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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563화 (1,561/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563화

새로운 일상(18)

‘어떻게 하기는 뭘 어떻게 해?’

“별거 아니에요.”

“네? 이, 이게 어떻게 별게 아니에요! 길드마스터가 저를… 저를 찾고 있다니까요! 이, 이게 어떻게 별게 아닐 수가 있어요? 안… 안 그래도 길드마스터가 흑마법사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알고 계시잖아요!”

“진짜로 별거 아니라니까요?”

“왜, 왜 하필 흑색 마탑주한테 쪽지가 왔겠어요?! 분명히 노, 노리고 있을 게 분명해요. 어떻게든 제가 있는 곳을 찾아내서 콰… 콰직 할 거라고요….”

“아니, 현성이가 시바 무슨 살인범이에요?”

“김… 김현성 그 새끼는 너한테만 친절하다고!!!!”

‘얘 많이 불안해하자너.’

흥분하면 저도 모르게 반말이 튀어나오는 버릇은 아직 고치지 못한 모양이다. 계속해서 혼자 “콰, 콰직당할 거야. 콰직당할 거라고….”라고 말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심지어. “그래… 정하얀 님이라면….”이라고 혼잣말을 하는 걸 보니 정하얀에게 몸을 의탁할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예상치 못한 격한 반응이었기에 조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김현성이 평소 한소라에게 박하게 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래, 곰곰이 생각해 보니 김현성과 한소라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조혜진과는 매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선희영과도 종종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소라와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진짜로 흑마법사라서… 꺼림칙한 건가.’

아니, 한소라뿐만이 아니다. 그나마 1기 멤버라고 할 수 있는 이들과는 잘 지내고 있는 김현성이었지만, 2기나 3기와는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장담하건대 벨리에나 알프스와는 사소한 잡담 하나도 나눠보지 않았을 것이다.

김현성 이 새끼의 사회생활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한소라를 안심시켜주는 것이 먼저였다.

“아니, 걔 이런 거 잘 모른다니까요?”

“네? 네?”

“그냥 한번 대충 찔러본 게 분명해요. 누가 봐도 어색하잖아요. 요즘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이런 거에 걸려들겠어요? 사기를 쳐도 좀 제대로 쳐야지 귀엽기만 한 수준이구만… 지 채널도 못 가린 거 보면 바보예요. 바보. 소라 씨 혼자한테만 보낸 것도 아닐 거고, 아마 눈에 띄게 악플이나 분탕글 치는 사람들한테 씩씩 대면서 보내본 거겠죠. 현성이가 시바 무슨 사이코패스 살인마도 아니고, 이런 것 가지고 콰직 같은 거 안다니까. 참….”

“그, 그러니까! 부길드마스터는 아무것도 몰….”

“아 손거울이나 좀 줘 봐요.”

“네?”

잠깐 당황하고 있는 한소라의 손거울을 내 손으로 가져온다. 저도 모르게 김현성에게 했던 것처럼 그녀에게 말을 잇자.

“비밀번호 뭐예요?”

“네? 네? 0427이요.”

저도 모르게 대답하는 그녀가 눈에 띄었다. 내가 너무 자연스럽게 물어보자 그녀도 자연스럽게 비밀번호를 입에 담은 모양이다. 그녀도 나도, 실수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그걸 다시 한번 언급하지는 않았다. 일단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아니나 다를까 잠금이 풀리며 화면이 드러난다. 배경화면에는 정하얀과 함께 찍은 한소라의 사진이 있었는데…

‘얘 처음에는 하얀이한테서 벗어나려고 난리였는데.’

이렇게 사이좋은 모습을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간에 곧바로 김현성의 쪽지로 들어간 이후에는 답장.

[2714 :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에서 연락드립니다. 당신은 지금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일에 연루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안전을 위해, 당신의 연락처와 현재 계신 주소를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흑색마탑주 : 누구시죠?]

[2714 :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라고 분명히 말씀드렸을 텐데요?]

[흑색마탑주 :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는 대륙민의 주소나 연락처를 묻지 않습니다.^^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를 사칭 하는 건 중범죄라는 거 알고 계시고 이런 짓을 하시는 거겠죠? 게다가 이거 지금 보이스 피싱이라는 것 알고 계시는 거죠?]

‘봐. 답장 안 오자너.’

[흑색마탑주 :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와 언론에 제보하겠습니다. ^^ 어디 콩밥 한번 먹어보세요~]

당연히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건 개구라였고, 제보한다고 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마 김현성을 당황하게 하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나 콩밥을 먹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다. 본인이 문제를 일으켜 이기영을 곤란하게 하는 상황이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슬그머니 망원경을 돌려 김현성을 지켜본 것은 당연지사.

“…….”

아니나 다를까 안색이 창백하게 물들었다. 여신의 손거울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중, 김현성의 얼굴에는 얼핏 얼핏 두려움까지 보인다.

마치 사고 친 꼬맹이가 경찰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거짓말 문자를 받을 때의 표정을 보고 있는 것 같다.

[파란 길드마스터, 보이스 피싱 충격.]

[파란 길드마스터가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를 사칭한 까닭!]

[경악스러운 파란 길드마스터의 파렴치한 행위! 희생과 부활의 성자가 그를 버린 24가지 이유!]

같은 썸네일이 놈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을 것이다. 최근에 자극적인 썸네일에 절여져 있는 상황이었으니 그 불안감이 배가 되겠지.

그다음에는 여신의 손거울을 만지작거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검색하는 모습,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 사칭 범죄, 라고 또박또박 검색어를 적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당연히 그게 범죄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지이이잉….

이쪽의 손거울이 울리기 시작했다.

“…….”

“…….”

[김현성 : 기영 씨. 제 아이디가 해킹당한 것 같습니다.]

‘진짜 가관이자너.’

[이기영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해킹이라니요?]

[김현성: 누군가 제 아이디로 대륙보호 관리 위원회를 사칭한 것 같습니다. 보이스피싱 같은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기영 : 현성 씨가 죄송할 게 뭐가 있겠어요…. 혹시 그럼 안에 있는 사진 같은 것들은 괜찮나요?]

[김현성 : 네! 그건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이기영 : 그럼 괜찮아요. 해킹 일은 제가 한번 알아볼 테니까. 제가 따로 연락드릴 때까지는 전부 다 로그아웃해 놓고 손거울도 전부 다 꺼놓으세요.]

[김현성 : 네. 죄송합니다.]

‘와. 이제는 얘가 거짓말도 하네.’

혼나거나, 나를 곤란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거짓부렁을 입에 담은 거겠지만 생각해 보니 그게 또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뭔가를 다짐한 듯이 굳게 굳은 얼굴, 이윽고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 전화가 걸려온다.

“네. 여보세요. 무슨 일이세요?”

-기영 씨.

“네.”

-죄송합니다.

“네. 뭐가요?”

-사실… 해킹을 당했다는 건 거짓말이었습니다. 우연히 베니고어 넷에 들어갔다가 기영 씨를 욕하는 게시물들이 보여서, 저도 모르게….

“아, 현성 씨 말씀은… 현성 씨가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를 사칭해서 베니고어 넷 유저들의 개인정보를 알아내려고 했다는 말씀이시죠?”

-네….

“후우….”

-죄송합니다….

“왜 그런 짓을 했는데요?”

-저… 저도 모르게 너무 화가 나서….

“…….”

-…….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저지른 실수라고 생각할게요.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기는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당분간은 베니고어 넷에 들어가지 마세요. 근데… 개인정보를 알아내서 도대체 뭘 하려고 했던 건데요?”

-신…고…하려고… 했습니다.

“뭐 안 보이는 곳에서는 나라님도 욕할 수 있다잖아요. 저에 대해 안 좋은 글을 썼다고 해서 신고가 들어가서 처벌을 받거나 하지는 않아요. 현성 씨도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네.

“네. 그런데 혹시, 개인정보를 알려준 사람은 없었고요?”

-저… 한 명 있었습니다.

“네?”

‘그 초등학생 장난질에… 걸려든 새끼가 있다고?’

내가 뭐라고 물어오기 전에, 김현성이 말을 이어왔다.

-이름은, 베넷. 베니고어 교단의 공화국지부에서 거주 중이라고 하더군요. 아직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에 신고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이 사람한테는… 제가….

“아니요. 아니요. 딱히 그러실 필요 없으세요. 전부 다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힘든 일은 아니니까. 괜히 제가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현성 씨는 지금 현성 씨가 하는 일에 집중하세요. 당분간 베니고어 넷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은 진심이니까. 통화가 끝난 이후에 곧바로 손거울 꺼놓는 거 잊지 마세요.”

-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럼 또 연락 드릴게요.”

-네.

전화가 끝난 이후에 다시 장문의 문자가 오기는 했지만 굳이 읽지는 않았다. 어차피 또 별것 아닌 내용이 들어 있을 게 뻔했고, 지금은 한소라를 바라보며 사건이 해결되었다는 것을 알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살짝 고개를 돌리자 크게 한숨을 몰아쉬는 한소라가 시야에 비쳐왔다.

“별것 아니죠?”

“네… 네.”

“그나저나 비밀번호가 하얀이 생일이네요. 4월 27일. 괜찮으시겠어요?”

“네? 뭐가요?”

“흑색마탑이 지어지면 같이 있을 시간이 줄어드는 거잖아요. 처음에는 그렇게 하얀이랑 떨어지고 싶어하더니 이제는….”

“부, 부길드마스터가 상관하실 일이 아니잖아요!”

하면서 곧바로 이쪽에게 달려든다. 순간적으로 그녀가 체중을 실어 손을 뻗었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힌다. 본인 딴에는 내 손에 든 자신의 손거울을 빼앗으려고 했던 것 같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곧바로 돌려줄 예정이었는데,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되니 그녀의 몸과 이쪽이 몸을 뒤엉킨다.

벌컥 하면서 문이 열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오, 오빠 혹시 소, 소라 어디 있는지….”

“…….”

“…….”

그림 같은 타이밍에 문을 열고 등장한 정하얀.

“어?”

하는 소리와 함께 잠깐 할 말을 잃은 정하얀과 굳어 있는 한소라. 끼이이익…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정하얀이 문밖으로 사라진다.

곧바로 길길이 날뛸 거라고 생각한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 내 방에서 한소라와 내가 뒤엉켜 있는 모습을 보자 아무래도 크게 당황한 모양인 것 같았다.

화들짝 몸을 일으킨 한소라가 “오, 오해예요! 정하얀 님!”이라고 외치며 곧바로 그녀를 뒤따라 나가려고 했을 때, 다시 한번 문이 열려왔다.

“아! 소, 소라가 여기 있었네.”

“정하얀 님! 오해예요! 오해….”

“어… 뭐, 뭐가?”

“잠깐 부길드마스터가 장난을 쳐서….”

“그, 그러니까… 뭐가?”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

“네?”

“무, 무슨 일 있었어?”

‘기… 기억을… 지워 버렸자너….’

몇 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지워 버린 모양이다.

“빨, 빨리 시내 구경 가자. 소, 소라야. 오, 오빠는 신전으로 언, 언제 가세요?”

“응? 아….”

“같이 나, 나가요. 헤헤헤.”

“아니야. 완전히 방향이 달라서, 나는 따로 나갈게.”

“아! 네….”

한소라 역시 정하얀이 자신의 기억을 지워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몹시 당황하며 이쪽을 바라보기는 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지금부터 신전으로 향하는 내가 아니라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한소라의 몫이었다.

잠깐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한소라였지만….

‘나도 가만히 있을 시간이 없자너.’

베니고어 교단의 공화국지부에 극단주의자 한 명이 있다는 사실을 김현성에게 전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안기모 씨, 지금 출발할 거예요.”

“아… 네! 뭐 문제는 다 해결하셨습니까?”

“해결하는 중이죠. 신전에 누가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갈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거죠.”

‘베넷… 이라….’

“…….”

“…….”

‘시바… 설마 최면아저씨는 아니겠지?’

물론 확률은 희박하다. 아니, 아예 전무하다. 최면아저씨처럼 밈 문화에 심취해 있는 녀석이 김현성에게 낚일 가능성은 전무했으니까.

하지만 괜스레 신경이 쓰인 것은 당연지사. 안기모에게 괜스레 말을 이어나갔다.

“안기모 씨, 혹시 정신계 마법, 몇 급까지 디스펠 가능해요? 8급도 가능하죠?”

“한… 6급? 아니, 어쩌면 7급까지 가능할 겁니다. 사실상 8급은 정하얀 님 정도가 아니면 주문을 외울 수조차 없으니 사실상 현존하는 정신계 마법은 전부 다 방어할 수 있다고 봐도 될 겁니다. 저주는 또 다른 문제지만 말입니다.”

그 촐랑거리던 녀석이 괜스레 믿음직스럽게 다가왔다.

‘이 새끼… 은근 능력자이기는 해.’

“이제야 제 가치를 알아주신 겁니까? 부길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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