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 사용설명서 1537화
조우, 해후(15)
“그러니까 여기가… 린델 낙오자의 거리라는 거죠? 브러쉬.”
“네. 분명히 여기라고 나와 있어요! 아직도 믿기지가 않네요! 제가 이 혁명의 본거지! 신성한 민주주의가 태어난 교국에 와 있다니! 거기에다가 지금은 린델이라고요! 그것도 린델 모험가들의 허파라고 불리우는 이 낙오자의 거리에 와 있다고요!”
“벌써 그 이야기를 몇 번째나 하는 거야. 브러쉬. 우리가 교국으로 여행 온 지 벌써 두 달째라고! 수도를 가도 혁명의 본거지라고 소리 지르고! 그놈의 혁명! 혁명! 왜 갑자기 어릴 때 있었던 버릇이 갑자기 튀어나온 거야!”
“그… 그야 교국인 걸요! 아직도 제게 뜨거운 혁명의 피가 끓어오르고 있는 걸까요.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파스텔은 정말로 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시는 건가요! 교국이라고요! 그 교국이요! 민중의 힘으로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해 낸 그 교국에 직접 자리해 있는데, 제가 어떻게 진정을 할 수 있겠어요?!”
“그… 그래. 당연히 진정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관광지에 들를 때마다 그러니까 문제인 거라고! 브러쉬! 교국의 구왕성에서도! 교황청에서도! 시계탑에서는 깃발을 들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알아?! 린델에 맨 처음 도착했을 때도 그랬고, 헤르엔, 다완, 실리아에서도 혁명 혁명 소리를 질렀었잖아! 나, 나도 남의 눈치를 자주 보는 타입은 아니지만! 이… 이것 봐. 사람들이 전부 우리만 쳐다보고 있잖아! 분명히 왕국연합에서 관광 온 촌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부… 부끄럽다고!!”
“파… 파스텔은… 제가 부끄러운… 거군요?”
“그런 뜻으로 이야기한 게 아니잖아!!! 팔레트 너도 뭐라고 이야기 좀 해봐! 아… 아! 팔레트가 부끄러워할까 봐 그런 거야. 팔… 팔레트는 교국에서 벌써 3년째 마도 유학 중이잖아. 부… 부끄러울 만하지. 스타일도 왕국연합에서 입던 촌스러운 드레스도 벗어났잖아! 봐!”
“저는 딱히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만.”
“그렇게만 이야기하지 말고오!! 페인트! 페인트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
“아니, 그렇게 쿡쿡 웃지만 말라고!! 정말 나만 눈치 보이는 거야? 아니지? 아니라고 이야기해 줘.”
“…….”
웃어넘기기는 했지만 파스텔이 무슨 심정으로 저런 말을 꺼낸 것인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야 교국, 그중에서도 모험가들의 대도시라고 불리우는 린델이 아니었던가. 왠지 모르게 작아진 느낌이 드는 것도, 왠지 모르게 눈치를 보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왕국연합과의 차이점이 보인다. 아직도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왕국연합과는 다르게 이곳에 사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친다.
화려한 간판들과 화려한 사람들, 특색 있는 건축 양식들은 대륙의 존재하는 모든 예술가들을 투입해 놓은 듯했다.
이들은 이 모든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누리고 있다. 왕국연합에서 고위 귀족들이나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를 낙오자라고 부르는 이들이 누리고 있는 것이다.
처음 팔레트를 보러 마탑에 견학을 갔을 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을 정도였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왕국연합이 원시문명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기로 유명한 파스텔이었지만 자신들로 인해 이곳의 사람들이 혹여 왕국연합에 안 좋은 편견을 가지게 될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리라.
‘뭐 딱히 그런 것 같기는 않지만….’
많은 별종들이 모여 있다. 이상해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몰려다니는 자신들 따위는 사실 눈에 띄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도 없다. 모두 각자 할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모두가 활기가 넘치는 이 거리에 삼켜져 타인을 신경 쓸 겨를조차 없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교국에서 유학 생활을 해온 팔레트만이 이런 분위기가 익숙한지 당당하게 연초를 태우고 있었다.
“혁명적이에요! 이 거리, 이 분위기, 이 감성, 너무나 혁명적이라고요! 저희 왕국에서도 계획도시를 세운다고 했었는데! 지금의 경험이 바탕이 된다면 더 좋은 기획안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요! 다시 한번 교국에 오길 너무 잘했어… 흐윽… 흐으으윽… 교국에 오길 정말 잘했다고요.”
“울지 마! 왜 우는 거야! 진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 걸 어떻게 하나요!”
“팔… 팔레트! 제발 브러쉬 좀 말려봐! 제발… 이상하잖아! 우리 완전 이상해 보이는 거 맞잖아! 교국 사람들이 우릴 뭐라고 생각하겠어!”
계속해서 연초를 태우던 팔레트 영애가 태우던 연초를 갈무리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역, 역시 팔레트!”
“아니요. 그런 것이 아닙니다. 파스텔.”
“어?”
“아마도 지금부터는 금연구역으로 알고 있는 터라.”
“금연구역?”
“네.”
“낙오자의 거리에 금연구역이 있어?”
“네. 제 기억이 확실하다면 말입니다. 딱 여기서부터 금연구역이라고 하더군요.”
“그래? 특이하네. 어… 그러고 보니 정말로 사람들이 전부 다… 아… 아니, 그런데 여기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그거야 당연히 이 장소가 이 낙오자의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을 끼고 있어서죠!”
“너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건데? 브러쉬?”
“사전 조사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곳이 바로 낙오자의 거리의 명물, 빅보이네 햄비어 꼬치 가게가 있는 곳이니까요!”
“빅보이네 햄비어 꼬치?”
“은퇴한 모험가 세 명이 전 재산을 투자해 연 식당으로 알고 있어요.”
“그… 그런데… 햄비어 꼬치면… 내가 알고 있는 그 햄비어 맞지?”
“네!”
“와…… 교국 사람들도… 햄비어를 먹는구나….”
“교국 사람들이라고 해도 다 똑같은 사람이거든요! 실제로 모험가들이 가장 흔하게,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고요. 오히려 파스텔 같은 사람이 안 드셔보셨겠죠!”
“나… 나도 먹어 봤거든!”
“거짓말이네요.”
“네.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이네.’
“뭐… 많은 일이 있기는 했지만 파스텔 가문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거겠죠. 무가니까요.”
“그런 말은 금지예요! 페인트! 우리가 귀족이라는 사실은 비밀이에요! 교국에서는 귀족을 발견하면 단두대에 올린다고!”
“어디서 또 이상한 지식을 주워들은 거야?! 그런 거 없다니까! 그, 그리고! 우리 가문이 건재하기는 무슨… 그냥 버티고 있는 것뿐이지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아. 그… 그리고 햄비어라면 나도 분명히 먹어 봤다니까! 아아! 기대되는걸! 오랜만에 먹는 햄비어라니… 그, 그리고 교국에서도 유명하다니까. 더 기대되네. 뭔가 특별한 조리법이 있는 거겠지? 정… 정말로 유명한 건 맞는 거지?”
“안에 꽉 차 있는 사람들을 봐요. 유명하지 않으면 저렇게 사람이 많겠어요? 제가 알기로는 그 있잖아요. 교국에… 이곳을 자주 찾는….”
“뭐?”
“…….”
“…….”
“어….”
“왜 그래? 페인트?”
“네?”
“왜 그래? 갑자기 멍하니…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거야?”
“아니요… 저는… 그러니까… 교국에서 이… 장소가 유명한 이유가… 어… 왜 기억이….”
“장소가 유명한 이유가 따로 있어?”
“네.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 이상하네요. 분명히 알고 있는데… 안개가 낀 것처럼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도대체 이게 뭔지… 왜… 왜 기억이 나지 않는 거죠?”
“글쎄… 원… 원래 그럴 때 있잖아. 애써 기억하려고 해도, 노래 제목이 기억이 안 나는 상황, 뭐…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유명한 이유가 뭐가 있겠어! 그냥 맛있어서 그런 거겠지. 너무 머리 아픈 생각하지 말고, 일단 들어가자!”
“아… 네.”
왠지 모를 위화감이 머릿속에 감돌기는 했지만, 이내 곧 사라져 버린다.
이상한 표현이지만 마치 외부에서 무언가가 머릿속을 꽉 틀어막은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기억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접근하고 싶어도 접근할 수가 없다. 머리는 계속해서 떠올리라고 외치기는 하지만 이내 기억하지 않는 것임이 옳은 선택이며 응당 해야 할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별거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다. 이 의문을 파고드는 것은 의미 없고 어리석다. 아니, 이런 찰나의 생각마저도 이내 점점 더 흐려진다.
‘뭔가를 놓친 것 같은데….’
하지만, 기분 탓이겠지.
“주인아저씨! 여기 햄비어 꼬치 하나씩 주세요!”
“칼턴! 이 새끼야! 주문받아!!!”
“받고 있어! 유진! 유진! 이 새끼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연초 태우러 갔어!”
“씨발 연초 태우러 가려면 여기서 10분은 걸어서 가야 되는데… 이 바쁜 시간에! 그 새끼 제정신이야?!”
“너무 힘들어서 연초라도 한 대 태워야겠단다!”
“누구는 안 힘든 줄 아나! 제기랄!!”
“아니, 일단 주문받으라니까! 손님 들어온 거 안 보여?!”
“아! 어서 옵쇼!”
실제로 이 정신없는 광경을 그대로 보고 있으니 머릿속의 의문이 금방 사라진다.
생각했던 것보다 좁은 거 같진 않았지만 덩치가 큰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으니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진다.
여기저기서 술잔을 들어 올리는 모험가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하하 호호 웃고 있다. 각자 양손에 꼬치를 3개씩은 들고서 말이다.
“내가 말이야! 이번 원정에서!”
“또 개소리한다. 저거!”
“부어라! 마셔라!!!”
“오크 놈의 대가리를 날려 버렸는데 말이야!”
“어이! 삼류도박사! 여기로 와! 오늘은 판돈이 좀 커!”
빅보이라고 불리는 사내가 크게 소리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좀 조용히 좀 해!! 이 새끼들아!!! 새로 손님 오셨으니까!!!”
“뭐야?! 빅보이! 우리는 손님 아니야?!”
“너희들은 제기랄! 그냥 여기서 시간 죽치고 있는 새끼들이고!”
“우리도 주문하잖아!!! 새끼야!”
“필요 없으니까! 조용히 안 할 거면 좀 나가!!! 왕국연합에서 오신 분들이라고! 제기랄! 우리 가게 좀 쪽팔리게 만들지 마!!!”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우리… 왕국연합에서 온 사람들처럼 보이나 봐….”
괜스레 풀이 죽은 파스텔을 뒤로하고, 덩치가 큰 사내가 말을 건넨다.
“시끄러웠다면 미안합니다. 워낙 버릇이 없는 놈들인지라….”
“아… 괜찮아요. 근데… 어떻게 저희가 왕국연합에서 왔다는 걸 알아보셨나요?”
뒤쪽에 있는 손님들 중 하나가 크게 입을 벌렸다.
“그야! 교국에서는 이제 그런 드레스들을 안 입거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좀 닥쳐! 이 새끼들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오해하지 마쇼. 아가씨들. 타국에서 왔다고 무시하거나 놀리는 게 아니라 그냥 못 배운 짓궂은 놈들이라서 그런 거니까. 그러니까 주문은….”
“주문도 집사님들이 대신 해줘야 하는 거 아닌지 몰라!!”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좀 닥치라니까!! 새끼들아!! 다 나가! 제기랄! 나가라고!”
“아니, 농담 좀 한 거 가지고 왜 그래? 빅보이! 어이! 귀족 아가씨들! 혹시 따로 집사를 데리고 오시지 않으셨으면 제가 대신 모셔도 되겠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테이블을 쾅 친 파스텔이 입을 연 것은 웃음소리가 점점 커져 갔을 때였다.
“우리는 너희같이 무식하고 못생긴 놈들은 집사로 안 두거든!”
“…….”
“…….”
“저질렀네요.”
“저질렀군요.”
‘저질렀어.’
말릴 새도 없다. 말리는 게 의미가 있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갑작스레 자리를 박찬 파스텔이 그대로 안고 있던 의자를 들고 농담을 건넨 무뢰배를 향해 집어 던지며 말을 이었다.
“이! 쓰레기들아! 덤벼!!!”
순간적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든 것은 당연지사. 교국에서 싸움을 일으킨 왕국연합의 귀족들이라는 기사가 일면에 실리는 것은 아닐지, 아니, 아예 린델의 감옥으로 잡혀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와 꽂힌다. 본래 법이라는 것은 자국민들에게 유리한 법이 아니었던가.
되도록 타국에서의 마찰을 최대한 피하자고 생각했었는데 결국에는 일이 터져 버렸다.
왠지 모르게 긴장감이 감돈다. 팔레트도 연초를 꺼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은 모양새다. 하지만 이내….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한 방 먹었구나! 볼튼!”
“너같이 무식하고 못생긴 놈은 집사로 안 두겠단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제… 제길! 너희들도 전부 싸잡아서 이야기한 거잖아! 나만 무식하고 못생긴 놈으로 만들지 마! 이 무식하고 못생긴 놈들아!”
긴장감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애초에 악의는 보이지 않았던지라 웃어넘길 생각이었지만 빅보이라는 남자의 말대로 그냥 이곳의 평소 분위기가 이런 것처럼 보였다.
과연 들었던 그대로였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예전에 이곳을 찾아온 교국의 권력자에게도 짓궂은 농담을 건넸더랬지.
다소 당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치 있게 상황을 풀어 넘긴 이야깃거리를 어디에선가 읽은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어이 아가씨! 한 잔 받으쇼!”
“여기 내 잔도 받아줘!”
“술 잘 마시나?! 여기! 이 숙녀분들 건 내가 전부 살 테니까! 나한테 달아놔! 빅보이!”
“너희들은 제기랄! 제발 좀 꺼지라고! 진짜!”
타인에게, 타국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그냥 이곳 특유의 분위기처럼 보인다.
이미 예상하기는 했지만 파스텔은 벌써부터 저들과 술잔을 부딪치며 어울리고 있다.
“그래! 파스텔! 파스텔을 위하여!!!”
“파스텔을 위하여!!!!!”
그렇게 한참이나 저들과 어울리는 파스텔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별안간 빅보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접시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저…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저놈들은 저도 골칫거리라… 이건 서비스로….”
“아니요. 괜찮아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왕국연합 사람들한테는 농담을 안 건네주시는 줄 알았거든요. 조금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뭐. 공화국 놈들만 하겠습니까.”
저도 모르게 남자의 말에 쿡쿡 웃어버렸다.
그러다 불현듯 방금 전의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순수한 궁금증으로 저도 모르게 일을 벌린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은 어떻게 유명해진 건가요.”
“이렇게 맛이 없는데 어떻게 유명해졌냐고 물으신 거라면… 이거 한 방 먹었….”
“아니요! 아니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제가 알기로는 분명히….”
“하하하하핫. 그거야.”
“어….”
“…….”
“어라… 어라라?”
“…….”
그 남자의 얼굴에서도 의문이 감돌기 시작한다.
“어라…. 어라라? 잘 기억이… 안 나네….”
“…….”
“…….”
한참이나 말을 더듬는 남자가 머리를 벅벅 긁고 있는 사이,
“…….”
“…….”
타이밍 좋다고 해야 할지,
“…….”
“…….”
나쁘다고 해야 할지,
“…….”
“…….”
노을빛이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것이 시야에 비쳐왔다.
마치 가게 안 구석구석을 비추는 듯하다. 책상과 의자, 다소 볼품없어 보이는 그림이나 남자의 얼굴,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 남자가 내놓은 요리와 파스텔의 얼굴.
그리고, 순간적으로 조용해지는 장내가 보인다. 몇몇 이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나 역시 그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조심스레 손을 모은다.
저도 모르게 바깥을 바라보니, 노을빛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