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할 거면 두 번 데뷔 안 함-34화 (34/346)

34화

중간 광고와 함께 순위 발표가 다시 진행됐다. 27위에 김형석, 24위에 차지운이 호명됐다. 문스트럭은 지금쯤 K가 이마를 짚으며 비행기 시세를 높일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우리 샷건 팀, 부족한 저를 이끌어 가느라 너무 고생 많았어요. 특히 승빈이 형, 많이 도와줘서 진짜 고마워요.”

-승빈이는 인성도 좋아.

┕이런 애들이 꼭 인성논란 터지더라.

-김형석은 문승빈 없음 벌써 나가리였짘ㅋㅋㅋ

-사제케미 너무 보기 좋았음.

문스트럭은 처음으로 김형석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사제 케미를 만들어 주긴 했지만, 연습 시간을 너무 빼앗은 것도 있고, 김형석 팬덤과의 마찰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지난 화로 인해 문승빈은 메인 보컬, 리더 롤로도 먹힐 만한 서사를 얻었다.

“투표해 주신 팔로워님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발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차지운이 24위인 건 좀 의외네

┕왜 너무 높아서?

┕그럴 리가..

-달려갈게 팀에서 그나마 볼만했잖아.

-애도 더럽게 안 떠.

┕뜰만해야 뜨지.

┕저 얼굴이 안 뜨면 누가 뜰만 하다는 거임?

이어진 다음 순서는 연습생들이 뽑은 비주얼 순위였다.

-도현이 몇 등 하려나?

-도토리 키재기들 하고 있네

5위로 차지운이 나왔다. 그리고 바로 문승빈이 차지운을 투표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 둘은 의외의 조합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승빈이 지운이랑 친해?

-잘생긴 애 뽑는건데 갑자기 친하냐고 묻는 애들은 뭐냐

“되게 날카로운데 잘생겼어요.”

“키도 크고 되게 요즘 잘 먹히는 얼굴인 거 같아서 투표했습니다.”

사실 문스트럭도 4위 이상은 욕심내지 않았다. 정유현, 강도현, 박선우, 윤빈이 상위권을 차지할 것은 이미 정해진 순서였다. 그런데 5위로 차지운이 나왔으니, 이번 코너 분량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사실 여기서 승빈이가 뽑혀도 문제였다.

4위는 강도현이었다.

-도현이가 4위?

-그럼 3,2,1위가 누구임?

┕정유현이 1위겠지

┕정프들 자의식 과잉 자제 좀

-4위도 높은데? 6위한 애가 더 잘생김

-승빈이 없는데 말이 됨?

┕왜 아직 3명 남았잖아.

┕양심상 그건 아니라서ㅎ...

그리고 정유현이 투표한 사실이 나오면서 모두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뭐야 얘네 기싸움 오지던 사이 아니었음?

┕첫순위 때 방송각 잡으려고 한 말 가지고 과대망상한거지;;

-잘생긴 건 인정한다는 건가

1위 후보는 이변 없이 정유현과 박선우였다. 여러 연습생이 자신의 픽을 얘기하는 장면이 나왔지만, 문스트럭에게는 관심 없는 얘기였다.

“제가 선택한 비주얼 1위는 삐-입니다.”

그리고 [1위의 주인공은?] 자막이 뜸과 동시에 광고가 나왔다. 누가 1위냐로 뜨겁게 논쟁하던 게시판은 그새 편집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찼다.

-아 광고ㅡㅡ

-어일정(어차피 일등은 정유현) 아님?

-아무래도 정유현이 정석미남이니까.

┕그래서 벌써 질림

┕미친놈아 잘생긴 건 안 질려

-선우가 예쁘게 생기긴 하지

┕예쁜거랑 잘생긴건 다르지 않나;;

┕ㅈㄹ 아름다운건 결국 일맥상통하거든

-아 빨리 발표하라고.

-최종 순발식이냐 이거?

-투마월 벌써 막화 찍는거냐고 ㅅㅂ

그 후로도 한참을 끌어 댄 후에 1위가 발표됐다.

[비주얼 1위 정유현]

-역시나.

-비주얼 센터 정유현이 아니면 누가 해.

-정유현 진심 와꾸 하나는 킹정함

┕와꾸 하나만요? 울 유현이 올라운더인거 아시면 놀라서 돌아가시겠네.

-강도현도 정유현 뽑은거임? 거봐 누가 쟤네 사이 안 좋대?ㅋㅋㅋㅋㅋ

-도현이 능글맞은 것 봨ㅋㅋㅋㅋ

비주얼 1위로 뽑힌 정유현은 1위 세레모니로 ‘수트 매너’를 재연했다. ‘수트의 정석’ 팀이 비록 경연에서는 패했지만, 득표수 확인 장면에서 수트 단추를 푸는 장면이 꽤 이슈가 됐다. ‘수트 매너남’으로 불리면서 정유현의 정석적이고 완벽한 이미지와 큰 시너지가 난 거다.

* * *

비주얼 순위까지 발표하고 나니 문스트럭은 슬슬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최근 순위는 8위, 이번에만 안 불린다면 데뷔권은 확정이었다. 그녀는 제발 문승빈이 호명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카메라가 집요하게 문승빈을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후보군의 연습생들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 주기 시작했다. 게시판에서도 8위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이제 승빈이 나올 때 되지 않았음?

┕문승빈이 더 높은 순위일 거 같은데,

┕데뷔권은 에바인데.

┕지난주가 8위였잖아.

-김병대 아닐까?

┕최근 순위가 6위였는데?

┕샷건한테 졌잖아.

┕고작 1000표로 뒤집히겠음?

“8위를 한 연습생은… ‘킬러’ 무대에 오른 연습생입니다.”

문스트럭은 김이 빠졌다. 저런 어그로성 멘트가 나올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심장이 쫄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 이 연습생 킬러 무대에서 정말 다양한 매력을 보여 줬죠?”

문스트럭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저런 만능 멘트로 시간 끌고 있어.”

-아예 8위 연습생은 남자라고 하지 그래?

-다양한 매력 ezr

“VM 엔터테인먼트와도 연관이 있죠? 8위 연습생은…….”

-그걸 누가 모르냐고 꼴받네..

-설마 강도현?

“김병대 연습생입니다!”

8위 호명과 함께 문스트럭은 쥐고 있던 핸드폰을 붙잡고 외쳤다.

“됐다!”

솔직히 말해서 순위 유지만 해도 만족하려고 했다. 샷건 팀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최상위권은 아니었던 문승빈에 대한 타 연습생 팬들의 견제가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일단 상위권에 속하고 코어가 쌓이면 잔챙이들의 견제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줄어든다.

“어, 우선 투표해 주신 팔로워분들 감사합니다. 마지막 순위보다 조금 떨어져서 아쉽지만…….”

“아이고…….”

문스트럭은 절로 탄식이 나왔다. 순위 하락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위험하다. 거기다 충분히 상위권인 등수의 연습생이라면 더더욱 공격의 대상이 된다.

-8위하고 저런 소리하니까 어이없네?

┕저기 앉아있는 연습생들 무슨 기분일깤ㅋㅋㅋㅋㅋ

-표정관리 ㅈㄴ 못하네.

┕궁예질 하고있네.

┕쟤 근데 첫방 때부터 아슬아슬했음. 터질 게 터진거지.

벌써 표정 궁예까지 하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었다.

“아, 그래도 이렇게 높은 순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급한 불을 끄려는 말이었겠지만, 게시판 반응을 보니 오히려 기름을 부은 듯했다.

-병대야 다음엔 꼭 데뷔조 들게 해줄게ㅠㅠ

┕이러니까 애가 정신을 못 차리지.

┕정작 팬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왜 타팬들이 감놔라 배놔라임?

“이제 데뷔조 연습생의 순위를 호명하겠습니다. 7위는 문승빈 연습생입니다!”

김병대와는 약 3000표, 상위권 내에서는 근소한 차이였다. 문스트럭은 그동안의 노동이 헛되지 않음에 기뻤다.

“안녕하십니까, 개인 연습생 문승빈입니다. 먼저 투표해 주신 팔로워분들 감사합니다. 7위라는 높은 순위는 정말… 상상도 못 해서 지금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딱 정석대로인 소감이었다. 하지만 바로 전 순서가 김병대였기에, 문승빈의 겸손한 소감이 더 돋보였다.

-승빈이 손 떠는거 봐ㅠㅠㅠㅠ

┕이런 애한테 기쎄다는 이미지 작작 좀ㅡㅡ

┕진심ㅎ 애가 무대 잘하는게 기쎈거냐고ㅆㅂ

-긴장했나봐ㅋㅋㅋㅋㅋ 귀엽다ㅋㅋㅋㅋ

-하 문승빈 ㄱㅇㅇ......이게 바로 신인파는 맛이지

-김병대랑 ㅈㄴ 비교된다

┕22 적어도 얘는 팬들한테 감사인사부터 하네.

┕33 뽑은 보람이 있음ㅠ

“그리고 우리 샷건 팀, 부족한 맏형임에도 잘 따라 줘서 고마웠어.”

아련한 ‘눈부셔’ 피아노 버전 비지엠과, 문승빈의 말에 울컥하는 김형석의 모습까지. 문스트럭은 한 편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기분에 벅차올랐다. 입덕하고 난 이후로 불시에 벅차오르는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

박재봉이 3위로 호명되고, 1위 후보는 모두의 예상과 같이 강도현과 정유현이었다.

“두 연습생, 1위 후보가 된 기분이 어떤가요?”

“솔직히 엄청 기분 좋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높은 순위여서 얼떨떨합니다.”

“강도현 연습생, 첫 주부터 1, 2위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요. 1위 자신 있나요?”

“자신 있습니다!”

-당연히 도현이지;;

-유현이 수트 매너로 유입 ㅈㄴ 쓸어모은 거 도프들만 모르나봄.

┕커뮤사세;;

┕어차피 머글들은 이거 안 봐.

┕커뮤에서 커뮤사세 말하는 건 동족혐오임?

“투마이월드 시즌 2 대망의 첫 1위 연습생은……!”

긴장감 넘치는 효과음과 달리 문스트럭은 심드렁했다.

“100초 후에 공개하겠네-”

“광고 후에 발표하겠습니다!”

“그럼 그렇지…….”

광고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 뜸을 들이던 1위를 드디어 발표했고, 첫 1위는 강도현이었다. 게시판은 희비가 교차하는 강도현, 정유현 팬들과 누구의 팬도 아니지만 싸움을 부추기는 댓글들로 가득했다.

-도현아ㅠㅠㅠㅠㅠ

-매일 투표한 보람 있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ㅅㅂ최근 속보에선 유현이가 1위 아니었음?

-당연히 정유현이 할 줄 알았는데;;

-어차피 다 짜고치는 판인데 VM밀어주기지 뭐ㅇㅇ

┕만물 VM설 지겹지도 않냐

“살벌하네…….”

순발식이 모두 끝나고, 아련한 피아노 버전 ‘눈부셔’와 함께 연습생들의 이별 장면이 나왔다.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응원합니다.]

-가증스러운 거 봐;;

-내 새끼 조금만 더 일찍 응원해주시지 그랬어요^^

-투마월 탈출한 내 최애가 승자다.

* * *

“지운이 형네 교복 되게 예쁘네요?”

“너무 오랜만에 입어서 어색하다.”

“야, 겨우 몇 개월 가지고 어색하면, 5년 만에 입은 내가 뭐가 되니!”

“아, 진짜 성재 형 너무 웃기다니까-”

“와, 승빈이네 교복 그거지. 연예인들 많이 다니는 예고.”

“진짜 샛노란 색이다. 신기해, 사진으로만 봤었는데-”

마침내 다가온 2차 경연 최종 리허설. 각자 다른 교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서니 학창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교복 의상은 성재 형의 아이디어였다. 통일성을 주면서도 개성을 보여 줄 수 있는 의상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서로 다닌 학교가 다르니 교복을 입어 보자는 제안이었다. 게다가 교복 싫어하는 아이돌 팬은 보기 드무니까. 역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곧 리허설이네.”

“그니까. 1차 경연보다 더 긴장되는 거 같아.”

“준비한 만큼만 다 보여 주고 오자고요!”

“맞아!”

1차 경연보다 준비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아서였을까, 더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이 마음이 부담감이 되지 않도록 꾸준히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실수하지 말자, 만일 실수하더라도 그조차도 하나의 무대로 만들자-

“청춘예찬 조 리허설 들어갈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