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 사용설명서 1466화
대륙전쟁(46)
-길드마스터를 발견했습니다.
-…….
-…….
-네?
-길드마스터를 발견했고, 현재 추적 중에 있습니다. 여신의 손거울이 파손됐던 터라, 미리 연락을 드리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아니요. 그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서… 일단은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그, 그것보다 현성이를 발견했다고요? 그래요… 현성이… 현성이를….
-네.
일단 김창렬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녀석의 상황을 물으며, 녀석을 위로해야 할 타이밍이기는 했지만 지금 김창렬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팔 하나를 잃고 옆구리의 상처를 쥔 채로 고군분투하는 창렬이가 안타깝기는 했지만 어쩌겠는가. 더 중요한 문제 앞에 창렬이가 입은 상처는 생채기에 불과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김창렬이라면 버틸 수 있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고통 내성 훈련도 받았자너. 우리 창렬이. 팔 하나 날아간 건 별거 아니자너. 이미 응급처치도 끝난 상태자너.’
정황상 류한과의 전투 중에 여신의 손거울이 파손되었고, 복귀하는 도 중에 김현성을 발견한 것이 분명, 김창렬 역시 복귀하고 싶었을 것이다. 몸은 정상이 아니었고, 팔이 하나밖에 없는 불편함도 견디기 힘들었을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창렬은 일단 김현성을 쫓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당연히 이번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였으니 김창렬의 판단도 이해가 가기는 했지만….
‘진짜 충신이자너.’
어째서 녀석이 그간 연락이 되지 않았는지는 당연히 깨달을 수 있었다.
‘걔 쫓기도 바빴을 거야. 연락할 시간이 어디 있었겠냐고.’
-그럼 지금은….
-휘하의 암살자를 통해 벨리에의 손거울을 받아 연락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아. 하지만… 지금… 현… 현성 씨보다는… 창렬 씨가… 몸은 괜찮으신가요?
물론 립서비스 정도는 해야 저 충성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저는 괜찮습니다.
-하, 하지만!
울먹!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상처가….
-이미 적절한 응급처치를 마친 상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봐. 얘가 괜찮다자너. 우리 창렬이 터프하자너. 남자자너.’
-…….
-…….
걱정하는 모먼트.
당연히 이쪽을 걱정시키기 싫은 충신이 서둘러 입을 여는 상황이 펼쳐진다.
-현재 흔적을 밟고 있는 도중입니다. 정확한 위치는 파악이 불가능하지만, 꼬리를 붙잡은 것 같습니다.
‘믿을 만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창렬이 꼬리를 붙잡았다고 말하는 정도라면 거의 근접했다는 뜻으로 알아들어도 되지 않을까.
김창렬은 최상위 암살자이기도 했지만, 매우 높은 위치에 있는 레인저이기도 했다.
물론 함께 온 검은백조의 하연수와 비교한다면 정보수집 능력에서 살짝 밀린다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우리 창렬이가 무능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바닥에 찍힌 족적만 봐도 자동적으로 누가 어디로 향했는지 유추할 수 있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물론 김현성도 바보는 아닐 테니 어느 정도 흔적을 지우기야 하겠지만, 녀석이 흔적을 지워봤자 얼마나 지울 줄 알겠는가.
이쪽이 자신을 쫓고 있을 거라고 예상 못 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아예 뒷정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물론 박사와 흑막으로 보이는 그 여자가 변수이기는 하겠지만 이미 김창렬이 꼬리를 밟았다고 말한 이상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이야기였다.
‘자존심은 좀 상하겠지만… 하연수랑 같이 공조하면 확률이 더 올라갈 건 뻔한 일이고….’
구태여 김창렬이 하연수에게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더라도 하연수 역시 독단적으로 움직이고 있겠지, 뭐. 벨리에에게서 대충 상황을 전해 들었을 테니 말이다.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레인저 둘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김창렬의 정보 길드 역시 녀석을 쫓고 있을 테니 아마 조만간 성과가 있을 것이다.
심지어 컨트롤타워로 선희영과 2군사가 자리하고 있다면 김현성을 붙잡는 것은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마음에 걸리는 점은 딱 하나.
‘시바… 이거… 그냥 튀어도 되는 건가.’
내가 움직일 수 없다는 것뿐이었다.
‘그냥… 튈까?’
성지훈이고 나발이고 그냥 전부 무시하고 일단 김현성을 찾아가는 게 정답일까.
일단 망원경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게 먼저였다. 슬금슬금 개판이 나기 일보 직전이 되고 있는 성지훈과 4-2전선의 병사들.
신 흑장미 살롱과 달빛을 따르는 자들이 전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모양새였지만, 잠깐 눈을 뗀 사이에 이미 전투 아닌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범위가 워낙 넓으니 막으려야 막을 수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성지훈이 빛을 뿜고 검을 휘둘러대며 서로를 향해 무기를 휘두르는 이들을 억제하고는 있는 중이다.
“당장 멈춰!!”
“웃기지 마! 이 새끼야! 알 게 뭐야! 제기랄!”
“제길!”
“전쟁! 멈춰!!!!”
오히려 성지훈에게 창을 휘두르는 병사들, 불살 루트를 타기로 작정한 녀석은 그들을 제압하는 데 그치고 있었다.
차라리 지휘관들을 전부 쓸어버리는 게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나마 영애들 쪽은 상황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지만, 위태위태한 것은 마찬가지.
심지어 지금 류한과 사이코패스 대격돌을 벌이고 있는 정진호가 합류한다면 균형이고 복수고 나발이고 전부 무위로 돌아가 버릴 게 분명했다.
‘저 봐, 보라고….’
정진호와 류한의 싸움은 그 시작이 화려하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맥 빠지는 전개로 흘러가고 있다.
김현성과 정진호가 부딪쳤을 때는 정말 진심으로 서로를 죽일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서로를 향한 증오를 내보이고, 비웃으며, 아드레날린 빵빵 터지도록 전투를 즐겼던 것 같은데, 이 새끼들은 싸우는 게 아니라 친해지길 바라를 찍고 있는 것만 같다.
한참이나 서로 검을 부딪쳤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데면데면 한 것 같은 모습. 어색어색한 모습, 서로를 향한 투지나 적개심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정진호는 더 이상 놈과 싸우는 걸 바라지 않는 것 같은 눈치, 여단원들과 합류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가 류한이 아닌 김현성이었다면 조금 더 이 자리에 있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녀석은 당장에라도 이 자리를 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류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정진호를 빨리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녀석도, 성지훈이 내뿜는 달빛을 바라본 이후에는 그다지 정진호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모양새다.
다른 곳에 볼일이 생겼으니, 귀찮은 짓을 일삼고 있는 정진호가 반가울 리 만무,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었지만 우연히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질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두 놈들 중 그 누구도 이 만남을 반기지 않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 있는 혈액으로 창을 만든 다음 녀석에게 쏘아 보낸 이후,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는 정진호.
그리고 그 모습을 그저 바라보고 있는 류한까지 시야에 비쳐왔다.
놓친 것이 아니라 놓아주고 있는 것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은가. 심지어 서로 작별인사를 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된 이상 상호작용 대사라도 한마디씩 갈겨주면 고마울 것 같은데, 그런 의사소통도 없다.
정진호는 못 볼 걸 본 것 같은 얼굴로 똥 씹은 표정을 보내고 있었고, 류한은 애초 저 새끼에게는 관심도 없다.
‘하… 시바 이거 난리 났는데.’
정진호가 이탈했다. 정확히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영애들과 싸우고 있는 여단원들에게 향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류한 역시 전장을 이탈하고, 달빛이 보이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아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성지훈과 부딪칠 것이라는 건 너무나 자명했다.
애초에 류한은 우리 성검용사가 상대하기로 했으니 별문제는 없었지만….
‘때려죽여도 밸런스는 유지해야 되는데.’
“…….”
“…….”
‘정진호는 시바 누가 막지?’
일단 알프스를 보내야 하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저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혀 반갑지 않은 가래 끄는 듯한 목소리였다.
“어디 있나! 계집!”
‘발렌틴 졸렬산드로! 시바! 이 개새끼! 싸울 거면… 여단 애들이랑 싸우라고 시발.’
“여기에 있는 거 전부 알고 있다. 흐흐흐흐흐. 내 눈을 속일 수 있을 것 같나?!”
“부길드마스터.”
“최대한 빠르게 끝내요.”
“네.”
알프스가 검을 들고 재빠르게 튀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1. 성지훈은 류한.
2. 영애들은 여단원들과.
3. 알프스는 발렌틴 알렉산드로.
총 세 군대에서의 전투가 예정되어 있는 셈이었다.
밸런스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류한이라는 우리에서 풀려난 정진호가 완전히 프리로 날뛸 예정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재앙이야. 시바.’
류한도 류한이었지만 미친 사이코패스 살인귀 새끼를 억제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류한보다 더 소름 끼친다.
적어도 류한은 필요한 살인만 하겠지만 녀석의 경우에는 그딴 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려고 해봐도 녀석을 막을 수 있는 패가 존재하지 않는다.
병력을 데리고 가도 무더기로 쓸려나갈 뿐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시간은 끌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녀석이 목적지로 닿는 것을 막지 못할 확률이 높다.
아니나 다를까 소름 끼치는 인형과 전투를 벌였던 자신을 소독하기라도 하듯이 인간들을 베어 넘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완전 미친놈이자너. 진짜 미친놈이자너.’
분명히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서로 사이좋게 헤어지고 있는 지역이었는데, 녀석이 쏘아 보낸 작은 공 하나에 전장에 다시 불이 붙어 올랐다.
놈은 지금 기름을 있는 대로 뿌리고 다니고 있다.
“이 개새끼들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류한과 싸울 때 보였던 사냥꾼 같은 모습이 아닌, 호랑이 같은 모습이었다. 극도로 실용적인 검술, 아니, 검술이라고 부르기도 힘들다. 단순히 사람 죽이는 방법이라고 하는 게 알맞는다.
강자한테도 강한 새끼였지만 약자한테는 더 강한 새끼는 양 떼의 가운데로 들어간 늑대마냥 설치기 시작, 저런 모습도 놈의 강점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번 녀석의 모습을 보니 머리가 아파왔다.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않고 검을 무작정 휘두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여기저기에서 피의 화살과 마법들이 난무하고, 놈은 그 가운데에서 율리에나를 미친 듯이 휘두르고 있다.
여단원들로 향하는 길목에서 마주치는 놈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전부 썰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 미쳐 날뛰고 있으니 더욱더 눈에 띈다. 당연히 내 입장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영애들이 소중하다거나, 그녀들과의 우정을 기억하고 있다는 시시한 이야기 때문이 아니다.
단언하건대 외신전을 대비해 키운 영애들이 이런 곳에서 뒈지는 건 정사가 아니다.
그녀들은 더욱더 큰일을 할 수 있는 장기 말이었고,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죽기 위해 서사를 쌓은 것이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절대로 영애들 쪽으로는 보내면 안 돼.’
정진호는 최대한 여단원들과 합류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내 쪽에서 뭔가 액션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는 거다.
‘하… 시바 현성이한테 가 봐야 하는데… 시바. 하….’
“…….”
“…….”
‘시바. 현성이한테 가야 하는데….’
“…….”
‘김현성한테… 가는 게 최우선인데….’
안 좋게 끝난 마지막을 생각하니 더욱더 머릿속에 김현성이 아른거리기 시작, 솔직히 이 새끼가 괘씸하기는 했지만….
‘그때 내가 말이 너무 심했다고… 사과하는 척해줄 수도 있는데….’
일단은 김창렬에게 다시 한번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
-…….
-현성 씨를 찾는데… 얼마나 걸릴까요?
-정확한 시간을 말씀해 드리기는 힘들지만… 오늘 안에는 아마 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빠르면 금방이라도….
-만약 창렬 씨가 현성 씨를 먼저 발견한다면 붙잡아 놓을 수 있을까요?
-…….
-굳이 전투를 할 필요는 없지만… 유사시에는….
-길드마스터를 공격해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물론 힘드실 테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
-그리고….
-…….
-한 가지만 더 질문드릴게요. 발견한 건 현성 씨뿐인가요?
-다른 인물도 함께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 시바….’
-누구요.
-…….
-…….
-미켈레 박사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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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 아이나 페넬로티 일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