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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54화 (54/346)

54화

이어진 문승빈의 활약까지, 대환장 파티가 되어 버린 ‘고요 속의 외침’ 현장이었다.

-도대체 뭐라고 했길랰ㅋㅋㅋㅋㅋㅋ

-아닥보다 심한 거면ㅋㅋㅋㅋㅋㅋㅋ

-윤빈이는 잘못 없다... 열닭이 잘못했네

┕ㅇㅇ 애는 뭐가 잘못된건지도 모를 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큐

-문승빈 뭐라카노보다 충격적인 거냐곸ㅋㅋㅋ

┕승빈이 귀 터지려고 해ㅠㅠㅠㅠ

┕선우 웃겨서 운다 울엌ㅋㅋㅋㅋㅋ

“선우 저러다가 쓰러지겠다.”

“진짜 재밌나 봐, 웃는 거 너무 귀엽다… 완전 어린 왕자 같아.”

“어린 왕자에 제대로 꽂혔나 보네.”

모연은 보현이 앞으로 박선우와 어린 왕자로 영감을 받은 작품 수십 개는 만들고 나서야 멈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박선우 팀의 경기가 시작되고, 보현은 박선우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우쭈쭈 모드였다.

“나중에 애 낳으면 선우처럼 키워야지.”

“뭐래, 유현이처럼 키울 건데?”

“애기가 유현이 같으면 좀 무섭지 않을까?”

“네가 낳냐?”

“반반 어때.”

모연은 유현처럼 조용하고 단정한 아이로 키우고 싶었기 때문에 보현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박선우의 ‘소금빵’을 보기 전까지는.

“소!금!빵!”

“효금팡?”

“아니, 소금! 소금빵!”

“아! 소금빵?”

‘소금빵’을 외칠 때 안 그래도 작은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는 눈이 토끼 눈이 되었고, 무엇보다 ‘빵’을 발음할 때 입 모양이 너무 귀여웠다. 고개를 살짝 갸웃하는 것도 포인트였다. 처음엔 긴가민가한 듯 눈동자를 굴리다가 앞에 선 연습생의 표정이 좋아 보이자 배시시 웃기까지.

원래도 만화에서 튀어나올 거 같이 생긴 비주얼이었지만, 정말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고양이 캐릭터 같았다. 무엇 하나 의도하지 않고 몸에 밴 애교여서 더 파급력 있었다.

“반반? 생각해 볼게.”

“흐어어…….”

이미 보현은 선우의 애교 폭격에 소파 위로 녹아내렸고, 모연도 홀린 듯 보현의 제안을 수락했다.

-ㅁㅊ..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선우 ㅈㄴ 한입에 집어넣고 싶음

┕도망쳐 선우야

-레전드 하나 나왔다.

-ㅈㄴ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일 소금빵 사재기하고 올거임ㅇㅇ

┕박선우 핑계 대는 거 아니냐곸ㅋㅋㅋㅋㅋㅋ

-선우 부끄러운가봨ㅋㅋㅋㅋㅋ

┕선우 큐트 컨셉으로 이동 불가한가요?

┕민호랑 교환합시다.

┕이게 모두를 위한 길 아님?

다시 19위부터 순위 발표가 시작됐고, 15위가 지나도 박선우가 호명되지 않자 보현은 급기야 무릎을 꿇고 보기 시작했다.

“11위는 VM 김병대 연습생입니다.”

“헐.”

“대박- 선우 몇 등인 거야 그럼? 최소 10위?”

“엄청 올랐네?”

“매일 투표하고 씨더스타 한 보람이 있었어!!”

10위로 박선우가 호명되고, 보현은 환호성과 함께 거실을 한 바퀴 뛰었다.

“어우, 정신없어.”

“완전 축하해, 선우야!”

“저렇게 좋을까…….”

“누나, 우리 선우 기특해서 어떻게 해?”

그새 태블릿을 가져와서 그림을 그리는 보현을 보며 모연은 고개를 저었다. 일할 땐 하기 싫다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면서,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사람이 180도 달라지는 건가? 새삼 귀여웠다.

“나, 또 광고 걸면 미친 짓이겠지?”

“네 돈으로 하는 건데 뭐.”

“어떡하지? 진짜? 이렇게 맨날 성장하면 어쩌라는 거냐고.”

-선우도 엄청 올랐네-

-3차 때는 무조건 데뷔권 갈 듯?

-솔직히 지금까지 순위가 이상한 거였음;; 저 얼굴에 저 실력이 어떻게 20위권이냐

“이번에 10위라는 등수에 면역이 생겼으니 다음에는 데뷔조에 꼭 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파이널엔 데뷔하겠지요?”

“내 새끼 말도 잘해.”

7위 차지운, 6위에 박재봉이 호명되면서 게시판은 다시 시끄러워졌다.

“포기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믿어 주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차지운 결국 데뷔조 됐네.

-논란 때문에 불쌍하긴 한데 7위는 쫌...

┕동정표 사라지면 거품 빠지겠지

-윗 댓글 님들은 사이코패스입니다.

┕저런 ㅅㄲ들 때문이라도 지운이는 꼭 데뷔해야 함.

┕백날 거품 거려봐라 아이디 더 만들어서 차지운 투표하지^^

-아니 차지운이 7위인데 박재봉이 6위인 게 말이 되냐고.

┕센터빨 다 떨어진거짘ㅋㅋㅋㅋ

┕솔직히 2차 경연에서 너무 보여준 게 없었음...

┕언제까지 센터 인기로 살아남겠냐?

유독 순위 변동이 심한 순발식이었지만 모연은 초연했다. 그녀의 최애인 정유현은 최상위권 연습생이고, 이번에는 분명 1위를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들은 최애가 떨어지거나 순위가 하락할까 봐 두려워하는 순발식도 누구보다 평온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정유현이 4위로 발표되고, 그녀는 처음으로 당황했다.

“4위? 2위나 3위도 아니고 4위?”

“와… 정유현이 4위로 내려오, 악!”

“조용히 해라, 안 그래도 열받는데.”

-정유현 4위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차 순발식 최대 반전 아님?

-7명 너무 적다고ㅡㅡ 4위도 안심할 수 있는 등수 아니잖아.

-아니 맨날 1,2위 하던 애가 갑자기 4위 할 수 있는거임?

┕정유현도?

┕눈치 좀;;

-문승빈 떡상 미쳤넼ㅋㅋㅋㅋㅋㅋㅋㅋ

┕승빈이 1위 가보자고.

“아니, 왜? 개인 베네핏도 받았는데?”

“아무래도 팀 베네핏이 크니까.”

“무임승차 놈들 진짜 밤길 조심해라.”

“4위라는 등수도 저에겐 정말 값진 등수입니다. 응원해 주시고, 투표해 주신 모든 팔로워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유현이 왜 내가 안 낳았지?”

“진짜 의젓하네.”

“나였으면…….”

“쌍욕 날렸겠지?”

“욕만 하면 다행이지.”

모연은 무임승차에 대해 가차 없었고, 그녀와의 팀플에서 무임승차하고도 살아남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피피티 제작부터 자료 조사, 발표까지 혼자 마친 그녀가 무임승차한 팀원들의 이름을 하나씩 날리며 발표를 마쳤다는 것은 시디과 전설로도 남아 있다.

“3위, 개인 문승빈 연습생!”

“안녕하세요, 팔로워님. 개인 연습생 문승빈입니다. 먼저… 3위라는, 말도 안 되는 순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아직도 얼떨떨한데요. 먼저 우리 청춘예찬 팀, 세찬이, 성재 형, 지운이 형, 그리고 수빈이. 너무 고마워, 덕분에 최고의 무대 할 수 있었어. 그리고 항상 부족한 저 응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자만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빈이 제발ㅠㅠ

-이러다가 승빈이 센터 하는 거 아니냐;;

┕꿈도 크다ㅋ

┕강프들 쫄리나 봄?ㅋㅋㅋㅋㅋ

-승빈이 한 번도 순위하락 없이 3위 실화냐ㅠㅠㅠㅠㅠ

“투마월 시즌 2, 2차 순위 발표식 1위 후보는 윤빈, 강도현 연습생입니다. 단상 위로 올라와 주세요.”

“누가 1위할 거 같아?”

“강도현이겠지 뭐.”

“아냐, 요즘 윤빈도 인기 엄청 많아 보이던데?”

“내기할래?”

“쓰레기봉투 버리기. 한 달 동안.”

“콜.”

모연은 윤빈, 보현은 강도현에 배팅했다. 게시판에서도 과연 강도현이 1위를 지켜 낼지, 윤빈이 새롭게 센터가 될지 갑론을박이 오갔다. 언제나처럼 과하게 시간을 끌고, 광고까지 한참 보고 와서야 1위가 발표됐다.

“1위 연습생은… 축하합니다. 윤빈 연습생!”

“아싸!”

“헐…….”

-센터 바뀌었넼ㅋㅋㅋㅋㅋ

-ㅁㅊ빈아ㅠㅠㅠㅠㅠㅠㅠ

┕윤빈이가 센터 아니면 누가 함?

-강도현 2위 처음 아님?

-팀 베네핏 빼도 윤빈이 1위네 와...

┕이렇게 판 흔들어주는 애가 있어야 재밌음ㅋㅋㅋㅋ강도현 독주 솔직히 지겨웠잖아?

┕ㅇㅇ 뉴페이스가 나와야 재밌지.

-씨더스타랑 공포체험부터 2차 경연까지 3연타였지.

1위로 호명되자마자 윤빈은 주저앉아 입을 틀어막았다. 강도현이 단상을 넘어가 그를 일으켜 세워줬다. 하지만 그러고도 한참을 믿기지 않는 듯 머리를 쓸어 넘겼다.

“와, 이거 리얼이죠? 대박이다…….”

“네, 윤빈 연습생. 투마월은 그 어떤 거짓이나 조작도 없습니다.”

“와… 팔로워님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최고예요! 1등은 저한테 너무 먼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심장이 너무 빨리 움직여요.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생각이 안 나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도현 연습생은 처음으로 2위로 내려왔습니다.”

“아유, 2위로 내려왔다니요. 1차 순발식에 이어서 이렇게 1위 후보 단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2차 경연 함께 고생한 나침반 팀!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즐거운 무대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 항상 응원해 주고 투표해 주시는 모든 팔로워님들 감사합니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은 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연습생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새끼 멘탈도 강철이야ㅠㅠㅠㅠ

-질문을 왜 저따위로 함?

┕ㅇㅇ 지난번부터 유독 도현이한테만 저런 질문 함... 짜증나.

-윤빈 센터는 그림이 안 살잖아.

┕강프 전체의 의견이 아닙니다.

┕저희 선에서 처리하겠습니다.

“이제 29위 후보 연습생 4명을 공개하겠습니다.”

-이럴거면 걍 30위 4분할하면 되는 거 아님?

-왜 29위부터 하는 건데 ㅅㅂ

-수빈이 제발...

┕22

┕33

-형석이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ㅠㅠㅠ

┕형석이 살아야지ㅜㅜ

┕형석이 3차 경연 못 보면 한강 갈 거임

전광판에는 이수빈, 김형석, 송호준, 강영빈의 얼굴이 잡혔다. 4명의 연습생 모두 체념을 하다가 갑자기 찾아온 기회에 놀란 얼굴이었다. 순위 좌석에 있던 문승빈도 벌떡 일어나서 전광판을 확인했다.

“누나, 우리 이것도 내기할까?”

“누가 보면 내기 못해서 죽은 귀신 붙은 줄 알겠다.”

“할 거야 말 거야?”

“일주일 설거지하기 어때.”

“그래, 나는 형석이.”

“김형석? 나도 걔 하려고 했는데.”

“안 돼, 내가 먼저 했잖아.”

“그럼 난 이수빈.”

이미 쓰레기 당번이 되어 버린 보현은 설거지만은 꼭 피하고 싶었다. 제발 김형석이 되게 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열심히 빌었다.

“29위는 보컬 포지션 무대에 오른 연습생입니다.”

“송호준은 아웃이네.”

“그리고 1차 경연에서 베네핏을… 받았습니다.”

“김형석이 샷건에서 받았었지?”

“이수빈도 받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29위 발표합니다!”

29위로 이수빈의 얼굴이 전광판에 올라오면서 보현은 일주일간 설거지와 쓰레기를 담당할 생각에 절망했다.

-수빈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싸 청예즈 다 올라갔다!!!!!

-30위는 어떻게 되는거임?

-형석이 30위라도 줘ㅠㅠㅠㅠㅠ

“이수빈 연습생 축하합니다.”

“제가, 끅, 진짜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흑, 마음을 다 내려놓고 있었는데... 이렇게, 흡, 소중한 기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청춘예찬 팀 형들, 친구들 다 너무너무 고마워요!”

“이제 마지막 30위를 어떻게 뽑을 건지 다들 궁금하실 텐데요.”

윤승철이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 말을 이어 갔다.

“30위 선정 방식은 바로 대중 투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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