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68화 (68/346)

68화

영상이 풀린 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여론이 뒤집혔다. 문승빈 팬들이 해당 영상을 온갖 SNS 및 커뮤니티에 퍼트린 거다. 특히 문스트럭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두 번째 영상과 관련해서 게시글을 만들었다. 문승빈이 어떻게 다른 멤버가 재킷 벗는 걸 도와주게 되었는지 모든 과정이 담겨 있었다.

[흔한 연습생의 방송사고 대처능력.gif]

투마월 3차 경연에서 ‘몽환’ 컨셉을 했던 ‘로즈’ 팀.

방송사고가 난 걸 방송 보던 시청자들도, 심지어 현장에 갔던 팔로워들도 몰랐는데

박재봉 홈마가 푼 영상으로 처음 밝혀짐ㅋㅋㅋㅋ

아무도 모르고 넘어갈 뻔했던 게 제일 레전드.

(1) 단체로 재킷을 벗는 안무.

그런데 잘 보면 왼쪽에 김수환 연습생만 옷이 벗겨지다 말았음. 아마 마이크팩에 옷이 걸렸던 거 같음ㅠㅠ

(연습생들의 개인 직캠 캡쳐본)

(2) 제일 멀리 있는데 그걸 발견한 문승빈.

이게 제일 신기함. 바로 옆도 아니고 떨어져 있는데 저걸 어떻게 본거지ㄷㄷ

(문승빈이 재킷 쳐다보는 장면 클로즈업한 움짤 - 출처: @Rabbit_Dream)

(3) 안무하는 것처럼 걸어와서 재킷 벗겨 줌.

난 처음에 이게 원래 안무인 줄 알았음ㅇㅇ 근데 옆에 차지운이랑 비교해보면 동작이 다름

(차지운 안무 움짤)(문승빈 안무 움짤)

(4) 자연스럽게 재킷 어깨에 걸치면서 노래 부르는 장면.

(10화 방송에 나온 문승빈 파트 움짤)

이거는 방송에 문승빈 원샷이 잡혀서 다들 봤을 거임. 어깨에 재킷 걸치는 거 섹시하다고 반응 좀 있었던 거 같은데, 알고 보니 이거 문승빈 자켓이 아니라 김수환 거임ㅋㅋㅋㅋ

(이미 저 멀리 던져놓은 문승빈 재킷.JPG)

(5) 김수환한테 찡긋 윙크하는 장면.

이게 내 기준 제일 하이라이트임. 방송에는 안 잡혔는데, 김수환 개인직캠 보면 놀라서 표정 완전 굳은 게 잘 보임. (김수환 직캠 캡처본)

근데 문승빈이 자기 파트 끝나고 바로 김수환 보고 윙크하는 거ㅠㅠㅠㅠㅠ

(문승빈이 윙크하는 움짤 - 출처: @Rabbit_Dream)

수환이도 저거 보고 나서야 표정 풀리는데 졸귀ㅠㅠㅠ

문승빈 진짜 센스 미쳤냐고ㅠㅠㅠㅠㅠㅠ 개발리는 건 이 모든 게 무대 중에 이뤄진 거라는 거ㅠㅠㅠㅠ

덕분에 무사히 ‘기다릴게’ 무대완료.

‘로즈’ 팀의 개인 직캠 및 방송 장면을 몇 번씩 돌려 보면서 모두 그녀가 직접 만들어 낸 움짤들이었다. 박재봉 홈마의 영상으로 반응이 좋아지고 있지만, 그거로는 부족했다. 어차피 까 대던 사람들은 자기가 욕했던 게 사실은 악편이었다는 걸 인정하지도 않을 거고, 오히려 반발 심리로 다른 거까지 끌어와서 욕할 게 뻔했다.

과열된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옮겨야 했기에, 그녀가 선택한 게 바로 문승빈의 방송 사고 대처 능력이었다. 게시글을 완성하고 바로 승빈이 팬들이 속한 오픈 채팅방에 게시글 링크를 올렸다.

이제부터는 화력 싸움이었다. 그동안 올라온 문승빈 비난 글을 다 덮을 만큼의 화력이 필요했고, 벼르고 있던 승빈의 팬들은 해당 게시글을 널리 널리 퍼트렸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몽환 팀 무대 및 방송 사고에 대한 글들을 계속 올렸다. 조직적으로 몰려가서 한 사이트씩 분위기를 환기하는 작전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작전은 제대로 먹혔다. 원래도 대다수의 멀쩡한 시청자들은 10화 방송을 보고 씨넷이 또 씨넷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동안 잠잠한가 했더니 윤 피디가 너무 대놓고 악편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주류였다. 하지만 악플러들이 반복적으로 게시글을 올리고, 그동안의 문승빈 분량도 조작하면서 이때부터 알아봤다는 둥 원래 저런 앤데 이제야 본성이 드러났다는 둥 여론을 모니까 진짜 그런가? 의심하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결국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반복적이고 지속된 문승빈 욕하기에 피로감을 느꼈던 시청자들에게는 이게 더 재밌는 이슈였다. 그래서 몽환 팀의 무대를 나노 단위로 분석하면서 문승빈이 저걸 어떻게 자연스럽게 해결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다음에 바로 자기 파트로 자연스럽게 이어 가는지를 찾아내는 게 소소한 유행이 되었다.

-이쯤 되면 승빈이 투마월을 위해 VM을 나온게 아니라, 육아하려고 VM 나온거 아니냐며;;

-승빈스쿨을 넘어서 이젠 뭐라고 불러야 하냐

┕승빈유치원? 승빈월드?

┕승빈스쿨 세계관 어디까지 확장되는 거임ㅋㅋㅋㅋ

-문승빈 아이돌 2회차 아니냐고

-승빈이 MBTI 검사한 적 있어?

┕아마 아직 없을걸? 왜??

┕굳이 할 필요 없을 듯;; MBTI 분명 IDOL로 나올 걸;;

┕주접 미쳤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형, 형 이거 봤어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들리는 목소리에 눈을 뜨니, 이제 아주 제집 드나들 듯 내 자취방을 찾아오는 박재봉이었다. 벨 소리도 안 들렸는데, 아예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 것 같았다.

“너 비밀번호는 대체 어떻게 안 거야?”

“내가 알려 줬지-”

질문은 박재봉한테 던졌는데, 대답은 왜 형이 하는 건데요. 언제 왔는지 냉장고 뒤에서 나타나는 박선우. 어디서 난 건지 고양이 귀같이 생긴 비니를 쓰고 있었다.

“형이 어떻게 비밀번호를, 아-”

추궁하기도 전에 생각났다. 10화가 방영되던 날, 며칠 여기서 머물겠다는 박선우를 겨우 내보내는 대신 딜을 했다. 오늘처럼 혼자 땅굴 파고 있을지도 모르니, 비밀번호를 알려 주라는 말에 대충 불러 줬는데 그걸 진짜 외웠구나. 항상 느끼지만, 의외의 포인트에서 섬세한 형이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무슨 일인데?”

“형, 이거 영상 봤어요?”

[흔한 연습생들의 쩌는 팀워크]

박재봉이 눈앞에 들이민 핸드폰 화면에는 영상 하나가 떠 있었다.

“뭔데 이렇게 조회 수가 높아?”

“이거 봐. 도현이 형 말이 맞네.”

“뭐가 맞아?”

“형 겁나 괜찮은 척하는데, 분명 반응 같은 거 하나도 못 보고 있을 거라고 그랬거든요.”

“너네 진짜 친하긴 했나 보다. 강도현이 너를 아주 꿰뚫고 있던데.”

“강도현이?”

“그래, 백퍼 너 핸드폰 알람도 다 꺼 놨을 거라고.”

“정답입니다-”

아주 만담 듀오가 따로 없었다. 언제 가져간 건지 박재봉의 손에 내 핸드폰이 들려 있었고, 잠금 화면만 봐도 읽지 않은 알림이 잔뜩 쌓여 있었다.

“암튼 형, 이거부터 봐요.”

“맞아, 얼른 봐 봐.”

둘이서 재촉하니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그리고 눈곱도 제대로 못 뗀 상태로 플레이한 영상은 너무 완벽해서 현실감이 없었다.

“이걸 재봉이 네 팬이 올렸다고?”

레빗드림, 서바이벌 반응을 서치하다가 나도 몇 번 봤던 이름이었다. 방송 전에 우리 팀 무대 프리뷰를 올린 것도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영상까지 찍었을 줄이야.

살짝 떨리는 손으로 댓글창을 누르니, 예상 밖의 반응이 가득했다. 며칠 전 내가 봤던 살벌한 악플이 아닌, 다시 나를 앓는 댓글들로 가득했다. 물론 전부 같은 사람은 아니겠지만, 순식간에 달라진 반응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이번 사건이 내게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마 한동안은 트라우마가 남을 것만 같았다.

“어때요? 대박이죠!”

하지만 나보다 더 먼저 이걸 발견하고, 이렇게 달려와서 알려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온 세상이 나를 욕하는 순간에도 나를 믿고 싸워 주는 팬들도 있었다. 한 번 생긴 상처가 바로 아물지는 않을 테지만, 내게는 그걸 뛰어넘을 훌륭한 치료제들이 가득했다.

10화가 방영된 후 처음으로, 진짜 웃음이 나왔다.

* * *

여론이 확실히 좀 나아지자 문승빈 팬덤은 2차로 악편을 해명하는 게시글을 퍼트렸다. [흔한 서바이벌의 악편 수준.zip]이라는 제목의 해명 글은 앞선 ‘흔한’ 시리즈의 후광 효과를 입어 온갖 사이트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우선 문승빈이 차지운과 박재봉만 도와주는 것 같던 장면은 뒤에 보이는 시계에서 답을 찾았다. 확대해 보니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이 새벽 3시였던 거다. 세 명의 의상에 변화가 없는 걸 보면, 팀 재조정 후 새벽까지 연습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즉, 문승빈이 두 연습생을 도와주는 건 주어진 단체 연습 시간이 아닌, 새벽까지 따로 남아서 알려 준 거였다는 게 밝혀졌다.

-와 미친... 난 당연히 단체연습시간에 둘만 봐준 줄;;

-편집을 무슨 이따위로 했대?

-사람 하나 보내는 거 참 쉽다ㅠ

-욕했던 사람들은 꼭 이런 글은 안보지ㅎ....

-승빈이 잠도 못자고 도와준거야??ㅠㅠㅠㅠ

-도와주고도 욕먹냐고 댓글 달았다가 싸불 당했는데 미친....

┕너두? 야나두! 쉴드친다고 욕한 새끼들 나와라 진심

-내가 문승빈이었으면 억울해 뒤짐ㅠㅠㅠㅠ

그리고 제일 논란이 되었던 박재봉과의 장면. 워낙 친하기로 유명했던 둘이라 믿지 않는 반응이 일반적이었지만, 그만큼 더 악플러들이 집요하게 파고든 장면이기도 했다. 1차로는 방송 당일에 박재봉 소속사가 올린 SNS 게시글이 반응을 누그러뜨렸다.

[투데이재봉]

여러분, 오늘도 투마월 본방사수 하셨나요? 오늘의 투데이재봉은 바로바로 승빈이형 집에서 실시간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형들이랑 다 같이 보니까 더 재밌더라구요. 여러분의 투마월 푸드는 뭐였나요? 저희는 뭐 먹었게요~

p.s. 승빈이 형 잠옷 빌려 입을 건데, 캐릭터 잠옷밖에 없는 거 실화인가요?

[투데이재봉]은 매주 박재봉 소속사 공식 SNS에서 투마월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올리는 정기적인 떡밥이었다. 이번 주 사진도 기대하고 있던 팔로워들에게 예상치 못한 단체 사진이 던져진 거다. 사진에 나온 박재봉, 박선우, 차지운, 강도현, 문승빈의 팬들이 전부 난리가 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일부 악플러들이 논란 생기니까 급하게 찍은 거 아니냐며 딴지를 걸기도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인원이 많았다. 방송이 끝난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올라왔다는 점도 논란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문승빈이 악편 당할 걸 미리 알고, 다 같이 모여서 사진을 찍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였기에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만 우스워졌다.

게다가 [흔한 서바이벌의 악편 수준.zip] 게시글에서는 방송에 나온 장면 중 이상한 부분 두 가지를 더 찾아냈다.

첫 번째는 박재봉의 손에 쥐어진 무언가. 문승빈이 박재봉에게 말을 걸기 전에는 펼치고 있던 박재봉의 손이 바로 이어지는 컷에서는 주먹을 쥐고 있었다. 무언가를 쥐고 있는 모양새가 분명했는데, 다시 반대쪽 카메라에 찍힌 박재봉의 눈물 장면에서는 손이 비어 있었다. 슬로우를 걸어서 만든 움짤에서는 그 위화감이 더 돋보였다. 분명 중간중간에 일부 장면이 잘린 듯 어색한 편집을 장면 전환으로 눈속임한 게 분명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스치듯 지나간 다른 연습생들의 모습. 문승빈이 박재봉을 향해 다가갈 때 주위에 앉아 있는 연습생들이 멀찍이서 살짝 잡혔는데, 촬영 중이라고는 믿기 힘든 자유분방한 모습이었다. 특히 한 연습생은 마이크 팩을 꺼내서 정리하고 있는 게 누가 봐도 쉬는 시간의 모습이었다.

-와 다들 이거 봄?? 씨넷 악편 수준 미쳤네;;

-문승빈 고작 18살인데, 미자한테 이게 뭐하는 짓임?

-애 하나를 매장시키려고 아주 작정했네

-승빈이는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인데ㅠㅠㅠㅠ

┕그니까ㅠㅠㅠ 이게 제일 안타까움ㅠㅠㅠㅠ

-아니 악편 자체도 이해가 안가지만, 어떻게 도와주는 거까지 악편을 때리냐?

-진심 인류애 상실임ㅅㅂ

지난 며칠간의 고군분투가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오직 문승빈을 믿고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마침내 그 노력이 빛을 발했다. 이슈의 중심이 씨넷의 악편으로 완전히 옮겨졌으니까.

됐다, 이제 우리만 잘하면 된다. 전례 없는 독기를 품은 문승빈 팬덤의 결집은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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