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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570화 (1,570/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570화

새로운 일상(25)

-네놈의 장단에 어울려 줄 생각은 없다.

-?

-아니, 정말로 진짜라니까요. 거짓말 같은 게 아니라 진짜라고요.

-그래. 알겠다. 그런데… 용건은 그걸로 끝인가?

‘이 새끼… 전혀 안 믿고 있자너.’

-아니, 진짜라니까. 아, 답답하네! 진짜! 방금 일어난 일이라고요. 방금. 베니고어 교단 공화국 지부에 최면 능력을 사용하는 놈이 정말로 있었다니까요? 거기서 교단 극단주의자들을 양성한 거 있죠? 장담하건대 아마 공화국 지부에 최면에 당한 새끼들이 모래알처럼 깔려 있을 거예요!

‘그…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게 들릴 것 같기는 하자너….’

-그 최면 아저씨가 옛날에 루키페르가 만들어 놓은 상식개변 반지라는 모브링을… 그러니까 등급 측정 불가 아이템의 주인의식에 성공했는데 자기도 언제 이 모브링을 얻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간에 루키페르의 신도들은 이 모브링의 주인을 찾고 있었고, 결국에는 최면 아저씨와 접선하는 데 성공한 거죠. 제가 교단에 방문하는 것도 기다린 거고요.

-…….

-결국 거기 가서 정신계열 주문에 걸린 척했는데, 최면 아저씨가 막 제 머리끄댕이도 잡아당기고, 뺨도 떡 주무르듯이 주무르고, 뭔 난리도 아니었어요. 진짜 아프기도 했는데 그것보다는 기분이 나쁜 거 알죠. 아, 아무튼 거기서 루키페르의 신도도 볼 수 있었고요. 때마침 현성이가 나타나 줘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다니까.

-…….

-심지어 모브링이 이거 하나가 아니래요. 상식개변 반지 외에도, 다른 능력이 붙어 있는 모브링이 3개나 된다는 거죠. 아이템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 진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니까요. 조금 과장해서 말해서 최면 아저씨가 조금만 더 똑똑했거나 이 새끼들한테 시간이 조금 더 주어졌었다면 단순 해프닝으로 안 끝났어요.

-…….

-뭔, 개인 기도회실에 들어올 때는 신발을 벗는 것이 ‘상식’입니다. 이 지랄을 하는데 이게 진짜로 최면이

걸리게 된다니까요? 간단하고 효과적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치트 아이템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니까요.

-도대체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지 모르겠군… 요즘에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에 속아주는 것도 ‘상식’인가?

‘봐. 시바 내가 이 새끼 안 믿을 줄 알았어.’

김현성과 함께 숙소로 돌아온 이후에 방에 들어와 계속해서 나의 억울함과 대륙의 위험에 대해 호소했건만 아니나 다를까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조금 황당하게 들릴 정도였으니 이해가 가기는 했지만….

‘최면 아저씨고 시바 모브링이고, 상식개변 반지고 뭐고 이거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만약 진 군사가 똑같이 내게 저런 말을 지껄였다면 분명히 웃어넘겼을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이쪽은 진 군사에게 거짓말을 친 게 하루 이틀이 아니지 않은가.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지만 양치기 소년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타이밍도 타이밍이거니와 내용도 너무나도 터무니없게 느껴진 것은 당연지사.

-네놈도 정말 갈 데까지 갔다 보군. 블러핑을 하려면 조금 더 제대로 된 결 내놓았으면 했는데 말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이라니… 드디어 네놈의 그 옹졸한 머릿속에 있는 창의성이 바닥이 난 모양이야. 아니면, 네놈이 그만큼 절박한 상황인 걸 수도 있겠지. 어떤가. 다른 돌파구가 보이지 않나?

-아니, 군사님 저 지금 진지하게….

-네놈이 뭘 하려고 하고 있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여론을 뒤흔들려고 하는 개수작 말이다. 극단주의자

들을 하나도 모아 청소할 작정이었겠지.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게 되어버린 것 같더군. 실제로 네놈이 만

든 베니고어 넷에서 여론이 뒤바뀌는 게 보였으니… 그래, 이 평화협정을 지지하는 여론을 결집시킨 것은 나쁘지 않은 성과야. 하지만 겨우 그것뿐이다. 여론은 그저 여론에 불과해. 나를 설득시키고 싶다면 조금 더 괜찮은 걸 가져와야 할 거다. 이를테면 내가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한 것처럼 말이다. 읽은 적은 있나?

-당연히 전부 읽었죠. 아니, 나름대로 일리도 있고, 솔직히 저도 설득될 뻔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그 난리가 났는데도 내 인터뷰를 읽을 시간이 있었나 보군.

-아니, 이 난리가 일어나기 전에 읽은 거죠. 그리고 그거 읽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요. 아 진짜 이미 안 믿기로 결정을 한 거네… 이건, 그냥 안 믿겠다고 결정을 한 거잖아요.

-네놈 같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나?

-…….

-…….

-아, 아니, 솔직히 믿기 힘들 수 있다는 건 이해해요. 제가 생각해도 좀 황당하기는 하니까. 근데 진짜 이번에는 거짓말 아니에요 하… 시바 답답하네. 조금만 기다려 봐요. 꼭 증거를 들이밀어야 믿지. 사람이 이렇게 신뢰가 없어서야.

방문을 열어젖힌 이후에 애타게 베넷 사제를 찾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었다.

“베넷 사제님? 아… 이 아저씨는 또 어디로 갔어? 시바.”

“…….”

“최면 아저씨!”

“…….”

“최면 아저씨!”

복도에 크게 소리를 치자 다행히 멀지 않은 쪽에서 벌컥 문이 열리며 최면 아저씨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숙소에 방 하나를 잡아주고 신경을 꺼놓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도망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도망치는 게 오히려 제정신이 아니기는 하지.’

여러 가지 안전장치도 해 놓은 상황이었고 말이다.

“저, 저! 여기 있습니다. 색욕과 영면이시여… 부르셨습니까?”

이야기해 놓은 대로 구석구석 깨끗이 씻은 모양새였던지라 곧바로 손짓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 잠깐 들어와 봐요.”

“네?”

“귀먹었어요? 잠깐 방 안에 들어와 보라고요. 아니다. 아니, 제가 그쪽 방으로 들어갈게요. 아저씨가 방에 들어오면 또 환기하고 소독해야 되니까. 지금 창문 열어놔요. 환기 좀 해 놓으라고요.”

“네… 네.”

“그런데 도망칠 생각은 안 했네요?”

“이… 이미 저는 색욕과 영면께 모든 걸 걸었습니다. 이상한 반지를 얻기는 했지만 사실 저는 그런 대단한 나쁜 짓을 저지를 깜냥이 못 됩니다. 그놈들과 함께 일하는 동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머리도 많이 빠지고… 제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렇게 살아서 뭘 하겠습니까….”

“괜한 동정심 얻으려고 오바하지 마시고요. 그렇게 아저씨 사정에 일일이 관심 없으니까요. 일단 빨리 창문이나 열어놔요.”

조심스레 녀석의 방 안에 들어가자 그새 더러워진 방 안이 시야에 비쳐왔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깨끗한 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더러워질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기는 했지만 일단은 방 한쪽 구석에 비치된 의자에 앉은 채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뭐 해요? 안 앉아요?”

“아. 네! 앉겠습니다!”

“반지 다시 꺼내 봐요”

“아… 네.”

‘사진 한 장 찍고.’

“잠깐 여기 좀 보세요.”

‘최면 아저씨 사진도 한 장 찍고…. 쓰읍… 좀 부족한가.’

“아까 잡아당긴 것처럼 잡아당겨 봐요.”

“네? 네… 네?”

“아니, 아까 제 볼 잡아당겼었잖아요. 똑같이 한번 해보라고요.”

“이… 이러시면 제가 곤란해집니다. 색욕과 영면이시….”

“아. 진 군사한테 사진 찍어서 보내게 빨리 잡아당겨 보라고요.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세게 잡아당겨야

돼요.”

“…….”

“뭐 해요? 진짜?”

“네… 알… 알겠습니다.”

아까처럼 쭈욱 뺨을 잡아당기는 녀석의 모습이 눈에 비친 것은 당연지사. 한 번 찰칵 소리가 들린 이후에도 뺨을 놓지 않아 눈치를 보낸다.

당연히 재빠르게 손을 놓는 녀석이 시야에 보였다. 슬쩍 거울을 바라보니 아니나 다를까 붉어진 뺨이 눈에 보이는 상황, 붉어진 뺨을 클로즈업한 이후에 다시 사진을 찍고 전송 버튼을 누른다.

쇼파에 함께 앉아 있던 최면 아저씨를 옆으로 툭툭 쳐내자, 녀석이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래도 안 믿을 것 같기는 한데…’

뭔가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 같아 충동적으로 보내기는 했지만 다시 찍은 사진을 보자 뭔가 엉성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모브링은 넘버링이 붙은 등급 측정 불가 아이템이 아니라 땅바닥에 떨어져 있을 것만 같은 싸구려 반지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사진은 확실히 신뢰도가 확 올라가기는 하네….’

별다른 설명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이 찍혀 있는 사진을 보니, 곧바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건 누가 봐도 기분 나쁜 빌런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는 사진이다.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얼굴과 음흉해 보이는 미소, 안기모조차 곧바로 최면 아저씨를 닮았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모브링이고 상식개변이고 녀석은 이해할 생각도 없겠지만, 아마 이 사진에 찍혀져 있는 얼굴을 보는 순간 이해할 수밖에 없게 되리라.

-사진 보냈어요. 한번 봐보세요.

-쓸데없는 짓을 할 시간이 있나?

-…….

-…….

-봐요. 제 말이 맞죠? 이거 거짓말이 아니라니까요?

-…….

-…….

-…….

-불쾌한 사진이로군. 다시는 이딴 사진 보내지 마라. 이기영.

-아니, 군사님.

-네놈의 장난에 어울려 줄 생각은 없다고 분명히 이야기했을 텐데? 더이상 할 이야기가 없으니 이만 통신 채널을 닫겠… 아니, 내가 지금 할 일이 있으니 나중에 시간이 될 때 연락하도록 하지.

-아니, 지금 나중에 연락하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진짜 대륙의 위협이 시바 다가오고 있다니까요? 김현성보다 잘생겼대요. 루키페르 신도 쪽 대가리가! 이쪽에서도 대충 할 수 있는 걸 할 생각이기는 한데, 외신 애들도 풀었고요. 군사님 쪽에서도.

-뚝.

‘시바. 이 새끼 진짜. 시바.’

“…….”

“…….”

‘심지어 차단했어?’

홧김에 벽에다가 손거울을 집어 던지자 화들짝 놀란 베넷 사제가 보인다. 당연히 조심스레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 먼저 말을 꺼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역시나 말을 이어왔다.

“이… 이야기가 잘 안 되신 겁니까?”

“이 새끼가 제 말을 안 믿잖아. 시바. 아니, 이럴 게 아니지. 어차피 얘네 한번 빼내려고 작업 치려고 했는데 오히려 잘됐네. 아저씨. 애들 좀 모아 봐요. 얼마나 돼요?”

“네?”

“아저씨가 암시를 걸어놓은 사람들 있잖아요. 숫자가 얼마나 되냐고. 아니 꽤 되기야 하겠네 최면 아저씨한테 암시가 걸린 사람들도 사람들인데, 그냥 휩쓸린 사람들의 숫자도 결코 적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극단주의자들 싹 다 모으면 몇만은 족히 나오겠죠?”

“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베니고어 넷에 선동 글도 좀 올리시고. 그런 거 잘하시죠?”

“…….”

“…….”

“죄송합니다만… 색욕과 영면이시여… 멍청한 저는 색욕과 영면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죄, 죄송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면….”

“사람들 전부 모아서 결집시키라고요. 최대한 티 안 나게요. 루키페르 쪽 애들 뒤도 좀 캐보고, 겸사겸사 진 군사 엿 좀 먹이게.”

“?”

“아니, 그러니까. 진 군사 저택 앞에 사람들 모아서 집회 열라는 소리잖아요. 공화국 쪽에 신고 꼭 하시고요. 시바. 모을 수 있는 사람이란 사람들은 전부 모아서요. 다시 한번 이야기하는데, 절대로 아저씨가 개입되어 있다는 건 티 내지 마세요. 루키페르 쪽 애들이 눈치채면 전부 말짱 도루묵이니까. 이런 데 특화된 3명이 있는데 걔네들도 따로 움직여 줄 거예요.”

“아… 네… 네!”

“확실하게 하세요. 확실하게. 제 말 무슨 뜻인지 이해하셨죠?”

“네. 확실하게 이해했습니다.”

“…….”

“…….”

“…….”

그리고.

“…….”

“…….”

“저기요.”

“…….”

“네?”

“너무 확실하게 하신 거… 아닌가요?”

“저… 저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평화협정 반대 시위자 어림잡아 6만….

맞불 시위를 위해 등장한 평화협정 찬성 시위자 역시 약 7만….

총합 13만은 넘을 것 같은 인원이 피켓과 음성 증폭 아티팩트를 들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시야에 비쳐

왔다. 그 가운데에는 이상한 머리띠를 하고 있는 박덕구가 단상 위에서 힘차게 손을 뻗고 있었다.

-각성하라!!!!!! 각성하라아아아아!!!!!!!!!!!

-평화협정!!! 반대한다아아아아!!!!! 반대한다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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