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투마월 시즌 2는 2화 만에 시청률 4%를 찍으면서 일찌감치 시즌 1의 최고 시청률을 넘었다. 강도현, 정유현, 박재봉과 같은 최상위권 연습생들은 벌써 지하철 광고가 게시되기도 했다.
“대박- 재봉이 좋겠다!”
“너무 신기해요.”
“나중에 휴가 나오면 같이 보러 가자!”
“좋아요, 헤헤.”
SNS에서 광고 사진을 찾아보는 박재봉의 입꼬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2년간의 망돌 시절 지하철 광고는 생일 때 딱 한 번 받아 본 적 있었다. 샤이닝문, 그니까 지금의 문스트럭이 모금을 받았는데, 종료 전날까지 30% 채워져 있다가 마지막 날 겨우 달성했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문스트럭이 자비로 채운 거 아닐까 싶다.
처음 받아 보는 지하철 광고에 신나서 인증샷에 편지에 난리 부르스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데뷔한 나도 그랬는데, 연습생들은 더하면 더하겠지.
“다들 오늘 3화도 보러 갈 거지?”
“그래야지.”
1화 방영은 연습생 리액션을 찍기 위해 단체로 관람했지만, 2화부터는 희망하는 연습생들만 모여서 관람할 수 있었다. 방송이나 게시판 반응에 민감한 연습생들은 아예 시청하지 않고 그 시간에 연습하는 걸 선택했다.
* * *
3화는 2화에 이어 센터 선발 과정에 집중했다. 센터 후보 연습생, 최종 센터 선정 기준이 나오자 다양한 반응이 오갔다.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연습생들끼리 뽑게 했네, 또?
-그니까 유현이가 센터가 안 됐지ㅎ..
┕그니까;;
-객관성 ㅈ도 없는 선발 방식 언제 바뀜?
-보고 욕해;; 이러고 재봉이가 ㅈㄴ 잘했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축구장 영상만 봐도 센터감인데 말들이 많아.
“전 등급에서 센터 후보가 나온다는 게 이번 시즌 제일 큰 변화죠?”
“맞아요. 기발하지 않아요?”
“그러게요. 시청자들도 이건 예상 못 했을 거 같아요.”
-저거 백퍼 대본이다.
┕ㅈㄴ 어색햌ㅋㅋㅋㅋ
┕로봇인줄?
-어지간히 머리 쓴 거 자랑하고 싶었나봄.
“그럼 선발 평가 시작해 볼까요?”
“네!”
“가 봅시다!”
실력이 일취월장한 연습생도 있었지만, 난해한 실력으로 트레이너들이 할 말을 잃게 한 연습생도 대거 있었다.
“가사를 왜 못 외웠지?”
“왜 이렇게 긴장을 했어?”
“아이고야…….”
특히 이성재의 영상 평가가 화제였다. 이전까지는 날카로운 비판을 하던 심사 위원들도 그의 열정적인 허우적거림에 저항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와중에 가사와 안무는 모두 숙지했고, 웃는 얼굴을 잃지 않는 모습에 감동해 눈물을 글썽이는 트레이너도 있었다.
-우리 감전좌 여기서도 활약하네.
┕시그널송이 선녀였네…
┕감전좌 성장캐였음ㅇㅇ
-서재인 울어?
┕웃은 나만 쓰레기 됐네...
┕웃참하다가 흘린 눈물 아니냐?
-열심히 하잖아ㅠㅠ 성재 좀 이뻐해줘 나쁜 놈들아.
“다음 연습생이 김병대 연습생이네요?”
“S등급은 좀 다르겠죠?”
“아, 근데 병대… 씁, 잘해야 할 텐데.”
최성재 안무가의 말과 함께 S등급 연습 장면으로 전환됐다.
[자신감에 가득 찬 S등급 연습생]
[순조롭게 진행되는 연습]
한동안은 큰 문제없이 흘러가는 듯했다. 그런데 최성재 안무가와의 트레이닝 이후, 180도 바뀌었다.
“병대야, 안무 다 못 외웠어?”
“죄송합니다.”
“S등급 다른 연습생들이 다 외우는 동안 뭐 했어?”
그리고 연습하는 다른 연습생 옆에서 멍을 때리거나, 주저앉은 김병대의 모습이 나왔다.
[연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김병대 연습생]
[과연 김병대 연습생은 무사히 영상 평가를 마쳤을지?]
“S등급 김병대 연습생. 영상 평가 시작하겠습니다.”
김병대의 영상 평가는 나도 궁금했다. 강도현보다는 부족할지라도 다른 S등급 연습생들과 비교하면 뒤처질 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영상 속 모습은 내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지금 포기한 거예요?”
“아니, 죽이 되건 밥이 되건 뭐라도 해야지.”
“멘탈이 완전히 나갔는데요?”
초반 가사를 잊어버린 김병대가 멘붕 상태로 1절을 날린 것이다. 2절부터는 어떻게 정신 차리고 해냈지만, 앞부분에서의 실수가 너무 치명적이었다.
-센터후보 안될만했네...
-나 쟤 저렇게 얼빠진 모습 처음 봄...
-2절은 잘했는데 왜 그랬어, 병대야ㅠㅠ
“저래서 선발 안 된 거였구나.”
“완전 의외예요. 대면식 때도 그렇고 엄청 자신감 넘쳐 보였는데.”
VM에서는 모두가 어화둥둥이었기에, 합숙 초반 김병대의 기고만장함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서바이벌이 시작되고, 짧은 시간 안에 안무와 노래를 숙지해야 하는 경쟁에 던져진 거다. 옆에서 잡아 줄 사람도 없으니, 그 약한 멘탈이 흔들릴 만도 했다.
하지만 확실히 VM이다 싶었다. 연습 영상이 충격적인 거에 반해서, 편집은 유한 편이었다. 피디랑 모종의 계약을 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센터 후보에는 떨어졌지만 바로 다시 연습하는 장면을 이어서 보여 주는 등, 김병대의 노력을 강조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를 했다. 성장캐 서사를 저기다 주려나.
-근데 귀신같이 박재봉이랑 강도현같이 인기 있는 애들 영상은 안 보여주네ㅡㅡ
┕ㅈㄴ 질질 끌어 어차피 다 아는데;;
-승빈이꺼도 안 나왔지?
-유현이 언제 나와?
“삐- 너무 잘하는데?”
“삐-는 아이디어가 너무 좋았어요.”
“나는 삐-가 될 거 같아.”
교묘하게 이름만 가리고 트레이너들의 칭찬이 오갔다. 게시판은 답답함을 호소하는 팔로워로 가득했다.
-ㅅㅂ 진짜 삐소리 나게 해줘?
-내새끼 얼마나 잘하는지 좀 보자고ㅡㅡ
“센터 후보 연습생들의 영상 평가를 공개하겠습니다.”
강도현을 시작으로 정유현과 내 평가 영상까지 연달아서 나왔다.
-아니 도현이가 왜 센터가 아니냐곸ㅋㅋㅋㅋ
┕주작을 벌써 하면 어떡하냐?
-정유현이 센터가 아니라는 게 ㅈㄴ 이해 안가는데?
┕피디 얼굴에 침이라도 뱉었냐?
┕그래서 그런거면 이해한다.
┕유현이가 침 좀 뱉을 수 있지.
-승빈이가 제일 잘 불렀는데 노어이;;
게시판 반응이 과열됐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왜냐면 나도 당연히 강도현이나 정유현, 아니면 내가 될 줄 알았으니까.
“C등급 박재봉 연습생. 영상 평가 촬영 시작합니다!”
-재봉이 귀여워ㅠㅠ
-꼬질한 거 봐ㅠㅠㅠ
-얼마나 잘하나 보자^^;;
┕응 어차피 센터는 재봉이^^
-잘하는데?
┕노래랑 춤도 안정적인데 왜 C등급이었지?
┕근데 강도현, 정유현을 이길만한 뭔가가 없잖아.
┕좀 기다려라, 뭐가 더 있나보지. ㅈㄴ 급해.
그리고 대망의 종이 꽃가루. 숨이 목 끝까지 차올랐는지 상기된 볼에, 엔딩 포즈를 잊지 않는 박재봉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꽃가루야?
-뭐 뿌린거임?
-저거 가사지인가봐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품을 저렇게 만드넼ㅋㅋㅋㅋㅋ
-재봉이 천재 아이돌임 반박시 니 최애 8위로 데뷔 못 함.
-왜 센터인지 알겠네.
-가사지로 꽃가루 만든 거 왜 이렇게 기특함?ㅠㅠㅠ
-재봉이 그렇게 안 봤는데 엄청 야먕캐였네;;
┕걍 귀여운 애인줄만 알았는데 ㅈㄴ 반전임.
그래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이미 박재봉의 종이 꽃가루 퍼포먼스는 많은 팔로워의 마음을 홀렸다. SNS에는 벌써 각종 보정과 움짤로 영업이 오가고 있었다.
[투마월 센터의 위엄] 조회수 : 28390
-쟤 16살 아니야?
┕ㅇㅇ아직 중딩임.
┕근데 저걸 직접 생각해낸 게 ㅈㄴ 대단하다... 걍 아이돌 할 애네.
-ㅋㅋㅋㅋ재봉이 왜 센터냐고 지랄하던 애들 다 아닥하게 해서 너무 좋음!^^
┕ㅈㄴ 꼬시닼ㅋㅋㅋ
-재봉이 시그널송 개인직캠 보면 진짜 계속 끼부리고, 한시도 카메라에서 눈을 안 뗌ㅠㅠ진짜 노력하는 애야ㅠㅠㅠ
-센터 선발되고 우는데 내가 다 눈물 나더라ㅠㅠㅠㅠㅠ
“재봉이 울어서 눈 부은 것 봨ㅋㅋㅋ”
“아, 웃지 마요! 하씨, 왜 저렇게 울었지?”
그렇게 재봉의 센터 선발 결과까지 나오고, 잠시 중간 광고 타임이었다.
“그만 놀려-”
“진짜, 선우 형은 지운이 형이랑 동갑인데 왜 이렇게 달라요? 솔직히 말해 봐요. 형, 나이 속였죠?”
“헐, 야, 어떻게 알았어? 나 사실 너보다 어려.”
“아, 또 헛소리한다.”
투닥거리는 박재봉과 선우 형 사이에서 기가 다 빨린 지운이 형. 금방이라도 숙소로 돌아갈 거 같아서, 선우 형 입에 젤리를 하나 물려 줬다. 닥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와, 다시 봐도 세트 진짜 크다-”
“그니까. 현장에서 엄청 놀랐었잖아.”
“저게 벌써 두 달 전이죠?”
“시간 엄청 빠르네…….”
시그널 송 촬영 장면은 영상으로 다시 봐도 힘들었다.
-재봉이 프로 아이돌...혼자서도 잘해.
-근데 세트 너무 높은 거 아님? 위험해 보이는데;;
-아기 팔랑거리는 것 봐ㅠㅠ 날아갈라.
┕붕방강아지야ㅠㅠㅠ
예상했지만 사고 장면은 전부 편집되었다. 아무래도 안전 문제가 발생한 걸 방송에 내보내는 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래도 박재봉은 조금 서운한 듯 말했다.
“저 때 진짜 무서웠는데 하나도 안 나왔네요……?”
“그니까 나 겁나 놀랐었잖아-”
“근데 진짜 강도현 그 형은 뭐였을까요?”
“야, 목숨 살려 준 은인한테!”
“아, 깜짝이야!”
하여간 귀도 밝다. 언제 온 건지 강도현이 박재봉과 지운이 형 사이를 비집고 나타났다. 편하게 지내자는 말을 한 이후 더 이상 자신의 깐족거림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 * *
[눈부셔 New World
나를 향한 이 시선이 짜릿해
너만의 스타 그게 바로 나야]
“아으, 시끄러…….”
매일 듣는 기상 송임에도 들을 때마다 적응 안 되는 엄청난 볼륨이다.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30분은 일찍 울렸다. 뭔가 있다는 건데-
“센터 후보군 연습생들은 10분 이내로 대강당으로 집합해 주시기 바랍니다.”
“센터 후보군?”
“아우, 난 센터 후보도 아닌데 왜 깨운 거야-”
선우 형이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안경을 찾아 허공에 손을 휘적거리고 있었다. 센터 후보군끼리 모여서 하는 거라면 분명 음악 방송 출연일 거다. 이걸 이렇게 서프라이즈 형태로 공지할 일이냐고. 10분이면 뭔가를 준비하기엔 빠듯한 시간이니 깔끔하게 하고, 입술에 생기만 넣어야겠다.
강당에 도착해 보니 상태가 다들 도토리 키재기였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중무장한 연습생도 있었다.
“왜 센터 후보 연습생들만 모였는지 궁금하죠?”
“…네.”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센터 후보군 연습생들을 위한 선물을 공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바로바로 씨넷 ‘뮤직 쇼’ 출연권입니다!”
역시나 음악 방송 출연 얘기군. 예상 그대로라 덤덤한 나와 달리, 다들 엄청난 반응이었다.
“대박!”
“진짜로? 씨넷 ‘뮤직 쇼’ 나가는 거야?”
“헐, 연예인들 보는 거야, 그럼?”
매 시즌 일부 연습생은 씨넷의 음악 프로그램인 ‘씨넷 뮤직 쇼’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었다. 시즌 1에서는 S등급이 그 혜택을 받았고, 이번 시즌에서는 센터 후보군이 그 대상이 되었다. 전신 세로 직캠부터 페이스캠까지 개인 직캠도 나와서 초반 유입에 큰 역할을 하는 엄청난 기회였다.
‘뮤직 쇼’는 티벡스 시절에도 데뷔 무대를 포함해서 출연한 적이 다섯 손가락에 들었다. 데뷔 무대도 지운이 형이 투마월 출신인 버프 받아 겨우 나갔다고 해도 무방했다. 데뷔한 연예인들에게도 꿈의 무대인데 연습생들이 오를 수 있다니, 엄청난 선물이긴 했다.
“여러분들은 바로 이번 주 ‘뮤직 쇼’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이번 주면 이제 4일 남은 건가?”
“죽어라 연습해야겠네.”
“방송을 위해 동선과 자리 배치에 변화가 있어, 매일 단체 연습이 있을 예정입니다.”
윤승철의 공지가 끝나기 무섭게 제작진들은 우리를 바로 연습실로 보냈다.
‘아침은 먹이고 연습시키지-’
“자리 배치는 축구장 때랑 큰 변화는 없을 거예요. 다만 1차 경연 결과를 조금 반영해서 재배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