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최종적으로 차지운과 박재봉이 몽환 팀에 합류해서 연습하는데, 문승빈이 그 둘에게만 안무를 알려 주는 것처럼 나오는 거다. 마치 다른 연습생은 배제하고 인기 있는 둘만 챙기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문승빈 편애 오지네ㅋㅋㅋㅋㅋ
-리더가 저래도 되는 거임??
-다른 애들은 어디 가고 셋이서만 있어?
-거의 뭐 일대일 과외 수준으로 케어하네;;
-내가 말했지 문승빈 인기있는 애들한테만 붙는다고ㅠ
┕야 X발, 나도 말했지. 문승빈이 저 중에서 제일 인기있다고
-아니 무슨 승빈이가 들러붙는대;; 승빈이가 순위 제일 높거든요??
┕저렇게 친목질 정치질해서 올린 순위 아니시구요?ㅠ
-그냥 둘이 나중에 합류해서 알려주는 거 아님?
┕그니까;; 분위기 왜 이래ㅋㅋㅋㅋ
-아니 승빈스쿨 승빈스쿨 하니까 애가 가르쳐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네;;
┕진심ㅋㅋㅋㅋ 안 가르쳐준다고 애 패고 있는 거임??
┕이래서 그냥 지 할것만 챙겨야해ㅠ 승빈이는 도와주고도 욕먹네ㅋㅋㅋ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바로 그다음 장면이었다.
”뭔가 임팩트가 부족했어요.“
”재봉 연습생 노래도 춤도 웬만큼 잘하는 거 같았는데 저도 이 말에 동의해요. 딱 무대에서 터져야 하는 부분인데 아쉬웠어요.“
몽환 팀의 중간 평가에서 박재봉이 아쉬운 평가를 받았고, 다른 연습생이 킬링 파트를 해 보겠냐는 제안에 문승빈이 나서는 장면이 나왔다. 점점 어두워지는 박재봉의 모습과 자신 있게 킬링 파트를 부르는 문승빈이 한 화면에 잡히면서 둘의 상황을 더욱 대조하고 있었다.
중간 평가가 끝나자 다들 굳은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승빈이 박재봉에게 뭐라고 속삭이더니, 갑자기 박재봉이 앞에 앉은 연습생 뒤로 몸을 숙이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이뤄지는 카메라 전환.
반대쪽 카메라에서는 박재봉의 얼굴이 살짝 보였는데, 눈가에 맺힌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애써 숨기려는 듯 다급하게 눈가를 훔치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뭐야 재봉이 울어???
-ㅁㅊ 울애기 왜 울어ㅠㅠㅠㅠㅠㅠ
-설마 문승빈이 꼽준거임???
-와씨 저거 반대쪽 카메라 없으면 잡히지도 않았을 거잖아;;
-아니 실수를 했어도 그렇지 왜 애를 울려?
-나 박재봉 저러는 거 처음 봐ㅠㅠㅠ
┕그니까ㅠ 멘탈 강한줄 알았더니 애는 애다ㅠㅠㅠ
-촬영하는 와중에도 저럴 정도면 평소에는 애를 얼마나 잡는 거임??
┕안그래도 킬링파트 욕심내더니만;;
-근데 솔직히 박재봉이 ㅈㄴ 못하긴 함
┕못한다고 애를 울려?
-재봉이 표정 봐ㅠㅠㅠ 저거 완전 멘탈 털린 거 같은데ㅠㅠㅠ
┕진심ㅠㅠㅠ 분명 지금까지 당한게 쌓여서 터진 듯ㅠㅠㅠ
-아니 여기 반응 왜이래;; 아까는 박재봉이랑 차지운만 편애한다며ㅋㅋㅋㅋㅋㅋ
┕ㅇㄱㄹㅇ 존X 다들 줏대가 없어 줏대가
┕보인다 윤피디 신나할게 벌써 보여 ㅅㅂ
이어지는 장면은 박재봉이 팬들의 메시지를 읽고 울컥하는 모습이었다.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부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거다. 게시판이 일순간 접속이 안 될 정도로 격렬한 반응이었다.
-재봉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입덕부정기 끝났다. 내 원픽 재봉이다 이제ㅠㅠㅠㅠ
-재봉아 너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아ㅠㅠㅠㅠ
-울애기 따뜻한 차라도 주세여ㅠㅠㅠ
윤 피디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지, 문승빈도 팬들의 메시지를 읽고 감동받아 하는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이미 분위기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었다.
-가식 오지네ㅋㅋㅋㅋㅋ
-저 정도면 이중인격인 거 아니냐고ㅠ
-쟤는 저기서도 연기하고 있는 거임??
”아니, 이 새끼들이 진짜.“
”야야, 진정해.“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저걸 보고 가식이라고?“
마침내 폭발한 문스트럭이었다. 사실 그 성격에 꽤 오래 참는다 싶은 K였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갈 뻔했지만, 아직 무대가 남아 있기에 겨우 심호흡하고 앉았다. 그리고 고진감래 끝에 나온 몽환 팀의 ‘기다릴게’ 무대는 상상 그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앞선 다른 무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퀄리티였다.
하지만 무대에 대한 감상에 빠지기도 전에, 쎄한 편집은 계속됐다. 무대를 마친 연습생들이 마지막 소감 및 투표를 부탁하는 장면에서도 문승빈만 얘기하는 것처럼 편집이 된 거다. 심지어 다른 연습생이 마이크를 들려다가 내려놓는 장면을 반복해서 클로즈업하기까지 했다. 마치 말을 하려다가도 문승빈 때문에 그만두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니 저 팀은 문승빈과 아이들이래?
-마이크를 놓지를 않네;;
-아무리 리더라고 해도 그렇지, 오바 아님??
-우리 애 목소리를 잊겠어요,,,,,
-윤승철이 문씨한테만 물어본 것도 아닌데 왜 지만 답하는 거야??
-현장에서 다른 애들도 다 얘기했는데 편집 왜 이럼;;
┕쉴드 ㄴㄴ 문승빈만 말하고 있는데 뭔;;
┕쉴드 같은 소리하네ㅎ 컨셉 설명이며 소감이며 다른 애들이 말한 건 다 짤렸구만.
-문승빈 피디픽 아님?
┕피디픽이라기에는 오늘 편집이,,,,
┕이정도면 윤피디랑 싸운 수준 같은데?
-아니 오늘 편집 왜이래?? 나만 겁나 뚝뚝 끊기는 거 같음?
┕문승빈 보낼라고 다 가져다붙인 듯
┕네 다음 쉴드ㅇㅅㅇ
“뭐냐? 지금 이게 뭐지?”
“승빈이 윤 피디한테 뭐 잘못했대?”
“네가 봐도 이상하지? 나만 그런 거 아니지?”
“오늘 완전 승빈이한테 악편 몰빵 수준이었는데?”
“그니까. 무대 보느라 잠깐 정신 놨는데, 생각해 보니까 미쳤네, 진짜.”
몽환 팀 분량이 모두 끝났지만, 실시간 게시판은 여전히 불타고 있었다.
-문승빈 본성 드러나네ㄷㄷ
-성격 무슨 일이야;; 원래 저런 애였음???
-역시 급해지니까 본성이 나오네. 인성 무슨 일이야?
-오늘 승빈이 악편 오지네 ㅅㅂ
┕악편은 무슨;; 정신승리 오지네
┕쉴드 ㄴㄴ해
-저게 악편이 아니면 뭐가 악편임?
-윤피디 오늘 작정했네;;
-칭-칭 거리는 편집 칼소리를 하도 들어서 귀아플지경임
-악편이 아니라 문승빈 인성인 거지.
┕ㅇㄱㄹㅇ 뭐만 하면 죄다 악편이래ㅠ
-아니 재봉이랑은 친한 거 아니었어??
┕그니까ㅠ 나 지금 ㅈㄴ 당황스러움;;
┕같이 전광판도 보러갔는데 친한거 맞지 뭐
-악편도 적당히 했으면 믿었을텐데, 박재봉이랑은 에바지
┕나도 그거 보고 악편이구나 함.
-윤피디 악편 실력 어디 안가네
-아니 투마월 악편 쩌는거 다들 알고보는 거 아니었음? 왜 문승빈한테만 진지함?
┕견제 오져서 그래;; 승빈이가 너무 확신의 데뷔조니까
-근데 저게 뭐가 문제임?? 문승빈이 다 하드캐리한거 맞잖아;;
┕조별과제 버스 태워줬는데 혼자만 다 말한다고 ㅈㄹ하는 거?ㅠ
스크롤을 내리고 내려도 끝이 없었다.
“뭐야, 도현이 벌써 나옴?”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A가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도 문스트럭과 K 모두 인기척을 못 느낄 정도였다.
“야, 타이밍 대박. 이제 막 시작했다.”
“다행이다. 진심 존X 뛰어서 택시 잡았잖아.”
“물이라도 좀 가져다줄까?”
“그래 주면 땡큐지, 근데 얘 왜 이래?”
“말도 마라, 앞에 승빈이 악편 장난 아니었음.”
“문승빈이? 악편을?”
“어, 그 윤 피디 특유의 칼 소리 편집 알지?”
“미친, 알다마다. 시즌 1에 쟤랑 내 원픽도 제대로 당해서 결국 데뷔 못 했잖아.”
“그거랑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었음. 오늘 승빈이 분량이 전부 악편이었어.”
“미친.”
K가 간단히 상황 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정신 못 차리고 있는 문스트럭이었다. 투마월 시즌 1의 악몽이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나 잠깐 좀 나갔다 올게.”
“어디 가게?”
“한 대 피우고 와야겠어. 정신이 안 든다.”
“너 끊은 지 좀 됐잖아.”
“씨넷 새끼들이 기어코 금연을 방해하네.”
“밖에 싸늘해. 겉옷 챙겨라.”
”오케이, 필요한 거 있으면 메시지 보내 놔.”
차마 말릴 수도 없을 만큼 다운된 모습에 걱정이 됐지만, 당장 눈앞에서 도현이가 움직이고 있었다. 미안하다, 친구야. A는 일단 티비 앞에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 * *
“앞에 악편이 있었다고? 오늘 편집 세상 순한 맛인데?”
“그러게, 이게 뭐야 진짜?”
K는 담배 피우러 나간 문스트럭을 말리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남아서 이걸 보고 있었다면, 아마 주변에 있던 뭐 하나라도 부쉈을 게 분명했다.
이어진 힙합 팀의 분량은 전례 없이 순한 맛의 편집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대부분의 분량이 강도현과 김병대 위주라 둘의 관계성이 두드러졌다. 강도현이 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김병대를 도와주고, 그 장면 다음으로 김병대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도현이 형은 제 정신적 지주예요.”
“저에게는 우상 같던 형이라 같은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곡으로 함께할 수 있다니 너무 행복하네요.”
[김병대 (17, 강도현 껌딱지)]
뿅뿅거리는 귀여운 효과음과 더불어 이런 자막까지 달리니, 둘의 조합을 바라던 사람들은 거의 축제 수준이었다.
“병대 너무 귀엽다. 도현이 졸졸 따라다니는 거 봐.”
-뭐임? 씨넷 뷔엠한테 돈 받음?
┕뭔소리임;;
-앞에서 칼소리 오지게 나더니 여긴 완전 천편이네;;
-뷔엠즈 케미 미쳤다고ㅠㅠㅠㅠ
┕뷔엠즈 절대 데뷔해ㅠㅠㅠ
-도현이랑 병대 손잡고 투마월 탈주하자ㅠㅠㅠ
┕22 그냥 뷔엠 가서 데뷔하자ㅠㅠㅠㅠ
-아니 이렇게 애틋한 애들을 이제야 보여준다고??
-병대 도현이 앞에서는 완전 애기네ㅠㅠ
특히나 강도현의 리더십이 돋보였다. 힙합이라는 컨셉의 특성상 랩 파트 가사는 연습생들이 직접 짜야 했는데, 거의 뭐 도현 스쿨 수준이었다.
-승빈스쿨의 시대는 갔다, 이제 도현스쿨의 시대다.
-도현스쿨 진짜 강의력 오진다ㄷㄷ
-외모만 보고 뽑은 선생님이 실력까지 좋으시다니..... ㄱㅇㄷ.....
-그렇지ㅠ 힙합이면 직접 랩메이킹 해야지ㅠㅠㅠ
-리더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읍읍
-앞뒤로 나오니까 더 비교되기는 하네;;
-아니 난 앞에 뭐가 문제인가 했는데, 확실히 다른 팀이랑 다르네....
-더 순위 높은 도현이도 이렇게 하는데,,,
-둘이 동갑 아님?? 어려서 그렇다던 인간들 어디갔냐
┕그니까ㅋㅋㅋㅋㅋㅋㅋ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인성 문제지ㅎ
비난의 수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그나마 힙합 팀의 무대가 시작되면서 조금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마 이 무대를 보고는 가만있지 못하실걸요?”
“반전 매력을 보여 줄 힙합 팀의 무대, 지금 시작합니다.”
프로젝트에 치어 이번에는 방청 신청도 못 해 본 A는 피눈물을 흘렸다. 회사를 때려치우고라도 갔어야만 했다.
“미쳤다.”
무대의 스타트를 끊은 건 역시나 강도현이었다. 그것도 넥타이를 풀어 헤친 교복을 입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