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64화 (64/346)

64화

1, 2차 경연보다 평균적인 무대의 퀄 자체가 좋아져서인지 아니면 관심도가 말도 안 되게 높아져서인지. 이유가 뭐가 됐건 3차 경연은 경연 당일부터 온갖 스포가 난무했다. 씨넷은 모든 방청객에게 스포를 금지하고, 스포할 경우 엄청난 배상을 하게 된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게 했으나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익명으로 올리는데 누가 누군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투마월 3차 경연 방청 후기 ㅅㅍㅈㅇ]

다 필요 없고 윤빉이 섹시컨셉 씹어드심;;

대체 얘 언제 미자탈출하냐,,,,,

다른 말 안한다. 얘네 전신레자 입었다.......

-레자요??? 그것도 전신이요???????

-가죽 아니고 레자 맞지??ㅁㅊ

┕가죽이 레자 아님??

┕ ㄴㄴ다름. 레자는 레자야

┕아 ㅈㄴ말도 안되는 말인데 맞는말임ㅋㅋㅋㅋㅋㅋㅋ

-가죽의상 중에서도 그 남돌만 입는 레자의상이 있어. 이건 보면 딱 알아ㅠ

┕(레자의상 사진) 이런 거라는 거지?? 돌았네ㅠㅠㅠ

-윤빉이가 미자인거 아직도 안 믿김;;

┕222 저 얼굴이 어떻게.,....

┕333 저 몸이 어떻게....

-울빉이 면허도 있는데 걍 성인 시켜주자ㅠ

┕?? 미잔데 어떻게 면허가 있어??

┕얘 미국살다 왔잖아. 이미 몇 년 전에 땄다 그러더라ㅠ

[케이팝의 미래는 VM이다 ㅅㅍㅈㅇ]

병댸랑 도혅이 조합 돌았음;;

걍 얘네는 투마월 탈주하고 VM에서 데뷔하는 게 나을 듯ㅠㅠㅠㅠ

와꾸합이랑 실력 다 미침ㅠ

-미친 도혅이랑 병댸 그대로 같은 팀 하는구나ㅠㅠㅠㅠㅠㅠㅠ

-븨엠이 근본이다ㅠㅠㅠㅠㅠㅠㅠ

-나 얘네 조합 ㅈㄴ 사랑하잖아ㅠㅠㅠ

-아니 지금까지 얘네 왤케 떼어놓은 거냐고;;

[몽환팀 컨셉 걍 또라이임;; ㅅㅍㅈㅇ]

나 진짜 다른거 하나도 기억안남

몽환팀 컨셉 로ㅁㅇ+뱀ㅍㅇㅇ임;;;

어떻게 이 두 개를 섞을 생각을 하지???

진심 누구 아이디어임???????????

이거 방송타는 순간 쟤봉이랑 승빉, 지욵이 데뷔한다 진심;;

-뱀ㅍㅇㅇ는 뭔지 알겠는데 로ㅁㅇ가 뭐임??

┕비극적 사랑 그거있잖아

┕로ㅁㅇ와 줄ㄹㅇ?

┕ㅇㅇ 봤으면 펑해주라

-두개를 섞은 컨셉이라고??

-저 두 개가 섞일 수 있는 거임?? 몽환도???

-구씹 꺼져;;

-걍 지가 보고싶은 거 두개 써놓은거 아님?ㅡㅡ

-(손목띠 인증사진) 구씹 ㅇㅈㄹ;; 못믿겠으면 지가 꺼지시던가;;

┕헐 미친 찐임??? 나 기대한다 진짜??

-뱀xxx 컨셉이면 설마 애들 렌즈꼈냐......

┕ㅇㅇ 지욵이가 특히 미쳤음;; 걍 사람아님;;

-10화 방영까지 여기 자리깔고 눕습니다

┕저도여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방청을 갔다 온 사람과 관심받으려고 주작하는 사람들의 후기가 난무하면서 방청객 수를 훌쩍 뛰어넘는 숫자의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주작을 씹어 먹을 진짜가 나타났다.

[20XXXX 박재봉 프리뷰] @Rabbit_Dream

‘로즈’ 팀의 ‘기다릴게’ 무대

(영상)

박재봉의 홈마스터 중 한 명이 3차 경연 직캠을 올린 거다.

다들 눈을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씨넷이 스포는 못 잡아도 현장에서 카메라는 정말 살벌하게 잡았다. 입장부터 소지품 검사를 하는 건 물론, 몰래 카메라를 찍던 사람들이 곳곳에서 뽑혀 나가는 게 매 경연 발생하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직찍은 경연마다 몇 장씩 뜨긴 했어도, 지금까지 경연 현장 영상이 올라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Rabbit_Dream

-아니 대체 이거 어떻게 찍은거??

-직캠이라니 이거 실화냐;;

-홈마님 대박ㅠㅠㅠㅠㅠ

-Thx Master Nim-

-이정도면 계자 아니냐며....

-Love from India♡

-역시 레드님ㅠㅠㅠㅠㅠ 평생 재봉이해주세요ㅠㅠㅠㅠ

비록 살벌한 감시를 피하느라 흔들리고 가끔 검정 화면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유일한 직캠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30초가량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몽환 팀의 무대 컨셉과 의상을 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미친;; 뱀파이어 컨셉 찐이네ㅠㅠㅠ

-차지운 렌즈 돌았냐고ㅠㅠㅠㅠㅠㅠㅠ

-승빈아ㅠㅠㅠㅠ 은발에 버건디 미친ㅠㅠㅠㅠ

실시간 트렌드가 [뱀파이어, 버건디, 컬러 렌즈, 레빗드림] 등 관련 검색어로 도배될 정도로 실로 엄청난 파급력이었다. 그새 씨넷에서 신고를 했는지 원본 영상은 내려갔지만,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퍼진 상태였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선 레빗드림. 줄여서 ‘레드’라고 불리는 그녀는 그 누구보다 흡족했다.

‘됐다, 이 정도면 일단 관심은 충분히 받았고.’

‘다음 단계 시작해야지.’

그리고 그녀는 또 다른 게시물을 바로 올렸다.

[20XXXX 투마월 프리뷰] @Rabbit_Dream

(직캠 캡쳐본)

#윤빈 #강도현 #문승빈 #정유현 + …

이건 맛보기에 불과합니다.

박재봉 연습생에게 투표해주세요.

재봉이 순위가 오르면 전부 공개하겠습니다.

@투표링크

3차 경연에 참여한 다섯 팀 모두의 프리뷰였다. 직캠 영상을 캡처한 듯한 사진에서는 각 팀의 대략적인 의상과 컨셉이 보였기에, 다들 2차로 난리가 났다.

-아니 박재봉홈마 대체 뭐하는 사람임??

-저걸 어떻게 다 찍었대???

-나 재봉이 투표하고 온다;; 저거 내 눈으로 봐야겠어ㅠㅠㅠ

-와진짜 최고의 투표장려글이다;;

-이번 투표는 2명씩 뽑는 거잖아. 머리좋네 진짜ㄷㄷ

3차 순발식에 영향을 주는 투표는 현재 한 번 투표할 때마다 무조건 2명의 연습생을 고르는 투픽(2 PICK) 투표였기 때문에 그녀의 요구가 과한 건 아니었다. 자기 픽은 그대로 뽑고, 남는 한 자리에 재봉이를 투표해 달라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사실 레빗드림의 목적은 투표가 아니었다. 다른 연습생들이 급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줄어든 박재봉의 화제성을 높이기 위한 게 실제 목적이었다. 3차 경연을 직접 보고 온 그녀는 확신했다. 몽환 팀의 ‘기다릴게’ 무대가 방영되고 나면, 재봉이는 무조건 데뷔한다.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그녀의 레이더가 이번에도 제대로 발동한 거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목표는 오직 10화 방영 전까지 박재봉의 언급량을 높이는 거. 어차피 자신이 저렇게 글을 올려도 재봉이한테 투표할 사람은 하고, 안 할 사람은 안 할 거다. 하지만 이미 모든 팔로워들은 자신의 글과 영상을 퍼 가면서 박재봉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었다. 이걸로 충분했다. 나머지는 그녀의 아이돌, 박재봉이 알아서 해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믿었다.

-와 근데 진짜 저 홈마 찐사랑이다. 나였으면 걍 데이터 팔았음ㅇㅇ

┕ㄹㅇ 저거 다 팔면 얼마야 진심ㅠ

-재봉이 데뷔하겠다;;

┕그정도임??

┕다들 어차피 자기픽 뽑고 남는 자리 고민할텐데 나여도 걍 재봉이 뽑지

-아니 근데 어차피 무대하면 공개될 건데 왜 다들 난리임?;;

┕야 씨넷 자체직캠 구린거 1루2틀이냐고;;

┕떡밥 하나라도 소중한 거 모름?ㅠ

-특히 저 홈마 잘찍기로 유명해서 더 난리남;;

┕ㅇㅇ 1차 경연 때 윤빈 레전드짤 찍은 사람도 쟤잖아

┕설마 도포짤 이거??(사진)

┕ㅇㅇ 저거 풀고 전우치 팀 투표 ㅈㄴ 뛰었다는데;;

-야 진짜 박재봉은 천군만마가 따로 없네

┕많이도 안바란다. 제발 다음 만우절은 제새끼 한번만 찍어주시술?ㅠ

그렇게 전례 없는 모두의 기대감 속에서 10화 방영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 * *

“야, 진짜 무슨 일주일이 이렇게 안 가냐.”

“그니까, 이번 주가 역대급이었음.”

“방청도 둘 다 광탈해서 진심 쌩으로 기다렸잖아.”

“진심, 둘 다 안 된 것도 처음이다.”

“A는 언제 온대?”

“거의 다 왔다는데, 30분 안에 도착할 듯.”

야근하고 오는 A까지 셋이 함께 본방 사수를 하는 건 또 오랜만이었다. 개발자인 A는 오늘에서야 맡고 있던 프로젝트가 끝나서 겨우 합류할 수 있었다.

지난 일주일이 일 년 같았던 문스트럭과 K였다. 끝을 모르고 쏟아지던 후기와 스포의 향연이 그녀들을 더 미치게 만들었다. 뭐 하는지 아예 모르고 있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역대급 무대와 컨셉을 했다는 걸 알고 나니 기다림이 죽을 맛이었다.

“아니, 애들이 무대 찢었다며.”

“몽환 팀 순서 완전 뒤겠지?”

“아마 그럴 듯, 그나마 한 화로 끝나서 다행이지.”

“2주로 나눠서 했으면 나 진짜 기다리다 죽었을지도.”

“아니, 근데 어떻게 지운이랑 승빈이가 또 같은 팀이래?”

“그니까, 나 진짜 후기 보고 기절할 뻔.”

“팀 재조정하는 것도 나오겠지? 기대된다.”

그리고 그녀의 기대가 절망으로 바뀐 건 방송이 절반 이상 지나가고 난 후였다.

앞부분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지난주에 방송한 스페셜 방송 뒷부분과 이어져 김형석이 청량 팀에 합류하고 연습하는 장면부터 시작되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최선을 다할 겁니다.”

“여러분이 주신 기회를 제대로 잡아 볼게요.”

전체적으로 순위가 낮은 연습생들의 조합이었지만, 당차게 포부를 밝히며 무대가 시작되었다. 상큼하지만 무난한 청량 컨셉의 무대가 끝나고 이어진 섹시 컨셉은 먹던 치킨을 내려놓게 했다.

“박선우 목소리가 다 했다.”

“난 정유현 한 표, 세상 단정하게 생겨서 섹시 컨셉 잘 받는 거 봐.”

“근데 이건 진짜 윤빈을 위한 무대네.”

“그건 인정, 빈이 언제 성인 되냐고.”

문승빈과 차지운 모두 데뷔권에 들어서인지 간만에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아마 이 셋도 같이 데뷔하지 않을까, 점점 데뷔조의 윤곽이 잡히는 것 같았다.

“어? 순서가 다르네?”

“왜?”

“방청 후기에서는 섹시 다음이 힙합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맞아. 큐트 컨셉이 엔딩이었다고 했음.”

“뭐지? 근데 왜 큐트가 먼저 나오지?”

“몽환 팀이 엔딩 됐나?”

“그럴 수도 있을 듯. 반응이 넘사였다며.”

“하, 얼른 보고 싶다.”

악몽의 시작은 기존 팀을 재조정하고 차지운이 합류하는 부분부터였다. 그냥 몽환 팀 분량의 맨 처음부터라는 소리였다.

”난 1순위가 지운이 형.“

[김수환 연습생의 말을 끊는 문승빈 연습생]

“우리 팀은 지금 보컬이 더 필요해. 메인 보컬은 내가 한다고 해도, 같이 받쳐 줄 리드 보컬이 부족한데 지운이 형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차지운을 영입하지 못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문승빈은 주야장천 차지운만을 고집했다.

처음 보는 문승빈의 적극적인 어필에 문스트럭도 놀라긴 했다. 청춘예찬 팀과 유독 잘 맞고 애틋해 보이기는 했지만, 몽환 컨셉에 차지운이라? 모 아니면 도일 선택이었다. 그리고 순위가 높은 멤버와 같은 팀이 되면 표가 나뉠 수도 있어서 그녀에게도 그다지 반가운 조합은 아니었다.

-승빈이가 지운이랑 진짜 잘 맞긴 했나보다.

┕그러게ㅠㅠㅠ 청예즈 못 잃어ㅠㅠㅠㅠ

-문승빈 자신감 오지네;; 메보는 걍 지껀가봐

┕아니 이미 승빈이가 메보인데 뭔 개소리임?

┕메보가 자기 메보라고 하는게 뭐가 문제??

-우리 기찬이도 노래 잘하는데ㅎ.......

┕22 우리애가 어디서 무시당할 실력이 아닌데.....

-문승빈 저렇게 적극적인 거 처음 봐

┕차지운 떡상하니까 버스 타려고 했나보지ㅎ....

┕아니 승빈이가 순위가 더 높은데 무슨 버스 ㅇㅈㄹ....

┕버스가 올라타는 게 아니라 내려탈 수도 있는 거임?ㅋ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냥 무난한 반응이었다. 실시간 게시판은 원래도 필터링 없이 돌아가기로 유명했으니까.

이상함을 느낀 건 그다음 장면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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