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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342화 (1,340/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342화

귀환(2)

“…….”

“…….”

‘뭔가 사달이 나도 단단히 날 것 같더라니.’

여기저기에서 올라오고 있는 보고서를 보고 있노라면 더욱더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부분이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사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사건의 중심에 있는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말이다.

겉모습만 어려진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많이 흔들린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철없는 동생은 본인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1회 차로 떠나는 시기를 늦추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았던 것이 독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이기영이라는 인간은 지독히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은근히 정도 많은 인간인지라, 1회 차와 2회 차를 분리하고 싶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한 번 정을 준 인간은 모두 자신의 손안에 들어와 굴려야 직성이 풀리는 중증의 컨트롤 프릭이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이별에도 의외로 면역이 없다.

일단 그의 손안에 들어왔다고 결정을 내린다면 눈을 감는 것까지 그의 허락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는 것을 바랐다.

한 발자국 뒤에서 보고 있자면 그가 1회 차에 점점 매몰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었으니 말이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았으면서도 은근히 1회 차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그곳에서도 쉼터라고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찾은 것이 분명했으니까.

말린다고 말려지지 않을 것이 분명했지만 그래도 한 번 즈음은 더 이야기를 해볼걸,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 수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사고가 터졌으니까.’

마탑에서 갑작스레 색욕과 영면의 군주가 나타났단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강림 메시지는 뜨지 않았었지만 교국민들은 분명 초월적인 존재의 강림에 대해 눈치채고 있었을 터였다.

다만 모두가 쉬쉬하고 있을 뿐이다.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나 교황청에서 따로 언급이 없기도 했고, 강림은 일순간이었지만 말이다.

중년이 된 채로 돌아온 라파엘 파티나, 상처투성이로 귀환한 조혜진 역시 지도층들에게는 꽤 뜨거운 감자였다.

약속한 것처럼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지만, 누가 봐도 문제가 터졌다는 것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자신 같은 경우에는 더욱더 그 문제에 대해 깊게 파고들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빅보이… 유진… 칼턴….”

“…….”

“…….”

“바보 같은 놈들을 주웠었네. 이 오빠도….”

사실 진짜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마탑에 남아 있는 마법진을 찾는다며 미친 듯이 돌아다니기도 했고, 조혜진에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단다.

별것 아닌 히스테리라고 부르기에는 정도가 조금 과격했던지라 그의 주변에 있는 이들이 그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물론 그중에서도….

‘쟤 저기서 또 저러네.’

자꾸만 집무실을 서성이는 도미니온스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가 가장 마음에 걸렸지만 말이다.

어째서 그녀가 자신을 찾는지 당연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세라핌 때문이겠지.

일단은 한숨을 쉰 이후에 그녀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들어와도 돼. 도미니온스.”

“네… 네. 어머니.”

‘이미 찾아온 이유는 알고 있었지만….’

“무슨 일이야?”

라고 말한 이후에는 그녀를 천천히 내려다본다. 어느덧 청소년이 되어버린 갈색 머리를 하고 있는 천사는 조용히 눈치를 보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

“…….”

“저 아버지 때문에 드릴 말씀이….”

“…….”

“…….”

“할 말은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우리 착한 딸은 엄마 말이 말 같지 않나 보네.”

“아닙니다.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은… 기억하고 있지만….”

“그런데 이렇게 찾아온 이유가 뭐야?”

“혹여나. 혹여나 아버지께서 정말로… 세라와 케루를 폐… 폐기처분 하신다고 말씀하긴 것이….”

“혹시 아버지한테 직접 찾아가지는 않았지?”

“네. 지, 지금은….”

“…….”

“지금은? 그럼 이후에는 찾아간다는 소리야?”

“그렇지 않습니다.”

“혹여라도 찾아갈 생각 하지 마. 그건 네 아버지 마음이야. 딱히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더욱이 도미니온스 네가 신경 쓸 영역도 아니야. 네 아버지가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렇게 하는 거야. 엄마가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었니? 세라한테 너무 정 주지 말라고. 괜히 불똥 튀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 넌 운이 좋은 거야. 도미니온스. 네게도 화살이 가지 않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어머니 말씀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혼에 새겨진 원죄는 지워지지 않아. 넌 엄마가 말해줘서 대충 이해하고 있었잖니. 너희들과는 다르게 세라는 원래 이 대륙에서 지내지 못할 뻔했다고… 너희 아버지는 원래 세라를 계획에 두지 않았어. 전부 케루빔이 독단적으로 벌인 행동이었지.”

“그… 그래도….”

말은 이렇게 하기는 했지만…

‘오빠가 좀 심하기는 했지.’

자신은 자리에 없어서 듣지 못했지만 세라핌을 보자마자 달려들었다는 것은 굉장히 그 오빠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널 당장 폐기처분할 거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케루빔과 함께 다시 위로 올려보내 다시는 내려오지 못하게 할 거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정하얀이 역시 굉장히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 그 천재 마법사는 이기영에게 맹목적인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고 그가 미워하는 걸 미워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세라에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귀여움을 받고 있었던 막둥이의 위치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한소라가 말리지 않았다면 정말로 세라핌은 폐기되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화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이번에는….

‘웬만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겠지.’

아마 오빠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인 세라핌이 할 수 있는 최선이지 않을까.

자신 역시 도미니온스에게 이미 몇 차례 경고를 보내기도 했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세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자신도 함께 미워해 줍쇼 하고 말하는 꼴이었으니까.

‘그런데 얘가 또 이러네.’

개인적으로는 이런 도미니온스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다.

‘이렇게 약하게 키울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자신 역시 그렇게 커왔다. 아마 오빠도 그렇게 커왔을 것이다.

의지할 곳이 있는 인간은 약해진다. 정이 너무 많은 인간은 아픔에 취약해진다.

조금 더 이기적이고, 자신밖에 모르는 성향으로 키우고 싶었지만 그녀의 이런 모습이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커온 인간들은 하나둘 망가진 부분이 있게 마련이었으니까. 오빠나 자신, 진청 같은 놈들이 그러했다.

도미니온스는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는 이질적인 존재였지만 오히려 자신들보다 더 인간적인 존재였다.

‘그래도… 얘가 도대체 커서 어떻게 되려고….’

“후우….”

“죄송합니다. 어머니. 하지만 저는… 세라와 케루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그래서. 이번에는 다 같이 도망치기라도 하려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네 아버지는 충동적으로 일을 키울 정도로 바보는 아니야. 도미니온스. 정하얀 그 여자를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폐기하지 않을걸.”

“하지만….”

“여기까지가 최선이야. 네 아버지가 진짜로 그 금발 꼬맹이를 폐기하고 싶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건 말릴 수도 없고, 말리려고 해서도 안 돼. 네 아버지는 진짜 적에게는 용서가 없으니까. 엄마는 말이야. 도미니온스.”

“…….”

“네가 조금 더 너만 생각했으면 좋겠어. 물론 너의 남매들을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네 입장을 조금만 더 이해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좋겠다는 거야. 아버지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고는 왜 생각하지 못하니? 네가 내게 이런 부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너도 네 아버지의 화를 피하기 힘들걸. 그때는 엄마도 딱히 말리고 싶지 않아.”

“…….”

“알지? 네 엄마는 네 아버지 편이라는 거.”

“알고 있어요. 어머니.”

“이럴 때일수록 줄을 잘 서야 된다는 거야. 뭐가 네게 득이 되는 행동인지, 뭐가 네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 행동인지 구별해야지. 정말로 네가 원하는 걸 얻고 싶다면 이런 식으로는 아니야. 알아? 나는 네 어머니이기는 하지만 내게 의지하려고 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게 아니야.”

“알고 있습니다.”

“너는 지금 거래를 하려고 온 거야? 그렇지 않아? 엄마 말을 무시하고 여기까지 이렇게 찾아올 정도라면….”

“…….”

“우리 딸은 뭘 가지고 왔을까? 엄마는 좀 기대되네.”

“…….”

“웬만하면 좋은 제안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엄마의 바쁜 시간을 이렇게나 많이 빼앗을 정도라면 정말 좋은 제안이었으면 해.”

“…….”

“…….”

‘얘 봐라. 이번에도 생각 없이 온 건가 보네.’

예상하기는 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도미니온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궁지에 몰린 것처럼 마치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모양새에 슬그머니 마음이 약해져 온다.

말은 다소 강하게 하기는 했지만….

‘나도 많이 약해졌나 봐.’

신경을 아예 끌 수는 없다. 그래도 딸래미라고 키운 꼬마가 침울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나름대로 공을 들여서 키웠으니 말이다.

“후우….”

“…….”

“…….”

이야기 정도는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적어도 소통하고 공감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했으니 말이다.

물론 관심은 없지만 눈앞에 있는 꼬마가 원하는 게 그것이었으니까.

“…….”

“죄… 죄송….”

“아니… 이야기나 좀 들어보자. 그래… 그래서 세라 걔는 조금 어떻다니? 너희들은 어떻게 하고 있고….”

아니나 다를까 은근슬쩍 웃음 짓고 있는 모습이 눈에 비쳐온다.

“많이 슬퍼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울고만 있어서… 최근에 아버지,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케루빔은 어머니와 이야기해 본다고 했지만….”

“우리 용병여왕님은 큰 관심은 없을 테고….”

“쓰로누스는….”

“그쪽 스승님도 지금 바쁘고.”

“그… 그래서….”

“그래서 네가 이쪽으로 온 거구나? 네 아버지 분노를 풀어주십사 해서 말이야.”

“부끄럽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도미니온스. 소중한 내 딸.”

“어… 어머니.”

“이리로 와.”

‘가끔은 상도 줘야지. 어떻게 하겠어.’

얘 나름대로 아무것도 의지할 곳도 없이 절박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니 말이다.

무릎을 툭툭 두드리자 조심스레 무릎에 앉는 것이 눈에 비친다. 그녀를 뒤에서 꽉 껴안아 주자 오랜만에 받는 사랑이 감격스러운 모양인지 바들바들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붉어진 얼굴과 함께 지나치게 긴장해서 딱딱하게 굳은 날개가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사랑을 갈구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니 그럴 만도 했지만….

‘이런 거 버릇 들이게 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같은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게 된다.

“…….”

“…….”

“이제 조금 괜찮아졌니?”

“네.”

“세라핌은 이 엄마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지만….”

“네? 아… 네.”

“네. 아버지가 저렇게 꿍해 있는 건 엄마도 보기 싫으니까.”

“…….”

“…….”

“감… 감사합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어머니.”

‘진짠데 어떻게 하겠어.’

세라핌 그 멍청한 꼬맹이야 어떻게 되든지 간에 알 바 아니었지만 우리 멍청한 동생이 침울해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빅보이, 유진, 칼턴.’

“…….”

‘여기에서는 살아 있으려나.’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기왕이면 살아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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