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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479화 (1,477/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479화

대륙전쟁(59)

“아… 아….”

손을 벌벌 떨며 멍하니 이쪽의 어깨를 바라보고 있는 김현성의 모습이 시야에 비친다.

“…….”

“…….”

‘미켈레 박사야. 이거 맞아? 정신병 고쳐준다며… 쟤 치료되고 있는 거 맞아?’

오히려 더 망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급발진 현성을 본 게 하루 이틀은 아니었지만, 힘 조절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윽박을 지르는 모습은 꽤 낯설다.

물론 김현성이 정말로 힘을 줬다면 이쪽의 어깨는 케이크마냥 허물어졌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순간적으로 김현성이 무서워 보였을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물론 저렇게 화낸 이유야 이해할 수 있다. 다른 곳도 아니라 내가 1회차를 배회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다.

나야 중요 서사를 중심으로 이곳을 산책한 것뿐이었지만 김현성은 이곳을 실제로 살고 느껴온 산 증인이 아니었던가.

잠깐 둘러본 것만으로도 1회차가 개 막장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느껴지는 상황, 정확히 녀석이 뭘 보고 느껴왔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내가 상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봐왔다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시바 여기는 얼마나 지옥도였던 건데? 재평가에 재평가에 재평가라도 해야 되는 거냐고… 도대체 시바 무슨 일들이 그렇게 많이 일어났었던 건데?’

하기야 빅보이가 마탑 노예니, 실험체니 하는 말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인권이라는 개념이 아예 박살 난 수준인 것처럼 느껴지기는 했다만… 내가 생각하고 봐왔던 것보다 더 어두운 면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김현성은 혹시 내가 홀로 1회차를 거닐다 잘못되는 것을 상상했던 것이 분명하리라. 실제 행색도 그랬고 말이다.

물론….

‘물론 그건 네 사정이고. 시바. 내가 뭐 애도 아니고 어련히 잘 살아남겠지. 혼자 온 것도 아닌데… 옆에 알프스는 안 보여?’

김현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대화의 주도권을 내어준다는 뜻은 아니었다.

당연히 죄송합니다, 기영 씨가 나와야 될 타이밍.

“…….”

빤히 녀석을 바라보며 이어진 말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침묵이 흐를 뿐‘죄송합니다. 기영 씨.’가 나오지 않는다.

사과도 하지 못할 만큼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정신이 없었던 것인지, 사과하는 순간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김현성은 여전히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속으로는 사과해야 된다고 외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눈에서는 언뜻언뜻 당황스러움과 사라지지 않은 분노가 내비쳐진다.

‘이럴 거면 시바 차라리 받지 말자.’

차라리 미안하다는 하지 못했다는 부채감을 만들어 놓는 게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당연지사.

“죄… 죄….”

라는 말이 튀어나오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괜찮으신 거… 맞죠? 현성 씨.”

“…….”

“괜찮으신 거 맞으신 거죠?”

결국에 녀석은 입 밖으로 나올 뻔한 사과를 애써 삼키며 입을 열었다.

“…….”

“저는….”

“…….”

“저는 괜찮습니다. 아무 문제도 없습니다.”

‘아닌데? 안 괜찮아 보이는데? 너 지금 상태 완전 이상한데? 완전히 미쳐 버린 것 같은데? 누가 봐도 제정신 아닌데?’

라고 직접 쏘아붙여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있을 리 만무,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표정으로 지금 심정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된다는 표정, 살짝 겁에 질린 것 같은 눈빛,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잃고 싶지 않다는 모습, 지난 선택에 대한 후회.

정확히 말하면 김현성을 혼자 두지 말아야 했다는,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다. 조금 더 절절하게 입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발… 돌아가요.”

“…….”

“지… 지금….”

“지금 당장은 돌아갈 수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돌아가야 하는 건… 제가 아니라 기영 씨입니다. 어서 이곳에서 나가셔야 해요. 기영 씨가 있을 곳이 아니란 말입니다. 위험하다고요. 이건… 제가 너무 흥분하기는 했지만… 아까 드린 말씀은 결코 거짓말이 아닙니다. 기영 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란 말입니다.”

“그럼 제가 아까 본 광경은 뭔데요. 저건 누구였는데요?”

“그건… 기영 씨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상관없는 사람이고….”

‘보호해 주려고 하는 거냐고… 가면쓰레기는 기어코 묻어버리고 알리지 않는 선택지냐고. 상처받을까 봐 이러는 거냐고.’

“상관있는 일이에요. 저도 모든 걸 알 자격이 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무슨 일이 얽혀 있는 건지… 전부 알고 싶다고요.”

“굳이 알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린델의….”

“그건… 아무튼 간에 기영 씨는… 기영 씨는 돌아가셔야 합니다. 아니… 애초에 왜 이걸 제게 숨겼던 겁니까?!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왜 제게 숨기신 겁니까?”

‘이 새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나 봐.’

너를 찾으러 왔다는 변명은 선택지에서 지워 버리자.

“매번 그런 식 아니셨습니까? 뭐 숨긴다느니, 알고 싶다느니 함께 알아 가자느니 그런 걸 기영 씨가 말할 자격이나 됩니까? 제게 한마디도 하지 않은 건 기영 씨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어떻게 말을 하겠어요?”

“네? 그게….”

“어떻게 말씀을 드릴 수 있겠냐고요!”

‘아니, 시바 흥분하지 말자. 시바. 흥분하지 말자.’

“현성 씨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뻔히 아는데 제가 어떻게 말씀을 드릴 수 있었겠냐고요. 제가 거기에다 대고 어떻게 말을 해요? 반대 상황이었으면 말할 수 있었겠어요? 그렇게 힘들어하고 있는데….”

물론 진실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어떻게 해석하기 나름이다.

이기영 입장에서는 힘들어하고 있는 김현성을 배려했다는 것이 정설. 합리화처럼 보여지기는 했지만 이것보다 더 좋은 변명이 없다.

스스로 광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길드 일까지 내팽개친 김현성을 어떻게 다시 불러올 수 있었겠는가.

김현성 역시 그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비밀을 만들고 싶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배려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본인과 내가 완전히 다른 상황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 내가 이 모든 일들을 숨겼던 이유는 어떻게 생각해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현성은 그렇지 않다.

물론 김현성도 나름의 이유가 있기야 할 것이다.

가면쓰레기가 이기영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이 첫 번째, 본인이 청소사건에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두 번째, 그리고 말하지 못한, 해야만 일이 있다는 것이 세 번째였다.

모두 녀석이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것들, 심지어 시바 그 와중에 미켈레 박사까지 끼고돌고 있으니 이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엄연히 달라.’

내가 가지고 있는 비밀은 이유가 있었고, 녀석은 그렇지 않다. 나는 지금이라도 모든 이유를 만들어 설명할 수 있지만, 녀석은 설명할 수 없다. 본인 역시 그 사실을 깨닫고 있다.

본격적으로 녀석을 추궁할 수도 있었지만 압박하기보다는 먼저 사과하는 스탠스를 이어나가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 선다.

“…….”

“제가….”

“…….”

“제가 잘못했어요.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씀드려야 했는데….”

“…….”

‘이제 어떻게 할래?’

눈물도 한 방울 흘려줘야지. 선즙 짜줘야지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말씀드려야 했는데…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요.”

‘모두 널 위해서였지만 그래도 일단 져줄게. 형 먼저 사과 안 하는 사람인 거 알지? 오늘만큼은 특별한 거 알지?’

“당시에는 그게 현성 씨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비밀을 만들려고 한다든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었다고요. 다른 부담을 드리기 싫었던 것뿐이라고요.”

“…….”

“…….”

‘나도 말했어. 이제는 네가 말할 차례야.’

물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말을 해야만 하는 타이밍이었다.

꾸며내든가, 아니면 린델의 김현성에 대해 고백하든가. 지금 당장은 가면쓰레기에 대해서 말하기 힘들 테니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아무튼 간에 내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으니 놈은 잡는 것이 맞았다.

“서로 간의 대화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 일을 겪으면서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고, 환경도 너무 많이 변해서… 현성 씨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운 점들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

“저도 그렇고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수많은 일들을 겪어서… 저 나름대로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었고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저도 지금 잘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함께 일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발 돌아가요. 제가 이곳에 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함께 가면 되잖아요.”

내가 여기 있는 게 싫으면 네가 데려가면 되자너.

‘그러면 모든 게 해결되자너.’

이것만큼 완벽한 해결책이 어디 있는데.

“…….”

“…….”

“같이 가요. 같이 돌아가요. 숨기고 싶으신 게 있으시면 말씀하지 않으셔도 돼요.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고 하시면 같이 해요. 언제나처럼요.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잖아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야 하는 거잖아요.”

“저는….”

뭔가 될 것 같다. 확실히 온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김현성의 얼굴에 망설임이 서리기 시작한다. 사실 현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었으니 다른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김현성이 책임을 회피하는 성향이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더욱더 달콤하게 들려올 것이다.

대충 봐도 놈은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상황, 내가 함께 들어준다고 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아마 곧 백기를 올리지 않을까.

“현성 씨가 걱정된다고요.”

‘너 지금 시발 제정신 아니라고. 너 미치고 있는 상태라고.’

“너무 걱정된다고요.”

녀석이 슬그머니 시선을 돌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

어처구니없지만, 미켈레 박사에게 자신이 가도 되는지 묻는 것 같은 느낌인지라 머리끝까지 열이 뻗친다. 심지어… 그리 긍정적인 대답을 받아오지도 못한 모양.

‘진짜 시바. 시바. 시바.’

녀석이 아직까지 나를 아끼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 게 당연했지만 지금 당장 이 모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구걸 아닌 구걸을 했는데 김현성이 그걸 무시하는 것도,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은 놈에게 허락을 구하고 있는 것도.

‘딱 봐도 빌런 새끼잖아. 이 멍청한 새끼야. 아니, 만에 하나 무슨 좋은 의도가 있다고 해도 우리 사이에 끼는 것만으로도 이미 빌런이잖아. 이 새끼야.’

“기영 씨… 아마도….”

‘시바. 시바. 단어 선택 잘해야 할 거야.’

“이해하기 힘드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째서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어째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갑작스레 자취를 감춘 것인지, 방금 전에 보셨던 것에 대해서도, 그리고… 린델의 김현성에 대해서도… 미켈레 박사에 대한 것도 전부 의문스러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시바 의문스러워.’

“하지만 제가 행하려고 하는 모든 일들은 모두… 모두… 크게는 기영 씨와 적게는 대륙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믿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여기 네가 수습하고 싶다 이거야? 미켈레 박사는 뭐… 도우미 같은 거고?’

“제발 이번 한 번만… 저를 믿고 돌아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지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제발… 한 번만 믿고 제 말에 따라주셨으면 합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제발….”

“…….”

“…….”

“부탁드립니다.”

“…….”

‘절대 못 믿겠자너….’

“…….”

‘절대… 못 믿어.’

믿을 수 있을 리가 없다.

“…….”

“저는 현성 씨를 믿어요.”

“그럼….”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에요. 그 모습도, 지금 현성 씨의 상태도 말이에요. 전에 하신 말 기억하세요? 달라지고 싶다고, 홀로 일어서고 싶다고 말씀하셨던가요. 그래서… 지금 이게 그… 결과예요? 갑자기 사라지시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사람이랑 같이 이곳을 거닐고… 뭘 하는지도 알 수 없고… 무엇 하나 이야기해 주지 않는데… 그냥 믿어달라고 이야기하면 끝인가요…?”

“…….”

“심지어 정신상태 불안정해 보이시는데… 제가 어떻게…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현성 씨를 지지할 수 있겠어요.”

‘그냥 믿는다고 할 걸 그랬나? 그리고 나중에 수습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이미 말은 입 밖으로 내뱉어졌다.

아니, 그것보다는 이 새끼를 상처 입히고 싶어진다. 온갖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빌다시피 애원했는데도 불구하고 내 말을 무시한 이 새끼에게 소심한 복수라고 하고 싶어진다.

당연히 비이성적인 행동이었지만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먼저 말이 튀어 나가버렸다.

물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스탠스는 잊지 않았다. 적어도 겉으로는 김현성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여야 했으니 말이다.

절규하고 비는 것 같은 모양새. 알프스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니 꽤 처절해 보이기는 한가 보다.

하지만 눈빛과 목소리가 내가 생각하기에도 꽤 차갑게 느껴진다. 아마 김현성도 내가 차가워졌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지금 그게… 정상이에요?”

“네?”

“지금 그 모습이… 정상이냐고요.”

“…….”

“제게 하신 행동이나… 다혈질처럼 화내고, 폭력적인 모습이… 정상이냐고요. 뭐가 달라진 건데요. 상처 입히고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게 달라진 모습인가요?”

“네? 그… 그건….”

“달라지고 싶다고 해서… 현성 씨를 존중해 드렸더니… 그게 달라진 모습이냐고요. 제 눈엔 더 안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요. 혼자 내버려 두면 안 되는 사람처럼 보인단 말이에요.”

“저… 기영….”

“제 질문에 답해주세요. 현성 씨, 입으로. 직접. 지금. 그게. 정상이에요? 지금 자기 모습이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초췌한 모습에… 시도 때도 없이… 심지어 지금도… 눈가를. 계속. 습관처럼. 매만지고. 있고. 어디를. 보는지. 알. 수도. 없는데… 식은땀 흘리고… 호흡도 고르지 않은데… 왜 뒷걸음질 치세요… 도대체. 어디. 보시는. 거예요… 제가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현성 씨… 그렇게… 자꾸… 자꾸만 이해가 가지 않는… 이상한… 그런 모습을 보이시는데… 제가… 믿을 수 있겠어요?”

“아….”

“물론 저는 현성 씨를 믿지만… 네… 믿지만….”

“…….”

“그런 모습으로… 믿어달라고 말하면…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요? 진심으로… 자기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시죠? 아니…겠죠?”

“하아… 하아… 후우… 후우… 후우….”

“제발… 정신… 차려주세요…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현성 씨.”

“후우… 후우… 흐…으… 후우….”

“이렇게… 빌게요….”

김현성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아니, 이미 떨어지기 시작한 눈물을 참고 있는 것만 같다. 숨을 쉬는 방법을 까먹어버린 듯하다.

‘성장 같은 거 하지 마… 넌… 절대… 절대… 못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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