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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485화 (1,483/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485화

무대의 뒤편(6)

[제발 이 편지가 당신에게 도착했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라헬은 이미 지도에서 사라진 뒤일 테니 말입니다. 더불어 파란 길드마스터, 당신이 이 편지를 확실히 전달받으신 것이 맞다면 부디 이 편지를 읽으실 동안만이라도 여러 가지 편견이나 의문을 접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편지는 당신을 해하거나 모욕하려는 것이 아니며, 현시점의 대륙에서 라헬이 처한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하는 목적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음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현재 라헬에 체류하고 있는 이방인들 중 한 명이며,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거주민입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것처럼 봉쇄 작전이 펼쳐지고 있는 라헬 안에 체류하고 있는 이방인 말입니다. 현재 제국군이 미발표 된 군사 작전을 위해 라헬로 향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라헬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병을 제어하기 위함이며, 지독한 역병이 대륙을 병들게 하지 않기 위해 읍참마속의 마음으로 라헬을 잘라내려 하고 계심을 알고 있습니다.

하나, 샤를롯트 황제 폐하와 대륙을 이끌어 가시는 영웅분들이 우려하시는 것과는 반대로, 현재의 라헬은 역병을 앓고 있지 않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교황청에서 어떤 계시가 있었는지, 어떤 경위로 그런 소문이 들려오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소문이 들려온 직후에 라헬의 지도부들은 즉각 긴급조치를 발동해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역병에 대한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도시의 행정 인프라가 완벽하다 말씀드리기는 힘듭니다만, 조금이라도 발현의 기미가 보이는 이들을 따로 모아 관리하기 시작했으며, 발열을 비롯한 이상 증상을 보이고 있는 이들을 연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보유하고 있는 소수의 마법사와 사제 인력이 투입되어 있는 상황이며, 도시 전체가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현재 라헬을 봉쇄하고 있는 제국군들이 역병을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라헬의 지도부와 접촉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습니다. 물론 혹시나 라헬의 주민들이 역병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고 합당한 반응이나 라헬이 역병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대응하고 있음을 말씀드리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너무나도 큰 상황입니다.

친애하고 존경하는 파란 길드 마스터, 당신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듣기로 당신은 합리적이고, 정의로우며, 선을 행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분이라 들었습니다.

많은 것을 부탁드리지 않겠습니다. 부디, 라헬을 봉쇄하고 있는 제국군에게 연락을 전하시어 라헬의 내부를 시찰해 주는 것을 명령하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대제국에 속해 있는 라헬이, 자력으로, 훌륭히 역병에 대처하고 있음을 부디 확인해 주시고, 아군에게 향하는 칼날을 거두어 주셨으면 합니다.

라헬의 지도부는 당신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일 제게 연락을 하고 싶으시다면 행군을 다시 떠나시기 전, 보급창고에 편지를 넣어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합리적이고, 피를 흘리지 않은 선택을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며, 이만 편지를 줄이겠습니다. - 라헬에서]

[훼손되어 보이지 않는다. - 파란 길드마스터. 김현성.]

[파란 길드마스터, 일단 파란 길드 마스터께서 가지고 계신 많은 의문에 말씀드리기에 앞서, 제 편지를 읽어주시고, 연락을 취해 주셨음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물론 저를 완벽히 믿기 힘드시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또한, 라헬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또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모두 허황된 이야기가 아님을 알고 계신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라헬이 병든 도시였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제국법으로 허락되지 않은 많은 일을 해왔다는 것 또한, 이미 알고 계시는 것처럼 블랫마켓들이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가 라헬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들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라헬은 엄연히 제국령에 속해 있는 도시이며, 제국령의 관리를 받고 있는 도시입니다.

만약 역병이 일어났다고 한다면 제국에서 마땅히 취해야 할 조치를 취해 주는 것이 합당합니다. 라헬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저질렀던 죄들을 용서해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린델이나 실리아, 다완, 수도나, 캐슬락과 같은 대도시들이 역병이 일어났을 때와의 같은 조치를 취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역병이 돌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헬에서는 그 어떠한 조사관이나 감찰관들이 방문한 적이 없습니다. 최소한 라헬이 현재 어떤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정말로 역병이 돌고 있는 것은 맞는지, 확인하는 적법한 절차를 누려야 함이 옳습니다.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파란 길드마스터. 부디, 라헬에 당도하기에 앞서, 라헬을 직접 방문해 둘러볼 것을 명령해 주십시오. - 라헬에서]

[훼손되어 보이지 않는다. - 파란 길드마스터. 김현성.]

[아직도 라헬에 조사관들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만, 직접 그리하겠다 말씀하시니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조사관들이 당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혹시 교황청의 사제들을 파견해 주실 수 없는지 부탁드리겠습니다. 힘드시겠지만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파란 길드마스터. - 라헬에서]

[훼손되어 보이지 않는다. - 파란 길드마스터. 김현성.]

[아직도 조사관들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은 라헬에서 직접 올린 역병에 대한 보고서를 드릴 테니, 제국군이 진군하는 속도를 늦춰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힘든 상황에서 파란 길드마스터의 존재가 큰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라헬은 한마음 한뜻으로 파란 길드마스터가 베풀어 주신 온정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 라헬에서]

[훼손되어 보이지 않는다. - 파란 길드마스터. 김현성.]

[너. 이게 역병 때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구나? - 라헬에서.]

[훼손되어 보이지 않는다. - 파란 길드마스터. 김현성.]

[그걸 저보고 믿으라는 겁니까? 갑자기 나타난 조사관이 라헬 주민의 목을 베어버렸다는 게, 당신의 명령이 아니라는 걸 저보고 믿으라는 겁니까? 노인이었습니다. 마법사이기는 했지만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이었단 말입니다.

조사관이 제 손녀인 줄 알고 중얼거리던 노인이었다고. 그 노인이 역병에 감염되어 있다고? 역병을 퍼뜨리고 있었다고? 그게 무슨 개###### 우리는 씨# 너 이 ### 때문에 라헬에 얼마 없었던 마법사를 잃었다고… 애초에 역병 같은 게 없었는데, 역병을 핑계로 사람의 목을 베는 게 정상입니까?

만약 이게 역병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당신이 알고 있었다 칩시다. 그럼 도대체 개 # 같은 조사관들은 왜 보낸 겁니까? 나랑 씨# 놀아주고 있었던 겁니까? 그래요. 제가 역병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었습니다.

당신이 진군할 속도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서요. 어떻게든 시간을 끌고, 거래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고요. 조사관들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만약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일단 조사관들부터 물려주십시오. 편지 줄이겠습니다. - 라헬에서]

[훼손되어 보이지 않는다. - 파란 길드마스터. 김현성.]

[제국에게 일단 역병 때문이라고 보고를 받았으니 역병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말씀하신 겁니까?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리 말씀하신 것이 맞습니까? 지금 이 난리가 왜 벌어지고 있는지 조금도 파악하지 못하신 겁니까? 아니 알고 있었지만, 제국에서 내려온 명령을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물론 절차가 있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제국에서 내려온 공문을 일차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이, 당신에게 주어진 일이고 역할이라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당신이 저와 함께하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오히려 역병이 있다는 게 진실이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단 말입니다. 일에 대한 대가로 제국에… 무엇을 받기로 했습니까? - 라헬에서]

[훼손되어 보이지 않는다. - 파란 길드마스터. 김현성.]

[감사합니다. 당신이 제게 해주신 말들이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솔직하게 해주신 말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처한 상황도, 당신의 이야기도 모두 이해합니다. 불안하기는 하지만, 당신을 믿는 것을 선택하겠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그것밖에는 답이 없으니 말입니다. 솔직히 안심이 됩니다. 이게 역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오히려 더 이야기하기 편해질 테니까요.

아마 대충은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이 청소가 실제로는 실리아의 전범들과 귀족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실 라헬에서는 이미, 실리아 제국 귀족들의 확보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확보했다고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지도부에서는 약 70%를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제국과 직접적인 거래를 추진해 주실 수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평소보다 더 빠른 답장을 기대하겠습니다. - 라헬에서]

[훼손되어 보이지 않는다. - 파란 길드마스터. 김현성.]

[언제나 감사합니다. 파란 길드마스터. 만약에 일이 잘 해결된다면 파란 길드마스터께서 해주신 모든 일을 잊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갑작스럽지만 안 좋은 소식을 전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라헬 내부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에 앞서 현재 라헬의 거주민들이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조사관과 이단 심문관들이 다녀온 이후, 라헬 내부에서는 본대가 들이닥치기 전에 전쟁태세에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여론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온건파는 최대한 그들을 저지하려고 하고 있지만 아마 조만간 이방인들이 라헬을 봉쇄하고 있는 병력을 급습할 것 같습니다. 정확한 시기를 알아보고 있으나, 아마 그들이 급습은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부디 병력을 조금만 더 뒤로 물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예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임을 아나, 혹여나 전투가 일어난다면 그들에게 자그마한 자비를 베풀어 주셨으면 합니다. 못 배운 자들이고, 살아남기 위해서 발버둥 치는 자들입니다. 이곳에서 허무하게 죽어야 하는 이들이 아니니 부디 부탁드립니다. - 라헬에서]

[훼손되어 보이지 않는다. - 파란 길드마스터. 김현성.]

[앞서 있었던 전투 때문에 제국군과 라헬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금방에라도 터질 것 같은 느낌인지라, 조금만 더 빨리 와 주실 수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도착한 이후 라헬로 초대해 드리고 싶습니다.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향후 계획에 대해 의논하고 싶습니다. - 라헬에서]

[훼손되어 보이지 않는다. - 파란 길드 마스터. 김현성.]

[오시고 계십니까? 여기에서는 토벌대가 들어오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라헬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라헬에서]

* * *

[전달되지 못한 편지]

[제발 이 편지가 네게 도착했기를 바라. 이 저주받을 새끼야. 처음부터 살릴 작정이 아니었구나. 너. 김현성. 이 개새끼.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답장을 보낼 필요도 없다. 아니, 어차피 의미도 없겠네. 내 연락책들도 네가 모조리 불태워 버릴 거고, 만약 편지가 도착한 이후라고는 해도 어차피 다 뒈져 있을 테니까.

참 웃기지? 네가 여기에 오는 동안 네 편지 하나에 일희일비했는데. 결국에는 결과가 이렇게 되어버렸네. 이 역겨운 위선자 새끼. 도대체 뭐가 문제였어?

도대체 뭐가 문제였냐고. 이 개 같은 새끼야. 역병 같은 건 애초에 있지도 않았고, 그쪽에서 원하던 새끼들도 대부분 잡아다 놨잖아.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뭐야? 뭐가 그렇게 너를 거슬리게 했어? 라헬이 쓰레기촌이라서? 아니면 네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어? 살아남기 위해서 저질렀던 일들이 네 심기를 거슬리게 했어? 권력에 욕심이 났어? 남은 잔당들을 모두 쓸어버린 전쟁영웅이라는 타이틀이 네게 필요했던 건가? 그래서 마지막에 마음을 바꿨어? 아니면 처음부터 협상할 마음도 없었나?

여기에는 어린아이도 있었어. 이 X같은 새끼야. 노인도 있었고, 블랙마켓 같은 것과는 연관되지 않은 멍청한 놈들도 있었다고. 쓰레기촌이고 나발이고 그냥 살아남으려고 여기에 온 새끼들도 많았었다고.

뭐가 됐든 상관없겠지만, 축하해. 덕분에 네 미래는 활짝 열릴 테니까. 백작이 되기로 했다면서? 제국에서 최초로 작위를 받은 이방인이라서 참 기쁘시겠네. 이 쳐 죽일 빌어먹을 새끼야. 피로 쌓아 올린 작위를 받아서 참 기쁠 거야. 넌 모든 걸 다 가진 영웅이 되는 거야.

너, 아니, 너희들은 참 많은 걸 얻어가는구나. 그렇지 않아? 청소에 동의한 놈들 전원 말이야. 그래… 제국에서 참여한 너희들 모두. 나는… 나는 네놈들 하나하나를 끝까지 기억할 거야. 현성아.

물론 너희들도 날 기억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아. 장담하건대 어차피 넌 날 기억도 못 할 거야. 네가 죽인 새끼들이 하도 많아서 어차피 나 같은 건 네가 만든 시체 더미에 떠밀려 내려갈 테지만… 나는, 나는 죽어서도 널 기억할 거야.

약속할게. 현성아.

나는 죽어서도, 널 기억하고 영원히 영원히 널 저주할 거다. 다시 태어나도 너를 저주할 거야. 지옥에 가서도 널 저주할 거야. 내가 어디에 있든, 어느 곳에서 뭘 하고 있든 간에 나는 널 저주할 거다.

나는 네 심장을 파먹고 네 내장을 쥐어뜯고 뇌를 갉아먹고 네 눈을 바늘로 도려내고 뽑아낼 거다. 영원히 네가 지옥 불에서 타들어 가 뒈지는 상상을 하면서 뒈질 거다. 누군가 네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모조리 앗아가라고, 누군가 네 모든 걸 남김없이 태워 버리라고 기도하면서 뒈져 갈 거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 조그마한 것들조차 빼앗아 간 너를 영원히, 영원히 기억하마. 이 역겹고 가증스러운 오물 덩어리 새끼야. 먼저 가서 기다릴게. 지옥에서 보자. - 라헬에서]

[무언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락이 되지 않지만 혹시 모르니 매번 편지를 놓던 장소에 편지를 놓고 기다리겠습니다. 토벌대에서… 중략… 만약 살아 있으시다면… 모든 게 저의… 중략… 훼손되어 보이지 않는다. - 파란 길드마스터. 김현성.]

[오랜만이다. 제국을 구한 영웅, 이방인 최초의 백작, 대륙을 지킨 용자, 모든 모험가의 희망. 정말로 오랜만이다. 이제….]

[이제….]

[약속을 지킬 차례야. 현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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