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지운이 울어?”
“저게 그 예고편에 나온 장면이구나.”
“왜 울지?”
-나 차지운이 저렇게 우는 거 처음 봐;;
-엄청 심하게 우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맴찢
-저렇게 준비한 무대였는데 못 할 뻔했다는 게... 다시 생각해도 개빡치네.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무대를 이어 가는 연습생들]
[힘겹게 무대를 내려오는 차지운 연습생]
[차지운 연습생을 걱정하는 청춘예찬 팀]
지운이 형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그 아래 달린 자막이 심각한 분위기를 더했다. 그리고 대기실에서의 청춘예찬 팀 모습으로 전환되는 장면.
“야, 너 지금 눈 완전 붕어야, 붕어! 카메라에 완전 못난이같이 나온다니까?”
“아흑, 그건 안 되는데…….”
“와, 얘 지금 이 와중에 카메라 신경 쓰는 거야?”
“아, 형. 이런 때까지 웃기지 말라고요-”
-성재가 분위기 전환해주네
-오늘부터 이성재에 대한 철회를 어쩌구...
-감전좌 아님...갓전좌임...
-지운이 옆에 성재가 있어서 다행이야ㅠㅠㅠ
못 말린다는 듯 다 같이 웃는 청춘예찬 팀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화면이 페이드아웃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모두가 기다린 청춘예찬의 무대가 시작됐다.
“와, 진짜 교복이었네.”
“지운이네 교복 예쁘다.”
“승빈이 피아노도 연주해?”
“설정 과다 아니냐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무대 중앙에 모인 5명, 어두운 무대 위 핀 조명이 들어오는데 이수정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성재의 첫 파트부터 충격적이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진지한 모습이었다.
[설레던 처음을 기억해
내 모든 것을 다 걸고
찬란하게 빛날 미래를
꿈꾸던 그날의 나를]
-?
-??
-뭐여 감전좌 맞음?
-립싱크 아니고?
-가사 ㅈㄴ 슬퍼...
이성재 연습생의 얼굴과 눈물을 보이는 팔로워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감동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뒤이은 차지운의 파트는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넘어지는 건 아프지 않아
멈춰서는 내가 나를 더
아프게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돌아보니
너무 먼 길을 왔어]
-지운아...
-어지러워 ㅅㅂ
-와이엠아이쿠라잉...
-가사 미친거 아니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운이 눈 봐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언니 울어?”
평소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보면 수도꼭지가 돼 버리는 이수정의 감성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촘촘하게 쌓인 연습생들의 화음이 유독 돋보이는 무대였다. 서로 눈을 마주하고 한 음 한 음 맞춰 가는 모습이 팔로워들의 감동을 더했다.
지난주 방영된 정유현 팀의 무대와 대조되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점점 고조되는 노래가 마침내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고, 다시 어두워진 무대 위 유일한 조명이 오직 차지운만을 비췄다.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차지운의 목소리.
[할 수 있을까 내가
긴 겨울 지나
꽃 피울 수 있을까]
여기서는 수정의 동생도 할 말을 잃었다. 작게 떨리는 숨소리도 영화의 한 장면을 위한 연출이라는 착각이 들만큼 완벽했다. 그리고 처연한 차지운의 눈빛은 무대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지운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앞으로 지운이 인생에 봄만 있게 해줄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건 반칙이잖아 ㅅㅂ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성 미친;;
-떡상하자 지운아!!!!!!
“나였으면 오열했어.”
“안 운 게 용하다 진짜.”
[할 수 있어, 우린]
변주를 준 가사를 끝으로 무대가 끝났다. 그리고 현장의 정적을 깬 팔로워의 목소리.
“성재야, 넌 할 수 있어!”
그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현장에 울려 퍼졌고, 수많은 팔로워가 자신의 최애 이름을 넣어 할 수 있다고 외쳤다.
-현장에서 저거 듣자마자 눈물 터졌음.
-사실상 저분이 씬스틸러였음...
-이성재 팬이라서 더 눈물 나ㅠㅠ
-애들 진짜 다 잘됐으면ㅠㅠㅠㅠㅠㅠ
“야, 나 소름 돋았어.”
“현장이었으면 나 울다가 탈수증 왔을 거 같아.”
얼마나 쓴 것인지 동나 버린 휴지 갑을 보며 수정의 동생이 말했다.
“그래 보여-”
눈물을 참지 못하는 이성재 연습생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잡히면서, 수정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차지운으로 시작한 이번 회차의 엔딩은 결국 이성재였다. 투마월 제작진들이 차지운의 해명 글이 떴을 때 얼마나 기뻐했을지 눈에 그려졌다. 이 완벽한 휴먼 드라마를 내보낼 생각에 얼마나 들떠 있었을까?
그리고 바로 이어진 현장 투표 결과 발표. 문승빈의 3위는 조금 의아했지만, 모두가 훈훈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차지운의 1위로 완벽한 결말을 이루었다.
-승빈이 3위는 조금 아쉽지만 지운이 1위한 거 보고 저렇게 좋아하는 거 보니까 할 말 없음.
-승빈이 자기가 1위 했냐곸ㅋㅋㅋㅋ
┕둘이 엄청 친한가봐.
-성재 2위 ㅊㅋㅊㅋ
-차지운 진짜 해명 못했으면 평생 후회하고 살았을 듯;;
┕그보다도 내가 이무대 못봤으면 아까워 뒤졌을 듯
경연이 끝났으니 마음껏 울 수 있겠다는 차지운의 모습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청춘예찬 팀의 인터뷰가 나왔다.
[나에게 ‘청춘’이란?]
문승빈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간결하게 답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
이성재는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뭘 그런 걸 묻는 거냐며 너스레를 떨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직은 오지 않은, 내가 가장 빛날 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온 차지운의 대답은 일련의 사건이 터지기 전이기에 의도했을 리가 없지만, 그동안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대답이었다.
“돌아보면 너무 힘들었지만, 몇 번이고 같은 선택을 할 시간들.”
-나 구라 아니고 진짜 눈물 터짐...
-나에게 와줘서 고마워 지운아ㅠㅠㅠㅠㅠㅠㅠ
-말을 어떻게 저렇게 이쁘게 하는거야...
-저런 애가 그런 일 겪었다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도 다시 돌아간다 해도 몇 번이고 지운이 좋아할거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순덕내에 질식할 거 같음.
┕싫으면 니가 떠나 여긴 순덕의 나라야.
┕눈치는 어디 팔아먹고 왔나봐?
각 포지션의 팀별 투표수와, 개인 투표수를 발표하는 것을 끝으로 8화가 끝났다. 춤 포지션은 윤빈네 팀이 1위, 그중에서도 성민호가 개인 1위를 했다.
-민호는 인정
┕실력파는 살아남아야지
-가장 최근 순위가 35위 아니었나?
-근데 워낙 투표수가 많아서 11만 표로 확 올라올지는 모르겠네.
“아깝다. 윤빈이가 저것도 받았으면 2차 순발식은 무조건 1위인데.”
랩 포지션은 모두가 예상한 대로 나침반 팀이 1위였다.
“이번에는 완전 아슬아슬한 연습생들이 베네핏 많이 가져갔네.”
“중상위권 원픽인 사람들 신경 많이 쓰이겠다.”
노래 포지션은 청춘예찬 팀이 1위를 하고, 차지운이 전체 1위를 했다.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청춘예찬 팀을 이수정과 동생 둘 다 흐뭇하게 바라봤다.
-지운아 축하해ㅠㅠㅠㅠ
-청예즈 보면 구마 당하는 거 같음...
┕더러운 마음으로 애들을 볼 수가 없음...
┕구정물 같은 마음으로 순수하게 너희를 사랑해...
“와, 이러다가 차지운이 1등하는 거 아님? 이번 일 때문에 코어도 엄청 단단해질 텐데.”
“그래?”
“당연하지. 지금 차지운 팬들 화력 장난 아닐걸?”
“재봉이 어떡하지? 씨더스타 계정 더 만들고 와야겠다.”
“근데 진짜 재봉이 나중에 빨머 하면 재밌겠다.”
“나 그날부터 재봉이한테 통장 바칠 거야.”
“이미 바치고 있는 거 같은데.”
수정의 동생은 언니의 방에 점점 쌓여 가는 박재봉 관련 굿즈를 떠올렸다. 슬로건, 컵 홀더, 키링, 최근에는 그립톡도 봉끼(박재봉을 모에화한 토끼 모양 그립톡의 이름)로 바꿨다. 이 정도면 일코 가능하지 않냐고 묻는 언니를 보고 빵 터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 질문부터가 이미 답도 없는 덕후인 거라고요.
방송 마지막에는 9화 예고편 대신에 연습생배 씨더스타 대결의 비하인드가 나왔다. 아무래도 생방송과 같은 빡빡한 스케줄로 2차 순위 발표식을 아직 촬영 못 한 듯했다. 비하인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청춘예찬 팀의 이수빈이 활약하는 모습이었다.
[위기의 청춘예찬 팀]
“현재까지 청춘예찬 팀이 꼴등인데요, 이번 보너스 대결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기적적으로 2위에 오르게 됩니다. 이수빈 연습생, 자신 있나요?”
“네!!”
“와아! 수빈아 파이팅!!”
“이수빈! 이수빈!”
씨더스타 중 가장 어렵다고 소문난 ‘킬러’. 특히 강도현의 랩 파트에서 쏟아지는 별 때문에 강도현의 팬들 사이에서도 ‘이 순간은 도현이가 미워진다.’고 할 정도였다.
-강도현 랩 파트는 열 손가락으로 그냥 내리쳐야 함.
┕ㅇㄱㄹㅇ 그냥 별을 누르겠다가 아니라, 모니터를 닦는다고 생각해야 함.
┕이거 클리어하는 사람이 있어?
┕재봉아 빨머해줘? 그 사람이 자기 계정에 올린 거 있어.
┕뭐하는 사람이야? 손에 모터 달렸대?
“도현 군, 많은 팔로워 분들의 손가락을 아프게 한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앗, 앞으로 천천히 랩 하겠습니다!”
“그게 뭐야-”
-저 부분만 0.5배속 하고 싶어지잖앜ㅋㅋㅋㅋㅋ
-진심으로 열 받아서 탈덕할 뻔.
“시작합니다!”
역시 각 팀의 에이스 대결답게 도입부와 보컬 파트는 모두 무난하게 클리어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강도현의 랩.
-온다;;
-마의 구간 시작한다.
“으악!!”
“난리 났네-”
“진동 소리 난무하는 것 봐.”
“야, 수빈이만 클리어하고 있어!”
-이수빈 핸드폰 안으로 들어가는 거 아님?
-나 쟤 저렇게 집중하는 거 처음 봨ㅋㅋㅋㅋㅋㅋㅋ
-ㅈㄴ잘해 미친.
-윤빈도 한 번 틀린 거 같은데?
-이수빈이 찐이었네;;
“거의 끝나 가는데, 마지막까지! 오!!”
“클리어 떴어!”
“수빈아!!!!”
“축하합니다, 이번 대결 승자는 청춘예찬 팀입니다!”
[최종 2위로 역전 드라마를 써낸 청춘예찬 팀]
“겁나 잘해 미친-”
“나중에 1대1로 붙고 싶다.”
-저정도면 그냥 자기가 게임해서 표얻는게 나을 듯
┕그니까 이수빈 팬들보다 쟤가 더 잘할 거 같음
-수빈아 고맙다. 니 덕분에 라이브 잘봤다.
-그래서 저거 라이브 언제 해?
┕이미 함ㅇㅇ 에이앱 가서 다시보기 가능함.
“그건 그렇고, 언니 내일 시간 괜찮아?”
“왜?”
“나 지하철 전광판 광고 투어 갈 생각인데, 같이 갈래?”
“나 이미 재봉이 지광 투어 마쳤는데.”
“벌써?”
“응, 광고 걸리는 날짜 다 확인해서 지난주에 싹 돌고 왔어.”
“와, 배신. 그럼 지난주에 꼭두새벽에 나간 거 광고 보러 간 거였어?”
“응, 그리고 뭐가 배신이냐? 너랑 가려고 했는데 풀로 스케줄 잡은 건 네 잘못이고요-”
“짹친들한테나 연락해 봐야겠네.”
이수정도, 그녀의 동생도 이때는 몰랐다. 지금 이 선택을 그녀들이 얼마나 후회하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