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59화 (59/346)

59화

“야, 기사 뜬 거 봄?”

“무슨 기사?”

“투마월 다음 주 결방이래.”

“뭐? 미친 거 아님? 왜 갑자기?”

“무대 퀄을 위해서 30위로 합류한 애 연습해야 한다고.”

“아니, 지들이 언제 그렇게 자비로웠다고 X랄이래.”

“존X 내말이~”

30위로 누가 뽑혔는지는 안 알려 줬으면서 갑자기 결방 예고를 하는 게 정말 씨넷다웠다. 분노한 팔로워들의 반응을 보기라도 한 듯, 씨넷 홈페이지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공지가 올라왔다.

[당신이 궁금했던 ‘To My World’의 모든 것, 이번 주에 공개합니다.]

갑작스러운 투마월 결방에 깜짝 놀라셨을 모든 팔로워분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바로 투마월 스페셜 방송!

그동안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연습생들의 숨겨진 이야기.

경연은 한 주 쉬어 가지만, 연습생들과 이번 주에도 함께해요~

p.s. 30위로 합류한 연습생도 이번 주에 공개 예정입니다♡

-장난하나;;

-아니 결방이면 지난주 예고편에라도 말을 하던가;;

-얘네 백퍼 경연하고 편집할 시간 딸려서 이러는거일듯

-이정도면 유사방송 수준 아니냐고;;

-살다살다 결방공지를 기사로 보기는 또 처음이네^^

-아니 방송 어제 만들었음? 30위 저따구로 뽑는거 어제 정한거래??

-지들이 30위 뽑는 방식 바꿔놓고는 뭔 퀄리티 ㅇㅈㄹ

-3차 경연 방청신청이 왜이리 안올라오나 했다;;

┕ㄹㅇ 3차 방청객 없이 녹화하는 줄ㅎ

“사람들 다 개빡쳐 있네.”

“나 포함-”

“헐, 야 3차 경연 방청 떴다.”

“이번에는 제발 우리 둘이 같이 좀 되길.”

“진심 제발, 승빈이랑 지운이 무대 하는 거 내 눈으로 다시 보고 싶다고.”

그리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화를 내던 문스트럭과 K는 막상 방송 당일이 되자, 매주 그랬듯 투마월 푸드를 준비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방송을 기다렸다.

“야, 그래도 이번 주는 좀 맘 편히 보긴 하겠다.”

“그건 그래. 애들도 연습할 시간 늘어서 좋을 듯.”

“맞아, 쉬는 시간이라도 좀 생기길. ”

“근데 스페셜 방송에 뭐가 나오려나-”

“그냥 승빈이 분량이나 많았으면.”

기나긴 광고 끝에 스페셜 방송이 시작됐다. 방송 초반부는 공지했던 그대로 지난 방송의 비하인드 영상이었다. 가장 먼저 나온 건 연습생들의 지원 영상. 각양각색의 영상이 나왔지만, 역시나 가장 화제가 된 건 문승빈의 지원 영상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개인 연습생 문승빈입니다.]

-뭐야 승빈이 왜저렇게 꼬질해??

-다들 연습실이나 특별한 장소에서 찍었는데 승빈이 뭐얔ㅋㅋㅋㅋㅋ

-승빈이네 집인가?

┕ㅇㅇ 맞는 듯. 자취한다 그랬잖아.

┕자취하는 거 어떻게 알아??

┕1차경연 방송하는 거 샷건팀끼리 승빈이네 자취방에서 봤다 그랬음

-아니 자취방이라는 말 듣고보니까 걍 K-자취방 그 자체잖아ㅋㅋㅋㅋ

-저거 국민의자 아니냐며ㅋㅋㅋㅋ

┕우리집에도 있음

┕헐 우리집도ㅋㅋㅋㅋ

┕나는 지금 저 의자에 앉아있음ㅋㅎ

“승빈이 진짜 시골 개 같이 나옴.”

“헐, 야 지금 우리 애 보고 시골 개라 그랬냐!”

“아니, 진심 꼬질한 게 딱 시골 개야.”

“시골 개라니! 완전 시골 강아지고만!”

“아씨, ‘시골’에 빡친 게 아니라 ‘개’에 빡친 거임?”

“당연하지. 울 애기는 강쥐라고~”

“네네, 강쥐 쥔님-”

[저는… 투마월 시즌 2에 참가하기 위해 VM을 나왔습니다!]

“미친, 승빈이 지금 뭐라고 했니?”

“VM 나온 게 투마월 때문이라고?”

아니나 다를까, 게시판도 난리가 났다.

-?????????????????내가 지금 잘못 들음????????????

┕나만 들은 거 아니지?? 제대로 들은 거 맞는 거지??

-쟤 뭐라는 거니????

-서바 나오려고 VM을 나왔다고?????

-아니 투마월이 뭐라고 대형기획사를 나와ㅠㅠㅠㅠ

-어쩐지, 저런 애를 회사가 쫓아냈을 리가 없지

-나 진심 투마월 본 이후로 지금이 제일 충격임

┕감전좌보다 더?

┕이 악마야ㅑㅑㅑㅑㅑㅑㅑㅑ

-아니 승빈아ㅠㅠㅠㅠㅠㅠㅠ 그냥 VM에서 도현이랑 데뷔를 하지ㅠㅠㅠㅠ

얼마나 트래픽이 몰린 건지. 잠깐 씨넷 홈페이지가 접속이 안 될 정도로 반응이 폭발했다.

-다들 진정 좀 해봐ㅏ 게시판 터지겠음;;

-아니 지금 다들 물음표살인마냐고ㅋㅋㅋㅋㅋ

-와 근데 다시 생각해도 에바임;;

“승빈이가 투마월에 이렇게 진심일 줄이야.”

“망했다. 내 인생 X됐어.”

“갑자기?”

“문승빈 패기 쩌는 거 봐. 승빈이가 저렇게 진심으로 도전한 건데, 내가 울 애기 1등 시키고 만다.”

충격받은 팔로워들을 달래기라도 하는 듯, 연습생들의 귀여운 숙소 생활 비하인드가 이어졌다.

[정유현 연습생이 자기 침대를 잃은 이유?]

흡사 시사 프로그램처럼 편집된 이번 영상의 주인공은 정유현이었다.

하지만 화면에 나온 것은 문승빈과 박선우의 방. 그런데 그 방의 바닥에 정유현이 누워 있었다.

-?? 유현이 왜 저기 누워있어???

-쟤 정유현 맞음??

-쟤네가 원래 룸메였나??

-승빈이랑 선우는 같은 방 맞음ㅇㅇ

-유현이는 다른 방이었던거 같은데??

[그것이 알고 싶다, 그는 왜 여기 있는 걸까-]

영상이 빠르게 되감기 되고 나타난 건 2층 침대 위에서 소리 지르는 정유현의 모습이었다.

“아악!”

“뭐야, 무슨 일이야?”

“버, 버…….”

“버? 그게 뭔데?”

“벌레!”

그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면 보이는, 천장에 떡하니 붙어 있는 달갑지 않은 존재. 결코 작지 않은 크기의 벌레가 모자이크 되어 비춰졌다. 마치 고발 프로그램의 한 장면처럼.

-미쳤나봐ㅠㅠㅠㅠㅠㅠㅠ

-유현이 저러는 거 처음 봨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저 크기면 나도 소리지를듯ㅠ

-저 정도면 벌레새끼 세금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니 안그래도 애들 막 침대에서 이것저것 먹는 거 보고 불안하긴 했는데

┕ㅇㄱㄹㅇ 벌레가 나오고도 남을만함ㅠ

-불쌍한데 귀여웤ㅋㅋㅋㅋㅋㅋ

-유현이도 사람이었구나ㅋㅋㅋㅋㅋㅋ

다른 연습생이 벌레 퇴치에 성공했지만, 정유현은 도저히 그 방에서 잘 수 없다며 베개만 들고 복도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한 천사의 손길. 후광이 비치는 CG와 함께 박선우가 등장했고, 정유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우리 방 와서 자든가.”

명실상부 투마월 최대의 마당발다웠다. 그리고 정유현은 그 손을 잡았다, 마치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처럼.

[정유현 연습생, 박선우 연습생이 손 내밀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됐다, 문승빈네 방이다.”

[네? 박선우 연습생이 아니라 문승빈 연습생을 보고 간 건가요?]

“네, 아마 여기서 저 다음으로 깨끗할 사람일 거 같아서요.”

-아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우 방송보고 배신감 느낄 듯ㅋㅋㅋㅋㅋㅋㅋㅋ

-상상도 못한 답변이다 진심ㅋㅋㅋㅋㅋㅋ

-정유현 웃수저였넼ㅋㅋㅋ

-아니 진심 유현이는 세상 진지한게 제일 웃기다고ㅠ

“아니, 우리 승빈이 깔끔하기까지 하다고? 미쳤네.”

“왜 또?”

“우리 애 부족한 게 뭐야? 나를 못 가진 거?”

“문스트럭 씨, 이번에야말로 유사 육아라면서요.”

“그렇게 됐다.”

그렇게 박선우와 문승빈네 방으로 향한 정유현이었지만, 애석하게도 그 방에 남은 유일한 침대는 2층뿐이었다. 그래서 처음 나온 그 상황이 발생한 거였다. 트라우마 때문에 2층 침대에는 못 올라가겠다던 정유현은 그냥 바닥에 드러누웠다. 투마월 최장신 라인에 속하는 그가 드러누우니 가뜩이나 좁은 방바닥이 가득 들어찼다.

“하, 정유현 씨. 여기서 주무세요.”

그 꼴을 못 봐 주겠다는 표정의 문승빈이 1층 침대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건 문승빈이 아닌 박선우의 침대였다. 당연했다, 문승빈의 침대 역시 2층이었으니까.

“헐, 여기 내 침대인데?”

“형 2층에서도 가끔 잤잖아요.”

“내가 언제?”

“침대 위에 옷 쌓아 두고 치우기 싫다고- 읍”

“하하, 무슨 그런 농담을.”

“농담은 무슨-”

“승빈이, 씁! 유현이 형, 얼른 이리 오세요.”

박선우가 급하게 문승빈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다 알 만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박선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정유현은 박선우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사실 문승빈이 불렀을 때 이미 침대에 반쯤 걸터앉은 정유현이었다.

-유현앜ㅋㅋㅋㅋㅋㅋㅋ 너 이렇게 재빠른 애였니ㅋㅋㅋㅋ

-아 진짜 얘네 조합 너무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

-승빈이랑 유현이가 생각보다 더 친한가보넼ㅋㅋㅋㅋㅋ

┕긍까 지난번 전광판 목격담 보고 다들 놀랐는데ㅋㅋㅋ

-승빈이 츤츤거리면서도 유현이 챙겨주는 거 봐

┕다만 선우를 희생시키는,,,,,

┕그렇게 됐다 선우야......

-진심 이런 몰랐던 케미가 또 얼마나 숨겨져 있을까ㅠㅠㅠ

┕ㄹㅇ 비하인드 더 내놔 씨넷놈들아ㅠㅠㅠㅠ

우여곡절 끝에 모두 자리를 잡았고, 어두워진 숙소를 마지막으로 비하인드 영상이 끝이 났다.

[업체 불러서 벌레 퇴치 완료했습니다. ^.^]

이런 쓸데없이 상큼한 자막과 함께.

* * *

[그리고 드디어 공개되는 30위 합류 연습생]

온갖 비장한 효과음과 함께 등장한 연습생의 실루엣. 누군지 알아보기도 전에 광고 타임으로 넘어갔다.

-뭐임??

-여기서 광고가 나온다고?

-ㅈㄴ 역효과 아니냐. 저 제품 내가 죽어도 사나 봐라

-편집 진짜 사람 빡돌게 하네

-실루엣만 봐도 김형석 아님?

┕ㄴㄴ 윤승철임

┕ㄴㄴ 서재인임

┕그럼 난 김유진 트레이너 한표~

-다들 진짜 아무말대잔치다ㅋㅋㅋㅋㅋ

“너는 30위 누구인 거 같음?”

“무조건 김형석이지.”

“그치? 너무 확실한데 저러고 어그로 끄는 게 더 빡쳐.”

“그니까.”

유달리 길게 느껴진 광고 시간이 끝나고 등장한 건 역시나 김형석이었다.

“승빈이 형!”

그리고 그가 등장하자마자 찾은 건 바로 문승빈이었다.

[김형석 연습생이 이토록 문승빈 연습생을 찾은 이유는?]

자막과 함께 영상이 되감기 되더니 2차 순발식 장면으로 넘어갔다. 윤승철이 30위 선발 관련해서 발표하자마자 20분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세 명의 연습생은 각자 도움을 요청할 연습생을 향해 달려갔다.

“승빈이 형, 형의 조언이 필요해요.”

“내가?”

“네, 전 형을 믿어요.”

“시간이 짧으니까, 네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노래를 먼저 정해.”

“제가 잘할 수 있는 거요?”

“응, 그동안 했던 무대 곡 중에 하나는 어때?”

“그럼 너무 뻔하지 않을까요? 이미 보여 준 거니까.”

“거기에 새로운 걸 섞어야지.”

“어떻게요?”

“그건 네가 생각해 봐야겠지만, 안무를 급하게 짜기는 어려우니까 가사를 바꿔 보는 건?”

“와, 형, 저 알았어요. 고마워요!”

셋 중 가장 짧은 도움 요청 시간이었지만, 김형석은 짧은 대화에서 자신의 답을 찾은 것 같았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시그널 송을 골라서 개사하는 장면이 담겼다.

-와 저것도 문승빈이 도와준거임?

-이쯤되면 투마월을 걍 거대한 승빈스쿨 아님?

-근데 둘이 진짜 잘맞는다. 승빈이가 살짝 던져주니까 형석이도 바로 알아먹네

┕ㅇㅇ 진심 둘 조합 못잃어ㅠㅠㅠㅠ

-형석이 진짜 다컸다 다컸어ㅠㅠ

김형석의 1분 무대 장면이 이어지고, 다시 김형석이 연습실에 합류하는 장면으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문승빈 연습생, 김형석 연습생의 무대를 보고 기분이 어땠나요?]

“기특했어요, 정말. 저는 가사를 개사하는 정도만 생각했는데, 그사이에 랩을 짜서 넣었더라고요.”

[거의 오열하는 샷건 팀 연습생들의 모습이 화제였는데, 혼자 눈물을 참은 건가요?]

“아, 저도 울컥하긴 했는데 그보다 더 지금 이 무대를 눈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캠이라도 찍었어야 했는데, 촬영장에 핸드폰을 못 들고 가는 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어요.”

-다시한번 묻는다. 문승빈이 김형석 낳았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랩은 완전 형석이 아이디어였구나.

┕그거라도 본인아이디어가 있기는 했네ㅎ....

┕시비ㄴㄴ 칭찬하려고 단 댓임ㅡㅡ

-근데 승빈이도 이제 겨우 18살 아님?

┕ㅇㅇ 근데 무슨 인생 2회차 같아ㅋㅋㅋㅋ

┕ㅇㄱㄹㅇ 어떻게 18살이 저럴 수 있지

-난 18살에 게임만 하고 살았는데;

┕난 수업시간에 졸았던 기억밖에 없음ㅎ

┕ㅋㅋㅋㅋㅋ 근데 나도 급식먹은 기억만....☆

“마지막으로 3차 경연에 합류하게 된 김형석 연습생은 자동으로 청량 팀입니다.”

-됐다! 형석이 청량이다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나이에 맞는 컨셉하겠네 울애기ㅠㅠㅠㅠㅠㅠ

-벌써 청량하다 진심ㅠㅠㅠ

“야, 그래도 형석이가 된 게 다행이다.”

“그니까, 송호준이 청량 무대를 하는 게 상상이 안 가.”

셋 중 가장 청량에 잘 어울리는 김형석을 진심으로 반기는 청량 팀과, 그나마 쉬운 편인 청량 곡의 안무를 금세 따라 추는 김형석. 모두에게 윈윈인 합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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