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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 사용설명서-1246화 (1,245/1,590)

회귀자 사용설명서 1246화

파란 유소년 교육시설(15)

야비해 보이는 눈초리가 가장 먼저 시야에 비친다.

계속해서 침을 튀겨가며 말하고 있는 꼬라지가 누가 봐도 이 새끼가 빌런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죽하면 그 고생을 할 이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까. 사전정보 없이 그냥 이 새끼와 만났어도 단번에 녀석이 빌런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약간은 맛탱이가 나가 보이는 눈빛,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연기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정신이 나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경험상 이런 눈빛을 한 녀석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라핌이나 송빌런, 예전 진 군사의 추종자 같은 놈들 말이다.

물론 능력 자체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신변정리를 한다고 한 것 같기는 했지만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 있다.

연구자금은 어디론가 새어 나가고 있던 게 명확해 보였고, 공화국과 북부로 출장을 간 내용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든 구색을 끼워 맞추려고 시도한 흔적들이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봐도 놈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물론 명확한 증거를 찾았다고 하기는 힘들다. 현장에서 직접 검거하듯이 눈으로 확인한 게 아니었으니까.

‘근데… 굳이 안 거쳐도 되겠는데.’

촉이 오자너.

어떤 식으로든 녀석이 육망성 빌런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어 보였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새끼들이랑 연관되어 있겠지.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툭툭 두드리기가 무섭게 녀석이 말을 이어왔다.

“일단 대표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마법들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네. 흑마법에 특히 그 규제와 정도가 심하다는 것들은 여러분 또한 잘 알고 있을 테니… 일단 이쪽부터 이야기를 해볼까? 대표적으로는 네크로맨시가 있겠지만 오늘 주제는 그런 것이 아니야.”

“…….”

“확실히 네크로맨시 같은 경우에는 시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여지가 있네. 인도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있지. 때문에 오늘 있을 수업에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지.”

“…….”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생화학마법으로 분류된 마법들이라네. 이를테면 역병이나, 독 계열로 분류된 마법들… 전쟁에서 사용하는, 엄연히 대량살상마법의 범주 내에 있는 마법들 말이야.”

“…….”

“우리는 그것들을 금지된 마법으로 분류하고, 전쟁 중이라고는 해도 인도적인 차원으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지. 하지만 이것에 정말로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거기… 한번 일어나 보도록… 그러니까… 그래. 아릴 베이커 양.”

“네? 네….”

“눈치챘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방금 전에 자네에게 마법을 사용했네.”

“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대륙법상으로는 금지된 마법이지. 알지 모르겠지만 자네는 지금 중독되어 있어.”

“아….”

순간적으로 공포에 질린 아릴의 모습이 보인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네. 초보 마법사들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마력으로만 운용했으니… 그리고… 지금은… 곧바로 흩어져 버렸군. 어떤가, 느껴지는 바가 있나? 같은 마력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이 불화살과 비교하면 어떤 마법이 더 위험하게 느껴지나?”

“그건….”

“다시 한번 묻겠네. 이런 가능성들을 제한하는 것이 정말로 의미가 있다고 보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말을 꺼낸 것은 하네스트 녀석이었다.

“트라오레 교수님께서는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가 제정한 대륙법을 통째로 부정하시고 같습니다만….”

“그런 것은 아닐세.”

“같은 살상마법이라고는 해도 필요 이상의 고통이나 상해를 느끼게 할 필요는 없는 법입니다. 역병이나 독 계열 같은 경우에는 특히나 민간에 영향력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한번 휩쓸고 간 자리에는 계속해서 그 후유증이 남아 있게 됩니다. 예기치 않게 전쟁이 일어나게 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땅과 시민들을 필요 이상의 폭력에서 멀어지게 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재미있군.”

“아무도 중독되어 걸려 내장이 녹아내리며 죽고 싶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화살에 맞고 싶어 하겠지요. 효과적인 만큼 부작용도 큰 법입니다. 부상자가 없고, 사상자들만 있는 전쟁은 비상식적이기 그지없습니다.”

“그럼 같은 논리를 파란의 대마법사나 붉은 용병의 전신에 대해서 물어보지. 과장하지 않고 그들은 손가락 하나로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을 지워버릴 수 있다네. 부상자 따위가 생길 수 있을 리 없지.”

“파란의 대마법사께서는 큰 힘을 가지고 있을 정도의 책임도 가지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개인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말라 말씀하시면서 어째서 대마법사님을 계속해서 언급하시는지… 정하얀 님이야말로 그 가능성의 집대성을 이루신 분이 아니십니까.”

“그럼 묻지. 그녀가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의 탑을 쌓아 올렸는지 알고 있나? 그런 게 가능성이라네. 지금의 그녀가 대륙에서 이루어놓은 것들을 생각해 보게. 워프게이트, 마도공학, 마탑에 쌓여 있는 논문들과 대륙의 발전을 촉진시킨 수많은 주문들을….”

“…….”

“자네들이 오해하고 있는 게 있는 것 같군. 나는 대마법사의 추종자이며 그녀의 팬일세. 그녀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학자이고 그녀가 만들어놓을 길을 따라가고자 하는 제자이지. 진화와 도약에는 언제나 희생이 필요하네. 우리가 일부 몬스터들을 실험체로 의학의 발전을 꾀했듯이 가능성에 대한 성장에도 희생과 실험이 필요해. 제2의 대마법사가 되고 싶지 않나?”

‘뭔 소리야 쟤는.’

전쟁 마법이고 나발이고 정하얀은 혼자 마탑에 처박혀 있었어도 대성했을 것이다.

재능의 부족함을 대륙법으로 핑계 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당연했다. 어떻게 여기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운 정신 상태였지만 곧바로 수습하는 것을 보자니 교수로 채택된 이유가 있기는 한 것 같았다.

“물론 법규는 지켜줘야 되겠지. 명예추기경님께서 대륙 보호 관리 위원회에서 결정한 것들이 아닌가. 그렇지만 완전히 잊어서도 안 돼. 때문에 이런 수업이 있는 것 아니겠나? 조금이나마 금지된 마법들의 단편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자네들에게 견해를 높여주는 아주 좋은 수단일 테니 말이야.”

‘뭐… 이런 시간이었구나.’

“골방에 틀어박혀 쓸데없는 연구를 하다가 붙잡히지 말게.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마법사와 함께 연구하고, 경계하고, 둘러보라고 파란 교육시설이 내게 급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니….”

수업 내용은 금지 마법에 대한 이해. 아무래도 그런 쪽으로 꽤 밝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거 얘들이 환장하는 거 아닌가? 금지된 마법. 그런 거….’

살짝 빠지는 놈들이 있을까 싶어 걱정이 들기는 했지만 의외로 반응은 제법 조심스럽다.

아무래도 위와 같은 종류의 마법들이 주는 이펙트가 별거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뭔가 귀족답지 않다거나, 비열한 이미지로 자리 잡은 게 큰 것 같았다.

아이들은 손에서 흑염룡이 나오는 다크 나이트가 되고 싶어 하지 비열한 빌런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좀 위험한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 같고….’

“자네들이 지금부터 할 일은 눈앞에 있는 마수를 중독시키는 일이야. 이해하고 있나?”

게다가 투명한 상자 안에 있는 토끼가 너무나도 귀엽다.

물론 실제로 귀여운 녀석은 아니다.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지만 인간을 발견하면 이마에 달려 있는 세 개의 뿔로 인간의 배를 찔러 내장을 파먹는 녀석이었으니까.

“어떡해… 귀여워.”

“못… 못하겠어.”

“이걸 어떻게….”

“명원아… 할 수 있겠어?”

“응. 단순히 중독시키는 것뿐이니까. 애완동물이 아니라 몬스터로 분류되는 종이고… 이해하기 힘들지만 트라오레 교수님의 의도는 알 수 있을 것 같거든.”

“…….”

“…….”

“아….”

“…….”

“진영 님. 괜, 괜찮으시겠습니까?”

‘샤슬갈 트리오. 너희들 뭘 그렇게 쫄아 있어?’

“진영 님께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 슬라바 너야말로 괜찮나?”

“저… 저… 저는 문제 없습니다.”

“흥… 역… 역시… 새끼 여우도… 여우인 모양이군….”

‘너희들 괜찮아? 정말로 괜찮은 거 맞아? 손이 떨리고 있는데?’

“이 정도야… 별것 아닙니다. 빅토르 갈리아. 당신이야말로 괜찮습니까?”

“이 나를 뭘… 뭘로 보는 거냐… 나는… 빅토르 갈리아다.”

“…….”

충성스러운 슬라바는 눈물을 떨어뜨리기 일보 직전인 것처럼 보였고, 목숨을 버리는 빅토르 갈리아 녀석은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여러 가지 특수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아직 애들은 애들인 모양인 것 같았다.

실전 경험이 있는 녀석들도 있고, 없는 녀석들도 있겠지만 나를 죽이려고 달려드는 몬스터들과 대립하는 것과 무방비에 있는 상대를 죽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심지어 그 녀석의 외관이 쓰다듬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면 다른 말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오직 목 조르는 샤오 란만이 약간 상기된 얼굴로 죽어가는 토끼를 바라보고 있었다.

‘쟤 각성하겠다.’

기도를 막은 모양인지 발버둥 치는 토끼가 뿔로 상자를 계속해서 들이받다가 점점 비틀거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각성을 해도 제대로 할 것 같아 손을 잡자. 깜짝 놀라는 얼굴이 보였다.

“굳이 죽일 필요는 없다.”

“아… 아! 네. 그, 그래요. 굳이 죽일 필요는….”

“실습강의의 목표는 놈을 중독시키는 것뿐이다. 게다가 이 마법은 대상이 모르고 있을수록 더욱더 효과적이다.”

“아….”

“…….”

“…….”

“그렇군요. 역시 진영 님이세요.”

왠지 모르게 볼이 붉어진 것처럼 보인다면 기분 탓일까. 불길한 느낌이 들어 그녀의 시선을 피한 이후에 눈앞에 보이는 토끼에게 손을 뻗자.

천천히 쇠약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 자신이 마법에 걸린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로 열심히 뛰어다니던 녀석은 어느덧 힘이 빠진 듯이 비틀거린다.

털이 빠지기 시작하고 눈이 충혈되는 것은 물론, 물집이 생기며 고름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충해도 상관없기는 했지만….

“당신… 진영이라고 했습니까?”

“네.”

“이건… 하…하하… 대단하군요.”

트라오레 교수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것 같았다. 서둘러 마법을 거두자 곧바로 활기를 띄기 시작하는 토끼를 보고서는 조금 더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보여주고 있다.

“혹시 이전에도 사용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번이 처음이다.”

“아아아….”

‘근데 이 새끼를 어떻게 할까.’

당장 조져보는 게 나을까. 아니면 조금 더 설계를 해보는 것이 나을까.

“혹시 강의가 끝난 뒤에 제 연구실로 찾아오시겠습니까? 긴히 할 이야기가….”

본래는 중간고사, 혹은 마법대전 때 드라마틱하게 폭탄을 터뜨리고 싶었지만….

이 자식의 역겨운 낯짝이 참을 수가 없어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싱긋 미소를 지어주며.

속삭이듯이.

“엿이나 드세요.”

라고 말을 꺼내자 순식간에 벙찐 얼굴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 분노를 표출할 시간은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하는 굉음과 함께 건물이 충격을 받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앗 하는 사이에 이마에 육망성을 그린 하연수, 한쪽 뺨에 대칭되게 끔 육망성을 그린 쌍둥이를 비롯한 일당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모두 같은 망토를 착용하고, 빌런 아니랄까 봐 개성 넘치는 망토를 차고 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 정진호가 없기는 했지만 1회 차 빌런들이 아카데미를 노리기 위해 집결하고 있었다.

“꺄하아핫핫핫핫핫!”

그중에서도 지혜 누나의 심복, 하연수의 텐션은 가히 인상적.

“좋아! 아주 좋아!!! 이 신선한 마력의 냄새! 아주 좋다고!! 꺄아핫핫핫핫핫!”

‘쟤도 이런 거 여러 번 하다 보니까 이제 슬슬 맛 들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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