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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525화 (1,523/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525화

조우, 해후(3)

가슴이 웅장해지는 개싸움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직감한 것이다.

이렇게 긴장하는 것은 오랜만이다. 심장이 입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녀석 역시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게 그나마 위안으로 다가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긴장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녀석도 나도 몸을 직접 움직이는 게 처음은 아니었고 근접전 경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극단적으로 말해 목숨을 건 일기토는 처음.

1기영의 경우에는 그런 경험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녀석 역시 일선에서 뛴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아마 본인이 이길 수 있을 때에만 주사위를 던졌겠지. 이토록 승리를 점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녀석 역시 처음이라는 거다.

계속해서 스몰톡을 던지며 서로 여유로운 척했던 것이 불과 몇 분 전이었는데, 지금은 둘 모두에게서 여유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구태여 자기 세뇌로 이런 긴장감을 지워 버리기도 힘든 상황일 것이다. 이런 긴장감이 앞으로 일어날 전투에 도움이 될 거라는 걸 녀석도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

“…….”

“움직이기는 개뿔….”

“왜. 시험해 볼래?”

‘움직일 수 있었으면 진즉에 움직였겠지. 시바. 이렇게 간을 보고 있다는 것부터가 모든 인형들을 움직일 수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괜스레 주머니에 든 용 숨결 물약을 만지작거린다. 용 숨결 물약은 다른 기능을 기대할 수 없는 폭탄 비슷한 것이다 보니 얼마 없는 녀석의 마력을 소모시키는 것 외에는 다른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마 이걸 던지는 순간이….

‘시작이 될 것 같자너.’

“해보든가. 병신 새끼.”

“겁먹지 마. 병신아.”

“누가 겁을 먹었다고 그래?”

“너.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가 하고 있겠지.”

“…….”

“…….”

“잠자리 여관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시바!’

갑작스레 여관 종업원의 대사에 깜짝 놀라 곧바로 용 숨결 물약을 집어 던진다. 포션병이 깨지고 순식간에 여관 전체가 화마에 휩싸이며 연기가 들어선다.

당연히 1기영이 폭발에 휘말렸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녀석이 급하게 손을 뻗는 것이 시야에 비쳐오기도 했고, 마음의 눈으로 놈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눈에 비쳐왔으니 말이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보다는 일단 몸을 움직이는 것이 먼저, 곧바로 몸을 움직였을 때, 한 인형이 연기를 뚫고 들어오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죽어! 개새끼야!!!”

“너나 죽어! 이 병신 새끼!!!”

‘이 새끼 지나치게 흥분했어. 시바. 전투 경험은 개뿔! 아무것도 없어! 이 새끼! 시바!’

어차피 위치를 식별하고 있기는 했지만 기습할 때, 큰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병신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을까.

자신이 여기에 있다고 광고라도 하고 있는 모습에 괜스레 입꼬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남아 있던 용 숨결 물약을 녀석에게 집어 던진 이후에는 곧바로 몸을 움직인다.

‘용 숨결 물약은 끝났어.’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지만 놈의 마력도 크게 소비됐을 것이다. 아니, 이 정도 화력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면 아마 평소보다 더 무리했을 것이 분명하다.

용 숨결 물약의 정확한 화력에 대한 데이터가 없으니, 마력을 넉넉하게 밀어 넣었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죽어! 개새끼야!!!”

‘시바.’

“죽어! 개새끼야!!!”

‘인형이었구나.’

“죽어! 개새끼야!!!”

‘낚인 건가?’

10초 간격으로 계속해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순간적으로 허망하게 용 숨결 물약 두 개를 날려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여관 전체를 가득 채울 수 있는 화력이었으니 놈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을 리 만무했다.

주변에 목소리를 뿌린 것 역시 놈의 마법일 가능성이 높을 테니, 엄밀히 말하면 다른 곳에서도 마력을 사용한 셈이다.

녀석이 구태여 이런 귀찮은 짓을 벌인 이유는 뻔할 뻔 자.

‘이 새끼. 접근전이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구나?’

내가 시바 온실 속에서 커온 화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이 새끼는….

일단 주변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 그랬다. 계속해서 들리는 목소리들과 조금씩 몸을 움직이고 있는 인형들, 심리적으로 이쪽을 위축시키려고 하는 것이 느껴진다.

구태여 쫄 필요도 없다. 아직 연금 소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이 남아 있을뿐더러, 녀석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내가 접근전에 문외한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그동안 많은 검사들을 이 두 눈으로 직접 봐오지 않았던가.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물론 이쪽의 재능이 미천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놈의 근접전이 이쪽이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건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다.

“뻔하네. 병신.”

“죽어! 개새끼야!!!”

“뭘 하려고 하는지 딱 눈에 보이는 데 말이야.”

“죽어! 개새끼야!!!”

아니나 다를까 가짜 목소리 사이에 진짜가 섞여 있다. 그간 들리고 있었던 목소리들보다 조금 더 흥분해 있는 듯한 목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도끼를 들고 이쪽을 향해 내려치는 모습이 시야에 비쳐왔다.

‘받아치는 건 불리해.’

놈의 도끼가 검을 부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저 충격을 그대로 감내해야 한다는 걸 생각해 보면 놈의 도끼를 정면으로 받는 것은 바른 선택이 아니다. 곧바로 몇 걸음을 뒤로 뺀 것은 당연지사.

리치는 이쪽이 더 길었으니 쓰로누스의 검술을 흉내 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시바!’

우왕좌왕 거리는 사이에 의자에 다리가 걸려 넘어져 버렸다.

“씨발!!”

“푸핫! 병신!”

곧바로 이쪽을 비웃는 놈이 몸을 던지듯이 도끼를 들고 몸을 날렸지만 힘을 너무 준 모양인지 녀석 역시 이쪽을 제대로 겨냥하지 못하고 이상한 곳으로 도끼를 내려찍는다.

콰직!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당연지사. 내가 재빠르게 몸을 일으키는 사이에도 녀석은 바닥에 박힌 도끼를 빼내지 못하고 낑낑대고 있었다.

“멍청한 새끼!”

절호의 기회, 곧바로 품에 있는 단검을 녀석을 향해 집어 던졌지만 아쉽게도 단검이 놈의 몸에 박히지는 않았다.

날을 향하도록 던지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놈은 단검이 날아오자 깜짝 놀라며 곧바로 몸을 웅크렸지만 힘없이 날아간 단검은 손잡이부터 놈의 몸에 닿아 허무하게 튕겨 나간다.

물론 대미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깨에 제대로 맞았어.’

도끼를 들고 싸워야 하는 녀석에게는 치명적인 부상, 당장은 아드레날린 때문에 고통을 느끼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몸은 솔직하다.

아마 시간이 누적되면 누적될수록, 놈의 어깨에 남아 있는 대미지는 놈의 체력을 갉아먹을 것이 분명하다.

아쉬워하기보다는 일단은 놈에게 접근하는 것이 먼저, 장검을 든 채로 놈에게 달려드는 와중에.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피투성이가 된 인형 하나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시야에 비쳤다.

‘그래. 몇 개는 비장의 수로 남겨 놓을지 알고 있었지. 병신.’

이쪽 역시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곧바로 이쪽의 주변에 있던 인형 하나가 몸을 일으켜 1기영의 인형을 밀어낸다.

“시체를 움직이는 기생충이라고 들어봤어? 새끼야!?”

연금 소환 마법의 변형이었다. 놈과 쓸데없는 대화를 하며 인형 하나에 촉매를 넣어둔 것이 지금에서야 빛을 발한 것이다.

아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수를 여러 가지 생각해 놨었겠지만, 설마하니 본인의 인형을 움직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 녀석의 눈이 커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마 죽음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도끼에 너무 집착했어. 이 새끼는. 무기가 바닥에 박혔으면 곧바로 튀었어야지.’

“으아아아아아아아!!”

놈의 도끼가 박혀 있던 바닥에서 빠져나온 것은 바로 그때, 순간적으로 다시 몸을 돌려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이 선다.

놈은 이미 도끼를 빼내기 위해 많은 체력과 근력을 소모했다. 어깨에는 단검 손잡이에 맞은 대미지도 쌓여 있다. 심지어 도끼를 빼내기 위해 과도하게 몸을 움직였던 터라 몸의 중심도 크게 흐트러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싸우지 않는다면 그간 나를 거쳐 갔던 검사들에게 병신이라 욕을 처먹을 것이 분명했다.

“죽어!!! 이 가짜 새끼야!!!”

“너나 죽어!!!”

챙!

“막아?!”

챙!

“병신!”

챙!

“생각보다 영 맹탕은 아니었네? 온실 속에서만 자란 줄 알았는데. 하아… 하아… 검술은 누구한테 배웠지?”

챙!

“네가 알 필요가… 하아… 있나!”

챙!

챙!

‘이 새끼… 제법인데?’

챙! 챙! 챙챙! 챙! 깡!

“씨발! 허억! 허억!”

챙! 챙챙! 챙! 깡! 깡깡깡!

“하아! 하악… 허억… 하아… 하아… 후우….”

챙!

“죽어! 제발 죽어!!!”

챙!

‘생각보다 강해.’

순간적으로 몸의 중심을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중심을 되찾았다. 몸의 밸런스가 생각보다 더 좋다는 증거, 심지어 저렇게 오랜 시간 동안 도끼를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녹초가 되지 않았다는 게 더 신기하게 느껴진다.

송정욱을 도끼로 찍어 죽인 체력이 어디로 간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스레 실감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밀리지 않는 것은 이쪽 역시 마찬가지다.

아니나 다를까 놈의 얼굴에 조금은 놀라움이 서린다. 이쪽의 검술을 보고서는 쉽게 도끼를 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챙!

내가 생각해도 꽤 침착하게 놈의 도끼를 흘려내듯이 막아내고 있지 않은가. 곧바로 검을 머리 위에서 돌린 이후에는 한 바퀴 회전, 초보자에게는 베기보다는 찌르기가 더 위협적이라 했다.

윌근본이 생각나는 무차별적인 찌르기 공격에 녀석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아마 창이 있었다면 녀석은 진즉에 꼬치가 되었을 것이다. 이쪽은 한때 창병도 노렸을 정도로 찌르기에 능통했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 녀석 또한 동체 시력으로 급소에 닿는 찌르기를 쳐내고 있었지만 승기를 잡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허억… 하아… 하아… 하아아… 하아….”

“후우… 제길! 후우….”

체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손아귀가… 찢어질 것 같아.’

손이 벌벌 떨려왔다는 것이었다. 악력이 딸리는지, 손에서 검을 들고 있는 것도 한계다. 이미 어깨 위로는 검이 올라가지 않는다.

숨이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마냥 어지럽다.

나만 이런 증상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 터다. 멍청하게 도끼를 선택해 이쪽보다 더 체력 소진이 빠른 녀석의 손은 이미 반쯤은 도끼를 손에서 놓고 있었다.

아까의 어깨 공격이 효과가 있었는지, 계속해서 불편한 왼쪽 어깨를 힐끔거리고 있었다.

일부러 왼쪽을 여는 함정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솔직히 더 이상은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본능으로, 관성으로 검과 도끼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녀석 역시 다른 생각을 할 새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근성 싸움. 검을 고쳐 쥐고,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후우… 후우….”

지금까지 나를 거쳐 간 모든 검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쪽도 검을 꽉 쥐고 한 번 더 나아가 검을 휘두른다.

녀석 역시 물러설 생각은 없는 모양인지, 오히려 더 패도적으로 도끼를 들어 올린다. 어쩌면 이게 서로의 마지막 공격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떠올린다.

그리고.

챙!!!!!!!!!!

평소보다 더 커다란 울림. 녀석이 손에서 도끼를 놓치는 것이 시야에 비쳐온다.

‘이겼….’

하지만 나 역시 검을 놓치고 말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잠깐의 방심. 그 짧은 틈에 먹이를 노리는 포식자마냥 나를 덮치고 들어오는 1기영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개새끼! 머리 잡아당겼어! 시바!’

“아아아악! 물지 마! 이 개새끼!!!”

나 역시 놈의 팔 한쪽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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