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2차 해명 글을 읽은 대중들도 가해자 무리의 처참한 수준에 탄식했다.
-와 말하는 것 봐...
-ㅈㄴPTSD오는데 지금 보니까 왜 이렇게 우습냐...
┕진심 반에 한 명씩 있는 일진 말투 아니냨ㅋㅋㅋㅋㅋ
-ㅅㅂ 지운이 그래도 동년배구나.
┕안심하는거냐곸ㅋㅋㅋㅋ
-저런 수준미달인 애들한테 몇십만이 농락당한거임? 내가 다 수치스럽넼ㅋㅋㅋㅋ
-쟤네 수준 운운할 게 못 됨... 그냥 심심하니까 애 하나 매장시키는 거에 쾌감느낄만큼 인성 처참한 애들 너무 많아.
-보고있냐 이00? 그래 이거 보고 찔리는 너 말하는 거니까 반성하고 살아라.
┕김00 보고있냐? 똑바로 살아 쓰레기같은 놈아.
┕다들 실명 거론하니까 나도 걍 말해야지, **대학 1*학번 오00 이 새끼 인성 쓰레기에 분리수거도 안 되는 놈이니까 조심하세요.
┕이러다 전국의 피해자 다 모이겠음.
갑자기 이슈의 중심이 지운이 형이 아닌 ‘일진은 왜 아직도 이렇게 사는가?’, ‘학교 폭력의 실질적인 해결 방안은?’ 논제로 바뀌었다.
게다가 버스 정류장에 광고를 진행했던 차지운 홈마의 글로 인해 가해자의 악행이 추가적으로 공개됐다.
@DearMy_C 30분 전
[낙서된 광고 사진]
어쩐지 누가 자꾸 악의적으로 광고를 훼손한다 했더니… (이마 짚는 이모티콘)
그런데 사진 속 낙서의 상태도 참담했다. 초등학생이 했다고 해도 믿을 법한 1차원적인 욕설과 얼굴에 그려진 콧수염, 머리에는 뿔까지-
-아 ㅅㅂ 이건 또 뭐임?
-초딩이냐?
-쟤네 수준 진짜 알만 하다.
-다 큰 성인이 저렇게 낙서한 거임??? 진심???
이렇게 이슈가 다른 방향으로 집중되면서, 지운이 형의 상태도 빠르게 안정화됐다.
“그래도 진짜 다행이에요.”
“응, 그 친구 번호라도 알면 고맙다고 인사라도 할 텐데.”
“씨넷 게시판에 쪽지 보내기 기능 있는데, 그거라도 해 볼래요?”
“그래? 그럼 되겠다.”
[B야, 잘 지냈어?]
[혹시 지운이니?]
[응, 진짜 오랜만이다. 도와줘서 고마워.]
[아냐, 그때 진 빚 이제야 갚는 거지.]
[혹시 연락처 알려 줄 수 있어? 이것도 인연인데, 앞으로 연락하고 지내자.]
[당연하지. 010-****-****이야.]
[합숙 끝나면 얼굴 한번 보자.]
[그래. 지운아, 꼭 데뷔해. 나도 주변에 너 투표해 달라고 할게.]
쪽지로 대화하는 내내 형의 표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B를 미워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오로지 다시 만난 친구에 대한 반가움만이 가득했다.
꼭대기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산을 하나 넘어간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인 점이 있다. 박재봉은 왜 나한테 먼저 전화를 준 거지? 분명 지운이 형에게 실망한 눈치였는데.
“형, 이제 괜찮아요?”
“응. 해명도 됐고, 친구랑 다시 연락하게 되었고. 그리고-”
“그리고?”
“재봉이가 사과했어. 해명 글 뜨자마자 나한테 전화를 하더라고.”
“형한테도요?”
“응, 엄청 울어서 오히려 내가 달래 줬다니까?”
식당에서의 일이 어지간히 신경 쓰였나 보다. 하지만 단순히 그 일 때문에 해명 글이 뜨자마자 나에게 알리고, 형에게 사과했다기에는 조금 이상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박재봉을 직접 마주하고 물어보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
“그날 식당에서 그러고, 저도, 마음이 너무, 흑, 안 좋았어요.”
“다그치거나 의심하는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울지 말고.”
“형이, 그런 사람이 아닐 거라는, 히끅, 마음에, 매일 확인했어요, 뭔가, 잘못된 거라고, 지운이 형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해 주기를, 바랐던 거 같아요.”
우는 애를 붙잡고 취조하는 기분이 들어서 그만뒀다. 어쨌든 형과 화해도 했고, 더 이상 복잡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겠지.
* * *
이수정과 동생은 투마월 푸드로 떡볶이를 준비하고 8화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 떡볶이 언제 온다고 했지?”
“곧 올걸?”
“아씨, 흐름 끊기면 안 되는데 배달 왜 이렇게 느림?”
“와, 나보다 과몰입하는 것 봐.”
박재봉에게 입덕하고 겨우 한 달이 지났지만, 그녀는 이미 누구보다 열렬한 투마월 애청자가 됐다.
“차지운이 나오려나?”
“해명 글도 떴는데 나오겠지.”
“아, 해명됐어?”
“시험 기간이라고 너무 소홀한 거 아니야?”
“와, 내가 이수정한테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다른 연습생 분석도 당연히 해야지. 적을 알아야 이긴다는 말처럼.”
투마월이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어느새 중간고사 기간이 되었다. 이전 같았으면 중간고사 준비에 집중했겠지만, 수정의 머릿속에는 투마월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져 갔다. 수정의 답을 듣고 동생은 역시 덕질도 본인처럼 한다고 생각했다. 누가 분석까지 하면서 덕질을 하는가? 자신이 하는 분석이란 최애의 얼굴과 몸에 대한 아름다움을 예찬하기 위한 것뿐인데 말이다. 평소에도 정리하고, 분석해서 전략 세우기 좋아하는 태도가 덕질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8화에 대한 관심은 역시 청춘예찬 조에 집중됐다. 사실상 앞의 다른 경연은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청춘예찬 언제 나와?
-예고편을 그렇게 때려놓고 아직도 안 나오는 건 뭐하자는 거지?
-근데 오늘 왜 이렇게 분량들이 짧지?
┕그러게. 연습 장면 조금 보여주고 바로 경연 들어가네. 결과도 빨리 알려주고.
“이 팀 끝나면 청춘예찬 팀만 남은 건가?”
“아마도?”
“근데 아직 방송 시간 한참 남았는데?”
직전 팀의 경연 결과가 나오고 드디어 청춘예찬 팀이 무대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청춘예찬! 입니다!”
“승빈아!!”
“성재야!!”
“지운아!!”
모두가 주목했던 차지운은 편집되지 않고 그대로 방송에 나왔다.
-차지운 나오네
-나와야지;; 다 해명한 일인데.
-ㅠㅠㅠㅠ청춘예찬 못 잃어ㅠㅠ
-근데 다들 뭘 걸쳤네? 저 안에 교복이 있던건가?
┕아 ㅅㅂ 스포
┕언제적 후기에 나와있는건데;
“청춘을 주제로 저희들의 진심을 담아 무대 하겠습니다!”
문승빈의 각오와 함께 청춘예찬 팀은 스탠바이를 하러 향했다.
[모든 걸 다 걸었어요.]
[청춘이라는 단어와 걸맞은 레전드 무대 하나 만들겠습니다.]
짧은 나레이션과 함께 연습 장면으로 화면이 전환했다.
“대박, 지금 30분 남았는데 다 얘네로 채울 건가 봐.”
-불공평한 거 아님? 앞에 애들은 들러리야 뭐야;;
-어쩌겠어, 쟤네가 제일 화제성 있는 건 사실인데.
-재밌으면 인정ㅇㅇ
문승빈이 메인 보컬로 선정되는 과정까지는 무난했다. 왜 동물즈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갔다. 전체적으로 팀원 모두 순한 성격이고, 이성재가 중간에 웃음까지 챙기면서 지루하지 않았다.
“성재는 가수 안 하고 예능인 했어도 잘나갔을 듯?”
“어쩌면 더 재능 있는 길이었을지도-”
하지만 박현수의 등장과 함께 청춘예찬 팀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문승빈의 보컬 실력은 인정하지만, 확실히 박현수는 이기기 어려운 상대였다.
“무슨 고음을 저렇게 내냐?”
“저 정도면 기계 아냐?”
한참을 고심하더니 필살기로 화음을 가져왔다. 차지운의 재발견이었다.
“화음 뭔데?”
“쟤는 나중에 데뷔해서 개인기로 저거 하면 되겠다.”
-아니 문승빈은 직접 가르치는 것도 잘하고, 뭘 잘하는지도 잘 이끄네?
┕승빈이를 트레이너로-
-지운이도 몰랐나봨ㅋㅋㅋ눈 똥그래졌엌ㅋㅋㅋㅋ큐ㅠㅠㅠ
┕귀여웤ㅋㅋㅋㅋㅋㅋ
┕저러니까 완전 토깽이네.
“화음에 재능이 있던데요?”
“저는 진짜 여태까지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승빈이가 고맙게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도 차지운은 얼떨떨해 보였다. 그렇게 차지운의 절대 화음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나 싶더니 다시 박현수와의 대결이 나왔다.
“긴장 좀 풀려하면 박현수가 나오네.”
“현수는 진짜… 어나더야.”
[This is our show time!
남들 눈치 따위 신경 쓰지마
한 번 사는 내 인생 누구보다
Shining Beautiful!]
박현수의 시원한 고음에 연습생들의 하얗게 질린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박현수 연습생의 강력한 고음에 사색이 된 청춘예찬 팀]
“아니, 그 형은 무슨…….”
“그 정도면 고음 발사예요, 발사!”
-수빈이 넋 나간 것 봐ㅋㅋ큐ㅠㅠㅠ
-기차화통을 삶아 먹었나;; 성량 무슨 일이야?
-현장에서도 박현수가 고음 할 때마다 지붕 뚫리는 줄 알았음...
-박현수 고음이 묻힐 정도면 청예팀 얼마나 잘 한거야?
┕기대해도 좋음ㅇㅇ
중간 평가 뜻밖의 혹평 이후 ‘승빈스쿨’의 컴백까지. 정말 서사로는 종합 선물 세트였다. 이러니 30분 넘도록 분량을 받은 거겠지.
-승빈 스쿨 오랜만이네!
-승빈이 진짜 킹메이커 아니냐?
┕제갈량 뺨침.
-승빈이랑 팀 되면 백전백승이야
┕백전백승빈
┕필승빈
┕아 뇌절 좀;;
연습생 시절을 청춘과 연결해서 뮤지컬 형식으로 무대 구성을 하겠다는 아이디어까지. 이 팀의 강점은 문승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연습생들의 대화에 잘 끼지 못하는 차지운 연습생]
서로 공감대가 있는 주제로 다른 연습생들이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는 중에, 차지운만 입을 다물고 있었다.
“뭐지?”
“여기 팀 사이 좋아 보였는데?”
-지운이 왜 비 맞은 강아지야ㅠㅠㅠ
-그 사이에 사이가 나빠질수도 있는거임?
-지운이 컨디션 안 좋았나...
[연습생들 대화에 잘 끼지 못하던데-]
“아무래도 저는 연습생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어서요.”
-맞다 지운이 댄서 생활했었지.
-ㅅㅂ...
┕나 정병 올 거 같음.
┕벌써 눈물 나.
감성적인 비지엠과 함께 댄스 동아리 시절 차지운의 사진이 나왔다.
“부상당해서 춤을 한동안 못 추게 됐을 때는 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꿈을 찾아서 이렇게 좋은 친구들도 만나고, 무대에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게 그냥… 행복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런 애한테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ㅅㅂ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엄마 딸 남자 때문에 울어...
-지운아ㅠㅠㅠㅠㅠㅠ
게시판은 눈물바다였다. 과몰입을 잘하는 이수정의 동생도 마시던 맥주를 쿵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분노했다.
“진짜 착한 사람 괴롭히는 인간들은 다 벌 받아야 해!”
“취했냐?”
“아니- 차지운이 X나 불쌍하잖아-”
차지운을 위로하는 훈훈한 장면도 빠지지 않았다.
“연습생 생활은 아니지만, 한 가지에 몰입해서 청춘을 보낸 건 똑같잖아요.”
“맞아.”
“그런 거 때문이라면 기죽지 마!”
“고마워요, 형.”
-청예즈 영원해...
-사랑아 청예해ㅠㅠㅠ
-지운이가 잘 따른 이유가 있었네ㅠㅠㅠㅠ
-오늘부터 청예즈 픽에 다 넣을거야ㅠㅠ
이렇게 차지운에게만 분량이 치중된다면 욕을 먹지 않을까 걱정하던 찰나, 이번에는 문승빈이 정세찬의 작사 재능을 발견했다.
-이쯤 되면 무서워짐;;
-문승빈 투마월 2회차 인생 아니야?
-투마월에서 보물찾기
┕그게 뭐예요?
┕보물찾기 시리즈 모르나봐...
┕내가 할미팬이라니....
게다가 최종 리허설을 보니, 문승빈이 그사이 득음이라도 한 것인지 노래 실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승빈이, 그새 노래가 늘었네?”
“원래도 잘하는데, 가만 보면 승빈이도 엄청 성장캐야,”
“그니까. 무슨 게임 캐릭터도 아니고 능력치 업그레이드되는 게 눈에 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드디어 예고편에서의 그 장면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