕웃겨서 좋아할 거면 개그맨 덕질 하지, 어디 아프냐?

┕내가 쟤 개그캐로라도 소비하면 안 된다고 했지?

-이중성 오지네;; 내 새끼는 그냥 웃음거리로 소비하고 팽할 생각인 거였다는거잖아.

┕이성재씨 당신이 있을 곳은 군대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생방날 성재 투표해야짘ㅋㅋㅋㅋ

┕ㅇㅇ상위권 팬들이 나서서 저러니까 더 성재 뽑고 싶어짐

┕뽑놓튀하는 ㅅㄲ들아 이성재 포카 나오면 꼭 교환해줘야 한다. ㅅㅂ

“미쳤네…….”

“야, 나 찐으로 걱정된다.”

“나도 가늠이 안 간다.”

이성재가 6위가 됐다면 승빈이나 지운이를 18위 후보에서 보는 것도 아예 말이 안 되는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방송을 보는 동안 자세가 점점 공손해지더니, 종전에는 무릎을 꿇기까지 했다.

다행히 5위로 문승빈이 호명되면서 문스트럭은 한시름 놓았다.

“아, 진짜 뒤지는 줄-”

“근데 승빈이도 견제 엄청 당했나 보네, 베네핏이 2개인데도 5위인 거 보면.”

“아씨, 맞네. 윤 피디 개XX.”

-베네핏 빼면 몇 등이야?

-그거 빼면 8위ㅇㅇ

┕ㅁㅊ...

┕데뷔조 못 들어갈 뻔했네?

┕우리 진짜 정신 바짝 차려야 함ㅠㅠㅠㅠ

-악편만 아니었으면 백퍼 1위였는데 ㅅㅂ...

-하차설까지 이번에 악재가 겹쳤음ㅠㅠ

-승빈이 와중에 씩씩해ㅜㅠㅜㅠㅠ

┕완전 용맹 강쥐임.

┕승빈이는 항상 잘해... 우리만 잘하면 됨.

“와, 그럼 김병대 최소 4위라는 거네?”

“VM즈 때문에 엄청 덕 봤네.”

“4위, 김병대 연습생!”

-아싸 VM즈!!

-VM즈 절대 데뷔해

-병대야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병대 진가를 알아주네.

┕강도현 버스 탔으면서 진가는 무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려진 밥상 잘 챙겨 먹는 것도 능력임^^

3위로 박재봉이 불리고, 차지운과 강도현이 1위 후보가 되었다. 박재봉은 2차 순발식과 비교하면 확연히 밝아진 모습이었다.

“이번 순위는 단순히 순위가 올랐기 때문이 아니라, 제가 조금 더 저를 믿고, 팔로워님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기뻐요.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그런 모습조차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무대로 보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봉아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재봉이 소중해ㅠㅠㅠㅠ

-아강이 언제 이렇게 의젓해진거냐ㅠㅠ

-대박 차지운 1위 후보 무슨 일이야;;

-동정표 지랄하던 애들 할 말 없겠넼ㅋㅋㅋㅋㅋㅋ

옆자리에 있던 K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예전과 같다면 종이비행기 시세부터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지운의 데뷔 조 진입이 단순한 동정표가 아님을 확인받았다는 안도감이 컸다. 물론 지금도 시세를 간 보고 있긴 하다.

“X발, 지운이가 너무 자랑스러워.”

“진심 1위 후보까지 될 줄은 몰랐어.”

“나 지금 손 떨리는 거 보이냐고-”

문스트럭은 종이비행기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 친구를 보며 사람 인생은 모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운이 1등 할 수 있을까?”

“전체 베네핏을 강도현이 받아서 막상막하겠다.”

“1위는 VM 엔터테인먼트, 강도현 연습생입니다!”

-도현이 ㅊㅊ

-역시 도현이는 1등이 제일 잘 어울려

-지운아 2등 축하해ㅠㅠㅠㅠㅠㅠ

-지운이 아쉽네ㅠㅠㅠ

-베네핏 빼도 압도적이네;;

-강도현 억까들 배아파서 우째ㅠㅠㅠ

┕ㅋㅋㅋㅋㅋ지금쯤 올린 게시글들 지우느라 바쁠 듯?ㅋㅋㅋㅋㅋㅋㅋ

-차지운 동정표빨 이나었네;;

-베네핏 빼도 2위였네.

“강도현 연습생, 1위를 되찾았네요. 소감 한마디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팔로워님들! 연습생 강도현입니다. 먼저 이렇게 1위라는 높은 등수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무대 준비하느라 고생한 힙합 팀 멤버들! 덕분에 최고의 무대 만들 수 있었어. 고마워. 파이널 무대 때도 최고의 무대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차지운 연습생, 아쉽지만 2등을 차지했습니다. 소감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팔로워님들. 개인 차지운 연습생입니다. 우선 투표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같이 무대 준비하느라 고생한 우리 몽환 팀 멤버들, 너무 고마워. 음, 사실 아직 실감이 안 됩니다. 이렇게 높은 등수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 스스로 의심스럽기도 하고요.”

K는 마시던 맥주를 내려놓고 외쳤다.

“네가! 2등이 아니면 누가! 2등을 하니! 지운아!”

“아, 깜짝이야-”

잠시 마이크를 떼고 생각을 정리하던 차지운이 말을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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