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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251화 (1,250/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251화

파란 유소년 교육시설(20)

파란 길드원들이나 어느 정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네임드들에게는 트라오레 교수가 길가의 잡몹처럼 비쳐질 것이다.

심지어 1.5 티어 정도에 평가받고 있는 모험가들도 트라오레 교수를 숨 쉬듯이 쓱싹 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이를테면, 여기 와 있었던 하연수나, 라파엘이 데리고 다니는 사냥개 김주혁, 천관위는 뭐 말할 필요도 없고, 다소 인지도가 떨어지는 파티의 서브들 에게도 녀석은 오크 메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교수로 초빙될 만큼 마법적인 소양은 꽤 높았던 것으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녀석은 모험가가 아니라 연구원이었다.

실전 마법을 사용하러 여기저기 싸돌아다니기보다는 골방에 틀어박혀 연구를 하는 것이 놈의 주된 업무.

금지마법에 정통한 만큼 어느 정도 실전성과 위험성을 갖추고 있기는 했지만 전장에서 굴러먹던 녀석들과 비교하면 애처로운 수준이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물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꼬맹이들에게도 같은 수준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위압감… 오지자너….’

광인이 된 효과인지는 모르겠으나 녀석이 더욱더 위험하게 느껴진다. 스켈레톤을 상대하며 자신감을 키워왔던 꼬맹이들 역시 완전히 미쳐 버린 트라오레 교수를 보고서는 검을 집어먹고 있었다.

“흐…힉힉힉힉! 힉힉힉!”

‘내가 봐도 무서워 보인다.’

“내가… 내가 바로 신 세계의… 마… 마법의 신이다. 내가… 내가 힉힉힉…흐히기힉힉힉!”

‘완전히 돌아버렸자너.’

“감히… 감히 이 마법의… 신, 신 앞에서….”

정하얀을 롤모델로 하고 있는 것 같은 트라오레 교수였지만 말투 밖에는 따라할 것이 없다.

하지만 말을 더듬는 저 모습이 너무나도 위협적이다.

그냥 미친 사람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여줄 수 있는 반응이었다.

뭔가 꺼림칙하고, 상대하기 싫고, 이유도 없이 무섭다.

심지어 그놈이 엽총이라도 들고 있다면 멘탈이 어지간히 단련된 사람이 아니고서야 무시하기 힘들 것이다.

“완전히 악마에게 먹혀 버렸군.”

“진영님…”

“방심하지 마라. 온다.”

“파… 파멸의 역병을 받아라… 히힉… 히히히힉… 파멸의 역병을 받아라!”

‘…….’

아무래도 정하얀 하나의 팬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트라오레 교수의 주변에 넘실거리고 있는 은색의 기운들이 보인다.

직접 벨리알에게 힘을 받아서 사용한 나와는 다르게 녀석을 악마와 계약할 수 없었을 테니 흉내 내는 것이 전부였을 터, 해당 지역을 전부 역병으로 덮어버릴 수 있는 그 역병군주와는 다르게 놈이 저걸로 할 수 있는 짓은 화살을 만들거나 구체를 만드는 게 끝인 것 같았다.

물론 그것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단일 마법으로 캐스팅하더라도 저건 범위 마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맞다.

화살이나 구체가 떨어진다면 일정 범위는 계속해서 오염된 채로 남아있을 테니까.

‘나름 똑똑하기는 한 모양이네.’

괜히 교수 자리에 있었다는 게 아니라고 느껴진다.

아무것도 없었던 것에서 저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 상상이 간다.

직접 감염지역 순방도 했을 거고, 샘플도 채취했을 거고… 아니나 다를까 녀석의 노력이 만들어낸 위험성에 꼬맹이들의 몸이 굳어 있었다.

“사제들은 계속 정화주문을… 외운다.”

“진영. 진짜 싸울 작정이었나.”

“아직 주문이 완성되기 전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해.”

“…….”

“…….”

“주문이 이대로 완성된다면 대륙에 다시 한번 지옥이 열릴 거다.”

그 말에 몇몇의 눈빛이 바뀐다. 밖에는 가족들이 있다. 두렵고 무서운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방패를 들고, 주문을 외우며 전의를 불태우는 꼬맹이들이었다.

당연히 이 싸움은 위험하지 않다. 다소 걱정스럽게 상황을 바라보는 김미영 팀장도 내가 상황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을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진영!”

마법사 꼬맹이들이 파장을 맞추며 외운 보호막에 녀석의 역병 구체가 내리꽂히자 푸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흰색 가루들이 뻗어 나간다.

“지역을 이탈해!”

감염된 공간과 감염되지 않은 공간의 차이가 무척 뚜렷해 꼬맹이들을 알아서 지뢰를 피하며 트라오레 교수에게 공격마법을 퍼붓고 있었다.

전위들은 돌진하기 힘이 드는지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녀석들이 심심하지 않도록 스켈레톤 전사들이 몸을 일으키고 있다.

“제기랄. 또 해골병사들인가.”

“뚫어내! 무조건 트라오레 교수가 외우는 주문을 막아야 해!”

“그분이… 강림할 것이다. 그분이… 히익힉힉힉!”

당연히 이 씬의 주인공인 진영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사실상 제일 박진감 있게 전투를 펼치는 중, 계속해서 날아드는 역병의 화살을 불꽃으로 태우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스켈레톤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손을 뻗자 검은색의 불꽃이 트라오레 교수에게 뻗어 나가지만 녀석이 외워놓은 보호막에 불꽃들이 흩어진다. 그사이에 돌진해 오는 스켈레톤 병사를 깜빡했지만 당연히 함께 싸우는 동료들이 있다.

김명원이 어느덧 검을 든 이후에 스켈레톤의 머리를 후려치고 있었다.

“괜찮아?”

“그래. 괜찮다.”

타이밍 좋게 스켈레톤들이 나와 김명원을 감싼다.

이럴 때는 또 서로 등을 맞대고 전투를 펼치는 것이 국룰이다.

‘현성이랑 이런 거 못 해본 게 가슴 아프자너.’

등 뒤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감성 있자너.

내가 김명원의 뒤를 봐주고 있었고, 김명원이 내 뒤를 봐주고 있다.

순식간에 달려들기 시작한 해골 녀석들이 이상할 정도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는 중.

물론 나는 조금 여유가 있고 김명원 녀석은 여유가 없는 상태였지만 나름대로 합격술을 잘 유지해가며 해골 녀석들을 버텨내고 있었다.

원래 이럴 때는 대화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더욱더 친밀감을 느끼는 법이다.

너를 인정한다 김명원. 이라거나. 제법이군 같은 대사를 치지 않아도 행동으로 김명원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쉽고 효과적이었다.

등 뒤에서 으르렁거리고 있는 놈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든지, 김명원의 몫을 남겨 놓는다든지, 같은 행동으로 등 뒤를 맡긴다는 것을 표현한다.

‘이 새끼 은근 신날 거야.’

아마 정확히 무슨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체불명의 고양감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그만큼 녀석은 필사적이다.

자신을 신뢰해 준 친구의 기대에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 이미 한계를 맞은 신체로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주문을 외운다.

“그쪽은 맡긴다.”

“응!”

펠리스 하네스트도 지기는 싫었는지 구태여 이곳으로 마법들을 난사하는 중.

“나를 잊지 마라. 진영.”

계속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을 보니 이 와중에도 나와 김명원이 서로를 인정한 라이벌 구도로 진입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아… 이 새끼 좀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지 진짜.’

“내가 바로 하네스트 가문의 장남. 펠리스 하네스트다!”

‘여기에서 네가 펠리스 하네스트인 거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지금 대륙이 위험한데 자기 어필할 때야?’

하지만 이런 녀석일수록 칭찬을 해야지 불타오르는 법이다.

“흥. 교국의 머저리치고는 나쁘지 않은 솜씨구나.”

“너야말로 공화국의 멍청이치고는 제법이야.”

“…….”

“움직임이 굼떠졌는데? 벌써 지친 거냐. 진영.”

‘아. 자꾸만 주연 같은 대사 치면서 나대지 말라고요. 내 라이벌은 당신 아니라고요.’

심지어 이 새끼는 근접전을 하는 새끼도 아닌데 굳이 몸을 비집고 들어와 나와 김명원과 함께 있다.

도대체 이 장소를 어떻게 뚫고 들어온 걸까.

얼떨결에 셋이 등을 맞댄 모습이 되어버린다.

“발목 잡지 마라. 낙제생.”

“잘 부탁해. 펠리스.”

“나는 네놈이 내 이름을 부르게 허락한 기억이 없다. 김명원.”

그나마 김명원에게 대사를 쳐주고 있는 것이 고맙기는 했지만 근접전과 담을 쌓은 마법사 꼬맹이가 도대체 왜, 어째서, 여기는 왜 왔을까.

“그쪽이다. 진영.”

“이미 알고 있다. 네 녀석이나 조심하도록.”

“역시… 내가… 인정한 녀석답군….”

약간 소심한 명원이는 대사를 치고 있지도 않은데 이 새끼는 입에 모터를 닳았는지 자꾸만 뜨거워지는 대사를 내뱉고 있다.

김명원과 가까워질 만하면 이 새끼가 귀신처럼 달라붙어 라이벌 포지션을 뺏기지 않으려 발악하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

이를테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마법은 얻다가 팔아먹었는지 갑자기 무투술을 펼치고 있다.

마력을 아끼기 위해서라고 하기에는 신체강화 마법을 온몸에 때려 박고 있는 수준이다.

어릴 때부터 배워온 게 있는지 어색하지는 않아 보였지만 누가 봐도 무리하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계속되는 전투,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은 해골들에 질렸는지, 김명원이 말을 내뱉었다.

“이대로는 끝이 없겠어.”

“파장을 맞추는 것이 좋겠군.”

“뭐?”

“김명원. 네놈과 내가 파장을 맞춘다.”

혹시나 자신을 빼고 일을 벌일까 펠리스 하네스트도 급하게 대화를 이었다.

“네놈들 설마 날… 날 잊은 건 아니겠지?”

‘아 진짜….’

“나도 아직 마력이 남아 있다. 하루 종일이라도 싸울 수 있다고.”

‘이 새끼 진짜 기절시켜야 되나.’

단언하건대 녀석이 성인이라면 리타이어를 시켰을 게 분명했다.

“그래. 네놈도 있었군. 펠리스.”

“……”

다시 한번 김명원이 말을 이었다.

“세 명이 파장을 맞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다. 네 말대로 이대로라면 끝이 나지 않아. 여기서 계속해서 스켈레톤들과 싸우다가 결국 군단장이 소환될 거다. 해골들을 뚫고, 트라오레 교수에게까지 닿을 만한 마법을 캐스팅한다. 그게 전부다.”

“가능할까?”

“가능할지 불가능할지에 대한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해내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이 뼈다귀들과 싸우는 와중에 주문을 외우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펠리스 하네스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내는 수밖에 없는 건가? 재미있군.”

“주문은 내가 외우겠다. 마력회로가 가는 방향을 알려 줄 테니 알아서 따라오도록. 가능하다면 말이다.”

“열심히… 해볼게.”

“하네스트를 뭘로 보는 거냐.”

결국에는 수업시간에 배운 것으로 주요 인물들이 힘을 합쳐 마무리하는 것까지 완벽한 엔딩이다.

김명원과 펠리스 하네스트, 정하얀이 서서히 파장을 맞추기 시작한 것은 당연지사.

“먹히지 마라.”

“큭….”

“제길!”

순식간에 펠리사 하네스트와 김명원의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불길한 마력, 폭주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세게 용트림하고 있는 마력 때문에 녀석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한다.

당연히 이로운 상황은 아니다. 날뛰는 마력을 제어해야 보다 완벽한 주문을 완성할 수 있다는 걸 모를 정도로 꼬맹이들이 멍청하지는 않다. 이를 악문 채로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

결국에 두 꼬맹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협력하는 것. 1 더하기 1 더하기 1이 아니라. 2와 1을 더하려 시도하고 있었다. 김명원과 펠리스 하네스트가 먼저 파장을 맞춘 이후에 진영과 파장을 맞춘다.

“끄으윽….”

절대로 섞이지 않을 것 같았던 세 개의 마력이 점점 하나가 된다. 스켈레톤 무리들이 달려들지만 김명원과 펠리스 하네스트가 이를 악물고 녀석들을 막아내려 마력회로를 돌린다.

“무슨 마법이지?”

“저기까지 닿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형상화한 것은 거대한 거인이다.

마치 누군가를 소환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또렷한 형상이 커다란 검을 꺼내 들었다.

거인이 검은색 불꽃이 불타고 있는 거대한 칼은 휘두른 것은 순식간.

후우우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정확히 트라오레 교수가 있는 쪽으로 검은 불꽃이 떨어져 내렸지만….

“해… 해치웠나?”

아쉽게도 이번 극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끝났다… 히익… 힉힉힉!”

“……”

“끝났다고!! 히히히히힉! 히히히히힉! 드디어 그분이 강림하신다! 그분이….”

동료들의 성장을 위해 노전사를 쳐낸 것처럼 이번에도 중요한 주연 중 하나가 리타이어할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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